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화: 틈의 무게
타티아가 떠난 지 닷새째. 아파트의 공기는 더 무거워졌다. 타마르는 깨어 있는 시간보다 잠든 시간이 더 많아졌고, 깨어 있을 때도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 그녀의 눈빛은 무언가를 향해 열려 있기보다, 무언가로부터 닫혀 있었다. 소파에 누워 벽지를 만지작거리는 그녀의 손가락은 점점 말라가고 있었다.
마리암은 부엌 식탁에 앉아 냉장고 모터가 돌아가는 소리를 듣고 있었다. 낡은 압축기는 20분 간격으로 울렸고, 한 번 돌아갈 때마다 7분 정도 지속되었다. 그녀는 그 리듬을 의식적으로 파악하고 있었다. 이곳의 모든 기계음과 인간의 소리를 구분하고, 그 소리들이 만드는 패턴을 이해하는 것이 그녀가 지금 할 수 있는 유일한 능동적 행위였다.
기오르기는 거실 의자에서 몸을 뒤척였다. 그의 시선은 여전히 마리암에게 고정되어 있었지만, 감시의 질은 조금 변했다. 첫 이틀은 긴장된 응시였다면, 이제는 습관화된 주시에 가까웠다. 사람은 무한정 경계할 수 없다. 기오르기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의 시선은 여전히 마리암을 향해 있었지만, 그 시선 뒤의 주의력은 시간에 따라 옅어졌다 짙어졌다를 반복했다. 오후 늦은 시간이면 그의 눈꺼풀이 무거워졌고, 저녁 식사 후에는 턱을 괴는 시간이 길어졌다.
마리암은 그 옅어지는 순간들을 측정하고 있었다. 오전 10시쯤 그가 복도로 통화를 하러 나가는 시간은 8분에서 12분. 오후 2시쯤 화장실에 머무는 시간은 15분 정도. 저녁 8시부터 9시 사이, TV를 시청할 때는 축구 중계나 뉴스에 몰입해 고개를 거의 돌리지 않았다. 그리고 새벽 2시에서 4시 사이, 그의 턱 근육이 가장 깊게 이완되고 코골이가 규칙적으로 변하는 시간대.
이 정보들은 타티아가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알려준 것과, 그 후 닷새 동안 그녀가 직접 확인하고 보완한 것들이었다. 그녀는 이 숫자들을 머릿속에 반복해 새겼다. 종이에 적을 수 없었기 때문에, 기억만이 유일한 저장 장치였다. 밥을 먹을 때도, 물을 마실 때도, 소파에 앉아 있을 때도 그녀는 숫자들을 의식적으로 반복했다. 8분에서 12분. 15분. 8시에서 9시. 2시에서 4시.
타마르가 소파에서 몸을 일으키며 작게 기침했다.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고 입술은 건조했다. 마리암은 물컵을 건네며 물었다.
“괜찮아?”
“그냥… 조금 피곤해요. 언니는 어떻게 그렇게 가만히 앉아 있어요. 나는 가만히 있으면 이상한 생각만 들어서 더 힘든데.”
마리암은 타마르의 이마에 손을 얹어보았다. 열은 없었다. 그녀는 타마르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말했다.
“가만히 있는 게 아니야. 듣고 있어.”
“뭘 듣는데요.”
“냉장고. 기오르기 숨소리. 복도 발소리. 전화 통화. 모든 소리.”
타마르는 이해하지 못한 표정이었다. 마리암은 더 설명하지 않았다. 지금은 설명할 때가 아니었다. 그녀는 타마르에게 차라리 잠을 권했다. 잠든 상태가 그녀에게는 가장 안전한 시간이었다. 또한 자신에게도 잠든 타마르는 변수가 아니었다. 감시를 뚫기 위한 계산에 혼란을 주지 않는, 조용한 존재.
마리암의 주머니 속에는 타티아가 준 종이 조각이 들어 있었다. 종이는 닷새 동안 여러 번 접혔다 펴져서 접힌 선을 따라 종이 섬유가 미세하게 일어나 있었다. 그녀는 기오르기가 화장실에 간 짧은 틈을 이용해 종이를 펼쳐보았다. 연필로 눌러쓴 숫자들이 보였다. 타티아의 동생 전화번호, 그리고 여성지원단체 전화번호.
여성지원단체 번호는 8자리 숫자였다. 그녀는 그 숫자들을 머릿속에서 해체했다. 둘씩 끊어 읽고, 거꾸로 외우고, 덧셈을 해보고, 자신의 생년월일과 연결시켰다. 어떤 식으로든 숫자들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훈련이었다. 만약 종이를 빼앗기더라도, 그녀의 기억 속에 이 번호들이 남아 있어야 했다. 한 번 외운 숫자는 깨어 있는 동안 쉬지 않고 반복했다. 그녀는 부엌 선반 위의 통조림 캔 개수를 세면서, 냉장고 모터의 작동 횟수를 세면서, 그 모든 숫자들 사이에 8자리 숫자를 끼워 넣었다.
핸드폰은 여전히 충전되지 않았다. 아파트 벽면 콘센트는 노후되어 접속이 불량했고, 설령 충전된다 해도 데이터 신호는 한 칸이었다. 게다가 기오르기는 마리암이 핸드폰을 만지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녀의 핸드폰은 타마르의 것과 마찬가지로 배터리가 방전된 채 서랍 속에 있었다. 충전기를 꽂는 행위조차 그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녀는 서랍을 열어 핸드폰을 확인하는 것조차 하지 못했다. 서랍이 열리는 소리는 작았지만, 이 적막한 아파트에서는 너무나 크게 들렸다.
그러나 마리암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녀는 기오르기의 패턴 중에서도 가장 긴 빈틈을 찾아내고 있었다. 바로 오전 10시 통화 시간이었다. 8분에서 12분. 그녀는 그 시간을 정확히 측정하기 위해 냉장고 모터의 작동 간격을 이용했다. 모터가 한 번 돌아가기 시작하면 7분. 통화 시간이 8분 이상이라면, 모터가 멈추고 다시 돌아가기 전에 충분한 여유가 생겼다. 그리고 통화가 길어져 12분을 넘긴 날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문제는 핸드폰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점이었다. 그녀는 식탁에 앉아 기오르기가 통화하러 나간 사이, 부엌 서랍을 조용히 열어보았다. 전에 타티아가 말했던 대로, 서랍 안에는 사용하지 않는 주방 도구들과 함께 낡은 유선전화기 한 대가 들어 있었다. 검은색 플라스틱 본체에 번호판이 달린 구식 모델이었다. 하지만 전화선은 연결되어 있지 않았다. 선이 빠져 있는 부분의 먼지가 쌓인 정도로 보아, 상당히 오래전부터 연결되지 않은 상태였다. 다비드와 기오르기가 의도적으로 제거한 것인지, 원래부터 없던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어느 쪽이든, 이 전화기는 작동하지 않았다.
또 다른 가능성은 기오르기의 핸드폰이었다. 그가 통화를 끝내고 커피를 마시러 부엌으로 오는 사이, 식탁 위에 잠시 올려두는 핸드폰. 그러나 그 시간은 길어야 30초였고, 그마저도 그의 시선이 완전히 떠나는 순간은 거의 없었다. 게다가 핸드폰은 항상 비밀번호가 걸려 있었다. 그녀는 두 번, 기오르기가 식탁에 핸드폰을 올려둔 장면을 보았다. 화면에는 항상 6자리 숫자를 입력하는 잠금창이 떠 있었다.
마리암은 조건들을 냉정하게 평가했다. 충전된 기기 없음, 네트워크 없음, 감시자의 허락 없음. 타티아가 남긴 번호는 존재했지만, 그 번호를 누를 수 있는 수단이 완전히 봉쇄되어 있었다. 이것은 단순한 용기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녀는 다른 접근법이 필요했다. 무언가를 밖으로 내보내려면, 먼저 안에서 움직일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재정의해야 했다.
닷새째 저녁, 마리암은 우연히 새로운 것을 발견했다. 화장실 세면대 아래쪽의 배수관에서 물이 새고 있었던 것이다. 타티아가 떠나기 전부터 간혹 보이던 누수였지만, 오늘따라 물이 조금 더 넓게 바닥 타일을 적시고 있었다. 물은 타일 사이의 줄눈을 따라 천천히 퍼져나가고 있었다.
그녀가 세면대 아래에 쪼그려 앉아 누수를 확인하고 있을 때, 배수관을 통해 소리가 들려왔다. 희미한 목소리였다. 아래층에서 누군가 대화를 나누는 소리가 배수관을 타고 올라온 것이었다. 말소리는 분명하지 않았지만, 사람이 있다는 사실 자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여성의 목소리와 남성의 목소리가 교차하고 있었고, 때때로 어린아이의 짧은 외침도 섞여 들렸다.
마리암은 귀를 기울였다. 아래층은 어떤 사람이 살고 있을까. 일반 세입자일까, 아니면 이 조직과 관련된 사람일까. 만약 일반인이라면, 이 파이프는 그녀가 바깥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가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동시에, 아래층 주민이 오히려 조직의 눈과 귀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잘못 접촉했다가는 모든 것이 끝장이었다. 그녀는 파이프 속 소리를 더 집중해서 들었다. 오전 8시쯤에는 물 트는 소리와 함께 그릇 부딪히는 소리가 났고, 오후 6시쯤에는 TV나 라디오로 추정되는 소리가 흘러나왔으며, 밤 10시 이후에는 소리가 거의 사라졌다. 지나치게 규칙적이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완전히 무질서하지도 않은, 평범한 가정의 생활 리듬이었다.
이 패턴은 조직원이라기보다 일반 주민에 가까웠다. 조직의 감시자라면 이런 규칙적인 생활 소리를 내지 않을 것이다. 혹은 의도적으로 평범한 소리를 내며 위장하는 것일 수도 있었다.
그녀는 세면대 아래에서 몸을 일으켰다. 무릎이 바닥 타일에 눌려 붉은 자국이 생겨 있었다. 세면대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금 간 유리 너머로, 그녀의 얼굴이 두 쪽으로 나뉘어 보였다. 한쪽은 지금까지 굴복과 관찰을 반복해온 얼굴, 다른 한쪽은 아직 꺾이지 않은 얼굴이었다. 그녀는 금 간 유리 조각을 손끝으로 살짝 만져보았다. 유리는 차가웠고, 금이 간 부분은 피부가 베일 듯 날카로웠다.
타마르가 화장실 문을 두드렸다. 마리암은 물을 내리고 나왔다. 타마르의 얼굴은 어제보다 더 지쳐 보였다. 그녀는 마리암의 옆을 지나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언니, 나 이제 진짜 지쳤어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요.”
마리암은 타마르의 어깨를 잠시 움켜잡았다.
“조금만 더 버텨. 아직 아무것도 끝난 게 아니야.”
타마르는 대답 없이 화장실 문을 닫았다. 마리암은 거실로 돌아왔다. 기오르기는 소파에 앉아 저녁 8시 뉴스를 보고 있었다. TV에서는 조지아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발표를 전하고 있었다. 그의 시선은 화면에 고정되어 있었고, 턱 근육은 이완되어 있었다. 손에는 리모컨이 느슨하게 쥐어져 있었다. 오늘 저녁은 뉴스의 내용이 긴지, 그의 주의력이 평소보다 더 깊게 화면으로 빨려 들어가 있었다.
마리암은 그 모습을 보며, 자신이 파악한 패턴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TV 뉴스 시간. 저녁 8시에서 9시. 기오르기의 주의력이 가장 분산되는 시간대 중 하나였다. 그리고 내일 오전 10시면, 다시 8분에서 12분의 통화 시간이 온다. 그녀는 거의 준비가 되어가고 있었다. 다만, 실행 가능한 수단이 아직 없을 뿐이었다.
엿새째 오후, 다비드가 아파트를 방문했다. 그는 오늘 다른 손님을 동반했다. 마흔쯤 되어 보이는 여성이었다. 그 여성은 단정한 정장 차림에 손목에는 진주 팔찌가 감겨 있었다. 그녀는 마리암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는 다비드의 그것과 닮아 있었다. 친절해 보이지만, 눈가에 온기가 없는 종류의 미소였다. 그녀의 구두 굽은 낮았고, 걷는 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마치 존재감 자체를 조절하는 데 익숙한 사람 같았다.
“이쪽은 타마라 씨예요. 이스탄불 쪽에서 여성 인력 관리를 담당하는 분이에요. 타마르 씨 일정이 거의 잡혀서, 인수인계차 오셨어요.”
다비드는 마리암에게도 소개했다.
“타마라 씨는 마리암 씨 같은 분들이 현지에서 잘 적응할 수 있게 도와주는 분이에요. 일종의 멘토 같은 존재죠.”
멘토. 마리암은 그 단어를 곱씹었다. 다비드가 사용하는 단어들은 항상 실제보다 더 순하고 합법적으로 들렸다. 인력 관리자, 멘토, 접대 업무. 그 단어들은 모두 무언가를 감추기 위한 막이었다. 타마라의 손목에 감긴 진주 팔찌는 진짜 진주였고, 그녀의 손톱은 전문적인 관리를 받은 듯 깔끔했다. 이 여성은 분명 이 조직에서 일정한 지위를 가진 사람이었다.
타마라는 마리암에게 다가와 악수를 청했다. 그녀의 손은 부드러웠고, 매니큐어가 깔끔하게 칠해져 있었다. 악수는 짧았지만, 그녀의 손가락이 마리암의 손목을 스치며 맥박을 확인하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의도된 것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었다.
“마리암 씨, 이야기 많이 들었어요. 아주 똑똑한 분이라고.”
그녀의 조지아어는 유창했지만, 약간의 외국인 악센트가 섞여 있었다. 마리암은 악수를 받으며 그녀의 눈을 보았다. 타마라의 눈은 마리암을 평가하고 있었다. 그것은 자자의 눈빛과 비슷한 종류의 시선이었다. 무게를 재는 듯한 눈빛.
“마리암 씨는 아직 배정이 안 되셨다고 들었어요. 자자 씨라는 분이 관심을 보이고 계시다면서요.”
타마라의 말에 다비드가 끼어들었다.
“아, 그 건은 아직 진행 중이에요. 마리암 씨가 생각할 시간이 좀 필요하셔서.”
“생각이라면… 거절하셨다는 뜻인가요.”
타마라의 목소리는 여전히 부드러웠지만, 그 안에는 날카로운 무언가가 숨어 있었다. 그녀는 마리암을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 그녀의 눈 깜빡임은 느렸고, 눈동자는 마리암에게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았다.
“자자 씨 같은 분의 제안을 거절하는 건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용기 있으시네요.”
마리암은 그 말이 칭찬인지 위협인지 판단하려 애썼다. 타마라의 표정은 여전히 미소를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감정을 읽을 수 없었다. 그녀의 목소리 톤은 평평했고, 손짓은 절제되어 있었다.
“용기라기보다는… 제 상황을 좀 더 이해하고 싶었을 뿐이에요.”
“그런 태도는 좋아요. 하지만 마리암 씨, 이 비즈니스에서 ‘생각할 시간’이라는 건 사치예요. 기회는 기다려주지 않거든요. 자자 씨가 흥미를 잃기 전에, 본인에게 유리한 조건을 끌어내는 게 현명한 선택일 거예요.”
타마라는 그 말을 남기고 타마르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그녀는 타마르에게 다가가 상냥한 목소리로 이스탄불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보스포루스 해협, 그랜드 바자르, 호텔에서 바라보는 야경. 그녀가 말하는 이스탄불은 관광 안내 책자처럼 아름다웠다. 타마르는 그 말을 들으며 오랜만에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는 닷새 만에 처음 보는 것이었다.
마리암은 그 모습을 지켜보며, 타마라가 하는 일이 정확히 무엇인지 이해했다. 그녀는 다비드와 같은 역할을 더 부드러운 방식으로 수행하는 사람이었다. 그녀가 하는 말은 모두 진짜처럼 들렸고, 그래서 더 위험했다. 타마르는 이미 그녀의 말에 마음을 열고 있었다. 타마라의 말투는 상냥했고, 그녀가 건네는 질문들은 타마르의 취향과 관심사를 파악하기 위한 것들이었다. 그녀는 타마르를 ‘상품’이 아니라 ‘막내 동료’처럼 대했다. 그게 더 무서운 방식이었다.
다비드가 떠나기 전, 마리암을 잠시 불렀다.
“마리암 씨, 타마라 씨의 말을 잘 생각해 보세요. 그분은 이 업계에서 아주 경험이 많아요. 마리암 씨에게 도움이 될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거예요.”
“그분도 다비드 씨처럼 저를 설득하러 온 건가요.”
다비드는 어깨를 으쓱였다.
“설득이 아니라, 현실을 알려드리는 거죠. 마리암 씨가 계속 거부하면, 결국 불이익은 마리암 씨에게 돌아가니까요.”
그는 작별 인사도 없이 타마라와 함께 떠났다. 기오르기가 문을 잠그는 소리가 났다. 두 번의 딸깍 소리. 마리암은 식탁에 앉아 방금 전의 대화를 반추했다. 타마라의 등장은 새로운 변수였다. 조직은 그녀의 거부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더 정교한 설득자를 투입한 것이었다. 이제 그녀가 상대해야 하는 사람은 다비드만이 아니었다. 다비드와 타마라, 그리고 그 뒤에 있을 자자와 다른 구매자들까지. 그녀의 저항은 이제 더 많은 상대를 마주해야 했다.
일곱째 날 밤, 아파트는 정적에 잠겼다. 기오르기의 코골이가 거실에서 규칙적으로 들려왔다. 새벽 2시에서 4시 사이, 그가 가장 깊은 잠에 빠지는 시간대였다. 그의 숨소리는 들이쉴 때 짧게 끊기고 내쉴 때 길어지는 패턴을 유지했으며, 20초마다 한 번씩 코 안쪽에서 작은 진동이 울렸다. 마리암은 그 패턴이 흐트러지는지 여부를 확인하며 조용히 눈을 떴다.
그녀는 소파에서 조용히 일어나 타마르가 잠든 것을 확인했다. 타마르의 호흡은 얕고 빨랐지만, 안정적이었다. 그녀는 맨발로 부엌으로 향했다. 발바닥에 닿는 리놀륨 바닥은 차가웠고, 곳곳에 눅눅한 부분이 있었다. 싱크대 앞에 멈춰 서자, 수도꼭지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완전한 정적이 흘렀다.
이 때 타마르가 뒤척이며 잠꼬대를 했다. “엄마…” 그녀의 입에서 새어나온 말은 곧 사라졌다. 마리암은 소파로 돌아와 타마르의 이불을 여며주었다. 이불은 얇은 담요 한 장뿐이었지만, 타마르는 그것을 목까지 끌어올리고 있었다. 마리암은 이불을 조금 더 올려 타마르의 어깨를 덮어주었다.
어둠 속에서 그녀는 자신의 손을 펼쳐보았다. 손바닥의 물집은 딱지가 지고 새살이 올라오고 있었다. 새살은 주변 피부보다 더 밝은 분홍빛이었다. 손등의 피부는 건조했고, 손가락 마디에는 얇은 각질이 일어나 있었다. 그녀는 주먹을 쥐었다 폈다. 이 손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지금 당장은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보였다. 그러나 그녀는 기다리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단순히 희망에 기대어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치밀하게 준비하며 기다리는 법을.
기오르기의 코골이가 한 번 크게 들렸다가 다시 규칙적으로 돌아왔다. 20초 주기의 패턴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었다. 냉장고 모터가 또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20분 전에 멈췄던 모터가 다시 깨어난 것이었다. 7분 후면 다시 멈출 것이다. 그녀는 그 리듬을 가슴속에 새기며 식탁 의자에 앉았다.
내일 다비드가 다시 올 것이다. 어쩌면 타마라도 함께일 것이다. 그들은 여전히 그녀를 설득하려 할 것이고, 자자의 제안은 여전히 식탁 위에 놓여 있을 것이다. 타마르는 점점 더 타마라의 말에 귀를 기울일 것이다. 기오르기의 감시는 계속될 것이고, 통화 시간과 화장실 시간과 TV 시간은 어제와 비슷하게 반복될 것이다.
마리암은 주머니 속 종이 조각을 손끝으로 만졌다. 종이는 여전히 거기에 있었다. 닳아가는 가장자리가 손가락 끝에 닿았다. 8자리 숫자는 여전히 그녀의 머릿속에 있었다. 그리고 패턴들은 매일 조금씩 더 선명해지고 있었다. 그녀는 이 정보들을 언제, 어떻게 사용할 수 있을지 아직 몰랐다. 하지만 정보는 쌓여가고 있었고, 그 쌓임 자체가 그녀가 무너지지 않았다는 증거였다.
아침이 오기까지는 아직 네 시간 정도 남아 있었다. 리놀륨 바닥의 차가운 온도가 맨발을 통해 올라왔다. 냉장고 모터가 7분의 주기를 마치고 멈추었다. 배수관 너머로 아래층 누군가의 기침 소리가 희미하게 올라왔다. 한 번, 그리고 잠시 후 다시 한 번. 그 작은 소리가 이 공간과 바깥세상이 완전히 단절되지는 않았음을 증명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