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그림자 그리스편 #001] 0에 수렴하는 비명 – 2화: 잔여 시간

[유럽의 그림자 그리스편 #001] 0에 수렴하는 비명 – 2화: 잔여 시간

오전 6시 50분. 니코스는 24개의 철제 계단을 올랐다. 난간에 손바닥이 닿을 때마다 녹 조각이 떨어져 콘크리트 바닥에 쌓였다. 3층 통제실 문을 열자 형광등 6개 중 2개가 3초 늦게 점등되며 깜빡였다. 안정기에서 미세한 전자음이 들렸다. 그는 14번 모니터 앞에 앉으며 보온병을 책상 왼쪽 모서리에 내려놓았다. 뚜껑을 열자 김이 올라왔다.

화면 속 방. 침대, 세면대, 변기, 벽에 달린 15인치 모니터. 천장 돔 카메라의 붉은 표시등. GR-0214는 침대에 앉아 무릎을 팔로 감싸고 있었다. 시선은 카메라를 향했고, 초점은 없었다. 그녀의 오른쪽 광대뼈 옆에 작은 점이 있었다. 니코스는 그 점을 전에도 본 적이 있는지 떠올리려다가 관뒀다.

오른쪽 패널: 시청자 수 891명, 이탈률 84%, 반응 점수 0.1, 잔여 시간 65시간 12분. 야간 로그에 따르면 GR-0214는 7시간 22분 동안 수면 상태였고, 심박수는 분당 51회까지 내려갔다. 기상 후 1시간 8분 동안 움직임 없음, 발화 없음.

니코스의 키보드 소리가 통제실에 울렸다. ‘1일차 경과. 반응 없음. 수익 없음.’ 화면의 텍스트가 깜빡이고 저장되었다.

오전 7시 3분. 시스템 알림: E-2 프로토콜 개시. 시청자 댓글을 대상자 방 내부 모니터에 실시간 노출. 니코스가 명령을 입력하자 GR-0214의 방 벽에 붙은 15인치 모니터가 켜졌다. 검은 바탕 위로 흰 글자들이 초당 8건씩 스크롤되기 시작했다.

‘표정이 왜 저래’ ‘울지도 않네’ ‘지난주 저 방 여자는 유리창에 머리 박았는데’ ‘돈 냈으면 뭘 해야지’ ‘눈 깜빡이기나 해’ ‘폐기당하면 어떻게 되는지 아는 사람’ ‘3등급이 제일 재밌다던데’

GR-0214의 시선이 벽면 모니터로 움직였다. 4초 동안 글자들을 응시한 뒤, 다시 카메라로 시선을 돌렸다. 입술은 다물려 있었고 턱 근육은 이완되어 있었다. 손가락은 무릎 위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시청자 수 1,200명. 니코스는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두 시간이 지났다. 채팅 누적 건수는 12,000을 넘겼다. GR-0214가 침대에서 일어나 세면대까지 네 걸음을 걸어갔다. 수도꼭지를 틀자 물소리가 8초 동안 지속되었다. 그녀는 거울을 들여다보며 15초 동안 자신의 얼굴을 응시했다. 물기를 닦지 않았다. 다시 침대로 돌아가 앉았다.

벽면 모니터에는 그리스어, 영어, 이탈리아어, 터키어가 뒤섞여 흐르고 있었다. ‘거울 봤다’ ‘자기 얼굴 보고 뭘 생각하냐’ ‘아무 생각도 안 할걸’ ‘이미 끝났어’ ‘반응 나올 때까지 티켓 유지 중’ ‘오늘은 울까’

그녀의 동공이 벽면 모니터로 다시 이동했다. 7초. 그리고 카메라로 복귀. 표정 변화는 없었다.

오전 11시 21분. 시스템이 동공 움직임 2회를 ‘잠재적 반응 전조’로 재분류했다. 프리미엄 티켓이 발행되고 가격은 3.99유로였다. 시청자 중 920명이 구매했다. 채팅 속도가 초당 17건으로 빨라졌다.

‘티켓 샀다’ ‘오늘은 진짜 울 것 같음’ ‘저 무표정이 무너지는 순간을 보는 게’ ‘작년에 다른 년은 3일 무표정 유지하다 4일째 비명 질렀는데’ ‘폐기 통보 받은 지 21시간’ ’51시간 남았네’

GR-0214의 왼쪽 검지가 무릎 위에서 2mm 움직였다. 지속 시간 0.5초. 알고리즘이 즉시 감지했고 카메라가 검지로 줌인되었다. 화면 우측에 ‘움직임 감지’ 알림이 떠올랐다. 시청자 수 3,400명. 티켓 180장 추가 판매.

‘손가락 움직였다’ ‘그걸로 티켓을 팔아?’ ‘너도 샀잖아’ ‘진짜 반응은 언제 나오냐’

니코스의 키보드가 다시 울렸다. ‘2차 티켓. 반응 점수 0.2. 검지 움직임 1회.’ 저장. 그가 보온병을 집어 들었을 때 무게는 320g이었다. 빈 보온병. 그는 새 커피를 타지 않고 보온병을 제자리에 내려놓았다.

오후 2시 17분. 24시간 경과. 시스템 알림: 반응 점수 0.2, 목표치 5.0 미달. 잔여 48시간 내 미회복 시 폐기. 폐기 가능성 96%. 이어서 두 번째 알림. R-7 패키지 승인.

니코스는 보안 채널을 열었다. 암호화 파일 로드 12초.

R-7. 급속 반응 유도 패키지. 1단계: 실내 온도 상승, 현재 24도에서 목표 36도까지 시간당 3도씩 점진 적용. 2단계: 조명 밝기 1,200럭스에서 2,400럭스까지 30분 간격으로 상승. 3단계: 천장 스피커를 통한 백색 소음 출력, 65데시벨, 20kHz 대역. 4단계: 소등 시간 삭제 및 취침 금지. 5단계: 식수 공급량 50% 감축. 목적: 수면 박탈과 감각 과부하를 통한 심리적 방어 체계 붕괴. 과거 적용 47건, 성공률 100%, 평균 반응 도출 시간 19시간. 반응 유형: 울음 68%, 비명 23%, 자해 시도 7%, 기도 2%.

니코스는 파일을 닫았다. 메시지 전송 창을 열었다. GR-0214에게 보낼 내용은 없었다. 시스템이 모든 환경 제어를 자동 실행할 예정이었다. 빈 입력 창을 15초 동안 바라본 뒤 창을 닫았다.

14번 화면에서 GR-0214는 여전히 앉아 있었다. 벽면 모니터에는 댓글이 초당 12건으로 계속 흐르고 있었다. ‘폐기까지 48시간’ ‘카운트다운’ ‘이제 진짜 시작’ ‘폐기 직전까지 본다’ ‘폐기 장면도 중계되냐’ ‘3등급은 중계 안 된다는 소문’ ‘아쉽네’

니코스는 발로 쓰레기통을 밀었다. 어제 떨어뜨린 종이컵이 바닥에 굴러다니고 있었다. 줍지 않았다.

오후 5시 41분. R-7 1단계가 실행되었다. GR-0214의 방 온도가 24도에서 상승을 시작했다. 목표까지 4시간이 소요될 예정이었다. 니코스의 화면에는 생체 데이터 그래프가 실시간으로 갱신되고 있었다.

체온 36.2도에서 36.5도로 상승. 심박수 분당 56회에서 61회로 상승. 피부 전도도 3.1μS에서 4.8μS로 상승. GR-0214의 이마에 땀방울이 맺혔다. 오른쪽 관자놀이에서 한 방울이 흘러내려 턱선을 따라 목으로 스며들었다. 그녀는 손을 들어 손바닥으로 이마를 한 번 쓸어내렸다. 2초.

시청자 수 4,100명. 티켓 구매율 62%. ‘땀 닦았다’ ‘움직임 2회째’ ‘이제 반응 나오나’ ‘덥겠다’ ’36도까지 올리면 어떻게 되냐’ ‘지켜보면 안다’

GR-0214가 다시 세면대로 걸어갔다. 수도꼭지를 틀고 손에 물을 받아 얼굴을 세 번 적셨다. 물기가 턱에서 떨어져 바닥에 닿았다. 그녀는 침대로 돌아가 앉았다. 이번에는 무릎을 감싸지 않았다. 팔은 옆구리에 붙이고 손은 허벅지 위에 올려놓았다. 시선은 카메라를 향했고, 초점은 여전히 없었다.

실내 온도 27도. 체온 36.8도. 심박수 분당 68회. 피부 전도도 6.2μS.

‘무릎 안 감쌌다’ ‘자세 바뀜’ ‘풀리는 건가’ ‘포기한 건가’ ‘둘 다일 수도’

니코스의 키보드가 짧게 울렸다. ‘R-7 개시. 온도 상승 중. 발한. 자세 변화. 발화 없음. 반응 점수 0.2 유지.’ 저장. 화면 속 방의 온도는 계속 오르고 있었다.

오후 6시 48분. 야간 교대 전환 시간. 14번 화면의 밝기가 30% 줄어들었다. GR-0214의 젖은 머리카락이 목 뒤에 달라붙어 있었다. 실내 온도는 28도. 그녀는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었다.

니코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허리 통증이 3초 동안 이어졌다. 그가 통제실 문까지 열두 걸음을 걸어가는 동안에도 화면 속 방의 온도는 오르고 있었다. 문 앞에서 멈추어 14번 화면을 바라보았다. 10초. GR-0214의 이마에 새로운 땀방울이 맺히고 있었다. 니코스는 고개를 돌리고 문을 열었다.

복도의 공기는 차가웠다. 통제실보다 15도 이상 낮았다. 철제 계단을 내려가는 동안 니코스의 셔츠 소매가 팔뚝에 달라붙었다. 24계단. 주차장까지 80미터. 바다 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콘크리트 벽의 틈새로 들이닥쳤다.

그는 피아트 푼토에 올랐다. 시동을 걸자 엔진 회전수가 1,100rpm에 도달했다. 잔여 시간 41시간 29분. 기어를 넣고 출발했다.

8킬로미터 거리. 아파트에 도착해 48계단을 올랐다. 방에 들어가 문을 닫았다. 책상 앞 의자에 앉아 보온병을 집었다. 빈 보온병. 내려놓았다. 침대에 누웠다. 형광등을 껐다.

어둠 속에서 천장을 바라보았다. GR-0214의 방 온도는 지금쯤 29도를 넘어 계속 오르고 있을 것이다. 네 시간 뒤면 36도에 도달한다. 조명은 밤새 꺼지지 않을 것이고, 백색 소음은 계속 출력될 것이며, 물은 더 이상 충분히 공급되지 않을 것이다.

니코스는 눈을 감았다. 41시간 3분이 남아 있었다. 그의 심박수는 분당 67회였다. 8킬로미터 떨어진 폐창고에서, GR-0214의 심박수는 분당 68회로 뛰고 있었고, 그녀의 방 온도는 29도를 막 넘어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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