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그림자 그리스편 #001] 0에 수렴하는 비명 – 3화: 폐기 직전

3화: 폐기 직전

오전 6시 50분. 니코스는 철제 계단을 올랐다. 24계단. 난간의 녹 조각이 손바닥에 들러붙었다. 3층 통제실 문을 열자 형광등이 깜빡였다. 오늘은 6개 중 3개가 3초 늦게 점등되었다.

14번 모니터 앞에 앉았다. 보온병을 책상 왼쪽 모서리에 내려놓았다. 뚜껑을 열었다. 김 대신 미지근한 공기가 올라왔다. 커피 온도는 41도였다. 어제 새로 타지 않은 커피였다. 그는 그대로 한 모금 마셨다.

화면 속 방. 실내 온도 36도. 조명 2,400럭스. 백색 소음 65데시벨이 천장 스피커에서 계속 출력되고 있었다. GR-0214는 침대에 앉아 있었다. 무릎을 감싸지 않았다. 팔은 옆구리에 붙이고 손바닥은 매트리스 위에 올려놓았다. 머리카락은 완전히 젖어 있었다. 이마와 목, 쇄골 위로 땀이 줄무늬를 그리며 흘러내리고 있었다. 셔츠는 등과 어깨 부위가 피부에 달라붙어 있었다.

그녀는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었다. 초점은 없었다.

데이터 패널: 시청자 수 1,200명, 이탈률 79%, 반응 점수 0.1, 잔여 시간 17시간 12분.

야간 로그에 따르면 GR-0214는 밤새 잠들지 않았다. 소등 시간이 삭제된 상태에서 2,400럭스의 조명 아래 8시간 동안 누워 있었다. 심박수는 분당 72회에서 88회 사이를 오갔다. 오전 4시 12분에 그녀는 세면대로 걸어가 수도꼭지를 틀었다. 그러나 물은 절반만 나왔다. 급수량 50% 감축이 적용된 후였다. 그녀는 3초 동안 물을 받아 마셨다. 다시 침대로 돌아가 앉았다. 발화 없음. 눈물 없음.

니코스의 키보드가 울렸다. ‘2일차 경과. 반응 없음. 수익 없음.’ 저장.

오전 8시 14분. 시스템 알림: ‘GR-0214. 반응 점수 0.1. 잔여 17시간 내 5.0 도달 가능성 0%. 폐기 절차 사전 준비 개시. 담당 관리자는 대상자 직접 면담을 통해 최종 반응 유도를 시도할 것.’

니코스는 알림을 닫았다. 면담 지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지난 3년 동안 그는 비슷한 지시를 열한 번 받았다. 열한 번 모두 통제실에서 내려가 방으로 들어갔다. 열한 번 모두 같은 구조였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허리 통증이 3초 동안 이어졌다. 통제실 문을 열고 복도로 나갔다. 계단을 내려갔다. 2층. 1층. 지하 1층.

지하 1층 복도는 더 좁았다. 형광등은 3개 중 1개만 켜져 있었다. 벽에는 파이프가 노출되어 있었고, 바닥 콘크리트에는 금이 가 있었다. GR-0214의 방은 복도 끝에서 세 번째 문이었다. 문 옆에는 작은 LED 패널이 붙어 있었다. ‘GR-0214. 상태: 생존. 반응 점수: 0.1.’

니코스는 문을 열었다.

방 안의 공기는 뜨겁고 습했다. 36도의 열기가 그의 얼굴에 들러붙었다. 백색 소음이 천장에서 계속 출력되고 있었다. 65데시벨. 귀에 거슬리는 높은 주파수 대역이었다. 벽면 모니터에는 여전히 댓글이 스크롤되고 있었다.

GR-0214는 침대에 앉아 있었다. 니코스가 들어오는 동안에도 그녀의 시선은 카메라를 향해 있었다. 그가 문을 닫자, 그녀의 시선이 천천히 그에게로 이동했다. 동공이 초점을 잡는 데 3초가 걸렸다.

니코스는 방 안에 놓인 작은 의자에 앉았다. 의자는 금속제였고, 앉는 순간 열이 허벅지로 전도되었다. 그녀와의 거리는 1미터 정도였다. 그는 그녀의 얼굴을 보았다. 광대뼈 옆의 작은 점. 갈라진 입술. 땀에 젖은 머리카락. 눈 아래의 검은 그늘. 피부는 창백했지만, 열기 때문에 뺨과 목에는 붉은 기운이 돌고 있었다.

“GR-0214.”

그의 목소리는 백색 소음에 반쯤 묻혔다. 그녀는 반응하지 않았다. 니코스는 계속 말했다.

“잔여 시간은 17시간이다. 반응 점수는 0.1. 네가 지금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으면, 폐기 절차가 개시된다.”

GR-0214의 입술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니코스는 그 움직임을 보았다. 그러나 말은 나오지 않았다. 그녀의 목이 한 번 움직이고, 다시 입술이 멈추었다.

벽면 모니터에는 댓글이 초당 14건으로 스크롤되고 있었다. ‘누구야 저 남자’ ‘관리자 아냐?’ ‘관리자가 왜 방에 들어갔지’ ‘폐기 전에 면담하는 거 아니까’ ‘작년에도 그랬잖아’ ‘면담 장면도 중계해주네’ ‘이것도 프리미엄 티켓이야?’

니코스는 말을 이었다.

“네가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시스템은 너를 폐기할 것이다. 네가 원하는 게 뭐지?”

GR-0214의 동공이 니코스의 얼굴로 이동했다. 그녀는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처음이었다. 그녀가 카메라가 아닌 다른 것을 응시한 것은, 니코스가 기억하는 한 처음이었다.

그녀의 입술이 다시 움직였다. 목소리는 백색 소음보다 약간 더 컸다. 니코스는 몸을 약간 앞으로 기울였다.

“……없어.”

니코스는 그 말을 5초 동안 기다렸다가, 그녀가 더 말하지 않자 다시 물었다.

“뭐가 없지?”

“원하는 게…… 없어.”

GR-0214의 목소리는 갈라져 있었다. 갈증 때문인지, 오랜 침묵 때문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그녀는 다시 카메라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니코스는 그녀의 얼굴을 계속 바라보았다. 땀이 그녀의 관자놀이에서 흘러내려 턱선을 타고 목으로 이어졌다. 쇄골 움푹 파인 곳에 고여 있다가 넘쳐 셔츠 깃으로 스며들었다. 그녀의 오른손 검지가 매트리스 위에서 1mm 정도 떨렸다. 0.5초. 알고리즘이 감지했을 것이고, 시청자 중 누군가는 그 떨림에 댓글을 달고 있었을 것이다.

니코스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의자가 금속 바닥에 긁히며 소리를 냈다. 그는 GR-0214를 한 번 더 바라보았다. 그녀는 여전히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었다. 초점은 없었다. 그리고 그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복도의 서늘한 공기가 얼굴에 닿았다. 지하 1층 복도 온도는 19도였다. 방 안보다 17도 낮았다. 니코스의 셔츠 등판은 땀에 젖어 있었다. 그는 계단을 올랐다. 1층. 2층. 3층.

통제실로 돌아와 14번 모니터 앞에 앉았다. 보온병을 집어 들었다. 커피는 완전히 식어 있었다. 그는 찬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온도는 29도.

화면 속 GR-0214는 여전히 앉아 있었다. 벽면 모니터에는 댓글이 계속 스크롤되고 있었다. ‘면담 끝났네’ ‘뭐라고 했대?’ ‘아무 말도 안 한 것 같은데’ ‘관리자 얼굴 봤냐’ ‘저 표정’ ‘아무것도 아니었네’ ‘폐기 확정이냐’

니코스는 보고서 창을 열었다. 입력해야 할 내용은 많았다. 면담 시간, 대상자 상태, 발화 내용, 반응 유무, 권고 사항. 그러나 그의 손가락은 키보드 위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10초. 20초. 30초.

그는 GR-0214의 생체 데이터를 바라보았다. 심박수 분당 82회. 체온 37.1도. 피부 전도도 7.4μS. 모든 수치가 상승해 있었다. 그러나 반응 점수는 여전히 0.1이었다. 그녀는 울지 않았다. 애원하지 않았다. 비명을 지르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었다.

니코스는 입력 창에 커서를 올렸다. 그리고 키보드를 두드렸다.

‘GR-0214 면담 결과. 대상자 발화: 원하는 것이 없다고 진술. 반응 없음. 폐기 권고.’

그는 전송 버튼을 7초 동안 응시했다. 7초.

그리고 클릭했다.

오후 2시 17분이 되기까지는 아직 13시간 28분이 남아 있었다. 니코스는 커피를 한 모금 더 마셨다. 29도. 찬 커피가 목을 타고 내려갔다. 그는 보온병 뚜껑을 닫고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14번 화면에서 GR-0214는 침대에 누웠다. 얼굴은 벽을 향했다. 등만 카메라에 노출되었다. 땀에 젖은 셔츠가 척추 라인을 따라 들러붙어 있었다. 그녀는 움직이지 않았다.

시청자 수는 800명으로 떨어졌다. 이탈률 91%. 반응 점수 0.0.

잔여 시간 13시간 21분.

니코스는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그의 손가락이 허벅지 위에서 살짝 움직였다. 순간적으로. 시스템은 이 움직임을 감지하지 못했다. 관리자의 책상에는 카메라가 없었다.

🧭 당신의 선택은? (1차 분기점)

니코스의 14년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흔들린 적이 없었습니다. 당신의 선택이 그를 어디로 이끌까요?

👉[선택 1]  니코스는 폐기 절차가 진행되도록 방치한다. GR-0214는 13시간 후 폐기될 것이다.

👉[선택 2] 니코스는 폐기 권고를 철회하거나, 다른 방식으로 시스템의 명령을 거부한다.

(※ 선택하신 분기점의 다음 화를 결제하시면, 니코스의 잔혹한 운명의 대단원이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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