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사탄의 물질
12월의 로도피 산맥은 안개에 잠겨 있었다.
소피아에서 출발한 낡은 미니버스는 남쪽으로 향하며 점점 더 좁은 비포장 도로로 접어들었다. 창밖 풍경은 처음에는 눈 덮인 완만한 구릉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숲은 더 짙어지고 도로는 더 거칠어졌다. 타이어가 얼어붙은 진흙을 밟을 때마다 차체가 삐걱거렸다.
엘레나는 미니버스 뒷좌석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자신의 첼로 케이스를 두 팔로 감싸고 있었다. 나무 케이스의 차가운 표면이 그녀의 뺨에 닿았다. 국립음대 기숙사에서 나올 때는 몰랐다. 이 버스가 소피아에서 이렇게 멀리, 이렇게 깊은 산속으로 들어갈 줄은.
그녀의 맞은편에는 두 명의 젊은 여성이 더 앉아 있었다. 하나는 소피아 외곽의 의류 공장에서 일하다 일자리를 잃었다고 했고, 다른 하나는 플로브디프에서 온 고등학교 졸업반이었다. 세 명 모두 같은 광고를 보고 이 버스에 올랐다. ‘로도피 유기농 농장, 숙식 제공, 고임금, 초보자 환영.’ 엘레나는 첼로 학비와 아버지가 남긴 사채 빚을 떠올리며, 그 광고를 스크린샷으로 저장했었다.
운전석 옆 조수석에는 흰 사제복을 입은 남자가 앉아 있었다. 40대쯤 되어 보였고, 얼굴은 수척했으며, 눈은 지나치게 깊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의 이름은 보리스. 그가 이 농장의 인솔자라고 했다. 버스가 출발한 이후로 그는 거의 말을 하지 않았고, 가끔씩 작은 나무 묵주를 손가락으로 굴리며 기도문을 중얼거릴 뿐이었다.
엘레나는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았다. 안개 속에서 고목들이 검은 실루엣으로 솟아 있었고, 멀리서는 얼어붙은 개울이 희미하게 반짝였다. 휴대폰 화면의 신호는 이미 한 시간 전에 사라졌다. 그녀는 배터리가 30퍼센트밖에 남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전원을 껐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아껴두기로 한 것이다.
미니버스는 갑자기 덜컹거리며 돌계단처럼 좁은 길로 접어들었다. 보리스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거의 다 왔습니다. 이제부터는 조금 험할 거예요.”
그의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웠지만, 엘레나는 그 안에서 무언가 설명할 수 없는 불편함을 느꼈다.
미니버스가 멈춘 곳은 거대한 석조 건물 앞이었다. 10세기에 지어졌다는 수도원. 두꺼운 돌벽은 이끼와 서리로 뒤덮여 있었고, 좁은 창문들은 마치 눈구멍처럼 검게 뚫려 있었다. 첨탑에는 쇠로 된 십자가가 서 있었지만, 그 십자가는 보통 교회에서 보는 것과 달리 두 개의 가로대가 X자로 교차되어 있었다. 엘레나는 그것이 정교회의 십자가와 다르다는 것을 알아챘지만, 무슨 의미인지는 알지 못했다.
보리스가 먼저 내려서 무거운 나무 문을 열었다. 문짝이 돌바닥에 긁히는 소리가 안개 속으로 울려 퍼졌다. 엘레나는 첼로 케이스를 끌어안고 버스에서 내렸다. 발밑의 눈은 얼어붙어 딱딱했고, 바람은 칼날처럼 뺨을 스쳤다. 그녀의 얇은 코트는 소피아의 겨울에는 충분했지만, 이 산속에서는 아무런 보호도 되지 못했다.
수도원 안으로 들어서자, 첫인상은 거대한 돌로 된 어둠이었다. 복도는 좁고 길었으며, 벽에는 성화 대신 이상한 벽화들이 그려져 있었다. 날개 없는 천사들이 땅으로 떨어지는 모습, 빛과 어둠이 두 개의 강으로 나뉘어 흐르는 모습. 촛불 몇 개가 벽감에 놓여 흔들리는 불빛을 내고 있을 뿐, 전기는 들어오지 않는 듯했다.
복도 끝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열 명 남짓한 여성들이 일렬로 걸어나오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똑같은 흰색 면 옷을 입고 있었고, 머리에는 흰 두건을 쓰고 있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아무 표정도 없었다. 엘레나는 그들의 눈을 보았다. 그 눈들은 마치 초점을 잃은 듯, 아니면 아예 초점을 맞추기를 포기한 듯,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여성들 중 맨 앞에 선 이가 한 걸음 다가왔다. 그녀의 이름은 마리아. 30대 초반으로 보였고, 다른 이들과 달리 그녀의 눈에는 아직 생기가 남아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따뜻함이 아니라 날카로운 감시자로서의 생기였다.
“새로운 자매들이군요. 환영합니다. 지상의 물질을 버리고 영혼의 구원을 찾아온 것을 축복합니다.”
마리아의 목소리는 단조로웠지만, 그 안에는 훈련된 권위가 배어 있었다. 그녀는 엘레나의 첼로 케이스를 가리켰다.
“그것은 무엇입니까.”
“첼로입니다. 저는 국립음대에서…”
“첼로. 물질로 만들어진 도구군요. 사탄이 인간의 영혼을 유혹하기 위해 만든 물질입니다.”
엘레나는 말문이 막혔다. 마리아는 미소를 지으며 덧붙였다.
“걱정하지 마세요. 모든 물질은 이곳에서 정화됩니다.”
그날 저녁, 엘레나는 수도원 중앙에 있는 예배당으로 안내되었다.
예배당은 넓고 높았지만, 난방은 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 돌바닥에서 올라오는 한기가 발바닥을 얼렸다. 벽을 따라 촛불들이 줄지어 켜져 있었고, 정면에는 거대한 나무 제단이 놓여 있었다. 제단 위에는 십자가가 없었다. 대신, 검은 천으로 덮인 무언가가 놓여 있었고, 그 양옆으로는 하얀 백합이 꽂혀 있었다.
여성들이 모두 모이자, 제단 옆의 작은 문이 열리고 교주 테오도르가 들어왔다. 60대의 남자였고, 키는 크지 않았지만 그의 존재감은 예배당 전체를 압도했다. 그는 순백색의 긴 가운을 입고 있었고, 목에는 은으로 된 X자 모양의 펜던트가 걸려 있었다. 그의 얼굴은 야위었고, 눈은 불꽃처럼 타오르고 있었다.
“새로운 자매들이 도착했습니다. 물질의 세계에서 고통받던 영혼들이, 마침내 구원의 방주에 발을 들였습니다.”
테오도르의 목소리는 예배당의 돌벽을 타고 울려 퍼졌다. 그는 천천히 제단 앞으로 걸어가며 말을 이었다.
“보십시오. 이 세상은 사탄이 창조한 물질로 가득 차 있습니다. 돈, 여권, 스마트폰, 그리고 이 타락한 육체마저. 이 모든 것이 사탄의 올가미입니다. 우리가 이 물질들을 소유하는 한, 우리의 영혼은 결코 신의 나라에 닿을 수 없습니다.”
그의 손가락이 엘레나를 가리켰다.
“새로운 자매여. 네가 가진 사탄의 물질을 이곳에 내려놓으라.”
엘레나는 얼어붙었다. 보리스가 그녀의 옆으로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그녀는 가방을 열었다. 여권, 지갑, 휴대폰, 그리고 집 열쇠. 보리스는 그것들을 받아 제단 위에 올려놓았다. 테오도르는 그 물건들을 하나씩 집어 들며 말했다.
“돈. 사탄이 인간을 노예로 만드는 도구다.”
그는 지갑을 촛불에 가져갔다. 가죽이 타는 냄새가 퍼졌다.
“스마트폰. 사탄이 인간의 영혼을 훔치는 창문이다.”
휴대폰이 제단 바닥에 던져졌다. 보리스가 작은 쇠망치를 꺼내 그것을 내리쳤다. 화면이 산산조각 났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테오도르는 엘레나의 불가리아 여권을 집어 들었다. 빨간 표지의 그 여권. 그녀가 이 세상에서 ‘엘레나’라는 사람임을 증명하는 유일한 공식 문서.
“이것은 사탄의 왕국이 너에게 부여한 이름이다. 오늘부로 너는 이 이름을 버린다.”
그는 여권을 촛불 속으로 밀어 넣었다. 불꽃이 종이를 집어삼키며 타올랐다. 여권 표지의 금색 글자가 검게 변해 사라졌다. 엘레나는 비명을 지르려 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녀의 손이 무의식적으로 첼로 케이스를 더 꽉 움켜쥐었다.
테오도르의 눈이 그녀의 손으로 향했다.
“아직도 물질을 붙잡고 있군. 그 악기를 이리로.”
엘레나는 고개를 저었다. 첼로는 그녀의 전부였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 마지막으로 사준 선물. 국립음대에서 3년 동안 밤새워 연습하며 함께한 유일한 동반자.
“안 됩니다. 제발…”
보리스가 그녀의 팔을 잡았다. 마리아가 그녀의 손에서 첼로 케이스를 빼앗아 갔다. 테오도르가 케이스를 열고, 첼로를 꺼냈다. 나무로 된 악기의 곡선이 촛불 아래서 반짝였다.
“아름답군. 사탄은 언제나 아름다움으로 우리를 유혹하지. 하지만 너는 곧 깨닫게 될 거야. 진정한 음악은 현악기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오직 영혼의 침묵 속에서만 들을 수 있다는 것을.”
그는 첼로를 벽난로 쪽으로 가져갔다. 장작이 타고 있는 불길 속으로, 그는 천천히 첼로를 밀어 넣었다. 나무가 타기 시작하며 줄이 하나씩 끊어지는 소리가 났다. 현이 끊어질 때마다 마치 살아 있는 것이 울부짖는 듯한 소리가 났다. 엘레나는 무릎이 풀려 돌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녀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렸지만, 그녀는 울지 않았다. 울기에는 모든 것이 너무 비현실적이었다.
의식이 끝난 후, 엘레나는 마리아에 의해 지하로 안내되었다. 돌계단을 내려가자 공기는 더 차가워지고 습해졌다. 벽에서는 곰팡이 냄새가 났고, 천장에서는 물이 뚝뚝 떨어졌다. 전등은 없었고, 마리아가 든 촛불 하나만이 길을 밝히고 있었다.
지하에는 좁은 석조 방들이 줄지어 있었다. 각 방에는 얇은 짚으로 만든 매트리스 하나와, 나무로 된 작은 십자가 하나만이 놓여 있었다. 창문은 없었다. 유일한 환기는 천장 가까이 뚫린 손바닥만 한 구멍뿐이었다. 엘레나는 그 구멍을 통해 바깥 공기가 들어오는 것을 느꼈다. 공기는 차가웠고, 눈 냄새가 났다.
“이곳이 네 방이다. 새벽 3시에 기상한다. 산양유를 짜고, 빵을 굽고, 돌을 나르는 일을 할 것이다. 하루 한 끼의 빵과 물만 허락된다. 육체를 굶겨야 영혼이 정화된다.”
마리아의 목소리는 여전히 단조로웠다. 그녀는 엘레나에게 흰색 면 옷과 두건을 건네며 덧붙였다.
“이곳의 규칙은 간단하다. 순종은 구원을 낳고, 반항은 지옥을 낳는다. 네 앞에 놓인 모든 것은 네 영혼을 위한 시험이다. 의심하지 마라. 의심은 사탄의 목소리다.”
마리아가 떠나고, 촛불도 함께 사라졌다. 엘레나는 완전한 어둠 속에 혼자 남겨졌다. 그녀는 짚 매트리스 위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 보이지 않았지만, 그녀는 물이 떨어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한 방울, 한 방울. 규칙적인 소리가 오히려 그녀의 불안을 더 키웠다.
그녀는 자신의 손을 더듬었다. 손가락에는 아직 첼로 줄을 눌렀을 때 생긴 굳은살이 남아 있었다. 이제 그 손은 아무것도 쥘 수 없었다. 첼로도, 휴대폰도, 여권도, 그리고 자신의 이름마저도.
‘엘레나’라는 이름은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고 테오도르는 말했다. 그렇다면 그녀는 이제 누구인가. 그녀는 그 질문에 답할 수 없었다. 그녀는 그저 어둠 속에 누워, 새벽 3시가 오기를 기다렸다.
잠은 오지 않았다.
엘레나는 짚 매트리스 위에서 뒤척이며, 지하 복도에서 들려오는 소리들에 귀를 기울였다. 발소리. 낮은 목소리. 그리고 어딘가에서 흘러나오는 흐느낌. 그것은 여성의 울음소리였다. 가까운 방에서, 아니면 더 깊은 지하에서. 그 소리는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누군가가 입을 막은 듯 갑자기 멈추었다.
그녀는 일어나 문가로 다가갔다. 나무 문은 잠겨 있지 않았다. 그녀는 살며시 문을 열고 복도로 나갔다. 어둠 속에서 촛불 하나가 깜빡이고 있었다. 복도 끝에서 누군가가 서 있었다. 마리아였다.
“잠들지 못했군.”
마리아의 목소리는 놀랍도록 부드러웠다. 그녀는 엘레나에게 다가와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 손은 차가웠지만, 그 안에는 이상한 위로가 담겨 있었다.
“처음에는 모두가 그래. 하지만 적응하게 될 거야. 나도 처음에는 네가 있는 그 방에서 울었어. 하지만 지금은 알아. 이곳이야말로 진정한 자유라는 것을.”
“내 첼로… 내 여권…”
“잊어. 그 물건들은 너를 노예로 만들었을 뿐이야. 너는 이제 자유야. 육체의 욕망에서, 물질의 속박에서, 세상의 거짓된 가치에서.”
마리아는 엘레나의 손을 잡고 복도를 따라 걸었다. 그녀는 지하의 끝에 있는 작은 예배실로 그녀를 데려갔다. 거기에는 촛불이 밝혀져 있었고, 벽에는 보고밀파의 상징인 X자 십자가가 걸려 있었다.
“기도해. 영혼의 목소리를 들어. 그러면 언젠가 너는 깨닫게 될 거야. 우리의 교주님은 우리를 구원하러 온 유일한 빛이라는 것을.”
엘레나는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척했다. 그러나 그녀의 머릿속은 전혀 다른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지금껏 본 것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지하 막사. 하루 한 끼의 빵. 새벽 3시 기상. 소지품 압수. 여권 소각. 그리고 복도에서 들려오던 익명의 흐느낌.
이곳은 농장이 아니었다. 이곳은 감옥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스스로 이 감옥에 걸어 들어왔다. 2천 레바의 빚 때문에, 첼로 학비 때문에, 더 나은 삶을 꿈꾸며.
촛불이 흔들렸다. 엘레나는 눈을 감고, 첼로가 타던 소리를 떠올렸다. 현이 끊어지던 순간의 날카로운 비명. 그 소리는 그녀의 가슴속에서 아직 울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결심했다. 이곳에서 살아남을 것이라고. 어떻게든. 언젠가 이 방주를 떠날 그날까지.
복도 저편에서, 새벽 3시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