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의 그림자 불가리아편 #001] 백색의 방주 – 2화: 새벽의 정화

2화: 새벽의 정화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종소리가 울렸다.

한 번, 두 번, 세 번. 쇠를 두드리는 거칠고 둔탁한 소리가 지하 석조 막사의 벽을 타고 울려 퍼졌다. 엘레나는 짚 매트리스 위에서 몸을 움츠렸다. 잠은 끝내 오지 않았다. 그녀는 밤새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를 세며 어둠과 대화하고 있었다. 한 방울, 두 방울. 그 소리는 이제 종소리에 묻혀 사라졌다.

나무 문이 열리고 마리아가 들어왔다. 그녀의 손에는 촛불이 들려 있었고, 그 불빛이 그녀의 얼굴을 아래에서 위로 비추며 기괴한 그림자를 만들었다.

“일어나라, 자매들이여. 육체를 깨워 영혼을 정화할 시간이다.”

엘레나는 일어나 흰색 면 옷으로 갈아입었다. 천은 거칠고 얇았으며, 지하의 한기를 전혀 막아주지 못했다. 그녀의 손가락이 옷깃을 여미며 떨렸다. 추위 때문인지, 두려움 때문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복도로 나오자 다른 여성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모두 똑같은 흰 옷, 똑같은 흰 두건. 그들의 얼굴은 촛불 아래서 창백했고, 눈은 깊이 가라앉아 있었다. 엘레나는 그들 사이에 끼어 복도를 따라 걸었다. 발밑의 돌바닥은 얼음처럼 차가웠고, 맨발로 디딜 때마다 발바닥이 아려왔다.

작업장은 수도원 뒤편에 있었다. 원래는 수도원의 지하 창고였으나, 지금은 산양유를 짜고 치즈를 만드는 공간으로 개조되어 있었다. 돌벽에는 짚으로 엮은 단열재가 덕지덕지 붙어 있었고, 공기 중에는 동물 털과 젖, 그리고 썩은 짚 냄새가 뒤섞여 있었다. 천장에 매달린 석유 램프 하나가 공간 전체를 희미하게 밝히고 있었다.

마리아는 엘레나를 산양 우리 쪽으로 밀어 넣었다. 산양들은 어둠 속에서 불안하게 움직이며 낮은 울음소리를 냈다.

“오늘은 네가 젖을 짤 차례다. 처음이지만 배우게 될 거야.”

엘레나는 산양 옆에 쪼그리고 앉아 양동이를 받쳤다. 그녀의 손가락은 첼로 줄을 누르는 데는 익숙했지만, 산양의 젖을 짜는 데는 서툴렀다. 처음 몇 번은 젖이 양동이 밖으로 튀었고, 마리아의 차가운 시선이 그녀의 뒤통수에 꽂혔다.

“집중해. 육체의 게으름은 사탄의 올가미다.”

엘레나는 이를 악물었다. 그녀의 손은 점점 리듬을 찾아갔다. 쥐어짜고, 놓고, 다시 쥐어짜고. 그 동작은 마치 첼로의 현을 누르는 왼손의 비브라토와 닮아 있었다. 그녀는 그 유사성에 집중하며, 정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1번 G장조. 프렐류드의 첫 음이 그녀의 머릿속에서 울리기 시작했다.

양동이가 천천히 젖으로 채워졌다.

오전 7시. 공동 식당.

식당은 수도원 본관 1층에 있었고, 예배당과 마찬가지로 난방은 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 여성들은 긴 나무 테이블 양쪽에 앉아, 각자 앞에 놓인 나무 그릇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배식은 마리아가 직접 했다. 그녀는 각 여성의 앞에 마른 호밀 빵 한 조각과 생수 한 잔을 내려놓았다. 빵은 딱딱했고, 물은 얼음처럼 차가웠다. 엘레나는 빵을 집어 들었다. 그녀의 손은 4시간 동안의 노동으로 이미 지쳐 있었다. 빵을 입에 넣자, 딱딱한 껍질이 잇몸을 찔렀다. 그녀는 천천히 씹으며, 지난 24시간 동안 이것이 유일한 식사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의 맞은편에는 플로브디프에서 온 고등학교 졸업반 소녀가 앉아 있었다. 이름은 데시슬라바. 열아홉 살. 그녀의 얼굴은 이미 수척해져 있었고, 눈 아래에는 검은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그녀는 빵을 먹지 않고, 그저 내려다보고만 있었다.

“왜 안 먹어.”

엘레나가 속삭였다.

“배가 고프지 않아서가 아니라… 이게 전부라는 게… 이게 매일 똑같다는 게…”

데시슬라바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그때 마리아가 그들 뒤로 다가왔다. 그녀는 데시슬라바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육체가 굶주릴수록 영혼은 정화된다. 네가 느끼는 고통은 사탄이 네 몸을 떠나는 증거다. 기뻐해라, 자매여.”

데시슬라바는 고개를 숙이고 빵을 입에 넣었다. 그녀의 턱이 천천히 움직였다. 마리아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를 떠났다.

엘레나는 자신의 빵을 계속 씹으며 생각했다. ‘육체가 굶주릴수록 영혼은 정화된다.’ 그 말은 분명히 이곳의 교리였지만, 동시에 이곳의 현실을 완벽하게 설명하는 문장이기도 했다. 굶주린 육체는 저항할 힘을 잃는다. 저항할 힘을 잃은 영혼은 순종하게 된다. 이것은 신학이 아니라, 단순한 생리학이었다.

오후 1시. 예배당 지하.

엘레나는 처음 보는 공간으로 안내되었다. 예배당 아래에 위치한 좁은 석실이었다. 벽에는 촛불이 켜져 있었고, 중앙에는 커다란 돌로 된 수조가 놓여 있었다. 수조 안에는 희뿌연 액체가 담겨 있었다. 액체는 약간 걸쭉했고, 은은한 허브 향과 함께 씁쓸한 화학 냄새를 풍겼다.

여성들이 줄을 서서 수조 앞으로 다가갔다. 교주 테오도르가 직접 작은 나무 국자로 액체를 떠서 각 여성의 입에 흘려 넣었다. 그의 손길은 느리고 의식적이었으며, 그가 중얼거리는 기도문은 고대 교회 슬라브어였다.

“이 물은 영혼의 눈을 뜨게 하는 성수다. 사탄이 네 눈을 가린 베일을 걷어내고, 진정한 빛을 보게 하리라.”

여성들이 하나씩 성수를 받아 마셨다. 그들은 마신 후 잠시 눈을 감고, 마치 무언가에 취한 듯 천천히 고개를 젖혔다. 어떤 이는 미소를 지었고, 어떤 이는 눈물을 흘렸다. 그들의 눈동자는 초점을 잃고 흐릿해졌다.

엘레나의 차례가 되었다. 테오도르의 손이 그녀의 턱을 살짝 들어 올렸다. 그의 손가락은 차가웠고, 그 촉감은 마치 시체의 손을 연상시켰다.

“입을 벌려라, 새로운 자매여.”

엘레나는 입을 벌렸다. 액체가 그녀의 혀에 닿았다. 씁쓸했다. 그리고 무언가 이상한 단맛이 뒤섞여 있었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위험을 느꼈다. 이것은 단순한 허브 차가 아니다. 그녀는 목구멍을 막고, 액체가 넘어가지 않게 했다. 그리고 고개를 숙이며 입을 옷소매로 닦는 척하며, 액체를 천에 뱉어냈다.

그녀의 옆에서는 데시슬라바가 성수를 삼켰다. 소녀의 눈이 몇 초 만에 흐릿해졌다. 그녀는 마치 자신의 몸이 아닌 곳에 있는 것처럼, 허공을 응시하며 멍하니 미소 지었다.

테오도르가 엘레나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재빨리 고개를 숙이고 눈을 감았다. 취한 척했다. 천천히 고개를 젖히고, 입술을 살짝 벌렸다. 그녀의 심장은 요란하게 뛰고 있었지만, 그녀의 얼굴은 평온을 가장했다.

테오도르의 시선이 그녀에게서 떠났다. 그는 다음 여성에게로 이동했다. 엘레나는 눈을 감은 채로 생각했다. 이것은 마약이다. 미량이지만, 매일 투여되면 의지를 무디게 하고 순종을 강화하는 종류의 무언가. 그녀는 결심했다. 앞으로도 절대 이 성수를 삼키지 않을 것이라고.

오후 3시. 자작나무 숲 외곽 작업장.

오후 노동은 석재 운반이었다. 수도원 뒤편의 숲에서 채석된 돌들을 수도원 담장까지 나르는 작업이었다. 돌들은 크고 무거웠으며, 날카로운 모서리가 손바닥을 찔렀다. 엘레나는 다른 여성들과 함께 돌을 나르며, 손바닥에 새로운 물집이 잡히는 것을 느꼈다.

숲은 눈으로 덮여 있었다. 자작나무들의 흰 줄기가 안개 속에서 유령처럼 서 있었고, 발밑의 눈은 밟을 때마다 뽀드득 소리를 냈다. 공기는 차갑고 깨끗했지만, 육체 노동으로 인해 그녀의 등에서는 땀이 흘러내렸다.

그녀는 돌을 나르며 손가락을 바라보았다. 왼손 검지와 중지 끝에는 아직 첼로 줄을 누르며 생긴 굳은살이 남아 있었다. 그녀는 그 굳은살을 오른손 엄지로 문질렀다. 딱딱하고 무감각한 피부. 그러나 그 아래에는 여전히 감각이 살아 있었다.

그녀는 머릿속에서 음악을 틀었다.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1번 G장조. 프렐류드. 그녀의 왼손은 돌을 나르는 끈을 쥐고 있었지만, 그녀의 머릿속에서 왼손은 첼로의 지판을 타고 움직이고 있었다. 솔, 시, 레, 파샤프. 그녀는 손가락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상상하며, 돌을 한 걸음씩 옮겼다.

바로 그때, 그녀는 담장 근처에서 서 있는 한 남자를 보았다.

경비원이었다. 30대 후반, 어깨가 넓고 턱선이 굳은 남자. 그의 허리춤에는 권총이 차여 있었다. 그는 벽에 기대어 담배를 피우고 있었고, 그의 시선은 여성들이 아니라 숲 쪽을 향하고 있었다. 그의 이름은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스테판.

엘레나는 그가 다른 경비원들과 달리 노동을 감시하는 데 거의 관심이 없다는 것을 알아챘다. 그는 시계를 자주 확인했고, 담배를 피울 때면 숲 깊은 곳을 응시했다. 마치 그가 지키는 것이 여성들이 아니라, 저 너머에서 오는 무언가인 것처럼.

엘레나는 그 정보를 머릿속에 저장했다. 감시의 틈. 경비원의 무관심. 이것은 아직 아무것도 아니었지만, 언젠가 쓸모 있을지도 모르는 것이었다.

오후 9시. 지하 막사 복도.

하루의 노동이 끝나고, 엘레나는 다시 지하로 내려왔다. 그녀의 손바닥은 물집이 터져 쓰라렸고, 등과 어깨는 돌을 나르느라 뻣뻣했다. 그녀는 짚 매트리스에 쓰러지듯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 물방울은 여전히 떨어지고 있었다. 한 방울, 두 방울.

문이 열리고 마리아가 들어왔다. 그녀는 촛불을 들고 있었고, 그녀의 얼굴에는 무언가 다른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단순한 감시자의 냉담함이 아니라, 더 복잡한 무언가.

“엘레나.”

그녀가 이름을 불렀다. 테오도르가 여권을 태운 이후, 아무도 그녀의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 마리아의 입에서 그 이름이 나온 것은 처음이었다.

“너는 다른 자매들과 달라. 네 눈은 아직 죽지 않았어. 나는 그 눈을 알아. 3년 전, 내가 처음 이곳에 왔을 때의 내 눈이지.”

마리아는 엘레나의 옆에 앉았다. 그녀의 손이 엘레나의 손을 덮었다. 그 손은 차가웠지만, 그 안에는 묘한 친밀감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들어. 순종만이 이곳에서 고통 없이 머무는 유일한 길이야. 나는 그것을 깨닫는 데 2년이 걸렸어. 2년 동안 나는 이 지하에서 울었고, 성수를 거부했고, 도망치려 했어. 하지만 결국 나는 깨달았지. 이곳을 떠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이곳의 일부가 되는 것뿐이라는 것을.”

“나는…”

“말하지 마. 아직은. 하지만 한 가지 알려줄 게 있어. 교주님께서 너를 주목하고 계셔. 네가 음악을 전공했다는 것을 알고 계셔. 곧 네 ‘특별한 능력’을 시험하실 거야. 그때가 되면… 현명하게 선택해.”

마리아는 일어나 문으로 걸어갔다. 그녀가 나가기 전, 마지막으로 뒤를 돌아보며 덧붙였다.

“그리고 데시슬라바. 네가 오늘 아침 식탁에서 말을 건넨 그 소녀. 그녀는 오늘 밤 성수 의식에서 ‘특별한 축복’을 받을 거야. 네가 무슨 말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이곳에서는 모든 말이 감시된다는 것을 기억해.”

문이 닫혔다. 촛불이 사라졌다. 어둠이 다시 방을 채웠다. 엘레나는 천장을 바라보며 누워 있었다. 데시슬라바. 특별한 축복. 그녀는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지만, 그것이 결코 좋은 의미가 아니라는 것은 직감할 수 있었다.

그녀의 왼손 엄지가 오른손 검지의 굳은살을 문질렀다. 바흐의 프렐류드가 다시 그녀의 머릿속에서 울리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더 크게, 더 절박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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