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의 그림자 가나편 #001] 맹세의 사슬 – 2화: 녹슨 철창

2화: 녹슨 철창

눈을 떴을 때, 아코수아는 잠시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했다. 시야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페인트가 흉하게 벗겨진 콘크리트 벽면이었다. 군데군데 금이 가 있었고, 금 사이로 곰팡이인지 때인지 모를 검은 얼룩이 번져 있었다. 벽과 맞닿은 어깨가 축축했다.

그녀는 손을 들어 검지 끝을 들여다봤다. 말라붙은 핏자국이 검붉은 선으로 남아 있었다. 그 선을 보자 어제의 의식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주술사의 탁한 눈동자, 잘린 닭 목에서 뿜어져 나온 피, 그리고 흙바닥에 스며든 자신의 머리카락과 손톱. 그 기억들이 아침잠에서 깨어난 뇌를 덮쳤다. 코를 찔렀던 피비린내까지 함께.

복도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이내 쇠주걱이 문을 두드리는 둔탁한 소리가 방 안으로 침투했다. 쇠가 나무를 때릴 때마다 경첩이 미세하게 울렸다.

“일어나. 다들 나와.”

어제 그 사내의 목소리였다. 코피. 아베나의 사촌 동생이라고 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아침 인사 같은 부드러움이 없었다. 명령과 확인 사이, 그 어디쯤에 위치한 소리였다. 아코수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배낭을 침대 밑으로 밀어 넣었다. 배낭 안에는 에시가 그린 그림이 접혀 있었다.

복도에는 이미 여섯 명의 여자들이 서 있었다. 모두 아코수아와 비슷한 나이대, 혹은 더 어렸다. 한 명은 열여섯쯤 되어 보였다. 소녀라고 불러야 할 나이였다. 맨발이거나 낡은 슬리퍼를 끌고 있었고, 어떤 여자는 팔에 멍이 들어 있었고, 어떤 여자는 눈이 충혈되어 있었다. 그들은 서로를 쳐다보지 않았다. 눈을 마주치지 않는 것은 이곳에서 이미 학습된 생존 방식인 듯했다. 눈이 마주치면 서로의 상태를 확인하게 되고, 확인하면 감정이 생기며, 감정은 위험을 불렀다.

아코수아의 시선이 벽에 기대어 있던 여자에게 멈췄다. 어제 창문 너머로 보았던 얼굴이었다. 그녀는 아피아라고 했다. 스물다섯 살, 케이프코스트 출신이었다. 그녀의 발목에는 희미한 흉터가 있었다. 쇠사슬로 묶였던 자리인지, 밧줄에 쓸린 자리인지 구분되지 않았다. 흉터는 이미 오래되어 피부보다 밝은 색으로 변해 있었다.

“다들 부엌으로 가. 밥 먹고 일 시작이다.”

코피는 여자들이 줄지어 계단을 내려가는 모습을 팔짱을 끼고 지켜봤다. 아코수아가 그의 앞을 지날 때, 코피의 손이 갑자기 그녀의 팔뚝을 잡았다. 다섯 손가락이 살을 파고들었다. 살이 눌려 피가 멎는 감각이 들었다.

“너는 새로 왔으니까 오늘은 지켜봐. 내일부터 시작이야. 알겠어?”

아코수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코피의 손이 그녀의 팔뚝을 더 세게 움켜쥐었다.

“대답 안 해?”

“알겠습니다.”

코피는 손을 놓았다. 그의 입꼬리가 한쪽만 올라갔다. 순종을 확인했다는 만족감이었다. 아코수아는 팔뚝을 감싸쥐며 재빨리 계단을 내려갔다. 손이 닿았던 자리가 달아올랐다. 피부 위로 그의 손가락 자국이 붉게 남을 것 같았다.

부엌은 1층 뒤편에 있었다. 좁고 어두웠으며, 가스레인지 한 대와 플라스틱 통에 담긴 물이 전부였다. 물통 안에는 알 수 없는 부유물이 둥둥 떠 있었다. 식탁 위에는 식은 켄키 몇 조각과 물컵이 놓여 있었다. 여자들은 말없이 음식을 집어 들었다. 누군가는 눈물을 흘리며 켄키를 씹고 있었다. 눈물이 켄키에 떨어져 반죽을 더 짜게 만들었지만, 그녀는 멈추지 않고 계속 씹었다. 그 눈물의 이유를 묻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코수아는 식탁 구석에 서서 천천히 켄키를 입에 넣었다. 발효된 옥수수 반죽은 차갑고 쉰 맛이 났다. 그녀는 억지로 삼키며 부엌 벽에 붙은 낡은 달력을 올려다봤다. 3월. 아버지가 돌아가신 달이었다. 달력은 작년 8월에서 멈춰 있었다.

식사가 끝나자 코피가 부엌으로 들어왔다. 그의 손에는 작은 노트북 한 권이 들려 있었다. 너덜너덜해진 장부였다. 표지에는 기름때와 지문이 겹겹이 묻어 반들거렸다.

“오늘 손님 명단이다. 각자 방 번호 확인하고, 시간 맞춰서 들어가. 불평 없어. 알았어?”

여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 이는 장부를 받아들며 손이 떨렸고, 어떤 이는 무표정하게 자기 이름 옆에 적힌 방 번호만 확인했다. 아피아는 장부를 보지도 않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그녀는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듯했다. 발걸음이 느렸고, 계단을 오를 때마다 발목의 흉터가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아코수아는 코피에게 다가가 물었다.

“저는… 뭘 해야 합니까?”

“너는 오늘 지켜봐. 나나라는 여자가 네 담당이야. 나나 방에 가서 구경해. 어떻게 하는지 배워.”

나나의 방은 2층 복도 끝에 있었다. 아코수아가 문을 두드리자, 안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와.”

방 안은 어두웠다. 커튼이 쳐져 있었고, 침대 옆 작은 탁자 위에는 향초 한 개가 타고 있었다. 달콤하면서도 인공적인 바닐라 향이 방 안에 가득했다. 그 향 아래로 땀 냄새, 담배 냄새, 그리고 무언가 더 사적이고 은밀한 체액의 냄새가 섞여 있었다. 향초는 그 냄새들을 감추기 위한 것이 분명했지만, 오히려 더 역겹게 만들 뿐이었다.

나나는 침대에 걸터앉아 있었다. 스물일곱 살이라고 했다. 볼타 지역 출신으로, 이곳에 온 지 1년이 넘었다. 그녀의 얼굴은 피곤에 절어 있었고, 광대뼈가 도드라져 보였다. 하지만 눈동자에는 이상한 차분함이 깃들어 있었다. 오래된 포로에게서나 볼 수 있는 적응의 빛이었다. 그 차분함은 평화가 아니라 무감각에 가까웠다.

“네가 새로 왔다는 애구나. 이름이 뭐야?”

“아코수아예요.”

“아코수아… 좋은 이름이네. 앉아.”

아코수아는 플라스틱 의자에 걸터앉았다. 의자 다리 하나가 짧아 몸이 기울었다. 나나는 그녀를 잠시 바라보더니, 천천히 말을 이었다.

“무서워?”

아코수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나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웃음이라기엔 입술이 살짝 올라갔을 뿐이었다.

“당연히 무섭지. 나도 처음엔 그랬어. 하지만 무서워해도 소용없어. 어차피 일어날 일은 일어나. 그걸 빨리 받아들일수록 덜 아파.”

“어떤… 어떤 일을 해야 하는 거예요?”

나나는 잠시 침묵했다. 그녀는 탁자 위의 향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향초의 불꽃이 작게 흔들렸다.

“남자들이 와. 하루에 세 명, 많으면 다섯 명까지도. 어떤 남자들은 조용히 끝내고 가. 불 켜지 말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계속 말을 시키는 사람도 있어. 어떤 남자들은… 더 오래 머물고 싶어 해. 네가 뭘 원하든 상관 안 해. 그냥 시키는 대로 하면 돼. 반항하지 마. 반항하면 더 심해지니까.”

나나가 치마를 들어 올렸다. 그녀의 허벅지 안쪽에는 담배로 지진 듯한 흉터들이 여러 개 있었다. 둥글고 붉은 화상 자국이었다. 피부가 오그라들어 매끈하지 않았다. 흉터는 낡은 것과 비교적 새로운 것이 뒤섞여 있었다. 가장 최근의 것은 아직 딱지가 채 가라앉지 않은 분홍색이었다.

“이게 반항의 대가야. 처음 왔을 때, 나는 도망가려고 했거든. 두 번 도망갔고, 두 번 잡혔어. 첫 번째는 길에서 200미터도 못 갔어. 동네 사람이 신고했대. 두 번째 잡혔을 때 코피가 이걸 했어. 담배 다섯 개비. 하나씩 끄면서 세는 거야. ‘다음부턴 다리뼈를 부러뜨린다’고 말하면서.”

아코수아의 시선이 흉터에 박혔다. 위가 뒤틀렸다. 나나는 치마를 내리며 말을 이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놀라울 정도로 담담했다.

“Juju는 알고 있지?”

아코수아의 호흡이 순간적으로 정지했다. 폐가 공기를 거부하는 듯했다.

“그 의식… 내 머리카락하고 손톱, 피를 가져갔어요.”

“나도 그랬어. 우리 모두 그랬어. 그 인형은 지금 주술사의 제단에 있어. 네가 도망가거나 신고하면, 그 인형을 불태운대. 인형이 타면 네 영혼도 같이 탄다는 거야. 나는 처음에 그게 다 거짓말이라고 생각했어.”

나나의 눈빛이 처음으로 흔들렸다. 그녀는 허벅지의 흉터를 엄지손가락으로 문질렀다. 무의식적인 습관이었다.

“그런데 같이 있던 한 여자가 진짜로 신고를 했어. 몰래 휴대폰으로 경찰에 연락했지. 경찰이 오기 전날 밤, 그 여자는 갑자기 쓰러졌어. 입에서 거품을 물고, 온몸이 뒤틀리면서. 병원에 데려갔는데 아무 원인도 못 찾았대. 지금도 그 여자는 정신병원에 있어. 자기 이름도 기억 못 해.”

아코수아의 입 안이 바싹 말랐다. 나나의 이야기는 그녀의 뇌리에 이미 심어진 공포에 물을 주고 있었다. Juju의 저주라는 믿음은, 증거가 없을 때조차도 가장 강력한 증거가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그 자체였다.

“그러니까 반항하지 마. 그냥 시키는 대로 해. 몸을 맡기고, 마음은 다른 곳에 두는 거야. 나는 빚을 거의 다 갚았어. 두 달만 더 있으면 끝나. 그러면 자유야. 너도 그렇게 생각해. 그게 가장 안전한 방법이야.”

나나의 말은 설득이라기보다 생존 매뉴얼에 가까웠다. 그녀는 이미 오래전에 저항을 포기했고, 그 대가로 육체적 생존을 얻었다. 아코수아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손톱으로 자신의 손바닥을 눌렀다. 통증이 정신을 또렷하게 만들었다.

그날 오후, 첫 번째 손님이 찾아왔다. 아코수아는 복도에서 나나의 방 문이 열리는 것을 보았다. 들어간 남자는 40대 중반의 덩치 좋은 사내였다. 정장을 입고 있었고, 손목에는 금장 시계가 반짝였다. 구두는 광이 났고, 넥타이는 실크였다. 겉보기에는 완벽한 신사였다.

방 문이 닫혔다. 복도에 남은 아코수아는 등을 벽에 기대고 선 채로 그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들을 듣지 않으려 애썼다. 하지만 벽은 얇았다. 침대 스프링이 규칙적으로 삐걱대는 소리, 남자의 낮은 신음, 그리고 나나의 목소리. 나나의 목소리는 무감각했다. 마치 대본을 읽는 배우처럼, 정해진 타이밍에 정해진 말을 내뱉었다. 그 무감각함이 오히려 더 소름끼쳤다.

20여 분이 흐르고 문이 열렸다. 남자는 넥타이를 매만지며 나왔다. 벨트를 다시 조이고 있었다. 그는 아코수아를 흘끗 보았다. 새 얼굴을 발견한 사냥개의 눈빛이었다. 시선이 그녀의 몸을 훑는 데 채 2초가 걸리지 않았다. 그는 아무 말 없이 계단을 내려갔다. 구두 굽 소리가 복도에 길게 울렸다.

아코수아는 나나의 방으로 들어갔다. 나나는 침대 시트를 갈고 있었다. 손놀림이 기계적이었다. 시트에는 땀 얼룩과 체액 자국이 번져 있었다. 나나는 새 시트를 펴며 말했다. 얼굴에는 아무 표정도 없었다.

“첫 손님은 항상 점잖은 편이야. 코피가 일부러 그래. 신입 교육용이라고.”

“교육용이요?”

“무서운 사람한테 먼저 보내면 도망가니까. 처음엔 좀 덜 무서운 사람들로 시작해. 며칠 지나면, 점점 더 심한 사람들이 와. 그게 이곳의 방식이야. 서서히 익숙해지게 만드는 거지.”

나나는 시트 모서리를 매트리스 밑으로 밀어 넣으며 말을 이었다. 매트리스 밑에서는 바퀴벌레 한 마리가 기어나와 벽 틈새로 사라졌다.

“오늘 밤에 두 명 더 와. 한 명은 지난주에도 왔던 사람인데, 술을 많이 마시는 편이야. 그런 사람들은 조심해야 해. 말 잘 듣고, 눈 마주치지 말고, 시키는 대로만 해. 알겠어?”

아코수아는 나나의 얼굴을 바라봤다. 스물일곱 살의 얼굴에는 이미 노파의 피로가 켜켜이 쌓여 있었다. 그녀는 어떻게 이런 말을 이렇게 무심하게 할 수 있는 걸까.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수백 번의 손님들을 겪으면서 감정은 증발해버린 것일까. 아니면, 감정을 느끼면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죽인 것일까.

“나나 언니는… Juju를 믿어요?”

나나의 손이 멈췄다. 그녀는 잠시 허공을 응시했다. 벽에 걸린 낡은 십자가를 바라보는 듯했지만, 시선의 초점은 어디에도 닿지 않았다.

“모르겠어. 믿고 싶지 않아. 하지만…”

나나는 말을 끝맺지 못했다. 그녀의 손이 자신의 허벅지로 내려갔다. 담배 화상이 있는 곳이었다.

“신고한 여자, 정말로 정신병원에 있어요?”

나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새 시트 위에 베개를 올려놓고, 천천히 방을 나갔다. 맨발이 바닥을 스치는 소리만 남았다. 그 침묵이 대답이었다.

저녁이 되자 여자들은 다시 부엌에 모였다. 낮 동안의 일이 끝나고 유일하게 허용된 공동 시간이었다. 하지만 식탁 위에는 여전히 식은 켄키와 물뿐이었다. 단백질은 없었고, 신선한 채소도 없었다. 영양실조에 걸리지 않을 만큼만 주는 식사였다. 코피가 그렇게 말했었다. “살만 붙어 있으면 돼, 너무 살찌면 상품 가치가 떨어져.”

아피아가 아코수아의 옆에 앉았다. 그녀는 켄키를 손으로 조금씩 떼어 입에 넣으며 말했다.

“오늘 많이 봤어?”

아코수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나는… 많이 달라 보였어요.”

“나나는 순응한 거야. 1년 넘게 여기 있었으니까. 순응하면 덜 아파. 하지만 순응한다고 해서 괜찮아지는 건 아니야.”

아피아는 자신의 팔에 난 멍을 내려다보며 말을 이었다. 멍은 노란빛으로 바래가고 있었다. 오래된 멍이었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다 두 부류로 나뉘어. 나나처럼 완전히 무감각해지거나, 아니면…”

“아니면?”

“미쳐버리거나.”

아피아는 켄키를 내려놓았다. 식욕이 사라진 듯했다.

“지난달에 한 여자가 있었어. 아마라고 했어. 열아홉 살이었고, 타말레에서 왔대. 아주 조용한 애였어. 말도 거의 안 하고, 항상 구석에 앉아 있었지.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손님의 눈을 할퀴었어. 손톱으로 긁은 게 아니라, 정말로 눈알을 파고든 거야. 남자가 비명을 지르면서 나갔고, 그날 밤 코피가 아마를 데리고 어디론가 갔어.”

아코수아의 위가 경련했다. 켄키가 식도를 타고 올라오는 듯했다. 그녀는 물을 한 모금 삼키며 물었다.

“어디로요?”

“아무도 몰라. 아마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어. 그런데 일주일 뒤에, 어떤 여자가 시장에서 아마를 봤대. 머리가 완전히 밀려 있었고, 목에는 개목걸이가 채워져 있었대. 그리고 임신한 것처럼 배가 불러 있었고.”

아피아의 목소리는 평온했다. 그 평온함이 더 소름끼쳤다. 그녀는 이미 충격을 소화한 지 오래였다.

“그러니까… 반항하지 마. 하지만 순응도 하지 마. 그 중간 어딘가를 찾아야 해.”

아피아의 말은 모순처럼 들렸지만, 그녀의 눈빛은 진지했다. 그녀는 저항도, 굴복도 아닌 제3의 길을 모색하고 있는 듯했다. 아코수아는 그 눈빛에서 처음으로 아주 작은 불꽃 같은 것을 보았다. 아직 꺼지지 않은 무언가였다.

저녁 식사가 끝나갈 무렵, 코피가 부엌으로 들어왔다. 그의 얼굴에는 평소보다 더 굳은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그는 문틀에 기대어 팔짱을 낀 채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사무적이었다.

“잠깐 다들 주목해. 내일 새로운 주술사님이 오셔. 아크라에서 가장 존경받는 분이야.”

여자들의 몸이 일제히 긴장했다. 포크를 내려놓는 소리, 숨을 들이쉬는 소리, 누군가의 발이 바닥을 긁는 소리. 그 작은 소음들이 부엌 안을 가득 채웠다.

“너희들이 제대로 맹세를 지키고 있는지 확인하러 오시는 거니까, 각오 단단히 하고 있어.”

아코수아의 턱관절에 힘이 들어갔다. 이가 서로 맞물리며 악관절이 미세하게 소리를 냈다. 새로운 주술사. 맹세를 확인한다는 말. 그 말은 또 다른 의식, 또 다른 공포를 예고하고 있었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검지 끝의 상처를 만졌다. 상처는 이미 아물고 있었지만, 그 상처가 새겨진 이유는 아직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다.

코피는 아코수아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입술만 올라갔을 뿐, 눈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유리구슬로 만든 눈이 얼굴에 박혀 있는 듯했다.

“너는 특히 잘해야 해. 신입이니까. 주술사님이 네 맹세가 약하다고 판단하면… 어쩔 수 없이 보강 의식을 해야 할 수도 있어.”

보강 의식이 무엇인지, 아코수아는 묻지 않았다. 묻는 것이 두려웠다. 하지만 코피의 눈빛이, 그리고 갑자기 고개를 숙인 나나의 반응이 말해주고 있었다. 보강 의식은 더 많은 피, 더 많은 고통, 더 깊은 구속을 의미한다는 것을.

모든 손님이 돌아가고, 여자들은 각자의 방으로 흩어졌다. 복도에는 정적이 흘렀다. 1층에서는 코피가 라디오를 틀어놓고 낮은 소리로 통화하는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통화 내용은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목소리의 높낮이로 보아 돈에 관한 이야기였다. 아마도 내일 올 주술사에 대한 것일 수도 있었다.

아코수아는 방에 누워 철창 너머의 밤을 응시했다. 아크라의 밤공기는 습했고, 어디선가 쓰레기를 태우는 비릿한 연기가 바람을 타고 방 안으로 스며들었다. 매트리스는 여전히 눅눅했고, 베개에서는 전에 이 방을 썼던 누군가의 머리카락이 계속해서 나왔다. 철창의 그림자가 벽에 격자무늬를 드리우고 있었다.

그녀는 검지 끝을 엄지로 문지르며 생각했다. 나나의 담배 화상. 아마의 개목걸이. 신고한 여자의 정신병원 행. 그리고 내일 올 새로운 주술사. 모든 것이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그녀는 에시의 얼굴을 떠올렸다. 여덟 살, 수학을 좋아하는 여동생. 그 아이를 생각하며 아코수아는 여기에 왔다. 하지만 지금, 그 아이를 생각하는 마음이 가장 큰 족쇄였다. 에시와 어머니가 무사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Juju의 공포와 맞물려 그녀를 옭아매고 있었다.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가볍고 조심스러운 노크였다. 손가락 두 개로 딱 두 번.

아코수아가 일어나 문을 열자, 아피아가 서 있었다. 그녀는 아무 말 없이 작은 종이 쪽지를 아코수아의 손에 쥐여주고 곧바로 몸을 돌렸다. 그녀가 사라진 복도에는 슬리퍼 소리만 잠시 남았다가 곧 정적이 덮었다. 마치 아무도 없었던 것처럼.

아코수아는 방으로 돌아와 쪽지를 폈다. 연필로 눌러쓴 손글씨였다. 글씨는 작고 비뚤어져 있었고, 몇 번이고 덧쓴 흔적이 있었다. 쪽지에는 단 한 줄만 적혀 있었다.

“주술사 올 때 절대 눈 똑바로 보지 마. 두려워하는 티 내는 년부터 표적 된다. 숨 쉬는 것만 신경 써. 나머진 아무 생각도 하지 마.”

투박하고 건조한 문장이었다. 시적인 수사도, 영화 같은 격언도 없었다. 지옥에서 살아남은 자가 후임자에게 건네는, 지극히 실용적인 생존 팁이었다. 아코수아는 그 문장을 세 번 읽었다. 그리고 종이를 접어 손바닥 안에 쥐었다. 종이의 모서리가 손바닥을 찔렀다. 그 작은 통증이 오히려 그녀를 살아 있게 했다.

밖에서는 개가 짖었고, 어디선가 교회 종소리가 늦은 밤을 알렸다. 철창 사이로 달빛이 방 안으로 길게 드리웠다. 코피의 발소리가 복도 저편에서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한 방 한 방을 확인하는 느린 걸음이었다. 발소리가 그녀의 방 앞에서 잠시 멈췄다. 아코수아는 숨을 죽였다. 몇 초의 정적이 흘렀고, 발소리는 다시 멀어졌다. 계단을 내려가는 소리가 들렸다.

아코수아는 손바닥 안의 종이를 더 세게 쥐었다. 내일 새로운 주술사가 온다. 그때 자신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몰랐다. 아피아도, 나나도, 코피조차도. 그녀는 종이를 펴서 마지막 문장을 다시 읽었다. “숨 쉬는 것만 신경 써. 나머진 아무 생각도 하지 마.” 그녀는 그 말을 속으로 반복했다. 숨. 오직 숨. 그 단순한 지시가 지금 그녀가 붙잡을 수 있는 유일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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