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화: 심판의 끝
별장에서 안토니오가 체포된 지 닷새가 지났다.
이네스는 그 닷새 동안 집 밖으로 거의 나가지 않았다. 그녀의 몸은 여전히 별장의 밤을 기억하고 있었고, 그 기억은 피부 아래에 박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어깨와 허벅지에는 안토니오의 손이 눌렀던 자리가 옅은 멍으로 남아 있었고, 손목에는 그의 손가락이 감싸쥐었던 감촉이 유령처럼 남아 있었다. 샤워를 할 때마다 그녀는 뜨거운 물줄기 아래 오래 서 있었지만, 피부 아래로 스며든 촉감은 물로 씻어낼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페드루는 회사에 닷새째 병가를 내고 그녀 곁에 있었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녀가 샤워를 마칠 때까지 욕실 문 앞에 서 있곤 했다. 그녀가 밤에 잠에서 깨어나면, 말없이 손을 내밀어 그녀의 차가운 손가락을 감싸주었다. 그녀가 식탁에 앉아 식은 커피를 바라보고 있으면, 그가 새 커피를 내려서 그녀 앞에 내려놓았다. 그는 더 이상 질문하지 않았다. 질문이 그녀에게 또 다른 상처가 될 것을 알고 있는 듯했다.
그러나 닷새째 되던 날 저녁, 식탁에 앉아 저녁을 먹던 중에 페드루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내일…… 경찰서에 가봐야 할 것 같아. 실바 경관이 전화했어. 네 진술서를 정식으로 작성해야 한대. 안토니오의 기소를 위해서는 네 진술이 꼭 필요하대. 특히…… 별장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서.”
이네스는 포크를 내려놓았다. 접시 위에는 생선과 감자가 거의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녀의 식욕은 별장에서 돌아온 이후로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알겠어.”
그녀의 목소리는 여전히 힘이 없었다. 페드루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의 손은 따뜻했고, 그녀의 손은 차가웠다.
“내가 같이 갈게. 그리고…… 네가 말할 수 있는 만큼만 말해. 억지로 다 말할 필요 없어.”
이네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녀는 알고 있었다. 진술을 한다는 것은, 그녀가 지난 몇 달 동안 겪은 모든 일을 낱낱이 입 밖으로 꺼내야 한다는 뜻이었다. 안토니오의 집에서 열렸던 의식들, 그가 그녀의 몸에 양의 피를 바르며 했던 말들, 그리고 별장에서의 그 긴 밤. 그 모든 것을 다시 기억해내고, 다시 말로 만들어내야 했다. 그것은 그녀가 두려워하던 일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이 일을 끝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다음 날 오전, 이네스는 페드루와 함께 다시 경찰서를 찾았다. 지난번에 왔을 때와 똑같은 낡은 복도, 똑같은 커피와 종이 먼지 냄새, 그리고 똑같은 실바 경관의 사무실이었다. 하지만 이네스 자신은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지난번에는 공포에 떨며 도움을 청하러 온 피해자였다면, 이번에는 가해자를 심판대에 올리기 위해 증언하러 온 증인이었다.
실바 경관은 그녀를 진술실로 안내했다. 진술실은 작고 창문이 없는 방이었다. 벽에는 회색 페인트가 칠해져 있었고, 군데군데 긁힌 자국이 남아 있었다. 탁자 위에는 녹음기 한 대와 서류 뭉치가 놓여 있었다. 녹음기의 검은 케이스에는 오래 사용한 흔적이 남아 있었다.
“오늘은 좀 길어질 수 있습니다. 힘드시면 언제든지 말씀하십시오. 중간에 쉬어가면서 진행할 수 있습니다.”
실바 경관의 목소리는 여전히 사무적이었지만, 그녀의 눈에는 전에 없던 부드러움이 담겨 있었다. 그녀는 이네스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 대략적으로 알고 있었고, 이 진술이 그녀에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도 이해하고 있었다.
이네스는 녹음기 앞에 앉았다. 페드루가 그녀의 옆에 앉았다. 탁자 밑에서 그가 그녀의 손을 더듬어 찾아내어 잡았다. 녹음기가 켜졌다. 붉은 불이 들어오고, 기계가 낮게 웅웅거리기 시작했다.
“진술인: 이네스 소피아 올리베이라. 스물넷. 주부.”
실바 경관이 형식적인 사항을 읊조린 후, 이네스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부터 말씀해 주십시오. 당신이 안토니오를 처음 만나게 된 경위부터.”
이네스는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그리고 말하기 시작했다. 파티마 할머니가 건넨 쪽지, 안토니오의 어두운 집에서 열린 첫 만남, 그가 그녀의 손을 잡고 외할아버지의 죽음과 어머니의 유산을 언급했던 순간. 처음에는 삼백 유로였던 의식 비용이 오백으로, 천으로, 천삼백으로 불어난 과정.
말하는 동안 그녀의 목소리는 때로 떨렸고, 때로는 완전히 멈추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페드루가 탁자 밑에서 그녀의 손을 더 세게 잡았다. 그의 손아귀에서 전해지는 힘은 그녀가 현실에 붙들려 있게 하는 닻이었다. 실바 경관은 결코 그녀를 재촉하지 않았다. 그녀는 묵묵히 듣고, 기록하고, 이따금 추가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마침내, 이네스는 안토니오가 그녀에게 요구했던 마지막 일을 입 밖으로 꺼냈다.
“그는…… 의식의 강도를 높여야 한다고 했어요. 돈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당신의 몸을 통해 에너지를 전달해야 한다고……. 처음에는 거부했어요. 결혼했으니까, 그런 건 안 된다고……. 하지만 그는 말했어요. 거부하면 저주가 더 강해진다고. 어머니가 다시 쓰러질 거라고. 남편도 위험해질 거라고.”
그녀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다. 진술실의 공기가 무거워졌다.
“그리고…… 나는…… 믿었어요. 그 사람 말을.”
진술실에 정적이 흘렀다. 녹음기만이 낮게 웅웅거리고 있었다. 실바 경관은 펜을 내려놓고 이네스를 바라보았다.
“이네스 씨. 당신이 방금 하신 진술은, 안토니오를 성적 착취와 강요에 의한 성적 행위, 그리고 사기 및 협박 혐의로 기소할 수 있는 결정적인 증거입니다. 당신은 지금 매우 용기 있는 일을 하고 계십니다.”
이네스는 고개를 숙였다. 눈물이 그녀의 뺨을 타고 흘러내려 진술서 위에 떨어졌다. 잉크가 번졌다. 종이 위에서 검은 글자들이 퍼져나갔다.
진술은 두 시간 넘게 이어졌다. 이네스는 안토니오가 그녀에게 했던 모든 말, 모든 행위, 모든 협박을 하나씩 털어놓았다. 그 과정은 고통스러웠다. 마치 상처의 딱지를 하나씩 떼어내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이번에는 멈추지 않았다. 그녀가 말을 마쳤을 때, 목은 완전히 쉬어 있었고, 두 손은 탁자 아래에서 페드루의 손을 움켜쥔 채로 굳어 있었다.
진술이 끝난 후, 실바 경관은 이네스와 페드루를 자신의 사무실로 불렀다. 그녀의 책상 위에는 안토니오에 관한 서류 뭉치가 쌓여 있었다. 서류들은 파일 폴더에 나뉘어 정리되어 있었고, 폴더마다 연도와 지역명이 라벨로 붙어 있었다.
“이제 수사 상황을 공유해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안토니오는 현재 구속 상태이며, 저희는 그의 과거 범행을 전면 재수사하고 있습니다.”
실바 경관은 서류를 넘기며 말을 이었다. 그녀의 손가락이 오래된 서류의 가장자리를 조심스럽게 집었다.
“그의 집과 별장을 압수수색한 결과, 상당한 양의 증거가 나왔습니다. 그가 수년 동안 수집한 개인 정보들—교회 세례 기록 사본, 묘비명 탁본, 주민들의 가족사에 대한 메모 등—이 모두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그는 이 정보들을 데이터베이스처럼 관리하면서, 마치 영적 능력이 있는 것처럼 행세했던 겁니다.”
이네스는 실바 경관이 밀어놓은 서류들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외할아버지 이름, 어머니의 유산 기록, 페드루의 직장과 건강 상태에 대한 메모까지. 그 모든 것이 차곡차곡 정리되어 파일에 담겨 있었다.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시던 날의 날씨와 장례식에 참석한 인원까지 기록되어 있었다. 그녀의 인생은 그에게 하나의 프로젝트였고, 그녀는 그 프로젝트의 타깃이었다.
“또한 그의 은행 계좌를 추적한 결과, 지난 십 년 동안 최소 스무 명 이상의 피해자에게서 받은 돈이 확인되었습니다. 총액은 약 팔만 유로에 달합니다. 그중에는 이네스 씨처럼 성적 착취까지 당한 피해자도 여러 명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저희가 그 피해자들에게 연락을 취하고 있고, 추가 진술이 확보되는 대로 기소장에 반영할 예정입니다.”
실바 경관은 마지막 서류를 덮으며 말했다.
“그는 이제 풀려나지 못할 것입니다. 사기, 협박, 성적 착취, 그리고 상습 범행 가중 처벌까지 적용되면, 최소 징역 7년 이상이 예상됩니다. 검찰 측에서는 이미 구속 연장을 신청했고, 법원에서도 도주 우려와 증거 인멸 가능성을 감안해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이네스 씨의 용기 있는 진술 덕분에, 다른 피해자들도 이제야 자신이 속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습니다.”
이네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가슴속에서는 무언가가 천천히 풀리고 있었다. 그녀가 안토니오를 두려워하지 않기로 결심한 그 순간부터, 그녀는 더 이상 그의 포로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아는 것과, 그 사실을 온몸으로 느끼는 것은 별개의 일이었다. 그녀의 몸은 여전히 긴장하고 있었고, 그녀의 잠은 여전히 얕았다.
경찰서를 나서며 이네스는 처음으로 깊은 숨을 들이쉬었다. 바깥 공기는 차가웠고, 습기가 섞여 있었다. 겨울이 다가오고 있었다. 안토니오는 이제 쇠창살 뒤에 있었고, 그녀는 바깥에 있었다. 그 사실은 너무나 단순했지만, 그 단순함이 그녀에게 가장 큰 위로가 되었다.
안토니오의 구속 이후, 시간은 느리게 흘렀다. 이네스의 일상은 조금씩 회복되고 있었다. 그녀는 더 이상 아침에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안토니오의 문자를 확인하지 않았다. 전화벨이 울려도 더 이상 심장이 멎지 않았다. 하지만 회복은 더디고 불완전했다.
이네스는 여전히 밤에 잠들기 어려워했다. 어둠 속에서 눈을 감으면, 촛불이 일렁이던 안토니오의 거실이 떠올랐다. 양의 피 비린내가 코끝을 스치는 듯한 착각에 사로잡히기도 했다. 페드루가 그녀의 어깨를 감싸도, 그녀의 몸은 여전히 경직되어 있었다. 어떤 날은 아무 이유 없이 눈물이 흘렀고, 어떤 날은 감정 자체가 완전히 사라진 듯 무감각했다.
실바 경관은 주기적으로 이네스에게 수사 진행 상황을 알려주었다. 안토니오의 변호사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공격하려 한다는 소식, 하지만 물적 증거가 너무나 방대해서 무죄 주장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 그리고 검찰이 그에게 징역 10년 이상을 구형할 계획이라는 정보까지. 그때마다 이네스의 가슴은 묘한 기분에 휩싸였다. 가해자가 처벌받는다는 안도감과, 그 가해자에게 한때 자신이 완전히 지배당했었다는 수치심이 뒤섞인 기분이었다.
어머니에게도 안토니오의 체포 소식을 전했다. 어머니는 전화기 너머에서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가, 마침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네스야…… 네가 그런 일을 겪고 있었는지…… 나는 전혀 몰랐구나. 미안하다.”
“아니에요, 엄마. 이제 다 끝났어요.”
그러나 ‘끝났다’는 말은 완전한 진실이 아니었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법적 절차는 끝날 수 있었다. 안토니오는 감옥에 갈 수 있었다. 하지만 그가 그녀의 내면에 심어놓은 무언가는, 감옥에 갇히지 않고 그녀 안에 남아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페드루는 그런 그녀를 이해하려고 애썼다. 어느 날 저녁, 그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네스. 나…… 상담을 받아보는 게 어떨까 생각했어. 심리 상담. 네가 혼자서 이 모든 걸 감당하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이네스는 잠시 망설였다. 그동안 그녀는 모든 것을 혼자 짊어지려고 했고, 그 결과는 파국이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그게 좋을 거야.”
페드루의 얼굴에 작은 안도감이 스쳤다. 그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우리 같이 가자. 나도 같이 배울게. 네가 무슨 아픔을 겪었는지, 내가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
재판을 앞둔 어느 오후, 이네스는 혼자 집에 있었다. 페드루는 회사에 복귀했고, 그녀는 식탁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겨울이 가까워지면서 해는 더 일찍 지고 있었다.
실바 경관이 그날 아침 보내준 메시지가 그녀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안토니오의 변호인이 정신 감정을 신청했습니다. 오래된 수법이지만, 재판이 길어질 수 있습니다.” 그 말은 안토니오가 아직도 싸우고 있다는 뜻이었다. 쇠창살 뒤에서도, 그는 포기하지 않고 있었다.
그녀는 식탁 위에 놓인 커피잔을 바라보았다. 커피는 이미 식어 있었다. 잔 바닥에는 검은 찌꺼기가 가라앉아 있었고, 잔 가장자리에는 그녀의 립스틱 자국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그녀는 그 커피잔을 집어 들지도, 치우지도 않은 채 오래 바라보았다.
안토니오의 파일 속에는 그녀의 가족사가 기록되어 있었다. 외할아버지의 장례식 날 날씨, 어머니가 유산한 아이의 성별, 페드루의 직장과 연봉까지. 그 모든 것이 그녀의 동의 없이 수집되고, 분류되고, 그녀를 함정에 빠뜨리기 위한 무기로 사용되었다. 그 사실을 생각할 때마다 그녀의 가슴 한복판에는 비정한 적막이 내려앉았다. 그것은 분노도, 슬픔도 아닌, 더 깊고 더 차가운 무언가였다.
하지만 그녀는 더 이상 그 파일 속의 인물이 아니었다. 그녀는 이제 자신의 목소리를 되찾았고, 자신의 발로 걸을 수 있었다. 안토니오가 쇠창살 뒤에서 아무리 발악을 해도, 그녀는 더 이상 그가 휘두를 수 있는 인형이 아니었다.
식탁 위에서 전화기가 진동했다. 페드루였다. 그녀는 전화기를 집어 들었다.
“오늘 저녁에 뭐 먹을까. 내가 장 봐서 갈까?”
그의 목소리는 평범했고, 일상적이었다. 그 평범함이 그녀를 안도하게 했다.
“생선이 먹고 싶어. 정어리.”
“알겠어. 시장 들렀다가 갈게.”
전화가 끊겼다. 이네스는 커피잔을 집어 개수대로 가져갔다. 식은 커피를 따라내고, 잔을 물로 씻었다. 수돗물이 잔에 부딪히는 소리가 부엌에 울렸다.
그녀는 이제 알았다. 상처는 하루아침에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안토니오의 망령은 오랫동안 그녀의 일상에 남아 있을 것이고, 어떤 날은 견딜 수 없이 무거울 것이라는 것을. 하지만 그녀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다. 페드루가 있었고, 실바 경관이 있었고, 그리고 그녀 자신의 목소리가 있었다.
그녀는 씻은 커피잔을 건조대에 올려놓았다. 물방울이 잔의 표면을 타고 천천히 흘러내렸다. 저녁이 오고 있었고, 곧 페드루가 정어리를 사들고 현관문을 열 것이다. 그녀는 그 평범한 저녁을 준비하기 위해 냄비를 꺼내기 시작했다.
당신의 선택은? (최종 분기점)
완벽한 해방과 치유를 눈앞에 둔 이 갈림길에서, 그녀에게 한 번 더 선택이 주어진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선택 1] 전한 저주의 공포에 압도되어 안토니오의 망령에 굴복한다.
[선택 2] 끝까지 현실을 직시하며 남편과 함께 저주의 환상에 대항한다. (무료)
(※ 선택하신 분기점의 다음 화를 결제하시면, 이네스의 잔혹한 운명의 대단원이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