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화: 고립된 섬
새벽 5시. 플라이 강의 주요 수로에 다시 합류한 지 두 시간이 지났다.
동이 트기 시작했지만, 정글의 두꺼운 캐노피가 빛을 차단해 강물 위에는 여전히 어스름이 감돌았다. ‘메리 스트릭랜드’는 손상된 선체와 과열된 엔진을 간신히 추스르며 느리게 전진하고 있었다. 디젤 엔진의 불규칙한 진동이 배 전체에 전해져, 선실 바닥의 고인 물이 작은 물결을 그렸다.
알베르트는 선실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물이 새는 선체 틈을 헝겊과 방수 테이프로 임시로 막고 있었다. 그의 손바닥은 밤사이 긁히고 찢겨 여러 군데가 갈라져 있었다. 강물에 섞인 진흙이 상처 속으로 스며들어 따끔거렸지만, 그는 신경 쓰지 않았다. 통증은 오히려 그를 깨어 있게 했다.
모세스는 조타실에서 연신 엔진 온도 게이지를 확인하며 스로틀을 조정하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밤샘 항해로 피로가 가득했지만, 그의 손은 여전히 조타륜을 단단히 쥐고 있었다.
“엔진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요.”
알베르트의 질문에 모세스는 게이지를 한 번 더 힐끗 보며 대답했다.
“잘해야 오늘 밤까지야. 아니면 더 짧을 수도 있어. 피스톤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기 시작했어. 라이너가 긁히는 모양이야. 부품도 없고, 이 강 한가운데서 손볼 방법도 없어.”
“다루 섬까지는.”
“이 속도로 가면 아직 최소 하루 반은 남았어. 엔진이 멈추면 우리는 이 강에 표류하는 거야. 통신도 안 되고, 외부에서 우리를 찾을 방법도 없고.”
알베르트는 USB를 주머니에서 꺼내 손에 쥐었다. 작은 플라스틱 조각. 이 안에 모든 것이 담겨 있었지만, 그가 다루 섬에 도착하지 못한다면 이 증거는 아무 쓸모가 없었다.
오전 9시. 안개가 걷히고 햇빛이 강물 위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습도가 급격히 올라가며, 선실 안은 찜통처럼 변했다. 알베르트는 셔츠를 벗어 이마의 땀을 닦으며, 모세스가 건넨 물병을 입에 댔다.
물병을 입에 댄 순간, 강바닥을 타고 들어오는 조밀한 고주파 진동이 알베르트의 이빨을 자극했다. 바지선의 둔탁한 디젤음과는 결이 다른, 호주산 선외기 엔진 세 대가 뿜어내는 가볍고 위협적인 회전음이었다. 물병을 내려놓으며 강 상류를 바라보자, 세 개의 작은 점들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군용 쾌속정이었다. 각 보트에는 M16으로 무장한 병사들이 타고 있었고, 선수에는 기관총이 거치되어 있었다.
“모바일 스쿼드야.”
모세스가 조타실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그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
“어떻게 벌써 여기까지.”
“우리가 옛 지류로 빠진 걸 눈치챈 모양이야. 놈들은 더 빠른 쾌속정을 타고 주요 수로를 따라 내려온 거야. 이 배는 최대 속도가 시속 8노트야. 놈들의 쾌속정은 시속 30노트 이상이야.”
알베르트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강 양옆으로는 뚫고 들어가기 어려운 맹그로브 숲이 펼쳐져 있었다. 숨을 곳은 없었다.
“항복하는 수밖에 없나요.”
“항복해 봤자, 놈들은 우리를 살려두지 않을 거야. 맥과이어의 지시라면 특히 더. 우리는 지금 증거를 가지고 도망치는 ‘불법 밀수범’이야. 놈들은 합법적으로 우리를 사살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어.”
모세스는 조타륜을 꺾으며 덧붙였다.
“하지만 한 가지 방법이 있어.”
모세스가 가리킨 곳은 강의 지류들 중에서도 가장 좁고 어두운 물길이었다. 군용 지도에는 ‘항행 불가’로 표시된 구간이었다.
“여기는 우기 때만 잠깐 물이 차는 옛 늪지대야. 보트가 간신히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좁아. 하지만 놈들의 쾌속정은 폭이 넓어서 들어오지 못해. 만약 우리가 이 길로 들어가면, 놈들은 배를 버리고 육로로 추적하든가, 아니면 포기하고 돌아가든가 해야 해.”
“육로로 추적하면.”
“맹그로브 늪지야. 진흙이 허리까지 차고, 뱀과 악어가 득실거리는 곳이지. 게다가 우기에는 물이 불어서 방향 감각을 완전히 잃기 쉬워. 놈들도 목숨이 아까우면 쉽게 들어오지 못할 거야.”
알베르트는 USB를 움켜쥐었다.
“그 길로 가요.”
“하지만 말했듯이, 문제는 우리도 위험하다는 거야. 이 늪지대에서는 방향을 잃기 쉬워. 게다가 만약 엔진이 여기서 멈추면…”
“알고 있어요. 하지만 다른 선택지가 없잖아요.”
모세스는 고개를 끄덕이고, 조타륜을 힘껏 꺾었다. ‘메리 스트릭랜드’는 천천히 방향을 틀어, 어둡고 좁은 늪지 물길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물길 안으로 들어서자, 공기의 질감이 확연히 달라졌다. 썩은 나뭇잎과 진흙 냄새가 더욱 진해졌고, 캐노피가 빛을 완전히 차단해 대낮인데도 어둑어둑했다. 나뭇가지들이 배의 선체를 긁으며 끊임없이 긁히는 소리를 냈다. 물 위에는 떠내려온 썩은 통나무와 나뭇잎 더미가 두껍게 쌓여 있었고, 그 아래로 무엇이 숨어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뒤에서는 모바일 스쿼드의 쾌속정 엔진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러나 물길 입구에 도착하자, 엔진 소리가 갑자기 멈추었다. 그들은 이 좁은 물길로 들어오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었다. 대신, 확성기에서 찢어지는 소음과 함께 현지 방언이 섞인 톡 피신이 흘러나왔다.
“Albert! Moses! 거기 들어가면 어차피 악어 밥이다! 장부 두고 나오면 목숨은 살려주마! Yu no ken hait! 숨지 마라!”
알베르트와 모세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배는 계속해서 늪지 깊은 곳으로 나아갔다. 확성기 소리가 다시 한 번 울렸다. 이번에는 더 낮고 위협적인 목소리였다.
“네 가족이 어디 사는지 우리는 알고 있다, Albert. 어머니랑 여동생. 고든스 구역. 꽤 조용한 동네더군.”
알베르트의 심장이 멎는 듯했다. 그의 손이 무의식적으로 USB를 더 꽉 움켜쥐었다. 모세스가 조타실에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신경 쓰지 마. 협박일 뿐이야. 네가 장부를 포기하는 순간, 그들은 더 이상 너를 살려둘 이유가 없어져.”
배는 계속해서 늪지 깊은 곳으로 나아갔다. 확성기 소리는 마침내 들리지 않게 되었다.
한 시간이 지났다. 늪지대 안에서는 시간의 흐름을 가늠하기 어려웠다. 햇빛은 거의 보이지 않았고, 소리라고는 엔진의 낮은 굉음과 나뭇가지가 배를 긁는 소리뿐이었다.
모바일 스쿼드의 목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그들은 쫓아오지 않았다. 그러나 알베르트는 알고 있었다. 그들이 포기한 것이 아니라고. 아마도 늪지대 반대편 출구를 봉쇄하고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아니면 육로로 느리지만 확실하게 추적해 들어올 것이다.
모세스는 항해도를 펼쳐보려 했지만, 이 구간은 항해도에도 제대로 표시되지 않은 미지의 수로였다. 그는 자신의 경험과 감각에 의지해 배를 몰고 있었다.
그때, 엔진에서 불길한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작은 쇠 긁는 소리였지만, 점점 더 커지더니, 갑자기 엔진 전체가 덜컹거리며 멈춰 섰다.
적막.
엔진 소리가 사라지자, 늪의 침묵이 두 사람을 집어삼켰다. 물이 배의 선체를 때리는 작은 소리만이 남았다. 그 소리조차, 두꺼운 늪의 공기 속에서는 금방 흡수되어 버렸다.
“엔진이 완전히 멈췄어.”
모세스가 조용히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침착했지만,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
알베르트는 선실 바닥에 주저앉았다. USB는 여전히 그의 손에 쥐여 있었다. 증거는 살아 있었지만, 그들의 배는 이제 죽은 쇳덩어리에 불과했다.
밤이 찾아왔다. 늪지의 밤은 완전한 암흑이었다. 달빛조차 두꺼운 캐노피를 뚫지 못했다. 손전등의 배터리는 거의 닳아가고 있었고, 희미한 불빛만이 선실 안을 겨우 비추고 있었다.
모세스는 선실 바닥에 누워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는 지친 몸을 이끌고 엔진을 수리하려 했지만, 부품도 공구도 충분하지 않았다. 엔진은 완전히 멈춘 상태였다.
“내일 아침까지 기다려야 해. 어둠 속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알베르트는 선실 난간에 기대어 어둠을 응시했다. 멀리서, 정글의 밤짐승들이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가끔, 더 멀리서—아마도 강 건너편에서—모바일 스쿼드의 선박등 불빛이 깜빡이는 것이 보였다. 그들은 기다리고 있었다.
“삼촌.”
“응.”
“만약 내일 아침까지 엔진이 고쳐지지 않으면, 나는…”
“말하지 마.”
모세스가 그의 말을 잘랐다. 그는 일어나 알베르트의 옆에 앉았다.
“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 하지만 그런 생각은 하지 마. 나는 너를 버리지 않을 거야. 우리는 완톡이니까.”
“하지만 삼촌, 당신은 이 일과 아무 상관없잖아요. 당신을 끌어들인 건 나예요.”
“상관있어. 네가 내 조카니까. 그리고 네가 지금 하려는 일이 옳은 일이니까.”
모세스는 주머니에서 마지막 남은 담배 한 개비를 꺼내 입에 물었다. 불을 붙이지는 않았다. 그저 빈 담배를 물고 있을 뿐이었다.
“내일, 해가 뜨면 우리는 엔진을 고칠 거야. 만약 고쳐지지 않으면, 우리는 이 배를 버리고 걸어서라도 다루 섬으로 갈 거야. 그게 우리가 가진 유일한 길이야.”
알베르트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굳어버린 손가락으로 주머니 속 USB를 만지작거렸다. 플라스틱 모서리가 밤새 진흙에 겋어 터진 살점을 파고들 때마다 가느다란 통증이 밀려왔다. 그 욱신거림만이, 자신이 아직 살인자들의 손을 잡지 않았다는 유일한 증거였다.
멀리서 모바일 스쿼드의 선박등이 깜빡이며 밤하늘을 스캔하고 있었다. 그들은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알베르트도 기다리고 있었다. 내일 아침, 해가 뜨기를. 그리고 그가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을 시작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