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화: 파열음
빗장이 풀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천천히 열렸다. 복도의 희미한 형광등 불빛이 15일간의 어둠에 길들여진 그녀의 눈을 찔렀다. 아이게림은 눈을 가늘게 뜨고, 손으로 이마를 가리며 문간에 선 사람을 올려다보았다.
바키트였다.
그는 말이 없었다. 그의 손에는 작은 손전등이 들려 있었고, 그 빛은 바닥을 향해 있었다. 그는 고개를 살짝 기울여 복도 양쪽을 확인한 뒤, 그녀에게 손짓했다. 빠르고 조용한 동작이었다.
“10분밖에 없어요.”
그의 목소리는 속삭임에 가까웠다. 아이게림은 매트리스에서 일어나 문 밖으로 나왔다. 15일 만에 디딘 복도의 콘크리트 바닥은 차갑고 단단했다. 맨발이었지만 그녀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의 손에는 연필심과 바키트의 쪽지 두 장만이 쥐여 있었다.
“계산기는 어디 있죠?”
“옛 사무실에 그대로 있어요. 무라트가 그 방을 봉쇄하지 않았어요. 아마 잊어버린 모양이에요.”
두 사람은 복도를 따라 지하 1층의 옛 사무실로 향했다. 복도에는 감사관 방문을 맞아 모든 인력이 본관 1층과 2층에 집중 배치된 탓인지, 지하 통로에는 인적이 없었다. 그녀는 익숙한 복도를 빠르게 걸었다. 한 달 전, 처음 이곳에 갇혔을 때와 똑같은 통로였다.
사무실 문은 잠겨 있지 않았다. 바키트가 문을 열자, 먼지 냄새가 코를 찔렀다. 방 안은 그녀가 떠난 그대로였다. 책상 위에는 그녀가 쓰던 컴퓨터 모니터와 키보드가 켜진 채 방치되어 있었고, 서류들은 반쯤 정리된 상태로 쌓여 있었다.
그녀는 곧바로 책상 서랍을 열었다. 계산기는 맨 아래 서랍, 빈 파일 폴더 뒤에 숨겨둔 그대로 있었다. 낡은 CASIO 계산기. 그녀는 계산기를 집어 들고 뒷판을 열었다. 메모지는 여전히 거기 있었다. ‘TS-7 / Inv.F / 4W:2M / C.O.D’—그리고 수십 개의 회계 기호로 빼곡히 적힌 증거들.
“찾았어요.”
그녀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그 떨림은 안도와 긴장이 뒤섞인 것이었다.
바키트는 그녀를 지하에서 1층으로, 다시 2층으로 안내했다. 본관 안은 감사관 일행을 맞느라 분주했지만, 그 혼란함이 오히려 두 사람의 움직임을 감춰 주었다. 그들은 경비원들의 눈을 피해 구석 계단을 이용했고, 2층 복도 끝에 있는 청소 도구 보관실로 들어갔다.
“감사관은 지금 오전 일정으로 재배 시설을 둘러보고 있어요. 오후 2시에 본관으로 돌아와 회계 장부를 검토할 예정이에요.”
바키트는 청소 도구 보관실의 작은 창문으로 밖을 내다보며 말했다.
“오후 2시면 이제 두 시간 남았군요.”
“그렇죠. 그때가 유일한 기회예요. 감사관 앞에서 직접 증거를 제출해야 해요. 저는 회계 장부에 접근할 권한이 없으니까.”
아이게림은 계산기를 품에 안고 생각에 잠겼다. 감사관 앞에 서는 것만으로도 위험했다. 무라트와 카디르는 그녀가 감금되어 있다는 사실을 감사관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필사적일 것이었다.
“감사관이 믿어 줄까요. 나는 이미 이 조직의 서류에 서명한 사람인데.”
“그럴 수도 있겠죠. 하지만 당신의 계산기 안에는 위조된 서명의 증거가 있어요. 소급 조작된 장부의 날짜와 실제 거래 내역도 있죠. 그걸 보여주면, 적어도 감사관이 그냥 넘어가지는 않을 거예요.”
바키트의 말은 옳았다. 그러나 동시에, 아이게림은 생각했다. 만약 감사관이 믿지 않으면. 만약 감사관마저 카디르에게 매수된 사람이라면. 그럼 그녀의 모든 위험은 헛된 것이 된다.
“바키트 씨는 왜 이렇게까지 저를 도우려는 거죠.”
바키트는 한동안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창문 밖의 천산 봉우리를 바라보며, 손가락으로 낡은 걸레를 만지작거렸다.
“내 아내와 딸. 그들이 사라진 날 밤,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어요. 카디르의 경비원들이 그들을 끌고 가는 것을 보고도, 나는 그 자리에 얼어붙어 버렸죠. 3년 동안, 나는 매일 밤 그 장면을 다시 겪었어요. 그리고 생각했죠. 다음 기회가 오면, 나는 반드시 움직이겠다고.”
그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은 깊이 가라앉아 있었지만, 그 안에는 오랜 시간을 견뎌온 결심이 담겨 있었다.
“당신은 내게 그 기회예요. 마지막일지도 몰라요. 하지만 이번에는 얼어붙지 않을 겁니다.”
오후 2시. 감사관 일행이 본관 2층 특별 회계실로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이바노브나의 검은 정장과 젊은 남성 감사관의 가죽 서류 가방. 그 뒤를 따르는 무라트와 카디르의 모습도 보였다.
청소 도구 보관실의 문틈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던 아이게림은 숨을 들이쉬었다. 그녀는 품에 안은 계산기를 꺼내 두 손으로 움켜쥐었다. 플라스틱 모서리가 손바닥을 파고들었다. 낡은 계산기의 버튼 사이사이에는 지난 한 달 동안 그녀의 손때가 얇게 앉아 있었다.
“저는 이제 들어가야 해요.”
“함께 가겠소.”
“아니에요. 바키트 씨가 들어오면 무라트가 바로 눈치챌 거예요. 나 혼자 가는 게 더 안전해요.”
바키트는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무슨 일이 생기면, 협곡 동쪽 오솔길로 도망쳐요. 경비견 두 마리를 피할 수 있는 바위 틈이 거기 있어요. 내가 거기서 기다릴게요.”
아이게림은 그의 손을 잠시 쥐었다. 두 사람의 손은 모두 거칠고 차가웠다.
그녀는 청소 도구 보관실을 나서 특별 회계실로 향했다. 복도에는 평소보다 더 많은 경비원들이 서 있었다. 그들은 그녀가 걸어오는 것을 보며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한 경비원이 그녀를 막아서려 했지만, 그녀는 그를 무시하고 회계실 문 손잡이를 잡았다. 차가운 금속의 촉감이 손바닥에 와 닿았다. 그녀는 문을 열었다.
문이 열리자, 방 안의 모든 시선이 그녀에게 쏠렸다.
이바노브나는 회계 장부를 검토하다가 고개를 들었다. 젊은 남성 감사관은 펜을 든 채로 멈추었다. 무라트의 얼굴은 순간 창백해졌다. 그는 의자에서 반쯤 일어나며 그녀를 노려보았다. 카디르는 안락의자에 앉은 채로, 지휘봉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아이게림. 네가 여기 왜…”
무라트가 입을 열었지만, 이바노브나가 그를 제지했다.
“이 여성은 누구입니까.”
“제가 이곳의 재무 담당입니다.”
아이게림은 스스로 대답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떨리지 않았다. 손에 쥔 계산기의 차가운 플라스틱 촉감이 그녀를 붙잡아 주었다.
“이미 면담은 끝난 줄 알았는데요.”
이바노브나의 눈이 그녀의 복장을 훑었다. 정장도 아니고, 교단의 간부복도 아닌, 낡은 옷차림이었다. 손에는 계산기와 구겨진 메모지만 들려 있었다.
“추가로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이 조직의 회계 기록에 중대한 위조가 있습니다.”
방 안의 공기가 얼어붙었다. 무라트가 한 걸음 그녀를 향해 다가섰다.
“아이게림, 무슨 헛소리야. 감사관님, 이 직원은 최근에 건강 문제가 있어서…”
“제 서명이 위조됐습니다. 제가 이곳에 오기 전에 작성된 장부에 이미 제 서명이 찍혀 있었어요. 그리고 이 조직은 TS-7이라는 코드로 인신매매 대금을 세탁하고 있습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또렷했다. 그녀는 계산기를 들어 올렸다.
“여기에 모든 증거를 기록해 왔습니다. 지난 5년 치 불법 자금 흐름, 카디르의 개인 비밀 금고 위치, 그리고 스위스 계좌 정보. 검증하셔도 좋습니다.”
무라트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그의 손가락이 넥타이 매듭을 향했다가, 멈추었다. 카디르는 여전히 말이 없었다. 그가 지휘봉을 천천히 쓰다듬는 소리만이 정적 속에서 들렸다.
이바노브나는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손을 내밀었다.
“그 계산기를 보여주시겠습니까.”
아이게림이 계산기를 건네려는 순간, 뒤에서 거친 손길이 그녀의 어깨를 낚아챘다. 경비원 두 명이 회계실 안으로 들이닥쳤다. 그들은 그녀의 팔을 양쪽에서 붙잡았다.
“이걸로 충분합니다, 감사관님.”
무라트의 목소리였다.
“이 여성은 최근 심각한 정신적 문제를 보여 왔습니다. 오늘 아침에도 병실에 있어야 했는데, 제가 관리 소홀로… 깊이 사과드립니다.”
이바노브나의 눈이 그녀와 무라트 사이를 오갔다. 그녀의 표정에서는 어떤 감정도 읽히지 않았다.
“그렇다면 더욱 그 직원의 말을 확인해 볼 필요가 있겠군요. 이 직원은 지금부터 제 보호 아래 있습니다. 경비원들은 물러서세요.”
경비원들은 망설였지만, 카디르의 미세한 고갯짓에 그녀를 풀어주었다. 아이게림은 풀려난 팔을 문지르며 계산기를 이바노브나에게 건넸다.
“당신이 말한 모든 것을 확인할 것입니다.”
그러나 카디르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입을 열었다.
“국장님,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저희도 이 직원의 주장을 부정할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현재 이 직원은 저희 교단의 내부 재산을 무단으로 유출한 혐의로 카라콜 지방 법원에 긴급 체포 영장이 청구되어 있습니다. 법원의 지인이 방금 연락을 주더군요. 서류가 발부되기까지 몇 시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그 서류가 도착하면, 이 직원은 카라콜 경찰서로 이송되어야 합니다.”
이바노브나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법적으로, 이 직원은 현재 저희 시설 내에서 가택 연금 상태에 준하는 신분입니다. 국장님께서 그녀를 임의로 데리고 나가시면, 그 행위 자체가 사법 방해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물론, 국장님의 권한을 의심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절차상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바노브나의 손이 잠시 멈추었다. 그녀는 계산기를 손에 쥔 채, 카디르를 바라보았다. 이 노인은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녀가 올 것을 예상하고, 현지 경찰과 법원에 미리 손을 써 둔 것이 분명했다.
“내일 아침, 저는 비슈케크 본청에 정식 조사 영장을 신청하겠습니다. 그리고 이 시설에 대한 전면 압수수색을 요청할 겁니다. 그때까지 이 직원에게 어떤 일이 생긴다면, 그 책임은 전적으로 당신들에게 있습니다.”
카디르는 고개를 숙이며 미소 지었다.
“물론입니다. 저희는 법을 존중합니다. 내일 아침까지 이 직원은 안전하게 보호될 것입니다.”
이바노브나는 아이게림을 돌아보았다. 그녀의 눈빛에는 분노와 무력감이 뒤섞여 있었다. 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내일 아침 9시, 내가 반드시 영장을 가지고 오겠다. 그때까지 버텨라.”
그리고 그녀는 계산기를 서류 가방에 넣고, 일행과 함께 회계실을 떠났다.
그날 밤, 본관에는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이바노브나의 차량이 정문을 빠져나간 지 한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아이게림은 지하 1층의 밀폐된 방으로 끌려갔다.
그녀는 의자에 묶인 채 앉아 있었다. 손목은 뒤로 돌려져 플라스틱 케이블 타이로 조여져 있었고, 발목도 마찬가지였다. 살을 파고드는 플라스틱의 날카로운 모서리가 손목뼈에 닿을 때마다 작은 통증이 번졌다. 방 안에는 무라트와 두 명의 경비원이 있었다. 형광등이 깜빡이며 윙윙거리는 소리를 냈다.
무라트의 얼굴은 더 이상 냉정하지 않았다. 그의 눈은 충혈되어 있었고, 입술은 바싹 말라 있었다. 이바노브나가 떠난 후, 그는 한동안 복도에서 휴대폰을 집어던지며 욕설을 퍼부었다. 이제 그 분노는 차갑게 가라앉아, 그녀를 향해 있었다.
그는 그녀의 앞에 쪼그리고 앉아, 그녀의 눈을 올려다보았다.
“네가 오늘 한 짓 때문에, 우리는 지금 큰 위험에 빠졌어. 그 감사관이 진짜로 조사에 착수하면, 우리의 모든 것이 무너질 수도 있어. 하지만 아직 기회는 있어.”
그의 손이 그녀의 턱을 움켜잡았다. 손가락이 살을 파고들었다.
“내일 아침, 네가 감사관에게 전화해서 아까 한 말은 모두 망상이었다고 말해. 네가 정신 질환을 앓고 있고, 약을 제대로 복용하지 않아서 그랬다고. 그러면 나는 네게 한 번의 기회를 더 주겠어.”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무라트는 한숨을 쉬고 일어서며, 경비원 중 한 명에게 고갯질을 했다. 경비원은 구석에서 작은 발전기와 연결된 전기 충격기를 꺼내 들었다. 가축용 전기 충격기였다. 두 개의 금속 전극이 튀어나와 있었고, 손잡이는 오래된 가죽으로 감겨 있었다.
경비원이 충격기의 스위치를 켜자, 전류가 두 전극 사이를 파직이며 뛰었다. 푸르스름한 불꽃이 어둑한 방 안에서 섬광처럼 번쩍였다. 공기 중에 오존 냄새가 번졌다. 타는 듯한 금속성 냄새가 그녀의 콧속을 찔렀다.
그녀의 동공이 확장되었다. 의자를 움켜쥔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면서, 엄지손톱이 나무 결을 따라 밀려나며 뒤집힐 듯 흰 자국이 생겼다. 허벅지의 근육이 제멋대로 수축했다. 그녀는 그 작은 불꽃을 보며, 자신의 몸이 이미 고통을 예상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머릿속으로는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오직 파직거리는 소리만이 그녀의 귀를 가득 채웠다.
무라트가 충격기를 그녀의 팔뚝에 가까이 대며 말했다. 전극이 피부에서 몇 센티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서 푸르게 빛났다.
“마지막 기회야. 내일 아침, 감사관에게 전화하겠다고 약속해.”
그녀의 입술이 떨렸다. 그녀는 고통을 두려워했다. 누구나 그렇듯이. 충격기의 불꽃이 그녀의 팔뚝 털끝을 그슬리자, 피부가 미리 움츠러들었다. 그녀의 허벅지 위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심장이 흉곽을 두드리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또한 알고 있었다. 이바노브나는 내일 아침 영장을 가지고 돌아올 것이다. 계산기는 이미 이곳을 떠났다. 그녀가 여기서 굴복해도, 증거는 이미 밖에 있었다. 그녀가 할 일은 끝났다. 그러나 그녀가 이 순간 굴복하면, 내일 아침 이바노브나 앞에서 그녀는 거짓말을 해야 할 것이다. 증거를 부정하고, 자신의 진실을 번복해야 할 것이다.
그녀는 숨을 들이쉬었다. 충격기에서 나는 파직거리는 소리가 귀를 찔렀다. 무라트의 얼굴은 바로 그녀의 눈앞에 있었다. 그의 눈에서는 더 이상 이전의 계산적인 여유가 보이지 않았다. 오직 절박함뿐이었다.
당신의 선택은? (최종 분기점)
지금, 당신의 선택이 필요합니다..
[선택 1] 고문의 공포 앞에 무릎 꿇는다. “내일 전화하겠다”고 약속하고, 진실을 번복한다.
[선택 2] 고문을 각오하고 침묵을 지킨다. 그녀의 몸은 고통에 무너질지라도, 그녀가 남긴 증거와 감사관의 조사는 계속될 것이다..
(※ 선택하신 분기점의 다음 화를 결제하시면 아이게림의 잔혹한 운명이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