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화: 정비공의 해방
오전 6시 50분. 니코스는 평소보다 2분 늦게 철제 계단을 올랐다. 24계단. 난간의 녹 조각이 손바닥에 묻었다. 3층 통제실 문을 열자 형광등 6개가 모두 정상 점등되었다. 공기는 평소보다 차가웠다. 야간 근무자가 공조기 온도를 낮춰둔 모양이었다.
14번 모니터 앞에 앉았다. 보온병을 책상 왼쪽 모서리에 내려놓았다. 뚜껑을 열었다. 김이 올라오지 않았다. 커피 온도 38도. 어제 타서 반쯤 남긴 커피였다.
화면 속 방은 어두웠다. 주 전원이 차단된 지 14시간 21분이 지났다. 비상 전원만이 작동 중이었다. 침대는 비어 있었다. 세면대 수도꼭지에서 물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벽면 모니터는 꺼져 있었다. GR-0214는 없었다. 방은 그저 콘크리트 상자였다.
데이터 패널: 시청자 수 0명. 이탈률 측정 불가. 반응 점수 측정 불가. ‘신호 없음’ 문구가 14시간째 유지 중.
니코스는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차가웠다.
오전 7시 4분. 통제실 문이 열렸다. 상위 관리자였다. 어제 오후에 왔던 남자. 그리스어를 외국어처럼 구사하는 억양. 오늘은 혼자가 아니었다. 뒤에 보안 요원 두 명이 따라붙었다.
“니코스. 4층으로 올라와야겠어.”
니코스는 모니터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14번 화면의 어두운 방. 물방울이 떨어지는 수도꼭지. 빈 침대.
“지금.”
니코스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허리 통증이 4초 동안 이어졌다. 보온병 뚜껑을 닫았다. 책상 위에 그대로 두었다.
보안 요원 두 명이 양옆에 붙었다. 니코스를 에워싸고 통제실 문으로 향했다. 다른 관리자들이 키보드에서 손을 떼고 바라보았다. 3초. 다시 키보드 소리가 이어졌다.
4층은 처음이었다. 14년 동안 한 번도 올라간 적 없는 층. 복도는 3층보다 넓었다. 바닥에는 카펫이 깔려 있었고, 벽에는 유리창이 있었다. 창 너머로 피레우스 항구의 크레인들이 보였다. 니코스는 그 풍경을 2초 동안 바라보았다.
상위 관리자의 방은 복도 끝이었다. 문에는 ‘운영 책임자’라는 명판이 붙어 있었다. 문을 열자 책상 하나, 의자 세 개, 벽면 모니터 하나가 나왔다. 모니터에는 3층 통제실의 CCTV 화면이 실시간으로 떠 있었다.
“앉아.”
니코스는 의자에 앉았다. 가죽 의자였다. 3층 통제실의 닳은 인조가죽과는 달랐다.
상위 관리자는 책상 반대편에 앉았다. 보안 요원 두 명은 문 앞에 섰다.
“어제 오후 1시 29분, 네가 14번 방의 주 전원을 차단했어. 시설 관리실 코스타스의 증언도 확보했고, 브레이커 로그에도 기록이 남아 있어. GR-0214는 현재 행방을 알 수 없고.”
니코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14년 근무자지. 징계 기록도 없고, 결근도 없고, 지각도 연 2회 미만이야. 시스템이 신뢰하는 관리자였어. 그런 네가 왜 이런 일을 벌였는지, 나는 이해하려고 노력 중이야.”
상위 관리자는 서랍에서 서류 한 장을 꺼내 책상 위에 밀어 넣었다.
“네가 제출한 폐기 보류 권고도 봤어. 대상자의 발화를 근거로 추가 관찰이 필요하다고 적었더군. 하지만 그 발화는 반응 점수에 반영되지 않았어. 시스템 규정상 폐기 대상이었던 건 분명해.”
니코스는 서류를 내려다보았다. 어제 자신이 전송한 보고서의 프린트본이었다. ‘GR-0214 면담 결과. 대상자 반응 점수 0.1로 폐기 기준에 해당하나, 면담 중 발화가 관찰됨. 추가 관찰 필요. 폐기 보류 권고.’ 그 아래로 시스템의 거부 응답이 붉은 글씨로 인쇄되어 있었다.
“시스템은 네 권고를 검토했고, 규정에 따라 거부했어. 그런데 너는 그걸로 모자라서 직접 전원을 내렸어.”
상위 관리자의 목소리는 사무적이었다. 협박도, 분노도, 동정도 없었다. 그저 사실을 확인하는 톤이었다.
“묻겠다. GR-0214는 지금 어디 있지.”
니코스는 고개를 들어 상위 관리자의 눈을 바라보았다.
“모른다.”
“모른다는 말로 끝날 문제가 아니야. 너는 지금 회사 자산을 무단으로 유출한 거야. GR-0214의 채무 잔액은 47,300유로. 그녀는 이 회사의 계약 자산이었어.”
니코스는 다시 침묵했다. 창문 너머로 크레인의 붉은 경고등이 깜빡이고 있었다.
상위 관리자는 잠시 기다렸다가, 서류를 덮었다.
“좋아. 규정에 따라 처리하겠어.”
그는 키보드를 두드렸다. 모니터에 문서가 하나 떠올랐다.
“NDG-003. 니코스. 계약 해지. 사유: 14조 1항(회사 자산 무단 유출), 17조 3항(보안 프로토콜 위반). 퇴직금은 지급되지 않으며, 손해배상 청구가 별도로 진행될 예정이야. 사원증은 여기 두고 가.”
니코스는 목에 걸린 사원증을 만졌다. 14년 동안 달고 다닌 플라스틱 카드. 가장자리가 닳아 있었고, 사진은 바래 있었다. 그는 사원증을 목에서 풀어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보안 요원이 다가와 그의 팔을 잡았다.
“1층 로비까지 안내할 거야. 개인 소지품은 3일 이내에 우편으로 발송된다.”
니코스는 일어났다. 허리 통증은 없었다. 그는 상위 관리자를 한 번 더 바라보았다. 상위 관리자는 이미 다른 서류로 시선을 옮기고 있었다.
보안 요원들과 함께 복도를 걸었다. 카펫이 발소리를 흡수했다. 유리창 너머로 피레우스 항구가 보였다. 14년 동안 매일 아침 보던 풍경이었다. 다른 각도에서, 다른 높이에서.
3층을 지나칠 때, 그는 통제실 문을 바라보았다. 문은 닫혀 있었다. 안에서는 키보드 소리가 계속 울리고 있을 것이었다. 1층 로비. 보안 데스크의 당직자가 니코스를 바라보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주차장까지 80미터. 보안 요원들은 건물 입구에서 멈추었다. 니코스는 혼자 걸었다. 피아트 푼토 앞에 섰다. 차 문을 열었다. 시동을 걸었다. 엔진 회전수 1,100rpm.
그는 핸들을 잡은 채로 5분 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앞유리 너머로 폐창고가 서 있었다. 14년 동안 매일 아침 들어가고, 매일 저녁 나오던 건물. 내일부터는 더 이상 오지 않을 건물.
기어를 넣고 출발했다. 8킬로미터 거리. 아파트에 도착했다. 계단을 올랐다. 48계단. 방에 들어가 문을 닫았다.
책상 앞 의자에 앉았다. 보온병이 없었다. 3층 통제실 14번 모니터 앞에 두고 왔다.
그는 빈 책상을 바라보았다. 10분. 20분. 시계는 오전 9시 47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평소 같으면 두 번째 태스크를 처리하고 있을 시간이었다.
그는 일어났다. 옷장을 열었다. 낡은 재킷을 꺼내 입었다. 주머니에 지갑과 열쇠를 넣었다. 아파트 문을 열고 나갔다.
계단을 내려갔다. 48계단. 피아트 푼토에 올랐다. 시동을 걸었다. 이번에는 8킬로미터를 반대 방향으로 달렸다. 피레우스 항구 쪽으로.
항구는 낮에도 분주했다. 크레인이 컨테이너를 들어 올리고, 트럭이 경적을 울리며 교차로를 통과했다. 니코스는 항구 북쪽 끝, 소형 선박 정박장 근처에 차를 세웠다.
그는 차에서 내려 부두를 걸었다. 바다 냄새. 경유 냄새. 갈매기 울음소리. 선박 엔진 소리. 부두 끝에 서서 바다를 바라보았다.
GR-0214는 어디로 갔을까. 지난밤, 그녀는 이 부두를 지나갔을지도 몰랐다. 맨발로 아스팔트를 밟으며, 항구의 불빛을 따라, 어디론가 걸어갔을 것이다. 니코스는 그 장면을 상상하지 않았다. 그저 바다를 바라볼 뿐이었다.
30분이 지났다. 그는 부두에서 돌아서서 차로 걸어갔다.
피아트 푼토에 올랐다. 시동을 걸었다. 히터를 켜지 않았다. 차 안은 차가웠다. 그는 핸들을 잡은 채로 앉아 있었다. 앞유리 너머로 컨테이너선이 입항하고 있었다.
시계는 오전 11시 3분.
14년. 그는 시스템의 부품이었다. 정비공이었다. 어제 그는 스위치를 내렸고, 오늘 그는 해고되었다. 남은 것은 낡은 피아트 푼토와, 빈 아파트와, 3층 통제실에 두고 온 보온병뿐이었다.
그러나 그의 손에는 아직 감각이 남아 있었다. 브레이커 스위치를 내리던 순간의 차가운 플라스틱 감촉. GR-0214의 방 문을 열었을 때의 뜨거운 공기. 비상구 문을 열었을 때의 습한 바람.
그는 기어를 넣고 출발했다. 아파트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내일이면 그는 새로운 일을 찾아야 할 것이다. 58세. 14년 경력의 전직 데이터 센터 관리자. 그의 이력서에는 14년의 공백이 있을 것이고, 그는 그 공백을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그는 그 사실을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입꼬리를 올렸다. 14년 만에 처음 느껴보는 근육의 경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