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정비공의 아침
오전 6시 52분. 니코스는 피레우스 항구에서 300미터 떨어진 폐창고의 철제 계단을 올랐다. 계단은 녹이 슬어 있었고, 한 걸음 디딜 때마다 구조물 전체가 삐걱거렸다. 바다 냄새와 경유 냄새가 뒤섞인 아침 공기가 콘크리트 벽의 금 간 틈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그는 3층 통제실의 문을 열었다. 방 안은 형광등 불빛으로 가득 차 있었다. 창문은 없었다. 벽면에는 32대의 모니터가 8×4 배열로 걸려 있었고, 각 화면은 서로 다른 방을 비추고 있었다. 방들은 하나같이 좁고, 창문이 없으며, 침대와 세면대만이 놓여 있었다. 그리고 각 방에는 한 명의 인간이 있었다. 대부분 여성이었고, 몇 명은 남성이었다. 그들은 모두 20대에서 40대 사이였다.
니코스는 14번 모니터 앞에 앉았다. 의자는 인조가죽이 닳아 없어져 스펀지가 드러나 있었다. 그는 커피가 담긴 보온병을 책상 모서리에 내려놓고, 키보드 위에 손가락을 올렸다. 손가락 마디는 퇴행성 관절염으로 약간 굽어 있었다. 58세. 아테네 시청에서 회계 공무원으로 일하다가 경제 위기에 모든 것을 잃은 지 14년째였다.
화면에는 젊은 여성이 비춰지고 있었다. 검은 머리카락, 창백한 피부, 오른쪽 광대뼈 옆의 작은 점. 시스템에 등록된 이름은 ‘엘레니’였다. 등록 번호는 GR-0214. 나이는 24세. 채무 잔액은 47,300유로. 계약 기간은 36개월. 현재까지 상환액은 1,200유로.
엘레니는 침대에 앉아 무릎을 팔로 감싸고 있었다. 시선은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고 있었지만, 초점은 맞지 않았다. 그녀는 움직이지 않았다. 울지도, 기도하지도, 입술을 깨물지도 않았다. 그저 앉아 있을 뿐이었다. 니코스는 그 모습을 30초 동안 바라보았다.
모니터 오른쪽에는 실시간 데이터 패널이 떠 있었다. ‘시청자 수: 1,247명’, ‘분당 평균 시청 시간: 2.3분’, ‘이탈률: 78%’, ‘반응 점수: 0.4/10.0’. 반응 점수 옆에는 작은 붉은 화살표가 아래를 향하고 있었다. 지난주에는 0.7이었다. 지지난주에는 1.2였다.
니코스는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뜨거운 액체가 목을 타고 내려갔다. 그는 마우스를 움직여 엘레니의 방으로 전송할 메시지 창을 열었다. 키보드를 두드렸다.
‘GR-0214. 반응 점수 하락. 시청자 이탈률 증가. 오늘 방송에서 감정 반응을 유도할 것. 권장 시나리오: B-7(절망).’
전송 버튼을 누르자, 엘레니의 방에 설치된 작은 스피커에서 합성 음성이 울렸다. 엘레니는 반응하지 않았다. 그녀의 눈동자는 여전히 초점이 없었고, 손가락은 무릎 위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니코스는 빈 종이컵을 구겨 쓰레기통에 던졌다. 그리고 다시 모니터를 응시했다. 시청자 수는 1,189명으로 떨어져 있었다. 이탈률은 82%였다. 반응 점수는 여전히 0.4였다. 붉은 화살표는 여전히 아래를 향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무엇을 느끼는지 생각하지 않았다. 생각하는 것은 그의 업무가 아니었다. 그의 업무는 데이터를 확인하고, 메시지를 전송하고, 반응을 유도하며, 수익성을 수치로 환산하는 것이었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적어도 스스로는 그렇게 믿고 있었다. 14년째.
오전 9시 14분. 첫 번째 교대조의 근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간이었다. 통제실에는 니코스 외에 3명의 관리자가 더 있었다. 그들은 각자 8대의 모니터를 담당하며, 할당된 방들의 반응 점수와 시청자 지표를 모니터링하고 있었다. 대화는 없었다. 키보드 소리와 모니터의 낮은 웅웅거림만이 방 안에 울렸다.
니코스는 14번 모니터의 데이터 로그를 열었다. 엘레니의 계약 정보가 화면에 떠올랐다. 그녀는 18개월 전에 첫 대출을 받았다. 금액은 2,000유로. 대부업체는 ‘메디테라니안 크레딧’이라는 이름이었지만, 니코스는 그 이름이 페이퍼 컴퍼니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실제 자금은 피레우스 항구의 무역 회사를 위장한 사채 카르텔에서 나왔다.
2,000유로는 6개월 만에 연체 이자와 중첩 수수료로 8,500유로가 되었다. 엘레니는 상환 능력을 상실했고, 그때 카르텔은 ‘대안적 계약’을 제시했다. 자신의 초상권과 개인 데이터를 담보로 제공하고, 일정 기간 동안 지정된 방에서 생활하며,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일상을 송출하는 것. 그 대가로 기존 채무는 동결되고, 방송 수익의 30%가 상환액으로 적립된다는 조건이었다.
니코스는 이 계약이 처음 제시될 때의 서류를 기억했다. 47페이지 분량의 법률 문서. 제3조 7항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계약자는 자신의 일체의 영상, 음성, 생체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수집, 저장, 유통되는 것에 동의한다.’ 제12조 4항. ‘계약자가 방송 의무를 불이행할 경우, 채무는 원금과 이자를 포함하여 즉시 전액 변제 대상이 된다.’ 제21조 1항. ‘계약 기간 만료 시까지 상환이 완료되지 않을 경우, 계약은 자동 갱신된다.’
엘레니가 서명한 지 12개월이 지났다. 그녀가 갚은 돈은 1,200유로. 남은 채무는 47,300유로였다. 자동 갱신까지 24개월이 남아 있었다. 그러나 니코스는 알고 있었다. 엘레니가 계약 기간 안에 이 돈을 갚는 것은 수학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30%의 수익 배분으로는 원금의 이자조차 충당할 수 없었다. 그녀는 영원히 이 방에서 나갈 수 없도록 설계된 구조 속에 갇혀 있었다.
그는 이 사실을 안타깝게 여기지 않았다. 안타까움은 수치로 환산할 수 없었고, 수치로 환산할 수 없는 것은 이 방에서 의미가 없었다. 그는 그저 데이터를 읽고, 보고서를 작성하고, 메시지를 전송할 뿐이었다. 스스로를 ‘정비공’이라고 부른 것은 그런 이유에서였다. 정비공은 기계의 상태를 점검하고, 고장 난 부품을 교체한다. 기계에 대해 연민을 느끼지 않는다. 그것이 그가 14년 동안 이곳에서 살아남은 비결이었다.
오전 11시 42분. 엘레니의 방송에 변화가 생겼다. 카메라가 자동으로 줌인되어 그녀의 얼굴을 클로즈업했다. 알고리즘이 ‘감정 반응 가능 구간’을 감지한 것이었다. 보통은 피사체가 입술을 깨물거나, 눈물을 흘리거나, 손을 떨 때 알고리즘이 반응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엘레니는 여전히 무표정이었다. 그런데도 알고리즘은 그녀의 얼굴을 확대했다.
니코스는 이유를 확인하기 위해 데이터 패널을 스크롤했다. 생체 신호 분석 로그가 떠올랐다. 방에 설치된 센서들이 엘레니의 심박수, 체온, 동공 반응을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있었다. 심박수는 분당 58회. 지난주에는 62회였다. 체온은 36.1도. 지난주에는 36.4도였다. 동공 반응은 거의 없었다.
알고리즘이 ‘감정 반응 가능 구간’으로 분류한 것은 바로 이 수치들의 하락 패턴이었다. 엘레니는 점점 더 무감각해지고 있었고, 알고리즘은 그 무감각을 ‘잠재적 극적 반응 직전의 징후’로 해석했다. 마치 폭풍 전의 고요처럼, 무표정이 무너지기 직전의 순간을 포착하려는 것이었다.
시청자 수가 갑자기 상승하기 시작했다. 1,203명에서 2,856명으로, 다시 4,100명으로. 채팅 창에는 그리스어, 영어, 독일어 댓글이 빠르게 스크롤되고 있었다. ‘이제 곧 운다’, ‘저 표정 봐, 완전히 깨졌어’, ‘작년에 저 방에 있던 여자는 유리창에 머리를 박았지’, ‘오늘은 뭔가 나올 것 같아’.
니코스는 그 댓글들을 읽으며 보온병의 뚜껑을 열었다. 커피는 이미 식어 있었다. 그는 미지근한 액체를 삼키며 시청자 수가 5,000명을 돌파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알고리즘이 자동으로 엘레니의 방송에 ‘프리미엄 티켓’을 발행했다. 이 방송을 시청하기 위해서는 1인당 2.99유로를 결제해야 했다. 5,000명 중 1,800명이 티켓을 구매했다. 5,382유로가 30초 만에 창출되었다.
엘레니는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녀의 방에는 시청자 수나 수익이 표시되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카메라 앞에 앉아 있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무표정은 계속되었다.
니코스는 보고서 창을 열어 오늘의 수익 데이터를 입력했다. ‘GR-0214: 11시 42분, 프리미엄 티켓 발행, 1,800장 판매, 수익 5,382유로, 반응 점수 0.3/10.0.’ 반응 점수는 더 떨어져 있었다. 붉은 화살표는 여전히 아래를 향하고 있었다. 그러나 오늘의 수익은 이미 지난주 전체 수익을 넘어섰다. 니코스는 이 모순에 대해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생각하는 것은 그의 업무가 아니었다.
오후 2시 17분. 니코스는 시스템으로부터 새로운 지시를 받았다. 모니터 구석의 관리자 알림 창에 붉은 글씨로 메시지가 떠올랐다.
‘GR-0214. 반응 점수 7일 연속 하락. 시청자 이탈률 80% 이상 유지. 프리미엄 전환율 36%로 단기 수익은 양호하나, 장기 반응 부재로 인한 구독자 이탈 가능성 높음. 조치: 감정 반응 강화 프로토콜 C-4(협박) 개시. 대상자의 가족 관계 데이터를 활용할 것.’
니코스는 메시지를 읽고 키보드에서 손을 떼었다. 그의 손가락이 허벅지 위에서 살짝 움직였다. C-4 프로토콜. 그는 이 프로토콜을 지난 3년 동안 열두 번 실행한 적이 있었다. 대상자에게 가족이나 연인의 신변을 위협하는 메시지를 전송하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경우, 대상자는 몇 시간 안에 무너졌다. 울거나, 애원하거나, 비명을 지르거나, 카메라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그 반응은 항상 높은 수익을 창출했다.
그러나 엘레니의 경우는 달랐다. 그녀에게는 협박할 만한 가족이 남아 있지 않았다. 그녀의 계약 파일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아버지: 2018년 사망(심근경색). 어머니: 2021년 사망(간암). 오빠: 2022년 실종, 해외 도피 추정. 연인: 없음. 긴급 연락처: 없음.’
니코스는 그 정보를 다시 한 번 읽었다. 그리고 시스템에 답신을 보냈다. ‘대상자에게 협박 가능한 가족 관계 부재. C-4 프로토콜 적용 불가.’ 답신을 보내는 데 3분이 걸렸다. 평소보다 2분 더 길었다. 그 이유는 그 자신도 알지 못했다.
시스템은 곧바로 새로운 지시를 내렸다. ‘그렇다면 대안 프로토콜 D-1(폐기 예정 공지) 적용. 대상자에게 반응 점수 회복까지 72시간의 유예 기간을 부여하고, 이후 폐기 절차가 진행됨을 통보할 것.’
폐기. 그 단어는 특정한 의미를 가진 용어였다. 1등급 폐기는 계약 해지와 동시에 일반 채무자로 전환되어 외부 추심 팀에 인계되는 것이었다. 2등급 폐기는 더 깊은 지하 감금 시설로의 이송이었다. 3등급 폐기는 그 외의 방식이었다. 니코스는 3등급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지 못했다. 알고 싶지도 않았다.
그는 메시지 창을 열었다. 그리고 엘레니에게 전송할 문구를 입력하기 시작했다.
‘GR-0214. 시스템 공지. 귀하의 반응 점수가 7일 연속 기준치를 하회하였습니다. 72시간 이내에 반응 점수가 5.0 이상으로 회복되지 않을 경우, 계약 17조에 의거하여 폐기 절차가 개시됩니다. 이는 귀하의 채무 상환 기회가 완전히 소멸됨을 의미합니다. 반응 점수 회복을 위한 권장 행동: 울기, 애원하기, 분노 표출, 자해 제스처, 기도. 이상의 행동 중 하나를 선택하여 실행하십시오.’
니코스는 전송 버튼을 5초 동안 응시했다. 그리고 눌렀다.
엘레니의 방 스피커에서 합성 음성이 메시지를 읽어 내려갔다. 엘레니는 여전히 침대에 앉아 있었다. 그녀의 눈동자는 메시지가 끝난 후에도 변하지 않았다. 그녀는 카메라를 바라보았다. 10초. 20초. 30초. 그리고 그녀는 천천히 몸을 기울여 침대에 누웠다. 얼굴은 벽을 향했다. 등만이 카메라에 비춰지고 있었다.
시청자 수는 2,300명으로 떨어졌다. 이탈률은 89%였다. 반응 점수는 0.1이었다. 니코스는 보고서 창에 오늘의 마지막 데이터를 입력하고 키보드에서 손을 떼었다. 그의 손가락이 다시 허벅지 위에서 살짝 움직였다. 그는 보온병을 집어 들었다. 커피는 완전히 식어 있었다.
오후 6시 48분. 교대 시간이었다. 니코스는 14번 모니터의 야간 모드 전환을 확인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허리가 뻐근했다. 12시간 동안 앉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통제실 문을 향해 걸어가다가, 잠시 멈추어 14번 화면을 돌아보았다.
엘레니는 여전히 벽을 향해 누워 있었다. 움직임이 없었다. 숨을 쉬고 있는지조차 화면으로는 확인할 수 없었다. 그러나 생체 신호는 여전히 전송되고 있었다. 심박수 분당 54회. 체온 35.9도. 니코스는 그 숫자들을 10초 동안 바라보았다.
그는 문을 열고 복도로 나왔다. 철제 계단을 내려가는 동안, 바다 냄새가 다시 코를 찔렀다. 피레우스 항구의 크레인들이 어둠 속에서 붉은 경고등을 깜빡이고 있었다. 그는 주차장에 세워둔 낡은 피아트 푼토에 올랐다. 시동을 걸자 엔진이 굉음을 내며 떨렸다.
차 안에서 그는 라디오를 켜지 않았다. 침묵 속에서 그는 오늘 하루 동안 자신이 한 일을 곱씹었다. 메시지 전송. 데이터 입력. 보고서 작성. 모든 것은 평소와 같았다. 그러나 오늘, 그가 C-4 프로토콜을 거부하는 데 3분이 걸렸다. 평소보다 2분 더 길었다. 그리고 그 2분은 측정 가능한 수치였다. 그의 업무 효율이 0.3% 하락했음을 의미하는 수치.
그는 이 0.3%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하려다가 멈추었다. 생각하는 것은 그의 업무가 아니었다. 그는 기어를 넣고 차를 출발시켰다. 피레우스의 좁은 골목길을 지나, 아테네 외곽의 낡은 아파트로 향했다. 내일이면 그는 다시 14번 모니터 앞에 앉을 것이다. 다시 엘레니의 반응 점수를 확인하고, 다시 메시지를 전송하고, 다시 보고서를 작성할 것이다.
그러나 그 0.3%의 균열은 이미 생겼다. 그리고 니코스는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적어도 오늘은. 내일이면 알아차릴까. 아니면 영원히 모를까. 차는 어둠 속으로 사라졌고, 피레우스의 밤은 길게 이어졌다. 엘레니는 벽을 향해 누운 채, 54회의 심박수로 천천히 살아 있었다. 그녀의 72시간이 조용히 흘러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니코스의 12년 된 피아트 푼토는 아테네 외곽의 언덕길을 올라가며, 낡은 엔진 소리를 밤공기 속으로 흩뿌렸다. 둘 사이의 거리는 8킬로미터. 8킬로미터와, 14번 모니터 하나. 그 거리는 가까웠다. 아직은 아무도 그 거리를 재려고 하지 않았지만, 72시간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