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잔혹사 이집트편 #001] 카이로의 검은 나일 (The Digital Shackles) — 7-4화: 새로운 나일 (실제 사건 파일 기반 각색)

7-4화: 새로운 나일

파하드의 재판은 6개월 동안 계속되었다.

나디아는 증인석에 섰다. 그녀의 증언은 재판의 핵심이었다. 그녀는 떨지 않았다. 그녀는 모든 것을 이야기했다. 대출 앱, 딥페이크, 요트, 붉은 방, 약물, 그리고 레일라.

법정은 가득 찼다. 기자들, 피해자 가족들, 그리고 호기심 많은 시민들. 그녀가 증언을 마쳤을 때, 법정은 술렁였다. 어떤 이들은 그녀를 영웅이라고 불렀다. 어떤 이들은 여전히 그녀를 손가락질했다.

하지만 그녀는 신경 쓰지 않았다.

배심원들은 평의실로 들어갔다. 6시간 후, 그들은 돌아왔다.

“유죄.”

그 한마디에 법정이 술렁였다. 파하드는 아무 표정 없이 그 판결을 받아들였다. 그는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나디아는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없었다. 그녀는 이미 모든 눈물을 다 쏟아부었기 때문이었다.

재판이 끝난 후, 아만다가 그녀에게 다가왔다.

“수고했어요. 이제 정말 끝이에요.”

“끝? 저는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저는 아직 살아있잖아요.”

아만다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래요. 이제 당신의 인생이 시작되는 거예요.”

나디아는 법정을 나와 하늘을 바라보았다. 카이로의 하늘은 맑았다. 햇살이 그녀의 얼굴에 내리쬐고 있었다.

그녀는 그 햇살을 오랜만에 느꼈다.

나디아는 집으로 돌아갔다.

아버지는 현관문 앞에 서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들어와라.”

그녀는 거실로 들어갔다. 어머니는 눈물을 닦고 있었다. 고모부는 거기에 없었다.

“아버지, 저…”

“미안하다, 나디아. 내가 네 말을 안 들어줘서. 내가 너를 믿지 않아서.”

아버지가 먼저 사과했다. 나디아는 그 말을 듣고 눈물이 났다.

“아버지, 저야말로 가문에 누를 끼쳐서 미안해요.”

“가문?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네가 살아있다는 거야. 그게 전부야.”

아버지는 그녀를 안았다. 그녀는 아버지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오랫동안 울었다.

하지만 고모부는 달랐다.

며칠 후, 고모부가 집을 찾아왔다. 그의 얼굴은 여전히 차가웠다.

“나디아, 너는 아직 이 가문에 있을 자격이 없다.”

“고모부, 하지만 저는 피해자예요. 재판에서도 인정받았잖아요.”

“재판은 재판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의 시선이다. 너는 아직도 이웃들이 우리를 어떻게 보는지 모르느냐?”

아버지가 고모부 앞에 섰다.

“그만해. 나디아는 내 딸이다. 그녀가 어디에 있을 자격이 없으면, 나도 이 가문에 있을 자격이 없다.”

“너…”

“나는 가문을 버리기로 했다. 내 딸과 함께 살겠다.”

고모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리를 떴다.

나디아는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아버지가 그런 선택을 할 줄 몰랐다.

“아버지, 저 때문에…”

“아니다. 내가 선택한 거다. 너는 내 딸이고, 나는 네 아버지다. 그걸로 충분하다.”

나디아는 학교로 돌아갔다.

강의실에 들어서자 친구들이 그녀를 반겼다. 어떤 이들은 그녀를 피했지만, 대부분은 그녀를 따뜻하게 맞이해주었다.

“나디아, 보고 싶었어.”

“나도.”

그녀는 맨 앞자리에 앉았다. 노트를 펼쳤다. 펜을 쥐었다. 그녀의 손은 떨리지 않았다.

교수가 그녀에게 다가와 말했다.

“나디아, 네 논문, 계속 진행할 거지?”

“네, 교수님. 계속할 거예요.”

“잘 생각했어. 너는 훌륭한 학생이야. 그걸 잊지 마.”

강의가 시작되었다. 고대 이집트의 장례 문화. 그녀는 교수의 말을 받아 적었다. 글씨는 반듯했다. 평소와 다름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머릿속은 예전 같지 않았다. 그녀는 더 이상 요트의 기억에 시달리지 않았다. 그녀는 그 기억을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 기억이 그녀를 만들었고, 그녀는 그 기억과 함께 살아가기로 했다.

방과 후, 그녀는 도서관에 갔다. 그녀는 레일라를 위한 헌정 논문을 쓰고 있었다. 레일라의 이름을 잊지 않기 위해서. 그녀의 희생을 기리기 위해서.

그녀는 펜을 들어 올렸다.

‘레일라, 나는 약속할게. 너의 이름을 영원히 기억하겠다고.’

졸업 후, 나디아는 변호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녀는 카이로 대학교 로스쿨에 진학했다. 그녀의 목표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들을 돕는 것이었다. 그녀가 겪었던 고통을 다른 이들이 겪지 않도록.

그녀는 아만다와 함께 피해자 지원 센터를 설립했다. 그곳에는 나디아와 같은 피해자들이 찾아왔다. 그들은 나디아에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나디아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함께 울고, 함께 웃었다.

“나디아 씨, 저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당신은 이미 살아있어요. 그걸로 충분해요. 앞으로는 천천히 나아가면 돼요.”

“저도 언니처럼 될 수 있을까요?”

“저처럼? 저는 아무것도 특별하지 않아요. 그냥 포기하지 않았을 뿐이에요.”

어느 날, 레일라의 어머니가 센터를 찾아왔다. 그녀는 나디아를 보자 눈물을 흘렸다.

“나디아, 내가… 내가 너에게 잘못했어. 그날 장례식에서…”

“괜찮아요. 그날 일은 잊어요. 이제 우리는 레일라를 기억해야 해요. 그녀가 좋아했던 것들을.”

레일라의 어머니는 그녀를 안았다. 그녀의 손은 따뜻했다.

“레일라가 있었다면, 너를 정말 자랑스러워했을 거야.”

나디아는 그 말에 미소 지었다. 진짜 미소였다. 오랜만에.

어느 날 아침, 나디아는 나일강 변을 걷고 있었다.

강물은 여전히 까맣게 보였다. 하지만 그 위로 햇살이 반짝이고 있었다. 그녀는 그 풍경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나는 이 강물처럼 되고 싶어. 까맣게, 하지만 살아서 흐르는.’

그녀는 강가에 앉아 발을 담갔다. 물은 차가웠다. 하지만 상쾌했다.

그녀는 그동안의 일들을 떠올렸다. 파하드, 요트, 붉은 방, 레일라. 모든 것이 지나간 일이었다. 그 기억은 여전히 그녀의 몸과 마음에 흉터로 남아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더 이상 그 흉터가 부끄럽지 않았다. 그 흉터가 그녀를 만들었고, 그녀는 그 흉터와 함께 살아가기로 했다.

휴대폰이 진동했다. 아만다의 메시지였다.

“새로운 피해자입니다. 도와주세요.”

그녀는 일어나 옷을 털었다.

‘레일라, 나는 약속을 지키고 있어. 너도 보고 있지?’

그녀는 다시 걸었다. 그녀가 걸어가는 길목에는 햇살이 비치고 있었다.

나일강은 오늘도 흐르고 있었다. 멈추지 않고.

그리고 나디아도 그 강물처럼 흘러가고 있었다. 멈추지 않고.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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