제3화: 페이퍼 컴퍼니와 역외 계좌
2001년 가을, 모스크바.
파벨은 시내 중심가의 고급 호텔 방에 서 있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크렘린 궁전의 금빛 돔은 야간 조명 아래 더욱 화려하게 빛나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마음은 그 빛을 따라가지 못했다. 그는 책상 위에 펼쳐진 서류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수십 페이지의 은행 거래 내역, 회사 등록 서류, 그리고 계약서들. 모두 사이프러스와 스위스의 페이퍼 컴퍼니들과 관련된 것들이었다.
“파벨 씨, 모든 서류가 준비되었습니다.”
비서가 조용히 말했다. 파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서류들을 정리하여 서류 가방에 넣었다. 그 가방은 검은색 가죽으로 만들어졌고, 손잡이는 이미 닳아 있었다. 수년간 이 가방은 수많은 기밀 서류를 운반해왔다.
“내일 아침 비행기야. 사이프러스로 가야 해.”
“알겠습니다. 하지만 파벨 씨…… 저희가 너무 멀리 온 것 아닙니까?”
비서의 물음에 파벨은 잠시 침묵했다. 그는 생각했다. 언제부터였을까. 그가 단순히 신도들의 영적 지도를 돕는 사람에서, 거대한 자금 세탁망의 관리자로 변모한 것은.
“우리는 교주님의 뜻을 따를 뿐이다. 그게 전부야.”
그는 비서에게 말했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없었다.
2001년 10월, 사이프러스, 니코시아.
지중해의 푸른 바다가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태양은 따가웠지만, 파벨은 긴 정장을 입고 있었다. 그는 시내 중심가의 한 변호사 사무실에 앉아 있었다. 맞은편에는 정장을 차려입은 영국인 변호사가 앉아 있었다.
“파벨 씨, 당신이 의뢰한 회사 설립이 모두 완료되었습니다. 총 12개 회사입니다. 각 회사의 명의는 모두 다른 인물로 되어 있습니다. 추적은 불가능합니다.”
변호사는 서류 더미를 파벨 앞으로 밀었다. 파벨은 서류를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각 회사의 주주 명단에는 그가 전혀 들어본 적 없는 이름들이 적혀 있었다. 그의 임무는 이 회사들을 관리하고, 자금을 이동시키는 것이었다. 그는 자신이 어떤 범죄에 연루되어 있는지 점점 더 잘 알고 있었다.
“자금 이체는 어떻게 진행하면 됩니까?”
“저희가 대행해 드립니다. 물론 수수료는……”
“알고 있습니다. 기존 계약대로 하면 됩니다.”
파벨은 서류에 서명했다. 그의 펜 끝이 종이 위를 미끄러질 때마다, 그의 마음은 조금씩 무거워졌다.
그날 밤, 그는 호텔 방에서 잠들지 못했다. 그는 발코니에 서서 지중해의 밤바다를 바라보았다. 달빛이 바다 위에 은빛 물결을 일렁이게 했다.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그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그는 신도들의 구원을 위해 일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가 건드리고 있는 것은 구원이 아니라, 거대한 탐욕의 그물이었다.
2002년 봄, 취리히.
파벨은 스위스 국립은행의 VIP 라운지에 앉아 있었다. 그의 맞은편에는 은행의 부지점장이 앉아 있었다. 벽에는 고가의 그림이 걸려 있었고, 바닥은 붉은 융단으로 덮여 있었다.
“파벨 씨, 귀하의 계좌는 모두 개설되었습니다. 총 8개 계좌입니다. 각 계좌의 명의는 모두 다른 페이퍼 컴퍼니로 되어 있습니다.”
은행원은 서류를 건넸다. 파벨은 서류를 받아 읽었다. 각 계좌의 잔고는 최소 5백만 달러에서 최대 2천만 달러까지 다양했다. 모두 태양의 도시에서 벌어들인 수익금이었다.
“이 계좌들의 자금은 어떻게 운용하면 됩니까?”
“고객님의 지시에 따릅니다. 투자, 이체, 현금 인출. 모두 가능합니다.”
파벨은 잠시 생각했다.
“일단은 그대로 두세요. 앞으로 지시가 있을 때까지.”
그는 서류에 서명했다. 그의 손이 약간 떨렸다. 그는 이미 너무 깊이 들어와 있었다. 돌아갈 수 없는 지점에 와 있었다.
그날 밤, 그는 취리히 호숫가를 걸었다. 물결이 조용히 기슭을 때렸다. 하늘에는 별이 가득했다. 그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교주님, 저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그는 중얼거렸다. 대답은 없었다.
2002년 여름, 태양의 도시.
파벨은 태양의 도시로 돌아왔다. 비사리온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잘했어. 너는 나의 가장 충성스러운 사도야.”
비사리온은 파벨의 어깨를 두드렸다. 파벨은 고개를 숙였다. 그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지만, 그의 눈에는 텅 빈 무언가가 있었다.
“교주님, 저는 한 가지 여쭙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무엇인가?”
“저희의 자금이…… 정말 올바르게 사용되고 있는 것입니까?”
비사리온의 표정이 굳어졌다.
“너는 나를 의심하는가?”
“아닙니다. 다만……”
“그만해. 너는 너의 일에 집중해. 그것이 너의 구원이다.”
비사리온은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갔다. 파벨은 혼자 남겨졌다. 그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의 어깨가 떨렸다.
그날 밤, 그는 사무실에서 회계 장부를 다시 검토했다. 그는 모든 숫자를 추적했다. 목재 판매 수익, 수공예품 수출 대금, 신도들의 자발적 기부금. 그리고 그 돈이 어떻게 페이퍼 컴퍼니를 거쳐 해외 계좌로 이동하는지.
그는 깨달았다. 이 모든 것은 거대한 사기극이었다. 그는 그 사기극의 한복판에 서 있었다.
그는 선택해야 했다. 계속 침묵할 것인가, 아니면 진실을 말할 것인가.
2002년 가을, 태양의 도시.
파벨은 비사리온 앞에 섰다. 그의 손에는 한 권의 회계 장부가 들려 있었다. 그 장부에는 모든 진실이 기록되어 있었다.
“교주님, 저는 더 이상 침묵할 수 없습니다. 저희의 자금이 어디로 가는지, 신도들에게 알려야 합니다.”
비사리온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너는 반역을 꾀하는 것이냐?”
“아닙니다. 저는 단지……”
“그만해. 너에게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첫째, 이 장부를 불태우고, 지금처럼 충성스러운 사도로 남는 것. 둘째……”
그는 말을 멈추었다. 그의 눈에는 위협이 담겨 있었다.
파벨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는 알고 있었다. 그의 선택이 그의 운명을 결정할 것이다.
당신의 선택은? (1차 분기점)
이제 파벨은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운명을 결정해야 할 기로에 섰습니다. 당신의 선택에 따라 파벨은 움직입니다.
[선택 1] 장부를 불태우고, 비사리온의 충성스러운 사도로 남는다.
[선택 2] 진실을 공개하고, 신도들과 함께 비사리온에 맞선다.
(※ 선택하신 분기점의 다음 화를 결제하시면 파벨의 잔혹한 운명이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