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금이 가는 일상
세 번째 의식이 끝난 지 이틀째 되는 날, 이네스는 아침부터 욕실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눈 밑의 그늘은 이제 완전히 자리 잡아 마치 얼굴의 일부처럼 보였다. 광대뼈는 옷깃 위로 조금 더 도드라져 있었고, 입술 가장자리는 건조하게 일어나 있었다.
그녀는 수도꼭지를 틀어 찬물을 받았다. 손바닥에 고인 물을 얼굴에 던졌지만, 피로는 씻겨 내려가지 않았다. 수건으로 얼굴을 닦으며 거울 속 자신과 다시 마주했다. 거울 속 여자는 스물넷이 아니라 서른넷처럼 보였다.
페드루는 이미 출근하고 없었다. 식탁 위에는 그가 마시다 만 커피 머그잔이 놓여 있었고, 잔 밑바닥에는 식은 커피가 검은 원형 자국을 남기고 있었다. 그 옆에는 짧은 메모지 한 장이 놓여 있었다.
‘요즘 많이 피곤해 보여. 주말에는 같이 좀 쉬자. 사랑해.’
이네스는 메모지를 집어 들었다. 페드루의 글씨체는 또박또박했고, 마지막 ‘사랑해’라는 단어는 유난히 힘주어 써 내려간 흔적이 있었다. 그녀는 메모지를 반으로 접고, 다시 반으로 접어 쓰레기통에 버리려다가 멈추었다. 그리고 식탁 서랍 깊숙이 밀어넣었다. 버리기에는 죄책감이 너무 컸고, 보관하기에는 그 단어들이 너무 아팠다.
지난 엿새 동안 그녀는 은행에 두 번 더 다녀왔다. 첫 번째는 오백 유로, 두 번째는 또 삼백 유로. 안토니오가 말한 ‘두 번째 층’을 위한 천 유로를 맞추기 위해서였다. 예단 통장의 잔액은 이제 칠백 유로까지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천 유로로 시작했던 그 통장은 불과 몇 주 만에 삼분의 일 토막이 나 있었다. 그녀는 현금인출기 앞에서 잔액을 확인할 때마다 위장이 조여들었다. 칠백 유로. 이 돈이면 앞으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안토니오가 요구하는 금액은 점점 커지고 있었고, 통장 잔액은 그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었다. 돈이 완전히 바닥나는 순간, 그녀는 무엇으로 의식의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것일까.
전화기가 진동했다. 안토니오였다. 요즘 그의 연락은 점점 잦아지고 있었다. 하루에 한 번, 때로는 두 번까지. 짧은 문자였지만, 그 짧음 속에는 언제나 다음 의식을 향한 압박이 숨겨져 있었다.
‘내일 저녁 9시. 준비는 되어 있나요.’
이네스는 답장을 썼다. ‘네. 천 유로 준비했습니다.’ 보내기 전에 그 문장을 세 번 읽었다. 천 유로. 그 숫자가 화면 위에서 낯설게 빛났다. 그녀는 송신 버튼을 누르고 전화기를 식탁 구석으로 밀어놓았다. 진동이 다시 울릴 때마다, 그녀는 전화기 쪽으로 손을 뻗지 않았다. 손을 뻗는 대신 의자에 앉은 채로, 마치 달궈진 칼날이 살을 찌르는 듯한 공포를 느끼며 전화기를 멀찍이 바라보았다. 그 진동 소리가 멈출 때까지 그녀는 숨도 쉬지 않고 기다렸다.
부엌으로 나가 싱크대에 쌓인 접시들을 정리했다. 물줄기가 접시에 부딪히는 소리가 공허하게 울렸다. 접시를 닦으며 그녀는 최근 며칠 사이 자신의 일상이 어떻게 변했는지 생각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이 안토니오의 메시지였다. 잠들기 전 마지막으로 떠올리는 것도 그의 목소리였다. 페드루와의 대화는 점점 짧아졌고, 어머니에게 전화하는 횟수도 줄었다. 그 대신 그녀의 머릿속은 온통 ‘저주’와 ‘의식’과 ‘돈’이라는 세 단어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접시를 건조대에 올려놓으며 문득 깨달았다. 자신의 삶이 이제 완전히 두 개의 분리된 세계로 쪼개져 있다는 것을. 하나는 페드루와의 결혼 생활, 어머니의 병환, 평범했던 스물넷의 일상이 존재하는 세계. 다른 하나는 안토니오의 어두운 방, 유향 냄새, 촛불, 그리고 점점 더 커져가는 빚더미가 존재하는 세계. 그 두 세계는 서로를 전혀 모른 채, 그녀 안에서 공존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균형은 언젠가 반드시 깨질 것이라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오후가 되자 그녀는 외출 준비를 했다. 오늘은 어머니를 만나러 가는 날이었다. 어머니는 퇴원 후에도 여전히 기운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고, 이네스는 주기적으로 친정을 방문했다. 하지만 최근 그 방문에는 또 다른 목적이 하나 더해져 있었다. 어머니의 집에 갈 때마다, 그녀는 안토니오가 말한 ‘저주의 뿌리’를 확인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친정은 도시 중심부에서 조금 떨어진 조용한 주택가에 있었다. 이네스가 자란 집이었고,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어머니가 혼자 살고 있는 집이기도 했다. 현관문을 열자 익숙한 냄새가 밀려왔다. 오래된 나무 가구 냄새, 말린 허브 냄새, 그리고 어머니가 항상 피우는 라벤더 향초 냄새.
어머니는 거실 소파에 앉아 뜨개질을 하고 있었다. 이네스가 들어서자 고개를 들어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는 여전히 어딘가 힘이 없었다.
“왔구나. 점심은 먹었니?”
“네, 엄마는요?”
“나도 좀 전에 먹었어. 파티마 할머니가 갖다 준 수프를 데워서.”
이네스는 어머니 맞은편에 앉았다. 소파는 오래되어 앉을 때마다 스프링이 삐걱거렸다. 그녀는 어머니의 얼굴을 살폈다. 얼굴색은 병원에 있을 때보다 조금 나아져 있었지만, 눈동자 깊은 곳에는 여전히 무언가 피로 같은 것이 가라앉아 있었다.
“요즘 몸은 좀 어때요?”
“괜찮아. 그냥 나이 든 사람은 다 이렇지 뭐. 너는 걱정 그만하고 네 남편이나 신경 써.”
어머니가 뜨개질을 멈추고 이네스를 바라보았다. 그 시선이 평소보다 길게 머물렀다.
“너 요즘 살이 좀 빠진 것 같다. 얼굴도 수척해지고. 무슨 일 있니?”
“아니에요. 그냥 좀 피곤해서.”
“페드루랑 무슨 문제 있는 거 아니고?”
이네스는 고개를 저었다. 거짓말이었다. 페드루와의 사이에는 문제가 있었다. 단지 그 문제의 이름을 그녀가 정확히 알지 못할 뿐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 문제의 이름은 안토니오였고, 그 문제의 가격은 천 유로였으며, 그 문제의 실체는 그녀가 아직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두 번째 층’이었다.
“그런데 엄마.”
이네스는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예전에…… 엄마가 젊었을 때, 외할아버지 돌아가시던 날…….”
어머니의 손이 멈추었다. 뜨개질 바늘이 허공에서 정지했다.
“그날 비가 왔었다고 들었는데, 맞아요?”
어머니의 얼굴이 미세하게 굳어졌다. 그것은 거의 감지할 수 없을 만큼 작은 변화였지만, 이네스는 놓치지 않았다.
“누구한테 그런 얘길 들었니?”
“그냥…… 옛날 일이 궁금해서요.”
어머니는 뜨개질 바늘을 무릎 위에 내려놓았다. 그녀의 시선은 창밖으로 향했고, 잠시 침묵이 흘렀다. 벽시계 초침 소리가 거실을 가득 채웠다.
“비가 왔지. 여름 폭풍이었어. 천둥이 치고, 빗줄기가 창문을 때리던 날이었지. 네 외할아버지는 그날 아침까지만 해도 멀쩡했어. 그런데 오후에 갑자기…….”
어머니의 목소리가 가늘어졌다.
“그리고 그다음 해에…….”
이네스가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어머니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내가 유산했던 일이지. 다섯 달째였어. 여자아이였고.”
이네스의 심장이 크게 뛰었다. 안토니오가 말했던 그대로였다. 폭풍, 여자아이, 다섯 달. 그녀는 말하지 않은 것을 안토니오가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 다시 한 번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이제 더 이상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안토니오는 진짜였다.
“그런데 왜 갑자기 그런 걸 묻니?”
어머니의 목소리에는 불안이 섞여 있었다. 이네스는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지었다.
“그냥…… 요즘 들어 옛날 생각이 나서요. 별 뜻은 없어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어머니도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거실의 공기는 방금 전보다 무거워져 있었고, 라벤더 향초의 냄새조차 그 무게를 덜어내지 못했다.
이네스는 그날 오후, 친정을 나서며 현관문 밖에 서서 잠시 숨을 골랐다. 어머니의 입을 통해 확인된 사실들. 안토니오가 맞혔던 그 모든 것들이 실제로 존재하는 과거였다. 그녀의 발밑에서 땅이 살짝 흔들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저주는 실재했다. 그리고 그 저주를 풀 유일한 사람은 안토니오뿐이었다. 그 확신이 그녀를 더욱 단단히 옭아맸다.
다음 날 저녁, 이네스는 천 유로를 코트 안주머니에 넣고 안토니오의 집으로 향했다. 지폐 열 장이 묶인 뭉치는 생각보다 두껍고 무거웠다. 차 안에서 그녀는 몇 번이고 주머니를 만져보며 뭉치가 그대로 있는지 확인했다.
안토니오의 집에는 이번에도 불이 켜져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거실의 불빛이 평소보다 더 어두웠다. 현관문을 열자 평소와 다른 냄새가 났다. 유향 대신, 더 무겁고 더 달콤한 냄새. 밀랍과 오래된 꽃잎을 섞어 태우는 듯한 냄새였다.
거실은 또 한 번 변해 있었다. 촛불은 이제 일곱 개가 아니라 열세 개였다. 원형이 아니라 십자 형태로 배열되어 있었고, 십자의 중앙에는 검은 천이 깔려 있었다. 그 위에는 은색 그릇과 함께, 이네스가 전에 본 적 없는 물건들이 놓여 있었다. 작은 가죽 주머니, 검은 깃털 몇 개, 그리고 무언가 붉은 액체가 담긴 작은 유리병.
안토니오는 검은색 긴 옷을 입고 있었다. 평소의 셔츠와는 달리, 의식용으로 보이는 헐렁한 가운이었다. 목에는 여전히 나무 십자가가 걸려 있었고, 손에는 낡은 성경이 들려 있었다.
“오늘은 두 번째 층을 건드리는 의식입니다.”
그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더 낮고 더 느렸다.
“첫 번째 층을 벗겨내고 보니, 저주의 핵심이 더 선명하게 보입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깊어요. 오늘 의식은 그래서…… 특별한 준비가 필요했습니다.”
이네스는 검은 천 위에 놓인 붉은 액체가 든 병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시선을 따라간 안토니오가 설명했다.
“양의 피입니다. 정화된 것이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오늘 의식에서는 이 피를 사용할 것입니다. 저주가 워낙 강해서, 단순한 물과 소금으로는 두 번째 층을 깰 수 없어요.”
그는 이네스에게 검은 천 중앙에 앉으라고 지시했다. 그녀가 자리를 잡자, 그는 천천히 그녀 주위를 돌기 시작했다. 한 걸음마다 낮은 목소리로 라틴어 같은 주문을 읊조렸다. 그 소리는 이네스의 귀에 익숙하지 않은 언어였지만, 리듬은 기묘하게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었다.
“눈을 감으십시오.”
이네스가 눈을 감자, 안토니오는 양의 피가 든 병을 열었다. 철분 비린내가 유향 냄새를 뚫고 올라왔다. 그는 병을 기울여 자신의 손가락에 피를 묻히고, 이네스의 이마에 작은 십자를 그렸다. 피는 차가웠고, 이마에서 천천히 굳어가기 시작했다.
“이제 당신의 어머니가 보이실 겁니다. 저번보다 더 선명하게. 그분의 상처를, 그분의 고통을, 그리고 그 고통이 당신에게로 이어지는 연결을 보게 될 것입니다.”
이네스는 눈을 감은 채로 어머니의 얼굴을 떠올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얼굴이 전보다 더 흐릿했다. 대신 다른 이미지가 떠올랐다. 안토니오의 얼굴이었다. 그의 눈, 그의 손, 그의 목소리. 어머니보다 더 선명하게, 안토니오의 모습이 그녀의 의식을 지배하고 있었다. 그녀는 이 변화가 두려웠지만, 동시에 그것이 의식의 일부라고 스스로를 설득했다.
의식은 약 삼십 분 동안 이어졌다. 안토니오는 계속해서 주문을 읊조렸고, 촛불은 몇 번이고 일렁였으며, 공기 중의 냄새는 점점 더 진해졌다. 마침내 그가 말했다.
“눈을 뜨십시오.”
이네스가 눈을 떴을 때, 안토니오는 그녀 바로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그의 얼굴은 평소보다 더 가까이 있었다. 그 거리는 이네스가 불편함을 느낄 만큼 가까웠다.
“두 번째 층의 일부가 벗겨졌습니다. 하지만…….”
그의 눈빛이 진지해졌다.
“저주의 핵심은 아직 멀쩡합니다. 오히려 두 번째 층을 건드렸기 때문에, 저주가 스스로를 방어하기 시작했어요. 이제부터는 의식의 강도를 더 높여야 합니다.”
“강도를 높인다는 게…… 무슨 뜻이에요?”
이네스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안토니오는 그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돈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저주는 돈을 먹는 것이 아닙니다. 저주는…… 에너지를 먹습니다. 살아 있는 에너지. 영혼의 에너지. 그리고 그 에너지를 전달하는 가장 강력한 방법은…… 육체를 통하는 것입니다.”
이네스의 위장이 차갑게 조여들었다. 그녀는 안토니오가 무엇을 말하려는 것인지 직감적으로 알았다. 하지만 그 직감을 인정하는 순간, 모든 것이 돌이킬 수 없게 변할 것 같았다.
“무슨……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당신의 몸을 통해 에너지를 전달해야 합니다.”
안토니오의 목소리는 지극히 차분했고, 마치 날씨를 설명하는 것처럼 담담했다.
“이것은 종교적 의식에서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방식입니다. 영적인 에너지는 육체의 접촉을 통해 가장 순수하게 전달됩니다. 특히 생명을 창조하는 행위는 가장 강력한 에너지 교환의 통로입니다.”
이네스는 숨을 쉴 수 없었다. 가슴이 무거운 돌덩이로 눌리는 듯했다.
“그건…… 그건 안 돼요. 저는 결혼했어요. 그런 건…….”
그녀의 목소리는 거의 비명에 가까웠지만, 소리는 기묘하게도 속삭임보다 작았다. 안토니오는 그녀의 반응을 예상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네스.”
그가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이제는 완전히 존칭을 제거한, 마치 오랜 연인처럼 부르는 호칭이었다.
“이것을 섹스라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그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것입니다. 이것은 의식입니다. 치유입니다. 당신의 어머니를 구하고, 당신의 남편을 구하는 행위입니다. 당신이 지금 느끼는 거부감은…… 사실은 저주가 당신 안에서 일으키는 환상입니다. 저주는 스스로 풀려나기를 원하지 않으니까요.”
그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녀의 손바닥은 식은땀으로 축축했다.
“선택은 당신의 몫입니다. 하지만 한 가지만 기억하십시오. 거부하는 순간, 저주는 두 배로 강해집니다. 어머니의 다음 발작이 언제일지…… 그리고 그다음은 페드루일지…… 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그날 밤, 이네스는 어떻게 차를 몰고 집에 도착했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모든 것이 자동으로 이루어진 느낌이었다. 차를 세우고, 시동을 끄고, 현관문을 열고, 신발을 벗고, 침실로 들어가는 모든 동작이 마치 미리 프로그래밍된 로봇처럼 진행되었다.
페드루는 거실에서 자고 있었다. 텔레비전은 켜져 있었고, 화면에는 정체불명의 심야 영화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리모컨이 느슨하게 쥐여 있었고, 커피 테이블 위에는 빈 맥주병 두 개가 놓여 있었다.
이네스는 소리를 내지 않고 침실로 들어갔다. 침대에 앉아 어둠 속에서 안토니오의 말을 반복했다. ‘육체를 통한 에너지 전달.’ ‘가장 강력한 에너지 교환의 통로.’ 그 말들은 그녀의 뇌리에 박혀 떠나지 않았다.
그녀는 페드루에게 이 모든 것을 말할 수 있을까 상상해보았다. ‘여보, 나 요즘 어떤 영매를 만나고 있어. 엄마에게 저주가 내려서 그걸 풀려고 의식을 하고 있어. 벌써 천오백 유로를 썼고, 이제 그 남자가 나랑 자자고 해. 하지만 그건 의식의 일부일 뿐이야.’ 그 상상은 너무 터무니없어서, 생각만으로도 그녀는 헛웃음을 흘릴 뻔했다.
욕실로 가서 샤워를 했다. 이번에도 물을 펄펄 끓는 듯이 뜨겁게 틀었다. 뜨거운 물줄기가 어깨와 등을 때렸다. 그녀는 이마에 그려진 피의 십자가 자국을 손톱으로 긁어내렸다. 손톱 밑으로 검붉은 찌꺼기가 끼었다. 그녀는 그 찌꺼기를 물줄기에 씻어내며, 이 의식의 흔적을 씻어내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느꼈다.
샤워를 마치고 침대에 누웠을 때, 페드루가 뒤척이며 그녀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의 손이 잠결에 그녀의 허리를 감싸왔다. 그 익숙한 손길에 이네스는 온몸이 굳어졌다. 남편의 손과 안토니오의 손이 그녀의 피부 위에서 겹쳐지는 듯한 환각이 들었다. 그녀는 숨을 죽인 채로, 페드루의 손이 떠나기만을 기다렸다.
잠은 오지 않았다. 대신 생각들만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안토니오의 요구를 거부하면 어떻게 될까. 어머니가 다시 쓰러질까. 페드루에게도 저주가 옮을까. 하지만 거부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그건 더 이상 단순한 돈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건 그녀의 몸, 그녀의 결혼, 그녀의 모든 것에 관한 문제였다.
그녀는 새벽 네 시가 넘어서야 겨우 잠들었다. 꿈에서는 안토니오의 거실에 서 있었다. 촛불 열세 개가 타고 있었고, 검은 천이 바닥에 깔려 있었다. 그런데 천 위에 누워 있는 것은 그녀였다. 그리고 안토니오가 그녀 위로 몸을 숙이고 있었다. 그녀는 비명을 지르려고 했지만 입이 움직이지 않았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대신 안토니오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것은 의식입니다. 치유입니다.’
꿈에서 깨어났을 때, 베개는 눈물로 젖어 있었다.
아침이 되었다.
이네스는 식탁에 앉아 차가운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페드루는 이미 출근한 뒤였다. 식탁 위에는 오늘 아침 그가 남긴 메모지가 또 한 장 놓여 있었다.
‘어젯밤에 네가 언제 들어왔는지도 몰랐어. 이번 주말에는 진짜 같이 시간 좀 보내자. 보고 싶어.’
그녀는 메모지를 읽고, 조심스럽게 접어서 전날과 같은 서랍 속에 밀어넣었다. 서랍 안에는 이제 두 장의 메모지가 나란히 누워 있었다. 두 장 모두 ‘사랑해’와 ‘보고 싶어’라는 말이 적혀 있었고, 두 장 모두 이네스가 답하지 못한 질문들처럼 그곳에 쌓여 있었다.
전화기가 진동했다. 안토니오였다. 이번에는 전화였다. 그녀는 진동 소리가 멈추기를 기다리지 않고 통화 버튼을 눌렀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직감이 그녀를 움직였다.
“이네스.”
그의 목소리는 전화기 너머에서도 여전히 낮고 차분했다.
“어제 말씀드린 건에 대해 생각해 보셨나요.”
“아직…….”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저주는 우리가 대화를 나누는 이 순간에도 자라고 있어요. 어제 의식으로 두 번째 층을 건드린 탓에, 저주가 더 공격적으로 변했습니다. 다음 의식을 서두르지 않으면, 지금까지 한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됩니다.”
그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더 낮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말씀드려야 할 것이 있습니다. 오늘 아침, 제가 명상을 하던 중에 영적인 계시를 받았습니다. 당신의 남편…… 페드루에게 저주의 첫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아직은 미약하지만, 앞으로 며칠 안에 뚜렷해질 겁니다.”
이네스의 손이 떨렸다. 전화기를 쥔 손아귀에 핏기가 가실 정도로 힘이 들어갔고, 마디마디가 굳어버리는 듯한 통증이 손가락 전체로 퍼져나갔다.
“무슨…… 무슨 징후요?”
“극심한 피로, 원인 모를 두통, 그리고…… 꿈입니다. 악몽을 꾸기 시작할 겁니다. 저주받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증상이에요. 아직 페드루 씨가 그런 증상을 보이지는 않았겠지만, 곧 시작될 것입니다.”
이네스의 숨이 턱 막혔다. 지난주 페드루가 아침에 일어나며 “이상한 꿈을 꿨어”라고 말했던 순간이 그녀의 머릿속을 스쳤다. 그때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이제 그 기억은 전혀 다른 무게로 그녀를 짓눌렀다. 페드루에게도 이미 저주가 닿기 시작한 것일까. 그녀가 망설이는 사이에, 그녀의 남편은 조용히 저주에 잠식되어 가고 있는 것일까.
“내일까지 답을 주십시오. 의식을 진행할지, 아니면…….”
그가 말을 끝맺지 않았다. 그 끝맺지 않은 말 속에는 모든 위협이 함축되어 있었다. 그 침묵은 말보다 더 무거운 무게로 이네스의 고막을 눌렀다.
“만약 거부하면…… 어떻게 되나요?”
이네스의 목소리는 갈라져 있었다. 수화기 너머로 짧은 침묵이 흘렀다.
“거부는 저주를 선택하는 것입니다. 어머니의 고통, 남편의 불행, 그리고 당신 자신의 파멸을 선택하는 것이지요. 저는 단지 도구일 뿐입니다. 선택은 언제나 당신의 몫입니다.”
전화가 끊겼다. 이네스는 전화기를 내려놓지 못한 채로, 그 기계를 손에 쥔 채 식탁에 그대로 앉아 있었다. 전화기의 액정 화면이 꺼지고 검은 화면으로 변했다. 그녀는 그 검은 화면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았다. 흐릿한 형체만이 보일 뿐이었지만, 그 형체조차도 낯설게 느껴졌다.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그녀의 눈은 텅 빈 채로, 식탁 위에 놓인 전화기를 응시하고 있었다. 커피 머그잔에는 식은 커피가 여전히 검은 원형 자국을 남기고 있었고, 벽시계 초침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규칙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세상은 그대로 돌아가고 있었지만, 그녀의 내면에서는 모든 것이 멈춰 있었다.
그녀는 손을 뻗어 전화기를 집었다. 손가락이 안토니오의 번호를 다시 찾았다. 통화 버튼 위에 엄지손가락이 멈췄다. 그 손가락은 떨리고 있었지만, 동시에 무언가에 이끌리듯 천천히 내려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현관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페드루였다. 평소보다 일찍 퇴근한 것이었다. 이네스는 전화기를 떨어뜨릴 뻔했다. 전화기가 식탁 위에 떨어지며 작은 충격음을 냈다.
“이네스?”
페드루의 목소리가 현관에서 들려왔다.
당신의 선택은? (1차 분기점)
이네스는 두 갈래의 길 앞에 서 있습니다. 그녀의 선택은 앞으로의 모든 것을 바꿀 것입니다.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선택 1] 안토니오의 요구를 받아들입니다. “이것은 의식일 뿐”이라고 스스로를 설득하며, 더 깊은 의식의 세계로 발을 들입니다.
[선택 2] 안토니오의 요구를 거부합니다. 지금까지의 의식은 사기였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품고, 다른 방법을 찾아 나서기로 결심합니다. (무료)
(※ 선택하신 분기점의 다음 화를 결제하시면, 이네스의 잔혹한 운명의 대단원이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