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스마트폰이 삼킨 영혼
카이로의 금요일은 다르다.
아침 6시, 나디아는 어머니의 목소리에 눈을 떴다. “일어나. 기도 시간이 다 됐다.” 그녀는 침대에서 일어나 발가락으로 슬리퍼를 찾았다. 방은 좁았다. 책상, 옷장, 그리고 창문에 걸린 두꺼운 커튼. 커튼 밖으로는 카이로의 먼지 낀 햇살이 스며들고 있었다.
그녀는 화장실에 가서 세수를 했다. 거울 속 얼굴은 스무 살. 짙은 눈썹, 까만 눈, 그리고 뺨에 흩뿌려진 주근깨. 그녀는 손가락으로 주근깨를 만져 보았다. 어릴 때는 싫어했지만, 지금은 신경 쓰이지 않았다.
히잡을 쓰기 전, 그녀는 잠시 거울 속 자신을 바라보았다. 검은 머리카락이 어깨까지 내려와 있었다. 그녀는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고 천천히 히잡을 둘렀다. 거울 속에서 히잡 아래로 얼굴만 남았다. 나머지는 모두 가려졌다.
아버지는 이미 거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카이로 시청의 고위 공무원이었다. 수염을 기르고 있었고, 항상 회색 정장을 입고 다녔다. 그는 나디아를 보자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 이모부 댁에 간다. 준비됐냐?”
“네, 아버지.”
“고모부는 최근 이슬람 율법 연구소에서 강의를 하신다. 너도 들을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나디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이미 그 대화를 너무 많이 들었다. 고모부는 가문에서 가장 존경받는 인물이었다. 그는 알아즈하르 대학교에서 이슬람 율법을 가르쳤고, 온 가족이 그의 말이면 움직였다.
차량은 카이로의 먼지 낀 길을 달렸다. 나디아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거리에는 노점상들과 구걸하는 아이들이 보였다. 그녀는 그 풍경에 익숙해져 있었다. 이 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란 지 20년.
“아버지, 유럽 유학에 대해 말씀드렸잖아요.”
아버지의 눈썹이 찌푸려졌다.
“그 얘기는 하지 말자. 딸이 혼자 유럽에 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제 성적은 전교 수석이고, 장학금도…”
“내가 뭐라고 했냐? 그런 얘기는 다시 꺼내지 마라.”
나디아는 입을 다물었다. 그녀는 손톱으로 손바닥을 눌렀다. 아팠다. 좋았다. 아파야 그녀가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디아의 스마트폰은 그녀의 유일한 탈출구였다.
밤이 되면, 그녀는 방 문을 잠그고 커튼을 쳤다. 그리고 스마트폰을 꺼냈다. 히잡을 벗었다. 머리카락이 어깨에 닿았다. 그녀는 거울 속 자신을 바라보았다. 아무도 보지 못하는 그녀의 얼굴. 아무도 모르는 그녀의 꿈.
그녀는 유럽 대학들의 웹사이트를 뒤졌다. 런던, 파리, 베를린. 그곳에서는 히잡을 쓰지 않아도 되었고, 아버지의 허락 없이도 밖에 나갈 수 있었다. 그녀는 그곳의 사진들을 보며 상상했다. 자전거를 타고 캠퍼스를 지나는 자신의 모습. 도서관에서 밤새 공부하는 자신의 모습. 남자 친구와 손을 잡고 걷는 자신의 모습.
그러나 그 상상은 항상 현실 앞에서 무너졌다.
유학을 가려면 돈이 필요했다. 등록금, 생활비, 기숙사비. 최소 5만 달러. 그녀는 알바를 해 보려고 했지만, 아버지는 허락하지 않았다. “딸이 거리에서 일한다는 것은 가문의 수치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려면 아버지의 서명이 필요했다. 그녀는 아버지에게 말할 수 없었다. 아버지는 그녀에게 “남자들 사이에서 공부하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다른 방법을 찾았다.
‘카이로 퀵 론(Quick Loan)’. SNS에 뜬 광고였다. ‘신용 확인 없음, 즉시 입금, 간편한 절차.’ 그녀는 그 앱을 몇 번이나 쳐다보았다. 손가락이 다운로드 버튼 위에서 망설였다.
‘이런 거… 하라면 안 되지.’
그녀는 폰을 내려놓았다. 하지만 다시 집어 들었다.
그녀는 그 앱을 열었다. 인터페이스는 깔끔했다. 하얀 바탕에 파란 글씨. 전문적으로 보였다.
‘카이로 퀵 론 – 당신의 꿈을 응원합니다’
그녀는 ‘대출 신청’ 버튼을 눌렀다.
앱이 다음 화면으로 넘어갔다.
‘신용 등급 확인을 위해 다음 권한이 필요합니다. 허용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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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락처 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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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첩 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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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계정 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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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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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접근
나디아는 잠시 멈췄다. 연락처? 사진첩? 왜 이런 게 필요하지?
그녀는 앱의 설명을 다시 읽었다. ‘빠른 신용 확인을 위해 필요한 절차입니다. 모든 정보는 안전하게 보호됩니다.’
그녀는 손가락을 ‘허용’ 위에 올렸다.
‘그냥… 필요한 절차겠지. 은행도 뭔가 서류를 제출하잖아.’
그녀는 버튼을 눌렀다.
앱이 즉시 반응했다. 화면에 작은 창이 떴다. ‘연락처를 읽는 중… 234개의 연락처를 찾았습니다. 사진첩을 읽는 중… 847개의 파일을 찾았습니다. SNS 계정 정보를 확인하는 중…’
나디아는 그 메시지를 보면서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너무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다.
‘아니, 잠깐만. 내 사진첩에는…’
그녀는 사진첩에 무엇이 있는지 생각했다. 일상 사진들. 학교 친구들과 찍은 사진들. 가족 사진들. 그리고… 몇 달 전에 찍은 셀카들. 그녀가 히잡을 벗고 찍은 사진들. 그중에는 어깨가 드러난 것도 있었다. 그녀는 그 사진들을 아무에게도 보여준 적이 없었다. 그냥 자신의 ‘다른 얼굴’을 보기 위해 찍었을 뿐이었다.
‘괜찮아. 안전하다고 했잖아.’
그녀는 자신을 위로했다. 그리고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대출 금액을 입력하세요.’
그녀는 5,000달러를 입력했다.
‘상환 기간을 선택하세요.’
3개월.
‘계좌 정보를 입력하세요.’
그녀는 자신의 계좌 번호를 입력했다. 마지막 확인 창이 떴다.
‘대출 실행 시 이자율 15%가 적용됩니다. 최종 상환 금액은 5,750달러입니다. 동의하시겠습니까?’
15%. 꽤 높았다. 하지만 급한 상황이었다. 그녀는 ‘동의’를 눌렀다.
3초 후, 그녀의 계좌에 5,000달러가 입금되었다.
“됐다.”
그녀는 숨을 내쉬었다. 생각보다 쉬웠다.
하지만 그녀는 몰랐다. 그녀가 ‘동의’를 누른 순간, 그녀의 디지털 신체 전체가 파하드의 서버로 통째로 복사되고 있었다.
일주일 후, 나디아는 알람 소리에 눈을 떴다.
스마트폰 화면에는 ‘카이로 퀵 론’의 알림이 떠 있었다.
‘고객님의 대출 이자가 변동되었습니다. 현재 이자율: 300%.’
그녀는 화면을 몇 번이나 다시 읽었다. 300%? 말도 안 된다.
그녀는 앱을 열었다. 대출 잔액이 표시되어 있었다.
‘원금: 5,000달러 / 이자: 15,000달러 / 총 상환액: 20,000달러’
일주일 만에 20,000달러. 그녀의 손이 떨렸다. 그녀는 고객센터 번호를 눌렀다.
전화를 받은 남성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카이로 퀵 론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여기 이자가 300%로 올랐는데, 계약서에는 15%라고 되어 있었어요!”
“계약서 7조 3항을 확인해보세요. 이자는 시장 상황에 따라 변동될 수 있습니다. 7일 이내에 상환하지 않으시면, 추가 연체료가 부과됩니다.”
“7일 이내에 어떻게 2만 달러를 갚아요!”
“그것은 고객님의 몫입니다. 다른 문의 사항이 있으신가요?”
전화가 끊어졌다. 나디아는 다시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그녀는 앱의 상담 채팅을 열었다.
‘도와주세요. 이자는 너무 높아요. 다시 조정해줄 수 없나요?’
답변은 1분 후에 왔다.
‘죄송합니다. 이자는 조정이 불가능합니다. 상환 기한을 놓치시면, 다른 방법으로 연락드리겠습니다.’
‘다른 방법?’
답변이 없었다.
그날 밤, 나디아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녀는 어떻게 20,000달러를 마련할지 생각했다. 부모님께 말할 수는 없었다. 친구들에게 빌릴 수도 없었다. 그녀의 친구들은 그녀보다 더 가난했다.
‘앱을 지워야 하나?’
그녀는 앱을 지우려고 했다. 하지만 화면에 경고 메시지가 떴다.
‘앱을 삭제하시면 대출 상환 의무가 면제되지 않습니다. 추가 연체료가 부과됩니다.’
그녀는 폰을 바닥에 던졌다. 폰이 바닥에 부딪혔지만, 깨지지 않았다.
다음 날, 나디아는 대학에서 돌아와 방에 혼자 있었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누구세요?”
문을 열자, 낯선 남성 두 명이 서 있었다. 하나는 두꺼운 체격, 다른 하나는 마르고 키가 컸다. 둘 다 검은 정장을 입고 있었다.
“나디아 씨? 우리는 카이로 퀵 론에서 왔습니다.”
그들은 문틈 사이로 밀고 들어왔다. 나디아는 뒷걸음질 쳤다.
“여… 여기는 제 방인데…”
“알아. 그래서 왔지.”
두꺼운 체격의 남성이 그녀의 팔을 잡았다. 나디아는 비명을 지르려고 했다. 하지만 그의 손이 그녀의 입을 막았다.
“소리 지르지 마. 네 가족들이 여기 있다는 거 알아. 다 들려오겠지?”
나디아의 눈이 커졌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손이 그녀의 입에서 떨어졌다.
“빚, 언제 갚을 거야?”
“일주일만 더… 시간을 주세요. 어떻게든 구해볼게요.”
“일주일? 그 사이에 이자는 500%로 올라가. 너는 지금 2만 달러 빚졌지만, 일주일 후에는 3만 5천 달러가 되어 있어.”
그녀는 무릎이 풀렸다. 바닥에 주저앉았다.
“제발… 제발 도와주세요…”
마른 남성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겼다. 히잡이 벗겨졌다. 그녀의 머리카락이 흘러내렸다.
“와, 생각보다 예쁘네. 빚 못 갚으면, 이 머리카락이 어떻게 될지 상상돼? 인터넷에 올릴 거야. 네 얼굴이랑 같이. 네 아버지가 보시면 어떻게 하실까?”
“안 돼… 안 됩니다…”
“그럼 선택해. 돈을 갚든지, 아니면 다른 방법으로.”
“다른 방법이 뭔데요?”
“우리 보스가 너를 만나고 싶어 해. 나일강 요트에서. 그가 네 빚을 어떻게 처리할지 결정할 거야.”
나디아는 그들의 손에 끌려 방 밖으로 나갔다. 그녀는 도움을 청하려고 이웃집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모든 문은 닫혀 있었다.
차량은 카이로의 밤거리를 달렸다. 나디아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네온사인이 번쩍이고 있었다. 그녀는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 몰랐다.
하지만 그녀는 알고 있었다.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