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의 그림자 조지아편 #001] 경유지 – 1화: 달콤한 덫의 입구

1화: 달콤한 덫의 입구

쿠타이시 서부 외곽에 자리한 낡은 패널형 아파트 3층은 언제나 축축한 곰팡이 냄새와 오래된 콘크리트 가루 냄새로 가득했다. 얼룩진 가스레인지 위에서는 허연 양배추 몇 조각이 가쁜 숨을 몰아쉬듯 보글거리며 끓고 있었다. 마리암은 녹이 슬어 덜덜거리는 국자를 들어 수프를 한 번 휘저었다. 가스 불빛에 비친 수프는 영양가라곤 찾아볼 수 없을 만큼 투명했고, 그 표면 위로 부서진 양배추 찌꺼기들만 둥둥 떠다녔다. 이 좁고 어두운 부엌에서 지난 24년 동안 수천 번도 넘게 반복해 온 의미 없는 가사 노동이었다.

냄비 바로 옆, 기름때가 찌든 식탁 한구석에는 약국 봉지 세 개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봉지 겉면에는 어머니 나나의 이름이 거친 글씨로 적혀 있었다. 심장약, 혈압약, 그리고 최근에 추가된 당뇨약까지. 알약들이 봉지 안에서 부딪히며 내는 사각거리는 소리는 마리암에게 있어서 매달 돌아오는 사형 선고의 서곡과도 같았다.

“마리코야, 너 또 점심 거르는 거 아니지?”

거실 쪽에서 들려오는 쇳소리 섞인 갈라진 목소리에 마리암은 순간적으로 굳어졌던 안면 근육을 억지로 끌어올렸다. 어머니는 아주 어릴 적부터 그녀를 ‘마리코’라는 애칭으로 불렀다. 아버지가 살아 계시던 시절에는 그 이름이 세상에서 가장 따스한 안식처였으나, 모든 가산이 탕진되고 빚더미만 남은 지금은 그 다정한 부름조차 마리암의 가슴을 짓누르는 차가운 납덩어리로 변해 있었다.

“걱정 마세요, 엄마. 방금 빵이랑 같이 든든하게 먹었어요.”

목구멍을 넘어가는 침조차 쓰디썼다. 당연히 거짓말이었다. 어제 저녁부터 지금까지 그녀가 위장 속에 집어넣은 것이라곤 주전자에 몇 번이고 다시 우려내서 투명해진 찻잎 물과 일주일 전 사두어 돌덩이처럼 딱딱해진 호밀빵 한 조각이 전부였다. 의사는 어머니의 무너진 면역력을 회복하기 위해선 신선한 채소와 고기로 짜인 제대로 된 영양식을 매일 제공해야 한다고 경고했지만, 그러기 위해선 하루 최소 15라리가 필요했다. 조지아 서부의 낙후된 중소도시인 쿠타이시에서 방 두 칸짜리 허름한 아파트의 한 달 월세는 350라리. 그러나 고작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야간 마트 계산대로 일하며 마리암이 손에 쥐는 월급은 전부 합쳐봐야 겨우 600라리였다. 숨만 쉬어도 마이너스가 되는 잔인하고 단순한 산수였다.

마리암은 주머니 속에서 사정없이 구겨져 있던 하얀 봉투를 꺼내 떨리는 손으로 펼쳤다. 이번 달 종합병원에서 날아온 최종 병원비 청구서였다. 붉은 도장이 찍힌 숫자가 시야에 들어오는 순간, 손끝에서부터 피가 전부 빠져나가는 듯한 극심한 오한이 몰려왔다. 1,840라리. 두 달 전부터 내지 못해 밀린 금액에 연체 이자까지 고스란히 얹어진 액수였다. 담당 의사는 다음 주 월요일까지 이 금액을 일부라도 납부하지 않으면, 의료법을 운운하며 더 이상 치료를 지속하거나 처방전을 발행해 줄 수 없다고 차갑게 통보했다. 돈이 없으면 집에서 죽어가라는 조용한 살인 선고였다.

누렇게 바랜 부엌 벽에 걸린 달력을 응시했다. 2024년 3월. 벌써 사흘째 낮밤을 가리지 않고 쿠타이시 전역의 직업 알선소와 전단지를 뒤졌지만, 이 무기력한 도시에는 이십 대 초반의 경력 없는 여성이 구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일자리 따윈 존재하지 않았다. 대학교에 진학해 평범한 사무직원으로 살고 싶었던 그녀의 소박한 꿈은 아버지가 급작스러운 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남은 병원비를 떠안았던 그해 겨울에 이미 완전히 박살 나 있었다.

그때, 식탁 위에서 진동을 울리며 핸드폰이 거칠게 춤을 추었다. 화면에 선명하게 떠오른 이름을 확인한 마리암의 미간이 작게 찌푸려졌다.

‘니노 아불라제’

중학교 시절 한 학기 동안 잠시 같은 분반을 썼던, 그리 친하지도 않았던 동창이었다. 3년 전쯤 터키 이스탄불로 돈을 벌러 떠났다는 소문을 마지막으로 동네에서 자취를 감추었던 아이였다. 마리암은 잠시 수화기 너머의 진동을 바라보며 망설이다가, 이내 벼랑 끝에 선 심정으로 통화 버튼을 누르고 귀에 가져다 댔다.

“마리암! 세상에, 정말 오랜만이다! 잘 지내고 있었어?”

니노의 목소리는 지나칠 정도로 드높고 활기찼다. 마치 어제도 만났던 절친한 사이처럼 스스럼없는 어조였기에 오히려 기이한 이질감이 풍겼다. 마리암은 마른침을 삼키며 조심스럽게 대답을 건넸다.

“어… 그냥 그렇지 뭐. 갑자기 무슨 일이야?”

“너 아직도 쿠타이시 그 동네에 계속 살고 있구나? 아휴, 고생이 많네. 건너건너 들었어. 너희 어머니 몸이 많이 안 좋으셔서 병원비 때문에 고생하고 있다며. 마음이 너무 아프더라.”

마리암은 순간 입을 다물었다. 연락 한 통 없던 니노가 대체 어떤 경로로 자신의 비참한 집안 사정까지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는지 강한 의구심이 솟구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니노는 수화기 너머에서 흐르는 마리암의 무거운 침묵을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듯, 한층 더 들뜬 어조로 쉼 없이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나 지금 터키 이스탄불에 있거든. 여기 새로 지은 대형 호텔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진짜 이쪽은 조지아랑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기회가 넘쳐나. 급여 수준도 상상을 초월하고. 마침 프런트 쪽에 자리가 하나 비었는데, 네 생각이 딱 나더라고. 영어도 잘하던 기특한 애가 그런 구석진 동네에서 썩고 있으면 안 되잖아.”

니노가 제시하는 조건들은 마치 사막 한가운데서 마주한 오아시스처럼 정교하고 매혹적이었다. 이스탄불 중심가에 새로 들어선 5성급 신축 체인 호텔의 리셉션 데스크 업무. 외국인 관광객들을 상대해야 하기에 영어 가능자를 최우선으로 우대한다는 조건에 마리암의 가슴이 사정없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녀는 가난한 환경 속에서도 고등학교 시절 내내 영어만큼은 전교 상위권을 유지하며 남다른 재능을 보였던 기억이 있었다.

“그런데… 정확히 월급은 얼마나 주는 건데?”

마리암은 스스로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리는 것을 감추기 위해 전화기를 쥔 손에 더욱 힘을 주었다. 니노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 가벼운 웃음소리를 내며 대답했다.

“기본급으로 매달 순수하게 2,000달러가 보장돼. 거기에 외국인 VIP들이 주는 팁이랑 야간 수당까지 합치면 아무리 못해도 2,500달러는 그냥 가뿐하게 통장에 꽂혀. 거짓말 같지?”

2,500달러. 마리암은 머릿속으로 급히 그 숫자를 조지아 라리로 환산해 보았다. 현재 환율로 계산하면 대략 6,800라리가 훌쩍 넘는 엄청난 거금이었다. 지금 그녀가 한 달 내내 온갖 모욕을 견디며 마트에서 버는 돈의 열 배를 상회하는 금액이었다. 그 돈이면 밀린 어머니의 병원비를 일시에 완납하고, 이 축축한 아파트의 월세 독촉에서 벗어나 매일 저녁 따스한 고기반찬이 놓인 식탁을 어머니에게 차려줄 수 있었다. 지옥 같은 현실을 단 한 번에 뒤집을 수 있는 치명적인 액수였다.

“하지만… 당장 이스탄불까지 갈 비행기 표 값도 없고, 터키 노동 비자나 복잡한 서류 절차는 내가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전혀 모르겠어.”

“아유, 얘도 참 순진하긴. 걱정 붙들어 매! 우리 호텔 연계 에이전시가 그런 서류 작업은 알아서 다 처리해 줄 거야. 항공권도 미리 그쪽에서 대납해서 끊어줄 거고, 비자도 한 번에 통과되는 특수 루트가 있으니까 몸만 오면 돼. 네가 준비할 건 오직 유효기간 남은 여권 하나랑, 당장 이 지긋지긋한 가난을 끝내겠다는 확실한 결심뿐이야.”

마리암은 핸드폰을 귀에 댄 채 힘없이 부엌 플라스틱 의자에 주저앉았다. 가스레인지 위 양배추 수프에서는 여전히 희뿌연 김이 피어오르며 벽지를 적시고 있었다. 거실 소파에서 어머니가 심한 기침을 해대며 거칠게 몸을 뒤척이는 마찰음이 문틈을 타고 들려왔다.

“정말… 그 조건이 맞아? 나 말고 다른 조지아 사람들도 그 호텔에 같이 일하고 있는 거야?”

“당연하지! 너랑 비슷한 처지에서 인생 역전해보겠다고 온 젊은 조지아 여자애들 두세 명 더 같이 일하고 있어. 다들 여기서 돈 벌어서 고향 집에 송금하고 엄청 잘 지내. 다들 새로운 삶을 찾아서 정당하게 일하는 거지, 안 그래?”

마리암은 다시금 깊은 생각에 잠겼다. 가슴 깊은 곳 한구석에서 정체 모를 불길한 경고음이 낮게 울리는 것 같았다. 2,500달러라는 돈은 조지아의 경제 수준에 비추어 볼 때 지나치게 거대한 액수였다. 쿠타이시에서 뼈가 바스러지도록 하루 12시간을 넘게 일해도 고작 600라리를 쥐여주는 게 냉혹한 현실인데, 국경 하나를 넘었다고 해서 동일한 노동에 열 배가 넘는 대가를 지불한다는 사실이 이성적으로 쉽게 납득되지 않았다.

“호텔 이름이 정확히 뭔지 알려줄 수 있어? 내가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게.”

“글로벌 체인 브랜드인데, 이번에 유럽 자본이 들어와서 정식 오픈 준비 중이라 아직 일반 포털에는 상세 정보가 안 뜰 수도 있어. 내가 말한 모든 근무 조건은 계약서에 명확히 명시될 거니까 의심 부려놓아도 돼. 내가 설마 고향 친구를 두고 장난치겠니?”

니노의 음성에는 어떠한 조급함이나 강요의 기색도 묻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느긋하고 여유로운 투였기에, 마리암이 거절하더라도 아쉬울 것이 전혀 없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그 철저히 계산된 초연함이 마리암의 마음속에 남아 있던 마지막 경계의 벽을 허물어뜨렸다.

“미안해, 니노. 내가 엄마를 두고 떠나야 하는 문제라… 딱 며칠만 더 고민해 보고 연락해도 될까?”

“그래, 신중하게 생각해야지. 이해해. 근데 미안하지만 자리가 딱 두 명분밖에 안 남았어. 다음 주 초까지 확답 안 주면 이 조건은 대기하고 있는 다른 애한테 바로 넘어갈 거야. 옆 동네 사는 애 하나가 제발 자기 좀 보내달라고 사정하고 있거든. 기회는 매번 오는 게 아니야, 마리암.”

뚝 끊긴 전화기를 내려놓자, 부엌은 다시금 시체처럼 고요한 침묵 속으로 침전했다. 마리암은 가스레인지 불을 끄고 식어가는 수프 냄비를 식탁 중앙으로 옮겼다. 소파에서 간신히 몸을 일으킨 어머니가 벽을 짚으며 천천히 부엌으로 걸어 들어왔다. 나나는 딸의 그늘진 얼굴을 가만히 응시하더니, 서글픈 눈빛으로 아무런 말 없이 알루미늄 숟가락을 들었다. 그 힘없는 몸짓을 바라보는 마리암의 가슴이 가시로 찔린 듯 조여들었다.

“방금 통화… 누구랑 그렇게 길게 하던 거니?”

“아, 예전에 학교 같이 다녔던 친구예요. 지금 터키 이스탄불에서 자리를 잡았는데, 저한테 아주 좋은 호텔 일자리를 소개해 줄 수 있다고 해서요.”

“외국으로 나가는 건… 너무 위험하지 않겠니? 아는 사람 하나 없는 타국 땅인데…”

“엄마, 요즘 조지아 젊은 애들 중에서 돈 벌러 해외 안 나가는 사람 없어요. 다들 그렇게 살아요. 걱정하지 마세요.”

나나는 미심쩍고 불안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수프를 한 숟가락 떠서 입으로 가져갔다. 마리암은 손때 묻은 핸드폰을 연신 만지작거리며 니노가 흘린 달콤한 숫자들을 끊임없이 반추했다. 2,500달러. 그 돈만 있다면 어머니를 시설이 좋은 트빌리시의 전문 요양병원에 모실 수 있었고, 가문을 옥죄던 사채 빚을 전부 청산하고도 남음이 있는 액수였다.

그날 밤, 마리암은 어두운 방안에 누워 니노가 모바일 메신저로 보내온 호텔 홍보용 사진들을 띄워보았다. 화려하게 빛나는 이스탄불의 야경, 통유리로 마감된 현대적인 초고층 빌딩, 단정한 제복을 차려입고 로비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동유럽계 여성 직원들의 모습. 사진 속 세상은 너무나 완벽하고 아름다워 보였다. 아니, 그것이 잔혹한 거짓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조차 사치로 느껴질 만큼 마리암은 너무나 절박했다.

닷새 뒤, 마리암은 수도 트빌리시로 향하는 낡은 마르슈루트카(승합차)의 딱딱한 시트에 몸을 실었다. 출발 전 어머니에게는 “며칠 동안 트빌리시에 가서 일자리를 확실하게 확인하고 계약서만 쓰고 돌아올게요”라며 안심시켰지만, 그녀의 가방 안에는 이미 돌아올 기약이 없는 짐들이 챙겨져 있었다. 손에 쥔 것은 지퍼가 반쯤 고장 난 낡은 천 여행 가방 하나가 전부였다. 가방 안에는 해어진 옷가지 몇 벌과 어머니의 젊은 시절 사진, 그리고 조지아 정교회의 성화가 그려진 작은 나무 십자가 하나만이 들어 있었다.

몇 시간을 달려 도착한 트빌리시 디두베 버스터미널은 매연과 호객꾼들의 고함으로 아수라장이었다. 니노가 사전에 지정해 준 터미널 인근의 한적한 카페 안으로 들어서자, 시원한 에어컨 바람과 함께 낯선 공기가 감돌았다. 그러나 약속된 자리에 앉아 마리암을 기다리고 있던 인물은 동창 니노가 아니었다.

짙은 차콜색 맞춤 정장을 매끄럽게 차려입은 사내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나이는 대략 40대 초반으로 보였으며, 빈틈없이 뒤로 빗어 넘긴 검은 머리와 언뜻 보기에도 고가로 보이는 금빛 손목시계가 묘한 위압감을 풍겼다. 그러나 마리암과 눈이 마주치자, 사내는 극도로 세련되고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마리암 씨 맞으시죠? 반갑습니다. 저는 호텔의 조지아 측 채용 및 서류 관리를 전담하고 있는 다비드라고 합니다. 니노 씨는 이스탄불 현지 리셉션 확장 공사 때문에 갑작스러운 일정이 생겨, 제가 대신 마리암 씨를 마중 나오게 되었습니다.”

다비드의 매너는 흠잡을 데 없이 정중했다. 그는 직접 마리암의 가방을 받아 벽면에 내려놓아 주었고, 의자를 빼주며 따스한 음료를 먼저 주문해 주었다. 자본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그의 품격 있는 태도에 마리암이 가슴 졸이며 품고 왔던 날 선 경계심이 서서히 눈 녹듯 가라앉았다. 그저 규모가 큰 해외 대기업의 고위 간부를 대하고 있다는 착각이 들 뿐이었다.

“본사 인프라 팀에서 마리암 씨의 이력과 언어 능력을 아주 높게 평가했습니다. 터키 외교부에 급행으로 노동 비자 발급을 신청해야 하니, 우선 가지고 오신 여권 원본과 신분증 사본을 제게 넘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서류 절차가 워낙 까다로워서 한시가 급하거든요.”

“아… 지금 당장 원본을 드려야 하나요? 아직 정식 계약서에 서명도 안 했는데…”

마리암이 순간적으로 본능적인 거부감을 느끼며 머뭇거리자, 다비드는 전혀 기분 나쁜 내색 없이 오히려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그렇게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대기업의 보안 절차상 신원 확인이 먼저 이루어져야 계약서 출력이 가능해서 그렇습니다. 정 불안하시다면 제가 이 카페 바로 옆에 있는 지사 사무실에 가서 복사본을 먼저 만들고, 비자 접수증과 함께 여권을 돌려드리도록 하죠. 길어야 20분도 안 걸립니다. 따뜻한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마리암은 잠시 망설이다가 가방 안쪽 깊숙한 곳에서 부르고뉴 빛깔의 조지아 여권을 꺼내 들었다. 그것은 가난한 그녀가 가진 유일한 신분 증명서이자,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마지막 방어선이었다. 다비드는 아주 자연스럽고 정중한 손길로 여권을 받아 들더니, 자신이 들고 있던 가죽 서류 가방 안으로 부드럽게 밀어 넣었다. 그리고 가볍게 목례를 한 뒤 카페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카페 벽면에 걸린 시계 바늘이 째깍거리며 잔인하게 흘러갔다. 바리스타가 머신을 청소하는 소리가 소란스럽게 울렸고, 라디오에서는 정체 모를 조지아 팝송이 흘러나왔다. 30분이 지나고, 1시간이 지나도 다비드는 돌아오지 않았다. 불길한 예감이 엄습한 마리암은 다비드가 명함에 적어주었던 번호로 다급하게 전화를 걸었다.

[연결할 수 없는 번호이오니, 확인 후 다시…]

기계적인 안내 음성이 수화기를 타고 흘러나왔다. 심장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카페 의자에 화석처럼 앉아 2시간을 더 버텼다. 어스름하게 어둠이 깔리자 카페 직원이 다가와 마감 시간임을 차갑게 고지했다. 마리암은 정신이 완전히 나간 사람처럼 천 가방을 끌고 터미널 밖의 어두운 거리로 밀려났다. 익숙하지 않은 타 도시의 차가운 밤거리 한복판에, 여권도 신분증도 없이 홀로 버려졌다는 공포가 그녀의 전신을 엄습했다.

그때, 라이트를 끈 낡은 은색 세단 한 대가 인도 쪽으로 거칠게 미끄러지며 마리암의 바로 앞에 멈춰 섰다. 팅팅 찌그러진 뒷좌석 창문이 스르륵 내려가더니, 조금 전 사라졌던 다비드의 얼굴이 어둠 속에서 드러났다. 그의 얼굴에는 여전히 조금 전의 그 부드럽고 가증스러운 미소가 걸려 있었다.

“마리암 씨, 지사 사무실 쪽 전산에 오류가 생겨서 처리가 좀 늦어졌습니다. 밤거리가 위험하니 어서 타세요. 비자가 최종 발급될 때까지 며칠 동안 안전하게 묵으실 수 있는 본사 지정 숙소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마리암은 차 문 앞에 멈춰 서서 어둠 속의 다비드를 내려다보았다. 모든 상황이 비정상적으로 꼬여가고 있다는 것쯤은 바보가 아닌 이상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이미 그녀의 여권과 신분증은 저 사내의 가방 깊숙한 곳에 저당 잡혀 있었다. 지금 이 도심 한복판에서 소리를 지르며 도망친다 해도, 여권이 없는 이십 대 여성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덫의 입구는 이미 닫혔고, 그녀에겐 다른 선택지가 존재하지 않았다.

세단은 트빌리시의 화려한 중심가를 빠르게 벗어나 불빛 하나 없는 서쪽 외곽의 음산한 국도를 달렸다. 아스팔트가 파헤쳐진 도로의 요철 때문에 차체가 심하게 흔들렸고, 창밖으로 보이는 가로등의 간격은 점점 더 멀어져 갔다. 음침한 침묵 속을 약 40분간 질주하던 차는 이윽고 구소련 시절인 1970년대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거대하고 기괴한 콘크리트 아파트 단지 단면 앞에 급브레이크를 밟으며 멈춰 섰다. 회색빛 외벽은 군데군데 금이 가 내부의 철근이 녹슨 뼈대처럼 드러나 있었고, 깨진 현관문은 차가운 밤바람에 기괴한 소리를 내며 흔들거렸다.

다비드는 차에서 내려 마치 일류 호텔의 도어맨처럼 정중하게 마리암의 차 문을 열어주었다. 그 비현실적인 친절함과 주변의 폐허 같은 풍경이 자아내는 괴리감이 마리암의 숨통을 조여왔다. 어두컴컴한 계단을 따라 4층으로 올라가자, 두꺼운 철문이 둔탁한 소리를 내며 안쪽에서 열렸다. 문을 열어준 사람은 다비드가 아니었다.

둥글고 거대한 어깨에 턱밑까지 거친 수염을 기른 사내가 문 앞에 버티고 서 있었다. 그의 티셔츠 소매 사이로 기괴한 문신들이 가득 시야에 들어왔다. 수염 난 사내는 마리암의 얼굴부터 발끝까지를 마치 정육점의 고기를 감정하듯 노골적이고 불쾌한 시선으로 훑어내린 뒤, 다비드를 향해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야만적인 시선에 마리암은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듯한 성적 모멸감과 공포를 동시에 느꼈다.

아파트 내부의 거실은 기괴할 정도로 가구가 없었다. 얼룩진 소파 두 개와 담배꽁초가 산처럼 쌓인 플라스틱 재떨이가 올려진 탁자가 전부였다. 부엌 쪽 싱크대에는 먼지가 뽀얗게 앉은 조리 도구들이 일렬로 배치되어 있어, 이곳이 사람의 정상적인 주거 공간이 아닌 그저 누군가를 일시적으로 감금하고 수용하기 위한 ‘창고’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증명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음울한 거실에는 이미 마리암 외에 다른 두 명의 조지아 여성이 갇혀 있었다.

소파 구석에 무릎을 안고 웅크려 있는 소녀는 아무리 많이 봐줘야 이제 갓 스무 살이 되었을까 싶은 앳된 얼굴이었다. 푸른 눈동자에는 초점이 없었고, 잔뜩 겁에 질린 채 낡은 핸드폰 화면만 의미 없이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다른 소파에 앉아 있던 30대 초반의 여성은 눈 밑의 다크서클이 뺨까지 내려올 정도로 극심한 피로와 절망에 절어 있었다. 그녀는 마리암이 들어서는 순간, 고개를 들어 모든 것을 체념한 듯한 묵직한 시선을 던졌다. 그것은 ‘결국 너도 사냥당해 이곳으로 끌려왔구나’라는 생지옥의 무언의 환영 인사였다.

“여기서 서류가 최종 완료될 때까지 딱 며칠만 대기하시면 됩니다. 완료되는 대로 이스탄불행 직항 비행기에 태워드릴 테니 방에서 편히 쉬세요.”

다비드는 그 차가운 한마디를 남긴 채 철문 밖으로 유령처럼 사라졌다. 수염 난 사내는 거실 한구석에 놓인 삐걱거리는 의자에 깊숙이 주저앉아 장대 같은 담배를 피워 물며 구형 TV를 켰다. 스피커 선이 잘려 나갔는지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고, 화면 속에서는 아랍어 뉴스 자막과 함께 폭격 마크만이 기분 나쁘게 반짝거리고 있었다.

마리암은 천 가방을 꼬치 가두듯 다리 사이에 끼고 소파 가장자리에 간신히 걸터앉았다. 담배 연기가 거실을 뿌옇게 메워가자, 옆에 있던 30대 여성이 마리암 쪽으로 몸을 살짝 기울이며 개미만 한 목소리로 은밀하게 말을 건넸다.

“이름이… 어떻게 돼요?”

“마리암이요… 언니는요?”

“나나야. 이름이 내 어머니랑 같네… 나도 너랑 똑같은 루트로 여기 왔어. 이스탄불 5성급 호텔 리셉션, 고수익 보장, 비자 대행… 전부 다 똑같은 거짓말에 속아서.”

나나의 목소리는 얼음장처럼 덤덤했으나, 그 건조함 속에 도저히 가늠할 수 없는 깊은 절망의 심연이 도사리고 있었다. 그녀는 거실 구석에서 담배를 피우며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사내의 동태를 슬쩍 살피더니, 목소리를 더욱 낮춰 마리암의 귀에 속삭였다.

“너, 카페에서 그 정장 입은 새끼한테 여권 순순히 넘겨줬지?”

“네… 비자 신청해야 한다고 해서…”

“나도 그랬어. 그리고 그렇게 여권을 뺏긴 채 이 지옥 같은 밀실에 갇힌 지 벌써 정확히 2주가 지났어. 우린 터키 근처에도 못 가본 거야.”

마리암의 심장이 흉벽을 뚫고 나올 것처럼 거칠게 날뛰기 시작했다. 다급하게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쿠타이시의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려 했으나, 아파트 내부의 와이파이는 당연히 차단되어 있었고 통신사 데이터 신호마저 단 한 칸도 뜨지 않는 완전한 음영 지역이었다. 외부에 도움을 요청할 모든 통로가 완벽하게 단절된, 거대한 콘크리트 무덤이었다.

이 아파트에 감금된 지 사흘째 되던 날 오후, 철컥거리는 육중한 쇳소리와 함께 자취를 감추었던 다비드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손에는 두툼한 갈색 서류 봉투가 들려 있었다. 그는 여전히 특유의 비열한 가짜 미소를 입가에 띤 채 식탁 의자에 앉아 봉투 안의 내용물을 꺼내 놓았다.

“마리암 씨, 잠깐 이쪽으로 앉으시죠. 본사에서 내려온 그동안의 행정 처리 비용 및 청구 내역을 공유해 드려야겠습니다.”

식탁 위에 펼쳐진 종이는 마리암이 그토록 기다렸던 이스탄불행 비자나 항공권이 결코 아니었다. 백색의 A4 용지 위에는 깨알 같은 폰트로 온갖 조잡한 숫자들이 빽빽하게 나열되어 있었다. 교통비, 중간 알선 수수료, 특수 비자 행정 처리비, 트빌리시 임시 숙박비, 식대, 그리고 보안 유지비라는 명목까지. 항목만 무려 13개가 넘었다.

“마리암 씨 한 명을 쿠타이시에서 이 지점까지 안전하게 모셔오는 데 발생한 고정 비용만 벌써 총 4,500달러입니다. 여기에 향후 이스탄불에 무사히 도착할 때까지 추가될 밀항 교통비와 현지 정착 예치금까지 합산하면, 마리암 씨가 본사에 상환하셔야 할 최종 채무액은 총 7,000달러로 책정되었습니다.”

마리암은 서류에 적힌 숫자를 믿을 수 없다는 듯 멍하니 응시했다. 터키 땅은 밟아보지도 못했고 단 일 센트의 돈도 벌지 못했는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7,000달러라는 도저히 상상할 수도 없는 거액의 빚이 자신의 이름 앞으로 강제 지워져 있었다. 니노가 감언이설로 약속했던 월급 2,500달러를 단 한 푼도 쓰지 않고 숨만 쉬며 모아도 최소 서 달 이상을 고스란히 바쳐야 하는 돈이었고, 사내들의 계산법대로라면 이 고리대금의 수렁에서 영원히 벗어날 수 없음을 직감했다.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 저는 이런 사채업 같은 비용에 동의한 적도 없고, 이런 계약서에 서명한 적은 더더욱 없어요! 당장 내 여권 돌려줘요!”

“이런, 마리암 씨. 계약서의 세부 조항은 다비드 에이전시의 서류 진행 프로세스에 자동 동의하는 것으로 초기 통화 시 구두 계약이 성립되었습니다. 법적인 효력이 아주 확실하다는 뜻입니다.”

“누구 맘대로 구두 계약이라는 거예요? 난 당장 여기서 나갈 테니까 여권 내놓으라고요!”

이성을 잃은 마리암의 날카로운 비명이 거실 벽을 울렸다. 소파 구석에 있던 어린 소녀가 어깨를 훌쩍이며 울기 시작했고, 거실 의자에 앉아 있던 수염 난 사내가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끄며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이쪽을 향해 걸어오기 시작했다. 다비드는 여전히 미소를 지은 채 의자 등받이에 몸을 깊숙이 기대며 두 손을 깍지 꼈다. 그의 눈빛은 더 이상 정중하지 않았다. 먹잇감을 완벽히 포획한 뱀의 눈이었다.

“마리암 씨, 현실을 직시하셔야지 몸이 안 고달픕니다. 지금 당장 이 철문을 열고 밖으로 걸어 나가셔도 좋습니다. 다만, 국제 신분증인 여권도 없고 단 1라리의 차비도 없는 이십 대 외지 여성이 이 위험한 트빌리시 외곽 밤거리에서 과연 몇 시간이나 제정신으로 버틸 수 있을까요? 그리고 설령 도망치신다 해도, 저희 에이전시가 투자한 비용은 합법적인 채권 추심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습니다. 예컨대… 쿠타이시 외곽 아파트에 혼자 누워 계시는 어머니 나나 씨 앞으로 무시무시한 사채 장부와 조직원들이 들이닥치게 된다면, 심장이 약하신 노인네가 과연 그 충격을 견뎌내실 수 있을지 모르겠군요.”

어머니. 그 세 글자가 다비드의 잔인한 입술 사이로 흘러나오는 순간, 마리암은 숨이 완전히 멎는 듯한 극심한 질식을 느꼈다. 가해자들은 그녀가 가장 숨기고 싶어 했던, 그리고 목숨보다 소중히 여기던 가장 취약한 급소를 현미경으로 보듯 정확하게 꿰뚫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쿠타이시의 추운 방안에서 딸이 터키의 화려한 호텔에 취업해 성공적인 인생을 살아가고 있으리라 믿고 있을 늙고 병든 어머니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만약 자신의 가난 때문에 어머니에게 험악한 사내들이 들이닥친다면… 그 공포와 죄책감에 마리암의 전신이 나뭇잎처럼 잘게 떨렸고, 손바닥에서는 축축한 식은땀이 배어 나왔다.

다비드는 마리암의 안면 근육이 공포로 처참하게 무너져 내리는 과정을 조용히 즐기듯 감상하더니, 이내 몸을 식탁 앞으로 바짝 숙였다. 그의 목소리는 소름 끼치도록 다시 부드러워져 있었다.

“너무 겁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이건 우리 비즈니스의 아주 당연한 초기 절차일 뿐이니까요. 이스탄불에 도착하기만 하면 계약된 업소에서의 일자리는 확실하게 보장되어 있고, 시키는 대로 몇 달만 성실하게 몸을 움직이면 그깟 7,000달러 정도는 금방 상환할 수 있습니다. 빚이 청산되면 여권도 당연히 돌려받고, 고향의 가족들에게 떳떳하게 송금도 하고, 나중엔 어머니를 이스탄불로 모셔올 수도 있죠. 여기 있는 나나 씨를 포함해, 국경을 넘어온 모든 조지아 여자들이 다 그렇게 서약하고 시작했습니다.”

‘다 그렇게 시작했다.’

그 가식적인 한마디는 두 가지의 추악한 이면을 지니고 있었다. 그것은 새로운 삶을 향한 어쩔 수 없는 출발선이라는 감언이설이자, 동시에 이곳을 거쳐 간 그 어떤 여자도 이 거대한 인신매매와 착취의 굴레에서 살아서 빠져나가지 못했다는 잔혹한 경고였다. 마리암은 소파에 앉아 있는 나나를 바라보았다. 나나는 초연함을 넘어 영혼이 완전히 파멸해 버린 듯한 눈빛으로 그저 자욱한 담배 연기만을 허공으로 내뿜고 있었다.

그날 밤, 마리암은 부엌의 깨진 창틀 앞에 서서 거칠게 불어오는 밤바람을 맞으며 먼바다처럼 아득한 바깥을 내다보았다. 아파트 단지 내부의 보안등은 이미 절반 이상이 깨져 있어 깨진 암흑만이 가득했고, 저 멀리 지평선 끝자락에서만 트빌리시 중심가의 화려한 네온사인 불빛이 신기루처럼 희미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저 불빛들을 바라보며, 마리암은 불과 며칠 전 쿠타이시의 초라한 부엌에서 양배추 수프를 저으며 받았던 니노의 전화 목소리를 떠올렸다.

자신을 이 생지옥으로 밀어 넣은 동창 니노는 지금 이스탄불의 어느 화려한 거리에서 악마의 웃음을 짓고 있을까. 아니면 그녀 역시 불과 몇 년 전, 이 낡은 아파트의 깨진 창틀에 서서 자신과 똑같은 눈물을 흘리며 포식자들의 공범으로 길들여진 가련한 제물에 불과했던 걸까.

차가운 밤바람이 깨진 유리창 틈새로 사정없이 파고들어 그녀의 얇은 셔츠를 적셨다. 쿠타이시의 봄은 이미 대지 위로 따스하게 시작되었건만, 이곳 트빌리시 외곽 아파트의 밤은 여전히 뼈를 깎는 겨울의 한복판에 멈춰 있었다. 마리암은 멍이 들 정도로 제 팔을 강하게 감싸 안으며 전신을 가늘게 떨었다. 손에 쥔 핸드폰 속에는 아직도 어머니의 번호가 선명하게 저장되어 있었다. 당장이라도 통화 버튼을 눌러 어머니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지만, 수화기 너머로 새어 나올 자신의 비명 같은 현실을 전할 수는 없었다. ‘엄마, 나 터키에 가지도 못했어. 여권도, 내 인생도 전부 빼앗겼고, 감당할 수 없는 거대한 빚의 덫에 걸려버렸어.’ 그런 처참한 진실을 차마 어머니에게 들려줄 수는 없었다.

어둠 속에서 거실의 두꺼운 철문이 다시금 기분 나쁜 마찰음을 내며 거칠게 열렸다. 야간 감시 교대인지, 수염 난 사내 대신 새로운 남자가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이번에 들어온 사내는 키가 2미터에 육박할 정도로 거대했고, 왼쪽 뺨에서부터 턱밑까지 칼에 찔린 듯한 흉측한 칼자국 흉터가 길게 늘어져 있었다. 새로 들어온 칼자국 사내는 소파에 웅크린 여자들과 창가에 선 마리암을 짐승을 품평하듯 음산하게 훑어내린 뒤, 거실 중앙의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허리춤에 슬쩍 드러난 쇳덩이의 실루엣이 방 안의 모든 산소를 박탈해 버리는 듯한 극도의 중압감으로 다가왔다.

마리암은 어두운 창밖의 허공을 향해, 오직 자신만이 들을 수 있는 아주 작은 음성으로 서글픈 혼잣말을 내뱉었다.

“어머니… 미안해요.”

탈출구가 없는 잔혹한 빚의 덫은 이미 그녀의 목을 조여오기 시작했고, 마리암은 자신이 마주하게 될 그 파멸의 끝을 아직 전혀 알지 못했다.

2화 보러가기 (클릭)

목록으로 (클릭)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