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의 그림자 러시아편 #002] 시베리아의 태양, 조작된 구원자 – 제2화: 침엽수림의 거대 자본 공장

제2화: 침엽수림의 거대 자본 공장

1996년, 크라스노야르스크 지역, 태양의 도시.

시베리아의 겨울은 혹독했다. 영하 40도. 숨을 쉴 때마다 눈썹과 속눈썹에 얼음이 맺혔다. 하지만 태양의 도시 안은 달랐다. 거대한 온실 안에서는 토마토와 오이가 자라고 있었고, 작업장 안에서는 통나무집을 짓는 목수들의 망치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우리는 자급자족합니다. 외부 세계의 도움 없이도 삽니다.”

비사리온의 사도인 ‘파벨(Pavel)’이 방문객들에게 말했다. 하지만 그의 말 뒤에는 다른 현실이 숨어 있었다.

세르게이는 통나무집 공장의 생산 일지를 검토하고 있었다. 목재는 현지에서 벌목했지만, 가공 장비는 독일에서 들여온 것이었다. 톱, 대패, 연마기. 모두 최신식이었다.

“이 장비들, 값이 얼마나 들었어?”

“비사리온 교주님께서 직접 수입하셨습니다. 가격은 모릅니다.”

관리인의 대답은 항상 모호했다. 세르게이는 의심을 품었지만,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는 이미 공동체의 분위기를 알고 있었다. 너무 많은 질문은 곤란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었다.

그날 밤, 세르게이는 공장 창고를 몰래 살펴보았다. 창고 안에는 가공된 목재 제품들이 가지런히 쌓여 있었다. 의자, 탁자, 침대 프레임. 모두 정교한 솜씨였다. 포장 상자에는 러시아어 외에도 독일어, 영어, 프랑스어로 된 설명서가 붙어 있었다.

‘이 물건들이 어디로 가는 거지?’

그는 상자에 적힌 주소를 적어두었다. 함부르크, 밀라노, 리옹. 모두 유럽의 주요 도시들이었다.

1997년, 모스크바.

세르게이는 비사리온의 허락을 받아 모스크바로 파견되었다. 임무는 공동체에서 생산한 수공예품의 판로를 개척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 뒤에 숨겨진 진실을 알고 싶었다.

“세르게이 씨, 저희 회사는 당신의 제품에 매우 관심이 있습니다.”

한 유럽 바이어가 말했다. 그는 스위스에서 온 중개인이었다.

“당신의 제품은 품질이 좋습니다. 하지만 가격이 너무 높아요. 시장 가격의 두 배입니다.”

“그 가격에는 저희 공동체의 정신적 가치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세르게이는 기계적으로 대답했다. 그는 이미 이런 대화에 익숙했다. 공동체의 제품은 결코 시장 가격으로 거래되지 않았다. 항상 두 배, 세 배의 프리미엄이 붙었다. 그 프리미엄은 어디로 갈까. 그는 생각했다.

계약이 체결된 후, 세르게이는 바이어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당신은 비사리온 교주님을 아십니까?”

바이어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런 질문은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를 떴다. 세르게이는 혼자 남겨졌다. 그는 생각했다. 이 유통망 뒤에는 분명 더 큰 무언가가 숨어 있다.

1998년, 태양의 도시.

공동체의 수공예품 생산은 점점 더 체계화되고 있었다. 목공 작업장, 직조 작업장, 도자기 작업장. 각 작업장에는 책임자가 있었고, 책임자는 비사리온에게 직접 보고했다.

“이번 분기 생산량은 작년 대비 30% 증가했습니다. 판매량도 20% 늘었습니다.”

파벨이 보고했다. 비사리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표정은 무표정했다.

“수익금은 어떻게 처리했나?”

“70%는 해외 계좌로, 20%는 공동체 운영비로, 나머지 10%는 신도들 중 특별히 공로가 있는 자들에게 분배했습니다.”

“분배 명단을 보여줘.”

파벨은 서류를 건넸다. 비사리온은 서류를 훑어보았다. 그의 눈에 띈 이름들은 모두 충성스러운 신도들이었다. 세르게이의 이름은 없었다.

“세르게이는 어떤가? 그는 모스크바에서 잘하고 있나?”

“네. 그는 계약을 성사시키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하지만?”

“그는 너무 많은 질문을 합니다. 유통망의 실체에 대해, 자금의 흐름에 대해.”

비사리온은 잠시 생각했다.

“그를 주시해. 그가 선을 넘으면……”

그는 말을 마치지 않았다. 파벌은 그의 뜻을 이미 알고 있었다.

1999년, 모스크바.

세르게이는 드디어 자금의 흐름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그는 은행 계좌 내역을 입수했고, 페이퍼 컴퍼니의 실체를 알아내기 시작했다. 그의 조사는 점점 깊어져 갔다.

“이 계좌들은 모두 같은 최종 수령처로 연결됩니다. 사이프러스, 그 다음에는…… 스위스.”

그는 그의 조사 노트에 적었다. 그는 알고 있었다. 이 정보는 위험했다. 하지만 그는 멈출 수 없었다.

어느 날, 그는 파벨에게 전화를 걸었다.

“파벨, 나는 알아냈다. 우리의 수익금이 어디로 가는지.”

“어디지?”

“사이프러스를 거쳐 스위스 은행으로. 그리고 그 계�주의 이름은……”

그는 말을 멈추었다. 전화 너머에서 파벌의 목소리가 차가워졌다.

“세르게이, 그만 조사해. 이것은 명령이다.”

“하지만……”

“그만하라고!”

전화가 끊겼다. 세르게이는 전화기를 손에 쥔 채 오랫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그의 이마에는 땀이 맺혀 있었다.

며칠 후, 그는 모스크바에서 사라졌다. 그의 아내와 딸도 함께였다. 공동체는 그들이 자발적으로 떠났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아무도 그들의 행방을 알지 못했다.

2000년, 태양의 도시.

세르게이가 떠난 후, 공동체의 분위기는 더욱 경직되었다. 누구도 더 이상 자금의 흐름에 대해 묻지 않았다. 그들은 그저 주어진 일을 할 뿐이었다. 목재를 자르고, 제품을 만들고, 포장하고, 배송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거대한 자본 기계의 톱니바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파벌은 세르게이의 빈자리를 메웠다. 그는 모스크바로 가서 유통망을 관리했다. 그는 질문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명령을 따랐다. 그것이 충성의 길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파벨, 너는 잘하고 있다. 너는 나의 가장 충성스러운 사도다.”

비사리온이 그에게 말했다. 파벨은 고개를 숙였다. 그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다. 하지만 그의 눈에는 텅 빈 무언가가 있었다.

그날 이후, 태양의 도시는 더욱 조용해졌다. 사람들은 웃었지만, 그 웃음은 진심이 아니었다. 그들은 일했지만, 그 일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알지 못했다.

공장은 계속해서 돌아갔다. 자금은 계속해서 흘러갔다. 그리고 비사리온의 계좌는 계속해서 불어났다.

그들은 자신들의 손으로 건설한 제국 안에서, 조용히 무너져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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