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의 그림자 불가리아편 #001] 백색의 방주 – 3화: 파이프의 비명

3화: 파이프의 비명

밤 11시. 지하 막사의 복도는 죽은 듯 고요했다.

엘레나는 짚 매트리스 위에 웅크리고 누워, 어둠 속에서 눈을 뜨고 있었다.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는 여전했다. 한 방울, 두 방울, 세 방울. 그 규칙적인 리듬이 오히려 그녀의 신경을 더 곤두서게 만들었다.

그때, 복도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느리고 불규칙한 발소리. 마치 누군가가 벽에 몸을 기대며 간신히 걷고 있는 듯한 소리였다. 엘레나는 일어나 문가로 다가갔다. 문틈으로 복도를 엿보자, 촛불 하나가 깜빡이며 다가오고 있었다. 마리아였다. 그녀는 누군가를 부축하고 있었다.

데시슬라바였다.

열아홉 살의 소녀는 마치 망가진 인형처럼 마리아의 팔에 기대어 걸어오고 있었다. 그녀의 흰 면 옷은 땀에 젖어 있었고, 두건은 풀어져 어깨 위로 흘러내렸다. 그러나 엘레나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그녀의 얼굴이었다. 그 얼굴에는 더 이상 아침 식탁에서 보았던 절망의 눈물도, 두려움도, 슬픔도 없었다. 아무것도 없었다.

마리아는 데시슬라바를 그녀의 방으로 데려갔다. 문이 닫히고, 복도는 다시 고요해졌다. 그러나 그 고요는 오래가지 않았다.

데시슬라바의 방에서 소리가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낮은 중얼거림이었다. 마치 기도문을 외우는 듯한 단조로운 음성. 그러나 점점 더 커지더니, 이내 또렷한 문장이 되었다.

“빛이시여… 빛이시여… 사탄의 물질을 버리고… 영혼의 침묵 속으로…”

그 목소리는 데시슬라바의 것이었지만, 동시에 그녀의 것이 아니었다. 마치 누군가가 그녀의 입을 빌려 말하는 것 같았다. 엘레나는 문틈에 서서 그 소리를 들으며, 등줄기를 타고 내려오는 차가운 무언가를 느꼈다. 이것은 신체적 폭력의 흔적이 아니었다. 이것은 더 깊은, 더 끔찍한 무언가였다. 한 인간의 영혼이 통째로 거세된 자리. 그 텅 빈 공간에 주입된 외부의 목소리.

엘레나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손가락이 떨리고 있었다. 첼로 줄을 누르던 그 손가락. 이제는 아무것도 쥘 수 없는 손가락. 그러나 그녀는 깨달았다. 이곳은 단순한 감옥이 아니라고. 이곳은 인간을 완전히 지워버리는 장소라고. 그리고 그녀가 순응한다면, 데시슬라바처럼 될 것이라고.

새벽 2시. 데시슬라바의 중얼거림은 여전히 멈추지 않았다. 그러나 엘레나는 더 이상 그 소리에 집중하지 않았다. 그녀의 귀는 다른 소리를 포착하고 있었다.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그 규칙적인 리듬 속에서, 그녀는 미세한 불규칙성을 감지했다. 음악가의 귀만이 잡아낼 수 있는, 거의 감지할 수 없는 진동의 변화. 물방울이 떨어지는 간격이 일정하지 않았다. 때로는 빨라지고, 때로는 느려졌다. 마치 무언가가 파이프 내부를 타고 전달되어 물방울의 리듬을 방해하는 것처럼.

엘레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벽으로 다가갔다. 방 구석에는 낡은 철제 배수 파이프가 천장에서 바닥까지 수직으로 뻗어 있었다. 파이프 표면은 녹슬어 있었고, 군데군데 이끼가 끼어 있었다. 그녀는 파이프에 귀를 대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단지 물이 흐르는 둔탁한 소리뿐. 그러나 그녀가 숨을 죽이고 집중하자, 다른 소리가 파이프를 타고 흘러내려왔다.

흐느낌이었다.

한 사람이 아니었다. 여러 명의 목소리였다. 높고 낮은, 젊고 나이 든, 서로 다른 음색의 울음소리들이 금속 파이프를 타고 뒤섞여 전달되었다. 그것들은 마치 지휘자 없는 합창단처럼, 제각각의 리듬으로 울부짖고 있었다.

그리고 그 울음소리들 사이로, 더 날카로운 소리가 섞여 들렸다. 금속이 무언가에 부딪히는 소리. 그리고 짧고 억눌린 비명. 그것은 단 한 번의 날카로운 음이었다. 마치 현악기의 줄이 끊어질 때 나는 소리처럼, 높고 찢어지는 소리.

엘레나는 파이프에서 귀를 떼지 않았다. 그녀의 음악적 감각은 이 소리들을 분석하고 있었다. 울음소리는 최소 세 명, 어쩌면 네 명. 모두 여성. 비명은 더 깊은 곳에서, 아마도 지하 2층이나 그보다 더 깊은 공간에서 발생하고 있었다. 파이프를 통해 전달되는 진동의 감쇠율을 계산하자면, 그 거리는 최소 15미터에서 20미터 아래였다.

그녀는 천천히 파이프에서 몸을 떼었다. 그녀의 손가락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지만, 그녀의 눈은 더 이상 두려움으로만 빛나지 않았다. 그녀는 이 건물의 구조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지상의 수도원. 지하 1층의 막사. 그리고 그 아래, 지도에 없는 또 다른 층. 그곳에 이 방주의 진짜 비밀이 숨겨져 있었다.

다음 날 오후. 자작나무 숲 외곽의 채석장.

눈은 전날보다 더 많이 쌓여 있었다. 발목까지 빠지는 눈을 헤치며, 엘레나는 다른 여성들과 함께 돌을 나르고 있었다. 그녀의 손바닥은 어제 터진 물집 위에 새 물집이 생겨 이제 하나의 커다란 상처가 되어 있었다. 돌을 들 때마다 따끔거리는 통증이 팔 전체로 번졌다.

그러나 그녀의 정신은 통증에 집중하지 않았다. 그녀는 의도적으로 자신의 작업 경로를 경비원 스테판의 감시 반경 안으로 조정하고 있었다.

스테판은 오늘도 담장 근처에 서 있었다. 그의 손에는 담배가 들려 있었고, 그의 시선은 여전히 여성들이 아니라 숲 너머를 향하고 있었다. 그는 여성들의 노동을 감시하는 데 거의 관심이 없었다. 그의 관심은 저 멀리, 안개 속에 잠긴 산길 어딘가에 있었다.

엘레나는 돌을 운반하는 척하며 천천히 그에게 접근했다. 10미터. 5미터. 그녀는 그가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는 것을 보았다. 작은 금속 물체였다. 그가 그것을 손에 쥐고 잠시 만지작거리다가, 다시 주머니에 넣으려는 순간—손에서 미끄러져 눈밭에 떨어졌다.

스테판은 재빨리 주변을 둘러보고, 떨어진 물건을 집으려 몸을 숙였다. 그러나 엘레나는 이미 그것을 보았다. 눈 위에 떨어진 작은 은빛 십자가. 정교회의 성물이었다. 이 수도원에서 숭배하는 X자형 보고밀파 십자가가 아니라, 전통적인 비잔틴 정교회의 십자가.

스테판은 황급히 십자가를 줍고 주머니 깊숙이 밀어 넣었다. 그의 시선이 잠시 엘레나와 마주쳤다. 그의 눈에는 당혹감과 경계심이 뒤섞여 있었다. 엘레나는 재빨리 시선을 돌리고, 마치 아무것도 보지 못한 듯 돌을 나르는 일에 집중했다.

그러나 그녀의 머릿속은 빠르게 회전하고 있었다. 스테판은 이곳의 교리를 완전히 믿지 않는다. 그는 정교회 신자다. 그리고 그는 그것을 숨기고 있다. 왜 이런 남자가 이 사이비 집단의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는가. 협박인가, 돈인가, 아니면 다른 무언가인가.

그녀는 그 정보를 마음속 지도에 저장했다. 스테판. 균열. 가능성.

저녁 노동이 끝나자마자, 마리아가 엘레나를 찾아왔다. 그녀의 얼굴은 평소보다 더 굳어 있었고, 그녀의 손은 엘레나의 팔을 평소보다 더 세게 잡았다.

“따라와. 교주님께서 부르셔.”

엘레나는 끌려가듯 지하에서 지상으로, 그리고 본관 2층으로 올라갔다. 그녀가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복도였다. 벽에는 촛불이 켜져 있었고, 바닥에는 두꺼운 양탄자가 깔려 있었다. 이곳은 지하의 눅눅한 막사와는 전혀 다른 세계였다. 따뜻하고, 건조하고, 거의 호화로웠다.

마리아는 복도 끝의 무거운 참나무 문을 열었다. 교주 테오도르의 집무실이었다.

방 안은 촛불로 가득 차 있었다. 수십 개의 촛불이 방 구석구석에서 타오르며 벽을 따라 춤추는 그림자를 만들었다. 테오도르는 방 중앙의 커다란 안락의자에 앉아 있었고, 그의 손에는 포도주가 담긴 크리스털 잔이 들려 있었다. 그의 눈은 불꽃처럼 빛나며 엘레나를 응시했다.

“들어와라, 음악가여.”

엘레나는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 순간, 그녀의 발걸음이 멈추었다.

방 구석, 촛불들의 한가운데에, 그것이 있었다. 백색의 그랜드 피아노. 아니, 정확히 말하면 피아노의 잔해였다. 건반은 누렇게 변색되어 있었고, 페달은 녹슬어 있었다. 그러나 그 외형은 여전히 위엄을 유지하고 있었다. 마치 박제된 짐승처럼, 죽었지만 아직 살아 있는 듯한 기괴한 존재감을 풍기며.

“네가 음악을 전공했다고 들었다. 소피아 국립음대. 첼로 전공. 아주 훌륭하지.”

테오도르는 자리에서 일어나 피아노 쪽으로 걸어갔다. 그의 손가락이 피아노의 뚜껑을 쓸었다.

“나는 네 첼로를 불태웠다. 사탄의 물질로 만들어진 악기는 정화되어야 했으니까. 그러나…”

그가 멈추어 서서 엘레나를 바라보았다.

“네 손가락에 남은 리듬까지 지우지는 못했다. 그것은 물질이 아니라 영혼에 새겨진 것이니까. 그리고 나는 영혼의 재능을 존중하는 사람이다.”

테오도르는 피아노 앞으로 엘레나를 안내했다. 그의 손이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눌러 의자에 앉혔다. 건반이 그녀의 눈앞에 펼쳐졌다. 누렇게 변색된 흰 건반. 금이 간 검은 건반. 그 사이사이에 먼지가 쌓여 있었다.

“내일, 이곳에 귀한 손님들이 온다. 정부의 고위 관료들, 그리고 우리의 사업을 후원하는 은인들. 그들은 아직 물질의 세계에 살고 있기에, 음악이라는 미끼가 필요하다.”

테오도르는 엘레나의 뒤에 서서, 그녀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너는 내일 저녁, 이 피아노로 그들을 위해 연주할 것이다. 바흐를, 쇼팽을, 네가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을. 그리고 네 연주가 끝난 후, 나는 그들에게 말할 것이다. 보십시오, 우리 방주에서는 이렇게 아름다운 음악조차도 사탄의 물질임을 깨닫고 침묵 속으로 사라집니다. 그 침묵이야말로 진정한 구원의 증거라고.”

그는 엘레나의 의자 뒤로 돌아가며 말을 이었다.

“너는 연주할 것이다. 그리고 연주가 끝나면, 영원히 침묵할 것이다. 그것이 네가 이 방주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길이다.”

엘레나는 건반을 내려다보았다. 그녀의 손가락이 떨리고 있었다. 첼로 줄이 아니라 피아노 건반. 이것은 그녀의 악기가 아니었다. 그러나 음악은 음악이었다. 리듬과 화성, 선율의 법칙은 악기를 가리지 않았다.

그녀는 천천히 손을 들어 건반 위에 올렸다. 오른손 검지가 가운데 ‘도’를 눌렀다. 피아노의 음색은 오래되어 탁했지만, 그 소리는 분명히 울렸다. 그 소리가 방 안의 촛불들을 흔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엘레나는 깨달았다. 이것은 덫이자 기회였다. 테오도르는 그녀를 가두려 하지만, 동시에 그녀에게 외부와 접촉할 수 있는 유일한 무대를 주고 있었다. 내일 저녁, VIP들이 이 방에 들어올 것이다. 외부인들이, 아직 세상과 연결된 사람들이.

그녀의 손가락이 두 번째 음을 눌렀다. ‘솔’. 그녀는 생각했다. 내일까지, 그녀는 이 악기를 길들여야 한다. 그리고 그녀의 연주는, 그녀가 이 방주에서 처음으로 가질 수 있는 무언가를 위한 신호가 될 것이다.

테오도르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그는 보지 못했다. 엘레나의 눈동자 속에서, 두려움 뒤에 숨은 차가운 계산의 빛을.

🧭 당신의 선택은? (1차 분기점)

엘레나는 내일 저녁 VIP들을 위한 연주회에서 테오도르의 명령에 따라야 하는 갈림길에 섰습니다. 이 선택에 따라 그녀의 운명이 결정됩니다.

👉 [선택 1] 테오도르의 명령에 순응하여 내일 VIP들 앞에서 연주하고, 그 후 영원한 침묵을 서약한다.

👉 [선택 2] 연주회를 역이용한다. VIP들이 지켜보는 무대에서, 연주를 통해 구조 신호를 보내거나 의도적으로 테오도르의 위선을 폭로할 방법을 모색한다.(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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