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화: 마지막 선택
쿠로사와 레이는 아침 5시 47분에 모든 피해자들을 안전한 장소로 대피시켰다.
그녀는 작은 모텔 방에 일본인 모녀와 두 명의 한국인 여성들을 데려다 놓았다. 그들은 모두 탈진한 상태였지만, 적어도 숨을 쉴 수 있었다. 일본인 여성은 딸을 품에 안고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한국인 여성들은 서로의 손을 잡고 있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공포와 안도가 뒤섞여 있었다. 레이는 그들을 바라보며 짧은 말을 남겼다.
“여기서 기다려. 내가 돌아올 때까지 절대 나가지 마. 문은 잠가.”
그녀는 방을 나서며 문을 잠갔다. 그녀는 아직 할 일이 있었다. 그것은 채원이었다.
그녀는 다시 숲길을 따라 본당으로 향했다. 해가 떠오르기 시작했고, 나뭇잎 사이로 새벽 빛이 스며들고 있었다. 그 빛은 따뜻했지만, 레이의 발걸음은 여전히 차가웠다. 그녀는 본당 뒷문으로 접근했다. 폐쇄회로 카메라는 이미 그녀가 며칠 전에 무력화시켜 둔 상태였다. 그녀는 그림자처럼 건물 안으로 미끄러졌다.
본당 내부는 고요했다. 아직 아무도 일어나지 않은 시간이었다. 그러나 레이는 알고 있었다. 채원은 이미 이곳에 돌아와 있을 것이다. 그녀는 정신을 차린 조유정과 마주하고 있을지도 몰랐다. 레이는 복도를 따라 걸으며, 그녀의 귀를 집중시켰다. 그리고 그녀는 목소리를 들었다. 그것은 본당 중앙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엄마, 제 말을 들어보세요.”
채원의 목소리였다. 그녀는 떨리고 있었지만, 그 떨림 속에는 단호함이 담겨 있었다.
“무슨 말을 하려는 거니? 너는 마스터의 은총을 받아야 해. 그게 우리 가문을 구원하는 길이란다.”
조유정의 목소리는 여전히 부드러웠다. 그러나 그 부드러움 속에는 분노가 숨어 있었다. 그녀는 딸이 자신의 기대에서 벗어나려 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엄마, 그건 은총이 아니에요. 그건…… 그건 폭력이에요. 마스터는 저를…… 저를 이용하고 있어요.”
“무슨 헛소리야! 그분은 너를 정화하고 계신 거야. 너는 그분의 선택을 받은 존재란 말이야.”
“그 선택을 제가 한 적이 없어요. 엄마가…… 엄마가 저를 위해서 선택한 거잖아요. 제가 태어나기도 전에.”
그 말에 조유정의 목소리가 잠시 멈췄다. 그녀는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 그러나 그녀의 대답은 여전히 완고했다.
“……그래, 엄마가 선택했어. 그게 최선의 선택이었어. 너는 모르는구나, 엄마가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었는지. 할아버지가 무너지고,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엄마는 혼자 남겨졌어. 그런데 마스터가 나타나셨어. 그분이 엄마에게 희망을 주셨어. 그리고 너를…… 너를 통해 그 희망을 이루기로 하셨어.”
“그럼 엄마는…… 저를 희망의 도구로만 본 거예요? 딸이 아니라?”
“아니야! 그렇지 않아! 엄마는 너를 사랑해. 정말로 사랑해. 그래서…… 그래서 이 길을 선택한 거야. 네가 더 나은 삶을 살게 하려고.”
“엄마, 제가 지금 더 나은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세요?”
그 질문에 조유정은 대답하지 못했다. 그녀는 침묵했다. 그 침묵이 채원에게는 답변이었다.
“엄마, 저는 이제 선택할 거예요. 제 삶을. 제가 직접.”
“……무슨 뜻이니?”
“저는 이곳을 떠날 거예요. 엄마도 함께 가길 바라지만…… 엄마가 그걸 원하지 않는다면, 저는 혼자라도 갈 거예요.”
레이가 본당의 기둥 뒤에서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 그녀는 카메라를 들어 올리지 않았다. 이 순간은 기록할 필요가 없었다. 그녀는 그저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다.
조유정이 천천히 다가갔다. 그녀는 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 그러나 그 눈물은 이전과 달랐다. 그것은 슬픔이었다. 그리고 그 슬픔 속에는 무언가가 깨어나고 있었다. 의심. 그것은 아주 작은, 아주 미약한 의심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분명히 존재했다.
“……네가…… 네가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는 거니?”
“네, 엄마. 저는 이제 그분의 가르침을 믿지 않아요. 그분은 거짓말을 하고 있어요. 그리고 엄마도…… 엄마도 그 거짓말에 속아왔어요.”
조유정이 뒤로 물러섰다. 그녀는 자신의 두 손을 바라보았다. 그 손은 떨리고 있었다. 그녀는 그 손으로 딸을 이곳으로 밀어 넣었다. 그녀는 그 손으로 딸의 고통을 축복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지금, 그녀는 그 손이 무엇을 했는지 깨닫기 시작하고 있었다.
“……엄마가…… 엄마가 잘못한 건가?”
“엄마가 잘못한 게 아니에요. 엄마는 그저…… 믿었을 뿐이에요. 하지만 이제는 깨달아야 해요. 그 믿음이 잘못됐다는 걸.”
조유정이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녀는 얼굴을 두 손으로 가리고 울기 시작했다. 그것은 그녀가 처음으로 흘리는 진짜 눈물이었다. 그것은 기쁨의 눈물이 아니었다. 후회의 눈물이었다.
채원이 엄마의 곁으로 다가가 그녀를 안았다. 그녀는 엄마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엄마, 괜찮아요. 이제부터는 제가 엄마를 지킬게요.”
그 순간, 레이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더 이상 볼 필요가 없었다. 그녀는 이미 필요한 모든 것을 보았다. 그녀는 조용히 뒷문으로 걸어갔다. 그녀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그녀가 숲길을 걸어갈 때, 그녀의 휴대폰이 진동했다. 그것은 일본인 여성의 남편이었다. 그는 이미 한국으로 날아오고 있었다. 레이는 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모두 안전합니다. 모텔 주소를 보내드리겠습니다.”
그녀는 메시지를 보내고,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그녀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그녀는 몇 걸음 걷다가 멈췄다. 그녀는 뒤를 돌아보았다. 본당의 첨탑이 새벽 하늘에 실루엣으로 드러나 있었다. 그 첨탑 아래에서, 한 여성이 자신의 어머니를 안고 있었다. 그리고 그 여성은 마침내 자신의 목소리를 찾았다.
레이는 그 광경을 카메라에 담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는 그것을 기억하기로 결심했다. 그것이 그녀가 이곳에서 가져갈 수 있는 유일한 것이었으니까.
그녀가 모텔로 돌아왔을 때, 일본인 여성이 그녀를 맞이했다. 그녀는 레이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그런데, 그 한국인 여성은…… 그녀는 어떻게 됐나요?”
“그녀는 자신의 선택을 했어요.”
“……무슨 뜻인가요?”
“그녀는 이제 자신의 길을 걸어가고 있어요. 그게 전부예요.”
레이가 그녀의 손을 놓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노트북을 열고 마지막 보고서를 작성했다.
“금일(2024. 6. 20) 오전 6시, 피사체 A(한채원)와 방조자 조유정의 대치 장면을 관찰함. 피사체 A는 자신의 선택을 분명히 밝혔으며, 방조자 조유정은 처음으로 자신의 믿음에 의문을 품기 시작함. 이는 두 사람 모두에게 중요한 전환점으로 판단됨. 본 계약의 타깃(일본인 모녀)은 안전한 장소에 대피 완료됨. 추가 피해자 2명(한국인)도 함께 구출함. 이로써 본 계약은 완전히 종료됨. 피사체 A의 향후 행보는 본인의 관할이 아니나, 그녀가 선택한 길이 올바르게 이어지기를 희망함. 이 기록은 증거 자료로 보관함.”
그녀는 보고서를 저장하고, 컴퓨터를 덮었다. 그녀는 카메라를 배낭에 넣고, 모텔 방을 나섰다. 그녀가 복도를 걸어갈 때, 그녀는 일본인 여성의 딸과 마주쳤다. 그 소녀는 아직 창백했지만, 그녀의 눈동자에는 생기가 돌아오고 있었다.
“아줌마, 고마워요.”
그 소녀는 한국어로 말했다. 그녀는 어머니와 함께 한국에서 생활하며 한국어를 배운 것이었다. 레이는 그녀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잘 지내.”
그것이 그녀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말이었다.
그날 오후, 레이는 공항에 도착했다. 그녀는 표를 끊고, 게이트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그녀의 옆에는 일본인 모녀가 앉아 있었다. 그들은 함께 일본으로 돌아갈 것이었다. 그녀는 그들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창밖을 바라보며, 이곳에서의 모든 기록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채원의 마지막 모습이 선명하게 각인되어 있었다. 그녀는 그 모습을 잊지 않을 것임을 알았다. 그것은 그녀의 기록 중 하나가 되었다.
비행기가 이륙했다. 레이는 창밖으로 내려다보았다. 한국의 땅이 점점 작아지고 있었다. 그 땅 위에는 대리석 성전이 있었고, 그 성전 안에는 하얀 드레스를 입은 한 여성이 있었다. 그러나 그 여성은 더 이상 그곳에 갇혀 있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선택을 했다. 그리고 그 선택은 그녀를 자유로 이끌었다.
레이는 눈을 감았다. 그녀의 임무는 끝났다. 그러나 그녀의 기록은 계속될 것이다. 그것이 그녀가 살아가는 방식이었으니까.
그러나 그녀는 몰랐다. 몇 달 후, 그녀가 도쿄의 사무실에서 새로운 의뢰를 받을 때, 그 의뢰인이 바로 한채원일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녀는 그 의뢰를 받아들일 것이라는 것을.
그러나 그것은 다음 이야기였다. 지금 이 순간, 레이는 그저 비행기 창밖의 구름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당신의 선택은? (최종 분기점)
독자의 선택에 따라 이야기의 방향이 달라집니다.
[선택 1] 채원이 엄마와의 대치 끝에 다시 마스터의 의식으로 돌아가, 두 번째 배드엔딩을 맞이합니다.
[선택 2] 채원이 엄마를 설득하여 함께 교단을 떠나고, 레이의 도움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합니다.
(※ 선택하신 분기점의 다음 화를 결제하시면, 채원의 잔혹한 운명의 대단원이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