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그림자 포르투갈편 #001] 영매 – 4-2화: 거절

4-2화: 거절

페드루의 목소리가 현관에서 들려온 순간, 이네스의 엄지손가락은 통화 버튼 위에서 멈춰 있었다. 안토니오의 번호가 화면에 떠 있었고, 그녀는 방금 전까지 그 버튼을 누르려고 했다. 의식을 계속하겠다는 대답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현관문이 열리고 페드루의 발소리가 거실로 다가오는 그 짧은 순간, 그녀의 손가락은 통화 버튼에서 떨어져 나갔다. 대신 전화기의 전원 버튼을 눌러 꺼버렸다. 화면이 검게 변했다. 그 검은 화면 속에 그녀의 얼굴이 희미하게 비쳤다. 눈 밑이 어둡고, 입술이 갈라진 낯선 여자의 얼굴이었다.

“이네스?”

페드루가 거실로 들어서며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평소보다 두 시간이나 일찍 돌아온 남편이었다. 그의 손에는 넥타이가 느슨하게 쥐여 있었고, 얼굴에는 피로가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눈동자 주변의 흰자위가 핏줄로 붉게 물들어 있었다.

“왜 이렇게 일찍…….”

“두통 때문에 조퇴했어. 어제부터 계속 머리가 깨질 것 같아. 뒤통수 쪽에서부터…… 마치 송곳으로 찌르는 것처럼.”

이네스는 식탁 의자에 앉은 채로 굳어 있었다. 어제부터. 안토니오가 전화로 “페드루에게 저주의 첫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말한 바로 그 시점이었다. 그의 예언은 이번에도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손가락 끝부터 핏기가 서서히 빠져나가는 듯한 한기가 그녀의 손을 타고 팔 전체로 번져갔다.

페드루는 소파에 앉아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깊숙이 눌렀다. 손톱이 살 속으로 파고들 정도로 세게. 이네스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목구멍이 바싹 조여드는 것을 느꼈다. 그가 고통스러워할수록 안토니오의 목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 듯했다. “거부하는 순간, 저주는 두 배로 강해집니다.” 그 목소리는 이제 단순한 기억이 아니라, 그녀의 머릿속에 박혀 살아 숨 쉬는 무언가 같았다.

“너 요즘 계속 늦게 들어오고, 얼굴도 안 좋아지고…… 무슨 일 있는 거지?”

페드루가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은 피곤했지만, 그 안에는 아내를 향한 걱정이 여전히 살아 있었다. 그 눈빛을 마주한 순간, 이네스는 지난 몇 주 동안 쌓아온 모든 거짓말이 일시에 무너져 내리는 듯한 감각을 온몸으로 받았다. 그것은 물리적인 붕괴감이었다. 마치 뼈대 하나하나가 분리되어 바닥으로 흘러내리는 듯한.

그녀는 대답하지 못했다. 대신 식탁 위에 엎드려 얼굴을 두 팔로 감쌌다. 어깨가 경련하듯 움찔거렸다. 울음은 아니었다. 눈물은 이미 오래전에 말라붙었다. 그것은 더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통제할 수 없는 경련이었다. 폐부 깊숙한 곳에서 무언가가 꿈틀거리며 기어나오려는 듯한.

“이네스? 왜 그래? 어디 아파?”

페드루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다가왔다. 그의 손이 그녀의 어깨에 닿았다. 그 손길은 따뜻하고 무거웠다. 안토니오의 손길과는 완전히 다른 종류의 온기였다. 안토니오의 손이 비정상적인 열기로 그녀를 압도했다면, 페드루의 손은 체온 그 자체로 그녀를 붙잡고 있었다. 그 체온이 그녀의 굳어 있던 무언가를 깨뜨렸다.

“나…… 나 해야 할 말이 있어.”

이네스는 얼굴을 들지 않은 채 입을 열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자신도 알아듣기 힘들 정도로 작고 떨리고 있었다. 입술이 서로 달라붙어 말 한마디 한마디를 떼어내는 데에도 힘이 들어갔다.

“무슨 말인데.”

“내가…… 요즘 계속 갔던 곳. 엄마 병원이 아니었어. 나…….”

그녀는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폐가 경련하듯 떨렸다. 공기가 기관지를 타고 내려가는 경로 하나하나가 느껴질 정도로 모든 감각이 예민해져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 몇 주 동안 그녀를 짓눌러온 모든 비밀이 말의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나 어떤 사람을 만나고 있었어. 영적인 일을 하는 사람이래. 파티마 할머니가 소개해줬어. 엄마가 아픈 게 저주 때문일 수도 있다고……. 그래서 그 사람을 찾아갔어. 처음에는 삼백 유로만 내면 된다고 했어. 그런데 점점 돈이 더 필요하다고 하고…… 통장에서 빠져나간 돈, 그게 다 그 사람에게 간 거야.”

페드루의 손이 그녀의 어깨에서 천천히 떨어졌다. 그 손길이 사라지는 순간, 그녀의 어깨 위로 냉기가 밀려들었다. 페드루의 체온이 닿아 있던 자리만이 잠시 온기를 머금고 있다가, 그것도 이내 식어갔다.

“그게…… 그게 언제부터야? 얼마나 줬는데?”

그의 목소리는 놀랍도록 차분했다. 하지만 그 차분함 속에는 이네스가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날카로움이 숨어 있었다. 마치 유리 조각이 혀 밑에 숨겨져 있는 듯한.

“한 달 조금 넘었어. 지금까지…… 천삼백 유로 정도.”

페드루가 숨을 들이켰다. 천삼백 유로. 그들 부부의 한 달 생활비에 육박하는 금액이었다. 예단 통장의 잔액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는 사실이, 이제는 부인할 수 없는 숫자로 그들 앞에 놓여 있었다.

“그리고…….”

이네스의 목소리가 더 작아졌다. 그녀는 이제 거의 속삭이고 있었다. 목소리가 목구멍 안쪽에서 맴돌다가 소멸하는 듯했다.

“그 사람이…… 안토니오라는 사람인데…… 어제 나한테…… 의식을 위해서 다른 게 필요하다고 했어. 돈 말고…….”

“무슨 뜻이야?”

페드루의 목소리가 한 톤 낮아졌다. 그 낮아짐 속에는 이미 답을 직감한 사람만이 낼 수 있는 무거움이 실려 있었다.

“내가…… 나랑…… 자야 한다고 했어. 그게 의식의 일부라고. 그래야 저주가 풀린다고.”

거실의 공기가 얼어붙었다. 페드루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의 침묵은 비명보다 더 컸다. 그 침묵 속에서 이네스는 자신의 심장 소리가 귀청을 때리는 것을 들었다. 식탁에 엎드린 채로, 그녀는 그 침묵이 그녀를 완전히 삼키기를 기다렸다. 몇 초가 지났다. 아니, 몇 분이었을지도 몰랐다. 벽시계 초침 소리만이 방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 소리는 점점 더 크게 들렸고, 마치 누군가 그녀의 관자놀이를 망치로 내리치는 듯한 리듬으로 울렸다.

“내일 당장 경찰에 가자.”

페드루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지만, 그 안에는 이네스가 예상하지 못한 단호함이 있었다. 그 단호함은 칼날처럼 차갑고 정확했다.

“아니, 오늘 당장. 지금 바로. 그자가 협박한 문자 같은 거 남아 있어?”

“페드루…….”

“증거가 필요해. 그 사기꾼 새끼를 감옥에 보내려면…….”

“그 사람은 사기꾼이 아니야.”

이네스가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눈은 충혈되어 있었고, 얼굴은 눈물 자국으로 얼룩져 있었지만, 그 목소리에는 이상한 힘이 실려 있었다. 그 힘은 절망이 빚어낸 마지막 저항이었다.

“그 사람은 진짜야. 내가 말하지 않은 것들을 그 사람이 다 알고 있었어.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시던 날의 날씨, 엄마가 유산한 아이의 성별…… 아무한테도 말한 적 없는 것들을 그 사람이 맞췄어. 그게 어떻게 사기라는 거야?”

목소리가 갈라지고, 마지막 음절은 거의 비명에 가까웠다.

“그런 건 얼마든지 조사해서 알아낼 수 있어. 그 동네에 오래 살았으면 네 가족에 대한 소문 정도는 다 알고 있었을 거야. 이네스, 제발 정신 차려. 그자는 널 이용한 거야.”

페드루의 목소리는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분노와 좌절감이 그의 말을 빠르게 만들었다. 그의 광대뼈 위로 핏기가 올라와 붉게 달아올랐다.

“그럼 네 두통은 어떻게 설명할 건데? 안토니오가 나한테 말했어. 네가 곧 두통을 겪기 시작할 거라고. 그리고 바로 그다음 날, 진짜로 네가 아프기 시작했어. 그건 어떻게 설명할 거냐고!”

그녀의 목소리는 거의 절규에 가까웠다. 그 절규 속에는 분노도, 공포도, 그리고 안토니오의 말이 거짓이길 바라는 간절한 희망마저 뒤섞여 있었다. 페드루가 잠시 말을 멈추었다. 그의 관자놀이에서 핏줄이 뛰고 있었다. 두통 때문인지, 분노 때문인지 구분하기 어려웠다.

“그건…… 그냥 우연이야. 요즘 업무 스트레스가 심해서 두통이 온 거라고. 의사도 그렇게 말했어. 신경성 편두통이라고.”

“네가 어떻게 그렇게 확신해? 만약에 진짜 저주라면? 만약에 내가 의식을 거부해서 네 두통이 더 심해지면? 엄마가 또 쓰러지면? 그땐 누가 책임질 거야?”

이네스의 목소리는 갈라져 있었다. 그 갈라진 틈새로 그녀의 모든 불안과 죄책감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페드루는 그녀의 어깨를 두 손으로 잡았다. 그의 손은 단단했고, 그녀가 도망가지 못하게 붙잡고 있었다.

“이네스. 나는 저주 같은 건 믿지 않아. 하지만 네가 지금 얼마나 무서운 상태인지는 알겠어. 네가 혼자서 이 모든 걸 짊어지고 있었다는 것도. 그리고 그게 나한테는…… 네가 나한테 말하지 않았다는 게…….”

그의 목소리가 잠시 잠겼다. 그는 깊은 숨을 들이쉬었다. 공기를 들이마시는 소리마저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됐어. 이제 나한테 말했으니까, 이제부터는 나랑 같이 가는 거야. 내일 아침에 경찰서에 가서 상담부터 받아보자. 그자가 무슨 짓을 했는지 다 이야기하고, 법적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지 알아보는 거야.”

“경찰에 가면…… 안토니오가 알게 될 거야. 그러면 저주가…….”

“저주 같은 건 없어.”

페드루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그는 이네스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의 눈동자에는 피로와 분노가 가득했지만, 그 너머에는 그녀를 향한 걱정이 여전히 꺼지지 않고 타고 있었다.

“그리고 설령 뭔가 있다고 해도, 그걸 푸는 방법이 네가 다른 남자랑 자는 거라면, 그건 저주가 아니라 범죄야. 그걸 모르겠어?”

이네스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녀의 머릿속에서는 안토니오의 목소리와 페드루의 목소리가 충돌하고 있었다. “거부는 저주를 선택하는 것입니다.” “저주 같은 건 없어.” 두 목소리가 그녀의 뇌리를 찢을 듯이 울렸다. 그 충돌은 너무 격렬해서, 그녀는 귀를 막고 싶은 충동을 가까스로 억눌렀다.

하지만 페드루의 손은 여전히 그녀의 어깨를 잡고 있었다. 그 손은 떨리고 있었지만, 놓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이네스는 페드루와 함께 경찰서 문을 열었다.

밤새 잠을 거의 자지 못한 탓에 그녀의 눈은 충혈되어 있었고, 입술은 갈라져 피가 맺혀 있었다. 페드루는 그녀의 손을 잡고 있었다. 결혼하고 1년 남짓, 그가 이렇게 오래 그녀의 손을 잡고 있던 적은 없었다. 그의 손바닥은 땀으로 축축했지만, 그 축축함조차 그녀에게는 하나의 닻이었다.

경찰서는 낡은 콘크리트 건물이었다. 복도에 들어서자 오래된 커피 냄새와 종이 먼지 냄새, 그리고 소독약 비슷한 냄새가 뒤섞여 코를 찔렀다. 바닥 타일은 군데군데 금이 가 있었고, 형광등 몇 개는 깜빡이고 있었다. 상담실로 안내된 그들은 중년의 여경관과 마주 앉았다. 경관의 이름은 실바였고, 그녀의 책상 위에는 서류 뭉치와 차가운 커피가 담긴 머그잔이 놓여 있었다. 머그잔 가장자리에는 립스틱 자국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어떤 일로 오셨습니까.”

실바 경관의 목소리는 사무적이었지만, 그 사무적임이 오히려 이네스에게는 안도감을 주었다. 그녀는 자신의 이야기를 객관적으로 들려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다.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저주’라는 단어에 얼굴을 찌푸리지 않을 누군가.

이네스는 처음부터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어머니가 쓰러진 일, 파티마 할머니가 소개해준 안토니오라는 남자, 처음에는 삼백 유로였던 의식 비용이 오백으로, 천으로 불어난 일. 말을 이어가는 동안 그녀는 자신의 목소리가 남의 목소리처럼 들렸다. 마치 딴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대신 읽어주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실바 경관은 묵묵히 기록을 하며 듣고 있었다. 그녀의 펜이 서류 위를 움직이는 소리만이 이네스의 말 사이사이를 채웠다. 펜촉이 종이를 긁는 소리는 규칙적이고 차분했다.

그리고 이네스는 마지막 요구에 대해 말했다. 안토니오가 의식이라는 이름으로 그녀에게 요구한 성적 행위. “이것은 치유다”라는 그의 말. 거부하면 저주가 더 강해진다는 협박. 페드루의 두통을 예언했다는 사실까지. 말하는 내내 그녀의 뇌리에는 안토니오의 목소리가 맴돌았다. “이것은 치유입니다.” 그 목소리는 경찰서의 형광등 아래에서도 여전히 그녀를 움켜쥐고 있었다.

실바 경관은 펜을 내려놓고 이네스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빛은 여전히 사무적이었지만, 그 안에는 무언가 더 부드러운 것이 섞여 있었다.

“이네스 씨. 제가 지금부터 하는 말을 잘 들어주십시오. 안토니오라는 남자의 행위는 여러 가지 범죄 혐의에 해당합니다. 사기, 협박, 그리고 성적 착취. 그가 당신에게 한 모든 것은 불법입니다. ‘의식’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졌다고 해서 법의 심판을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당신은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입니다. 이것을 가장 먼저 분명히 해두고 싶습니다.”

이네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피해자. 그 단어가 낯설었다. 지금까지 그녀는 스스로를 어머니와 남편을 구하기 위해 싸우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경관의 말은 달랐다. 그녀는 피해자였고, 안토니오는 범죄자였다. 그 구분은 너무나 단순해서, 그녀는 왜 지금까지 그것을 깨닫지 못했는지 알 수 없었다.

“증거가 있으신가요. 문자 메시지나, 계좌 이체 기록, 통화 녹음 같은 것들 말입니다.”

이네스는 잠시 망설였다. 그녀는 안토니오의 문자를 모두 삭제해왔다. 흔적을 남기지 말라는 그의 지시에 따라. 증거를 없애는 것이 저주를 막는 일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페드루가 그녀의 대답을 가로챘다.

“통장 거래 내역이 있습니다. 현금인출 날짜와 금액이 기록되어 있고, 그걸로 최소한 사기 혐의는 입증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지금부터라도 그 자가 보내는 문자는 삭제하지 말고 보관해야 합니다.”

“좋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이 안토니오라는 남자에게 다른 피해자가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네스 씨가 처음 그를 찾아간 경로를 생각해보면, 아마도 같은 동네에서 비슷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더 있을 수 있습니다. 파티마 할머니라는 분의 진술도 확보해야겠군요. 그런 사례들을 찾아내면 수사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실바 경관은 서류를 정리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의자가 바닥에 끌리는 소리가 상담실 안에 길게 울렸다.

“오늘 주신 진술을 바탕으로 내부 보고를 올리겠습니다. 며칠 안으로 연락을 드릴 테니, 그동안은 그 남자와의 접촉을 완전히 끊으십시오. 만약 그가 연락을 해오거나 협박을 하면, 즉시 저에게 알려주시고요.”

이네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경찰서를 나서며 그녀는 처음으로, 지난 한 달 동안 느끼지 못했던 감정을 느꼈다. 그것은 안도감이었다. 아직 작고 불안정했지만, 분명한 안도감이었다. 무거운 돌덩이 하나를 가슴에서 내려놓은 듯한, 숨이 조금 더 깊게 들어오는 듯한.

하지만 그 안도감은 오래가지 못했다. 경찰서 주차장에서 차에 오르기 직전, 이네스의 전화기가 진동했다. 안토니오였다. 그녀는 전화기를 손에 쥔 채로 굳어버렸다. 화면에 뜬 그의 이름이 마치 살아 있는 벌레처럼 그녀의 손바닥 위에서 꿈틀거리는 듯했다. 진동이 손목을 타고 팔 전체로 번져갔다.

“받지 마.”

페드루가 그녀의 손에서 전화기를 빼앗아 무음으로 전환했다. 그의 손놀림은 신속했고, 망설임이 없었다.

“앞으로 그 자의 전화는 내가 받을 거야. 녹취도 하고, 모든 걸 기록으로 남길 거야. 그리고 이 전화기는 번호를 바꾸는 게 좋겠어.”

이네스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녀는 그저 진동이 멈춘 전화기를 바라볼 뿐이었다. 진동이 멈춘 후에도, 그녀의 손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전화기를 쥐고 있지 않은 손가락 끝이 차가웠다. 마치 피가 서서히 빠져나가는 듯한 냉기가 손끝에서부터 퍼져나가고 있었다.

이틀이 지났다.

이네스는 경찰서에서 돌아온 이후로 집 밖에 나가지 않았다. 페드루도 회사에 병가를 내고 그녀 곁에 있었다. 그 이틀 동안 그들은 결혼 이후 처음으로, 이렇게 오래 함께 집에 있었다. 하지만 그 평화는 유리처럼 얇고 깨지기 쉬운 것이었다.

셋째 날 아침, 이네스의 전화기로 문자가 도착했다. 페드루가 그녀 대신 확인했다.

‘이네스. 의식을 거부한 이후로 저주가 급격히 강해지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 당신의 어머니가 다시 어지럼증을 호소하셨어요. 아직 병원에는 가지 않으셨지만, 조만간 다시 쓰러지실 겁니다. 그리고 당신 남편의 두통도 앞으로 사흘 안에 극심한 편두통으로 발전할 것입니다.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내일 밤 열 시, 저를 만나러 오십시오. 마지막 기회입니다.’

페드루는 그 문자를 읽고 분노로 얼굴이 붉어졌다. 광대뼈 위로 핏줄이 솟아올랐다.

“이 새끼가 아직도…….”

그는 곧바로 실바 경관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이네스의 전화기 화면을 캡처하여 경찰서 이메일로 전송했다. 실바 경관은 문자 내용을 확인하고 나서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그 차분함 속에는 노련한 형사만이 가질 수 있는 날카로움이 숨어 있었다.

“이 문자는 협박죄의 명백한 증거입니다. 그리고 상대방이 이네스 씨의 어머니와 남편의 건강 상태를 언급하며 공포심을 유발하고 있으므로, 심리적 지배를 통한 가중 처벌 요소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이런 연락이 오면 절대 답장하지 마시고, 모두 저에게 전달해 주십시오.”

하지만 그날 오후, 진짜 문제가 터졌다. 이네스의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걸려온 것이다. 전화벨이 울리자 이네스는 전화기를 쳐다보기만 했다. 화면에 뜬 ‘엄마’라는 글자조차도 어딘가 낯설게 느껴졌다.

“이네스야. 방금 어떤 남자가 집에 다녀갔어. 네 이름을 알고 있더라. 네가 지금 큰 위험에 빠져 있다고…… 저주를 풀려면 반드시 의식을 계속해야 한다고……. 이네스야, 무슨 일이야? 네가 무슨 일을 한 거니?”

어머니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그 떨림 속에는 안토니오가 심어놓은 공포가 이미 깊이 뿌리내리고 있었다. 이네스는 그 떨림을 듣는 순간, 뇌리를 송곳처럼 찌르는 비참한 기억의 압박을 느꼈다. 안토니오가 어머니의 집까지 찾아갔다. 그가 그 집에 발을 들였다. 그가 어머니 앞에서 그녀의 이름을 입에 올렸다. 그 생각만으로도 소름이 전신을 타고 기어올랐다.

“엄마, 그 사람 말 듣지 마. 그 사람 사기꾼이야. 나 지금 경찰이랑 이야기하고 있어. 엄마는 아무 걱정하지 마. 내가 다 처리할 테니까.”

이네스는 전화기를 쥔 손에 힘을 주며 애써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그녀의 속은 타들어가고 있었다. 안토니오가 어머니를 만났다. 그가 어머니에게 무슨 말을 했을지, 어머니의 어떤 기억을 끄집어내어 자신의 이야기를 꾸몄을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속이 뒤틀렸다.

“하지만 그 사람이 네 외할아버지 이야기를…… 내가 유산한 아이 이야기를…… 어떻게 그런 걸 다 알고 있는 거니? 이네스야, 혹시 정말로…….”

“엄마! 제발.”

이네스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그 갈라진 틈으로 절망이 새어나왔다.

“그 사람은 우리 동네 사람들에게 물어봐서 알게 된 거야. 파티마 할머니한테도 물어보고, 다른 이웃들한테도 물어보고, 교회 기록도 뒤져봤을 거야. 그냥 사기꾼이 쓰는 수법이라고. 제발 그 사람 말 믿지 마.”

전화를 끊은 후, 이네스는 소파에 주저앉았다. 그녀의 온몸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페드루가 그녀 곁에 앉아 어깨를 감쌌다. 그의 팔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는 무게가 유일한 지지대였다.

“괜찮아. 우리가 옳은 일을 하고 있어. 그자가 발악을 할수록, 오히려 증거만 더 쌓이는 거야.”

하지만 이네스는 알고 있었다. 안토니오의 발악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을. 그는 절대 쉽게 물러날 남자가 아니었다. 그는 그녀의 약점을 알고 있었고, 그 약점을 파고드는 방법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어머니의 집까지 찾아갔다는 사실은, 그가 이제는 더 이상 숨지 않고 노골적인 공격에 나섰다는 증거였다.

그날 밤, 또 한 통의 문자가 도착했다.

‘이네스. 나는 당신을 도우려는 것뿐입니다. 경찰에 가봤자 당신만 불행해집니다. 당신의 남편은 벌써 저주에 잠식되고 있어요. 오늘 밤, 페드루는 잠자리에서 악몽을 꿀 것입니다. 그리고 내일 아침에는 전보다 더 심한 두통에 시달리겠지요. 내 말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곧 알게 될 겁니다. 그리고 그때는 이미…… 너무 늦었을지도 모릅니다.’

페드루는 이 문자도 캡처해서 경관에게 보냈다. 하지만 그날 밤, 정말로 그는 악몽을 꾸었다.

한밤중이었다. 이네스는 얕은 잠에서 퍼뜩 깨어났다. 옆에서 페드루가 신음하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고, 이마에는 식은땀이 송글송글 맺혀 있었다. 눈꺼풀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고, 입술 사이로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이 새어나왔다. 그의 몸은 침대 시트를 움켜쥔 채 경직되어 있었다. 손가락이 시트를 꼭 쥔 모양이 마치 허공에 떠 있는 누군가에게 매달리는 듯했다.

그의 입에서 낮고 긴 신음이 흘러나왔다. 처음에는 작았지만, 점점 더 커졌고, 마침내는 비명에 가까운 소리로 번져갔다. 그는 벌떡 일어나 앉았다. 눈은 크게 떠져 있었지만,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의 가슴이 격렬하게 오르내렸다.

“무슨 꿈을 꾼 거야?”

이네스가 물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그녀는 이미 답을 알고 있었음에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검은…… 형체 같은 게…… 나를 짓누르고 있었어. 숨을 쉴 수가 없었어. 그리고…… 그리고 네가 어디선가 나를 부르고 있었어. 그런데 네 목소리가…… 네 목소리가 점점 멀어지고…….”

그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의 손이 자신의 목을 더듬었다. 마치 아직도 무언가가 그의 목을 조르고 있는 것처럼.

이네스의 내면에서 무언가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안토니오가 예언한 대로였다. 악몽. 검은 형체. 그리고 아마도 내일 아침이면, 페드루의 두통은 더 심해질 것이었다. 그의 말은 하나하나가 현실이 되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그녀는 혼자가 아니었다. 페드루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 어둠 속에서도 그의 손은 여전히 따뜻했다. 식은땀에 젖은 손바닥이었지만, 그 온기는 사라지지 않았다.

“이네스. 저건 그냥 악몽이야. 스트레스 받으면 누구나 꾸는 꿈이라고. 그자가 무슨 말을 하든,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옳은 일이야. 알겠지?”

이네스는 대답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는 페드루의 손을 마주 잡았다. 손가락 사이로 그녀의 손가락을 엮어 넣었다. 그것이 그녀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대답이었다.

그로부터 사흘째 되던 날, 실바 경관에게서 연락이 왔다.

전화벨이 울리자 이네스는 한동안 전화기를 손에 쥔 채로 망설였다. 안토니오의 전화일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여전히 그녀를 옭아매고 있었다. 하지만 발신자 확인 화면에 뜬 경찰서 번호를 보고서야 그녀는 통화 버튼을 눌렀다.

“안토니오에 대한 내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예상대로, 그는 전과가 있는 인물이었습니다. 삼 년 전에도 비슷한 수법으로 독거 노인에게 접근해서 거액의 돈을 가로챘고, 작년에는 젊은 여성에게 영적 치유를 빙자한 성추행 혐의로 조사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다만 그때는 피해자가 합의를 해서 기소까지 이어지지 않았고요.”

실바 경관의 목소리는 여전히 사무적이었지만, 그 안에는 미세한 분노가 섞여 있었다. 이네스는 그 분노의 파편을 전화기 너머로 느꼈다.

“이번에는 다릅니다. 이네스 씨의 진술과 문자 기록, 그리고 통장 거래 내역이 있으니 사기와 협박 혐의로 체포 영장을 신청할 수 있을 겁니다. 다만 시간이 조금 걸릴 수 있어요. 그동안은 계속해서 조심하시고, 절대 그와 접촉하지 마십시오.”

전화를 끊은 후, 이네스는 멍하니 앉아 있었다. 안토니오에게 전과가 있었다는 사실은 그녀에게 충격이면서도, 동시에 이상한 안도감을 주었다. 그녀만 속은 게 아니었다. 그녀만 약했던 게 아니었다. 안토니오는 직업적인 사기꾼이었고, 그녀는 그의 수많은 피해자 중 하나일 뿐이었다.

하지만 그 생각은 그녀에게 또 다른 고통을 불러일으켰다. 만약 그가 정말로 사기꾼이라면, 그의 말 중에 진짜는 하나도 없다는 뜻이었다. 저주도, 치유도, 에너지도 모두 거짓이었다. 그가 그녀의 몸을 요구한 것도 의식 때문이 아니라, 그저 그녀를 소유하고 통제하기 위한 수단이었을 뿐이었다.

그렇다면 그녀가 그에게 허락했던 모든 것은, 그저 사기극의 일부였을 뿐이다.

그 사실이 그녀의 뇌리를 송곳처럼 찔렀다. 그녀는 한낱 사기에 속아서 남편에게 거짓말을 하고, 가족의 예단을 탕진하고, 낯선 남자에게 몸을 허락할 뻔했다. 그 수치심은 저주에 대한 두려움보다 더 깊고 더 차갑게 그녀의 내장을 파고들었다. 그것은 목구멍에서부터 위장까지 이어지는 차가운 쇳덩어리 같았다.

“내가…… 내가 너무 바보였어.”

이네스가 중얼거렸다. 그녀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눈물은 뜨거웠지만, 그녀의 뺨을 타고 흐르는 동안 금세 식어버렸다.

“내가 조금만 더 생각했으면…… 그 사람 말을 믿지 말았어야 했는데…….”

페드루가 그녀의 옆에 앉아 손을 잡았다. 그의 손가락이 그녀의 손가락 사이로 엮여 들어왔다.

“네 잘못이 아니야. 그런 사기꾼들은 사람의 약점을 파고드는 데 전문가야. 네가 약해서 당한 게 아니라고. 오히려…… 네가 혼자서 가족을 지키려고 했던 거잖아. 그게 얼마나 힘든 일이었는지…… 나는 몰랐어.”

그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그 떨림 속에는 분노도, 죄책감도, 그리고 안도감도 뒤섞여 있었다.

“앞으로는 나한테 말해. 무슨 일이 있든, 우리 같이 해결하는 거야. 알겠지?”

이네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손에는 페드루가 쥐어준 따뜻한 커피가 들려 있었다. 커피의 온기가 그녀의 손바닥을 통해 천천히 스며들고 있었다. 그 온기는 안토니오의 비정상적인 열기와는 전혀 다른 종류의 것이었다. 그것은 체온과 같은 온도, 사람의 온기였다.

일주일이 지났다.

실바 경관의 노력으로 안토니오에 대한 체포 영장이 발부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경찰은 그가 평소 의식을 진행하던 집으로 출동했지만, 그는 이미 그곳에 없었다. 이웃들의 증언에 따르면, 그가 며칠 전에 짐을 꾸려 어디론가 떠났다고 했다. 이층 건물의 커튼은 더 이상 쳐져 있지 않았고, 현관문 앞의 화분들은 물을 주는 사람이 없어 시들어가고 있었다.

“아마도 누군가 그에게 수사 정보를 흘린 모양입니다. 이런 소도시에서는 경찰 내부의 정보가 쉽게 새는 경우가 종종 있거든요. 하지만 포기하지는 않을 겁니다. 인근 도시 경찰서에도 수배령을 내렸으니까, 곧 잡힐 거예요.”

실바 경관은 그렇게 말했지만, 이네스는 알 수 있었다. 안토니오는 잡히지 않을 것이다. 그는 이미 이런 상황을 여러 번 겪어본 사람이었다. 전과가 있다는 것은 곧, 그가 처벌을 피하는 데에도 능숙하다는 의미였다. 그가 떠난 집에는 아직도 유향 냄새가 밴 커튼과, 바닥에 떨어진 마른 장미 꽃잎들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이네스의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그로부터 나흘째 되던 날 밤, 그녀의 전화기로 마지막 문자 한 통이 도착했다.

‘이네스. 나는 이제 이 도시를 떠납니다. 하지만 당신을 잊지는 않을 겁니다. 당신은 나의 가장 특별한 의식 파트너였으니까요. 그리고 한 가지만 기억하십시오. 당신은 경찰을 선택했지만, 저주는 당신을 선택했습니다. 그것은 앞으로도 영원히 당신과 함께할 것입니다.’

페드루는 격분했지만, 이네스는 의외로 차분했다. 그녀는 그 문자를 읽고, 삭제 버튼 대신 스크린샷을 찍어 실바 경관에게 전송했다. 손가락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지만, 그 떨림 속에는 더 이상 공포만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분노와, 체념과, 그리고 모호한 결의가 뒤섞인 떨림이었다.

그날 밤, 이네스는 오랜만에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꿈에서는 안토니오의 얼굴이 점점 작아지고 흐려졌다. 그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그 얼굴은 여전히 그녀의 기억 속에 남아 있었고, 아마도 오랫동안 남아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적어도, 그 얼굴은 더 이상 그녀의 현실을 지배하지 않았다.

아침이 되었다. 이네스는 눈을 떴다. 페드루는 여전히 그녀의 곁에서 자고 있었다. 그의 숨소리는 규칙적이었고, 얼굴은 평화로워 보였다. 그녀는 조용히 일어나 부엌으로 나갔다. 그리고 오랜만에 직접 커피를 내렸다.

커피 향이 부엌에 퍼졌다. 건조하고 씁쓸한 그 향이 공기 중의 먼지들과 뒤섞여 느리게 확산되었다. 창밖에서는 이른 아침의 빛이 코르크 나무들 사이로 길게 드리워지고 있었다. 이네스는 커피를 머그잔에 따르며 잠시 창밖을 내다보았다. 세상은 여전히 거기에 있었다. 안토니오는 사라졌지만, 그가 심어놓은 의심과 공포의 잔상은 여전히 일상의 밑바닥에 독니처럼 도사리고 있었다. 페드루가 다시 두통을 호소할 때마다, 어머니가 어지럼증을 호소할 때마다, 그녀의 심장은 다시 빠르게 뛸 것이다. 안토니오의 목소리는 여전히 그녀의 머릿속 한구석에 남아, 가장 취약한 순간을 기다리며 웅크리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이 오면, 그녀는 그 목소리에 맞서는 방법을 이제 조금은 알고 있었다. 페드루의 손을 잡는 것, 실바 경관에게 전화하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혼자서 모든 것을 짊어지지 않는 것.

커피의 온기가 머그잔을 통해 그녀의 손바닥에 스며들었다. 그녀는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쓴맛이 혀끝에 오래 남았다. 그 쓴맛은 그녀가 지난 한 달 동안 겪은 모든 것의 맛과 닮아 있었다. 하지만 그 쓴맛 속에는, 이상하게도, 더 이상 두려움만이 있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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