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메리카의 그림자 멕시코편 #002] 황량한 신탁 – 1화: 독이 든 성배

1화: 독이 든 성배

멕시코시티 외곽, 콜로니아 로마 북쪽 끝자락에 위치한 ‘실바 법률사무소’의 간판은 이미 석 달째 깜빡이고 있었다. 네온사인의 ‘S’자가 고장 나서 ‘ilva’로 표시되고 있었지만, 마테오 실바는 수리할 돈이 없었다. 아니, 수리할 의지조차 없었다. 어차피 한 달 안에 이 사무실도, 이 간판도, 이 모든 것이 사라질 예정이니까.

마테오는 낡은 나무 책상에 앉아 손에 쥔 고지서들을 바라보았다. 임대료. 전기세. 전화비. 그리고 가장 뼈아픈 것—국세청에서 보낸 노란색 봉투. 그는 그 봉투를 뜯지 않고도 내용을 알았다. 연체료, 가산세, 그리고 마지막 경고. 그는 그 봉투를 책상 서랍에 넣었다. 그 서랍에는 같은 종류의 봉투가 이미 다섯 개나 쌓여 있었다.

마테오는 서른여덟 살이었다. 그는 이 사무실을 개업한 지 십 년이 넘었지만, 성공이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왔다. 젊은 시절, 그는 멕시코 국립자치대학(UNAM) 법대를 수석으로 졸업한 촉망받는 인재였다. 그의 이름은 여러 로펌에서 러브콜을 받았고, 그의 미래는 누구나 인정하는 밝은 길이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은 한 사건으로 인해 무너졌다. 그는 당시 자신이 맡았던 한 기업의 변호를 맡았다가, 그 기업이 거액의 조세 포탈과 불법 정치 자금 지원에 연루되어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그는 즉시 사임했지만, 이미 그의 이름은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그 후로 그는 어떤 중견 로펌에서도 받아주지 않았고, 결국 이 작은 사무실을 차려 잡범들의 보석 청구와 이혼 소송, 그리고 가끔씩 들어오는 소규모 사업체의 세금 신고 대행 일을 하며 연명해 왔다.

그리고 지금, 그는 완전히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의 사무실에는 직원이 없었다. 단 한 명의 비서도, 심지어 인턴조차도 없었다. 모든 일을 그가 혼자 처리해야 했고, 그조차도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고객들은 그를 찾지 않았다. 그의 이름은 더 이상 법률 서비스 검색 결과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는 그저 시간이 지나기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파산 신청을 할지, 아니면 그냥 문을 닫고 도망칠지. 두 가지 선택지 모두 매력적이지 않았다.

그가 사무실 문을 닫고 집으로 돌아가려는 순간, 초인종이 울렸다. 마테오는 시계를 확인했다. 오후 7시 23분. 이 시간에 누가 올까. 그는 망설이다가 문을 열었다.

문 앞에는 한 명의 남자가 서 있었다. 그는 깔끔한 검은 정장을 입고 있었고, 그의 손에는 가죽 서류 가방이 들려 있었다. 그는 마테오보다 열 살쯤 많아 보였고, 그의 표정은 차가웠다. 그는 말없이 서류 가방에서 봉투 하나를 꺼내 마테오에게 건넸다.

“마테오 실바 씨입니까?”

“……네. 그런데요?”

“알베르토 멘도사 상원의원의 보좌관입니다. 의원님께서 당신에게 의뢰를 맡기고 싶어 하십니다.”

그는 봉투를 마테오의 손에 얹었다. 그 봉투는 무거웠다. 마테오는 봉투를 열어 보았다. 그 안에는 두꺼운 달러 지폐 다발이 들어 있었다. 그는 잠시 그것을 응시했다. 그리고 다시 남자를 바라보았다.

“……이게 무슨 뜻이죠?”

“선금입니다. 의원님께서는 내일 아침 9시에 당신의 사무실에서 만나기를 원하십니다. 자세한 내용은 그때 말씀드리겠습니다. 봉투에 적힌 주소로 오십시오.”

그는 그 말을 남기고 돌아섰다. 마테오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한참 동안 멈춰 서 있었다. 그의 손에는 두꺼운 달러 지폐 다발이 쥐어져 있었다. 그는 그 무게를 느꼈다. 그것은 그가 지난 3년간 번 돈보다 많았다.

그는 천천히 문을 닫고, 책상에 앉았다. 그는 달러 지폐를 다시 꺼내 세어 보았다. 1만 달러. 그것은 그의 임대료 연체분을 모두 갚고도 남는 액수였다.

그러나 그는 알고 있었다. 이렇게 거액을 먼저 건네는 의뢰는 절대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그는 수년간의 경험을 통해 배웠다. 돈이 클수록 위험도 크다는 것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 돈을 책상 서랍에 넣지 않았다. 그는 그 돈을 자신의 주머니에 넣었다. 그게 현실이었다.

다음 날 아침 9시 정각, 마테오는 봉투에 적힌 주소에 도착했다. 그곳은 멕시코시티의 부촌인 폴랑코 지구에 위치한 고급 저택이었다. 그는 문 앞에서 자신의 낡은 재킷을 정리하며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그는 이렇게 고급스러운 장소에 발을 들인 것이 오랜만이었다. 아니, 어쩌면 처음일지도 몰랐다.

대기실로 안내된 그는 10분을 기다렸다. 그 사이에 그는 방 안의 그림들과 가구들을 살펴보았다. 모든 것이 비쌌다. 그림들은 유명 작가의 것이었고, 가구들은 이탈리아에서 수입된 것처럼 보였다. 이 집의 주인이 얼마나 부유한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가 차를 한 모금 마셨을 때, 문이 열렸다. 한 중년의 남자가 걸어 들어왔다. 그는 키가 크고, 체격이 좋았으며, 그의 회색 머리는 깔끔하게 빗어 넘겨져 있었다. 그의 눈빛은 날카로웠고, 그의 걸음걸이는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는 마테오의 앞에 서서 손을 내밀었다.

“알베르토 멘도사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실바 씨.”

마테오가 그의 손을 잡았다. 그 손은 단단했다.

“마테오 실바입니다. 의원님, 제가 무슨 일로 불렸는지……”

“앉으십시오.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그들은 마주 앉았다. 알베르토는 자신의 보좌관을 한 번 쳐다보았고, 보좌관은 고개를 끄덕이며 방을 나갔다. 그들은 단둘이 남았다.

“실바 씨, 저는 당신에 대해 잘 알고 있습니다. UNAM 수석 졸업, 그리고 그 후의…… 불운한 사건까지.”

그가 ‘불운한’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을 때, 그의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가 스쳤다. 그것은 동정이 아니었다. 그것은 계산이었다. 그는 마테오가 그 사건으로 인해 자신의 위치를 잃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 사실을 이용하려는 것이었다.

“의원님,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지금 그다지 좋은 상황이 아닙니다. 하루하루가 간신히 버티는 중이죠. 그런 제가 의원님께 무슨 도움을 드릴 수 있을지……”

“당신은 법을 아십시오. 그리고 당신은 법의 빈틈을 찾아내는 데 천재적입니다. 그게 제가 당신을 찾은 이유입니다.”

알베르토는 책상 서랍에서 두꺼운 서류 뭉치를 꺼냈다. 그는 그것을 마테오 앞에 밀어 놓았다.

“제 딸에 관한 일입니다.”

마테오가 서류를 펼쳤다. 그것은 신탁 계약서였다. 제목은 ‘영구 신탁 계약서’였고, 수탁자는 ‘디바인 앵커’라는 이름의 법인이었다. 그리고 위탁자는 이벨린 멘도사. 알베르토의 딸이었다.

“제 딸 이벨린이…… 이 서류에 서명했습니다. 그녀는 ‘디바인 앵커’라는 영성 리조트에 들어가 있습니다. 그곳은 두랑고 사막 한가운데에 있는 교단이 운영하는 시설입니다.”

“교단이라고 하셨습니까?”

“네. 겉으로는 명상과 치유를 표방하는 상류층 맞춤형 리조트입니다만, 실상은 어떤 종교 집단이 운영하는 곳입니다. 제 딸은 거기에 빠져서…… 이 서류에 서명했습니다. 이 서류는 그녀가 가문의 소유였던 여러 자산들을 해당 교단에 영구히 이전하겠다는 내용입니다.”

마테오는 서류를 빠르게 훑어보았다. 그의 눈은 줄을 따라 움직였다. 그는 법률 용어에 익숙했다. 그리고 그는 이 서류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곧바로 알아차렸다. 그러나 그는 그것을 의원에게 말하지 않았다. 일단은 그냥 관찰하기로 했다.

“의원님, 그런데 제가 이 서류로 무엇을 해야 하죠? 딸이 이미 서명한 것을 되돌릴 수는 없습니다.”

“되돌리는 것이 아닙니다. 확인하는 것입니다. 이 서류가…… 정말로 법적 효력을 가지는지, 아니면 무효화할 수 있는지. 당신은 그걸 확인해 주면 됩니다.”

“제가 그 리조트에 가서…… 이 서류를 검토하라는 말씀이십니까?”

“네. 당신은 외부 변호사 자격으로 그곳에 입장할 수 있습니다. 그들은 당신을 막지 못할 겁니다. 이건 공증된 계약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마테오가 잠시 침묵했다. 그는 이 의뢰가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만약 이 서류가 진짜로 법적 효력을 가진다면, 그의 딸은 가문의 자산을 모두 잃게 될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알베르토에게 치명적인 타격이었다. 그가 차기 대권을 노리는 정치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의원님, 솔직히 말씀드리면…… 제가 이 일을 맡을 자격이 있을까요? 저는 단지 작은 사무실을 운영하는 변호사일 뿐입니다.”

알베르토는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그 미소는 따뜻하지 않았다. 그것은 계산된 것이었다.

“당신은 제가 찾던 사람입니다. 당신은 냉철하고, 배가 고프고, 그리고…… 당신은 잃을 것이 많지 않습니다. 그런 사람이 바로 이 일에 적합합니다.”

그 말은 사실이었다. 마테오는 잃을 것이 없었다. 아니, 그는 이미 모든 것을 잃은 상태였다. 그래서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제가 가 보겠습니다.”

“좋습니다. 보좌관이 당신에게 모든 준비를 도와줄 겁니다. 그리고…… 실바 씨.”

“네?”

“이 일은 극도로 비밀입니다. 당신이 이 일에 대해 누구에게도 말하는 순간…… 당신은 제 적이 되는 겁니다.”

그의 눈빛은 차가웠다. 마테오는 그 눈빛을 피하지 않았다. 그는 이미 이 의뢰의 성격을 알고 있었다. 그것은 돈과 위험이 동전의 양면처럼 붙어 있는 일이었다.

“……이해했습니다.”

이틀 후, 마테오는 두랑고주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의 옆자리에는 보좌관이 앉아 있었다. 그는 내내 말이 없었고, 그저 창밖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마테오는 그 침묵이 불편했다. 그러나 그는 묻지 않았다.

비행기가 두랑고 시에 도착했을 때, 그들은 공항에서 기다리고 있던 검은색 SUV에 탑승했다. 그 차는 사막을 가로질러 달렸다. 창밖으로 펼쳐진 풍경은 황량했다. 끝없이 펼쳐진 갈색 땅, 그 위로 드문드문 자리 잡은 선인장들, 그리고 먼 곳에 솟아 있는 산맥의 실루엣. 마테오는 그 풍경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내가 여기까지 오게 될 줄은 몰랐어.

그들은 몇 시간을 달렸다. 도로는 점점 더 좁아졌고, 주변은 더욱 황량해졌다. 마침내 그들이 도착한 곳은 거대한 철문이었다. 그 문 위에는 ‘디바인 앵커’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그 문은 스스로 열렸고, 그들의 차는 안으로 들어갔다.

그가 처음 본 것은 광활한 정원이었다. 사막 한가운데에 녹지가 펼쳐져 있었다. 그것은 인공적으로 조성된 것이었고, 그 정원을 가로지르는 작은 개울이 흐르고 있었다. 그 개울은 어디서 물을 끌어오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깨끗했다. 그리고 그 정원의 끝에는 거대한 하얀 건물이 서 있었다. 그것은 리조트처럼 보였지만, 동시에 요새처럼 보이기도 했다.

SUV가 건물 앞에 멈추었다. 보좌관이 먼저 내렸고, 마테오가 그 뒤를 따랐다. 그들이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한 남자가 그들을 맞이했다. 그는 오십 대 후반으로 보였고, 그의 머리는 짧게 깎여 있었으며, 그의 눈은 차갑고 지적이었다. 그는 세련된 베이지색 린넨 정장을 입고 있었고, 그의 손에는 가죽 바인더가 들려 있었다.

“환영합니다, 실바 씨. 저는 마르쿠스 반스입니다. 이곳 ‘디바인 앵커’의 운영자죠.”

그는 손을 내밀었다. 그의 손은 차가웠다.

“마테오 실바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희는 당신이 오시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의원님께서 미리 연락을 주셨죠. 그리고 당신이 검토하실 서류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그는 손짓으로 안내했다. 마테오는 그를 따라 건물 안으로 걸어갔다. 그들의 발걸음 소리는 대리석 바닥에 메아리쳤다.

마르쿠스가 그를 안내한 곳은 넓은 응접실이었다. 그곳에는 커다란 책상과 여러 개의 의자가 놓여 있었다. 창문 너머로는 사막이 펼쳐져 있었다. 그 풍경은 숨 막히도록 아름다웠다.

“앉으십시오. 차를 드릴까요?”

“……네, 감사합니다.”

그들은 마주 앉았다. 마르쿠스는 차를 직접 따라 주었다. 그의 움직임은 우아했고, 그의 표정은 평온했다. 마테오는 그가 단순한 교주가 아니라, 과거에 어떤 높은 자리에서 일했던 사람임을 느낄 수 있었다.

“자,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죠. 당신이 검토하실 서류입니다.”

그는 바인더에서 서류를 꺼내 마테오 앞에 밀어 놓았다. 그것은 이벨린이 서명한 신탁 계약서의 사본이었다. 마테오는 그것을 천천히 읽기 시작했다.

그는 첫 페이지를 넘기며 법률 용어들을 하나하나 확인했다. 그것은 전형적인 신탁 계약서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가 다섯 번째 페이지에 도착했을 때, 그의 손가락이 멈췄다. 그곳에는 작은 글씨로 쓰인 조항이 하나 있었다.

“제 7조 3항: 수탁자는 본 계약의 일부로써 위탁자 및 위탁자의 혈족이 보유한 모든 정치적·재정적 연관 정보를 영구히 보관하며, 해당 정보는 수탁자의 재량에 따라 활용될 수 있다.”

마테오의 눈이 그 문장에 고정되었다. 그는 그것을 두 번, 세 번 읽었다. 그리고 그는 그 문장이 의미하는 바를 깨달았다. 그것은 단순한 자산 증여가 아니었다. 그것은 정치적 담보였다. 이벨린이 이 서류에 서명함으로써, 그녀는 가문의 모든 비밀을 교단에 넘겨주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페이지를 넘겼다. 그는 이미 이 판의 규칙을 이해하고 있었다. 그는 여기서 자신이 아무것도 모르는 척해야 했다.

“서류는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다만, 몇 가지 확인이 필요합니다. 제가 이벨린 씨와 직접 대면할 수 있을까요?”

마르쿠스가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그 미소는 그의 눈에 닿지 않았다.

“물론입니다. 그녀는 당신을 만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당신이 오는 것을 알고 있어요.”

그는 일어나서 마테오를 안내했다. 그들이 복도를 걸어갈 때, 마테오는 벽에 걸린 그림들을 보았다. 그것들은 모두 추상화였지만, 그 뒤에는 무언가가 숨겨져 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그는 그 그림들을 기억하기로 결심했다.

그들이 문 앞에 도착했을 때, 마르쿠스가 멈췄다.

“그녀는 안에 있습니다. 당신이 원하는 만큼 대화하세요. 하지만…… 그녀에게 너무 많은 걸 기대하지는 마십시오. 그녀는 이제 우리의 가족입니다.”

그 말은 위협이었다. 마테오는 그것을 알았다. 그러나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 문을 열었다.

방 안에는 한 여성이 앉아 있었다. 그녀는 스물여덟 살 정도로 보였다. 그녀의 머리는 길었고, 그녀는 하얀색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그녀는 마테오를 보자,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그 미소는 텅 비어 있었다.

“안녕하세요, 실바 씨. 저는 이벨린입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그 속에는 아무런 감정도 담겨 있지 않았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이벨린 씨. 저는 당신의 아버지께서 보낸 변호사입니다.”

“아버지…… 그분이 보내셨군요. 그분은 아직도 저를 찾고 계시네요.”

그녀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그 미소는 그녀의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마치 누군가가 가르쳐 준 것처럼 인위적이었다.

“이벨린 씨, 이 서류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당신은 이 서류의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고 서명하셨습니까?”

“네. 저는 모든 것을 이해하고 서명했습니다. 이곳은 제가 찾던 평화입니다. 마르쿠스는 제 영혼을 치유해 주었어요.”

그녀의 말은 매끄러웠다. 그것은 외운 것처럼 들렸다. 마테오는 그녀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동자에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것은 두려움이었다. 그러나 그 두려움은 그녀의 의식 아래에 깊숙이 숨겨져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두려워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벨린 씨…… 제가 한 가지 질문을 드려도 될까요?”

“네, 무엇이든지.”

“당신은…… 행복하신가요?”

그 질문에 그녀의 미소가 잠시 멈췄다. 그녀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러나 그것은 곧 다시 자리 잡았다.

“……네, 저는 행복합니다. 이곳이 제가 찾던 곳이니까요.”

그녀는 그렇게 말했지만, 그녀의 손가락은 드레스의 자락을 꽉 쥐고 있었다. 마테오는 그것을 보았다. 그는 그것을 기록했다.

“고맙습니다. 제가 드릴 질문은 여기까지입니다.”

그가 일어나려 할 때, 이벨린이 그를 불렀다.

“실바 씨.”

“네?”

“제 아버지께…… 제가 잘 지내고 있다고 전해 주세요. 그분이 저를 걱정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그녀의 목소리는 여전히 부드러웠지만, 그 속에는 무언가 다른 것이 담겨 있었다. 그것은 간청이었다. 마테오는 그 간청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았다. 그러나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전해 드리겠습니다.”

그는 방을 나섰다. 문을 닫는 순간, 그는 그녀의 눈동자에 맺힌 눈물을 보았다. 그것은 흐르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은 분명히 존재했다.

그가 복도로 나왔을 때, 마르쿠스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떠셨나요?”

“……확인했습니다. 그녀는 서명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하시죠. 내일 다시 만나서 최종 검토를 하겠습니다. 오늘 밤은 저희가 준비한 객실에서 편히 쉬십시오.”

“감사합니다.”

마테오가 객실로 안내될 때, 그는 생각했다. 이 서류는 함정이다. 이벨린은 인형이다. 그리고 나는 이 판의 말이 되었다.

그러나 그는 이미 돌아갈 수 없었다. 그는 이제 이 게임을 해야 했다. 살아남기 위해서.

그날 밤, 마테오는 객실 창문 앞에 서서 사막을 바라보았다. 달빛이 모래 위에 내려앉아 있었다. 그 풍경은 아름다웠다. 그러나 그는 그 아름다움을 믿지 않았다.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이곳은 아름다운 감옥이라는 것을.

그는 자신의 가방에서 작은 수첩을 꺼냈다. 그리고 그는 그 수첩에 오늘 본 모든 것을 적었다. 이벨린의 눈물. 그녀의 손가락. 그리고 그 서류의 7조 3항. 그는 그 모든 것을 기록했다. 그것이 그가 이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가진 유일한 무기였다.

그는 수첩을 가방 깊숙이 넣고, 침대에 누웠다. 그러나 그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생각했다. 내일은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야 해.

그리고 그는 알았다. 내일부터 진짜 게임이 시작될 것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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