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화: 마지막 금요일
코피가 방을 나간 지 채 1분도 지나지 않아 문이 다시 열렸다. 아코수아는 침대에 걸터앉은 채 고개를 들었다. 코피의 얼굴에는 짜증과 조바심이 뒤섞여 있었고, 서류를 쥔 손가락이 말려 있었다.
“결정은 빨리 해. 배가 일주일 뒤에 떠나.”
그는 서류를 침대 위에 던지듯 내려놓고 벽에 기대어 팔짱을 꼈다. 아코수아는 종이를 집어 들었다. 글자들은 여전히 제대로 읽히지 않았다. 그녀는 서류를 내려놓고 코피를 똑바로 바라봤다. 두 달 전 같았으면 두려움에 고개를 숙였겠지만, 지금은 달랐다.
“거절하겠습니다.”
코피의 팔짱이 풀렸다. 그의 눈이 가늘어졌고, 방 안의 공기가 순간적으로 무거워졌다. 그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이 방에서, 이 건물 안에서, 거절이라는 단어를 들은 것은 처음인 듯했다.
“뭐라고?”
“배에 타지 않겠습니다.”
코피는 벽에서 등을 떼고 한 걸음 다가왔다. 덩치가 좁은 방 안에서 더 크게 느껴졌다.
“네 빚이 얼만지 알아? 2,000유로야. 여기서 그 돈을 갚으려면 최소 두 달은 더 걸려. 하루에 일곱 명씩 받으면서. 그런데도 거절하겠다고?”
“네.”
코피의 얼굴에 분노가 스쳤다. 그의 주먹이 허공에서 잠시 멈추었다. 때리려는 충동을 억누르는 것이 보였다. 그는 이성을 겨우 붙잡고 한 걸음 물러섰다.
“왜지?”
아코수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선택을 설명할 의무가 없었다. 이탈리아로 가는 배는 또 다른 감옥일 뿐이었고, 그녀는 두 달 동안 관찰하고 기억하며 준비해온 것들이 배를 타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코피는 그녀의 침묵을 다른 식으로 해석했다.
“혹시… 아직도 Juju를 믿지 않는 거야? 아그베논이 네 의심이 사라졌다고 했는데, 거짓말이었나?”
“Juju와는 상관없습니다. 그냥 가지 않겠습니다.”
코피는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의 눈에서는 계산기가 돌아가고 있었다. 때려서 순종시킬 것인가, 아니면 다른 방법을 찾을 것인가. 그는 결국 후자를 선택했다. 하루에 일곱 명을 견디는 여자는 흔하지 않았다.
“좋아. 네 선택이야. 하지만 기억해. 다음 배는 없다. 적어도 석 달은 기다려야 해. 그때까지 네 몸이 버틸 수 있을지는 장담 못 하지만.”
그는 침대에서 서류를 집어 들고 방을 나갔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평소보다 컸다. 아코수아는 다시 침대에 누워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다음 날, 코피는 아코수아를 대하는 태도를 바꾸었다. 더 이상 ‘모범적인 여자’라고 부르지 않았다. 그의 눈에는 경계심이 서려 있었고, 복도를 지날 때면 그녀의 방을 한 번 더 확인했다. 아코수아는 그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
그날 오후, 부엌에서 나나와 마주쳤다. 나나는 이탈리아로 가는 배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출발일은 아직 일주일이나 남아 있었다. 그녀는 식탁에 앉아 물컵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아코수아가 들어오자 고개를 들었다.
“배를 거절했다며?”
아코수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나는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코피가 격분했어. 상부에 보고할 거라고 하더라. 네가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어요. 그냥 제안을 거절했을 뿐이에요.”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문제야. 여기서 거절은 반항이거든. 반항은 전염돼. 코피가 그걸 가장 두려워해.”
나나는 물컵을 기울여 한 모금 마시고 말을 이었다.
“나도 한 번, 거절할 기회가 있었어. 1년 전, 처음으로 유럽행 배가 왔을 때. 하지만 나는 그 기회를 잡지 않았어. 너무 무서웠거든. 거절하면 어떻게 될지. 그런데 너는… 어떻게 그럴 수 있었어?”
아코수아는 나나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녀의 눈은 여전히 반쯤 비어 있었지만, 그날따라 그 빈자리 너머로 무언가 스치고 있었다.
“언니가 말해줬잖아요. ‘후회할 감정조차 없는 게 가장 큰 후회’라고. 나는 아직 두려움도, 분노도 가지고 있어요.”
나나는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그녀의 손가락이 물컵 표면의 물방울을 쫓았다. 마침내 그녀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물컵을 내려놓았다.
“그럼… 행운을 빌어.”
그 말은 축복이자 작별이었다. 나나는 아코수아가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지만, 그녀의 눈빛이 말해주고 있었다. 이 여자는 곧 떠날 것이라고.
그날 밤, 아코수아는 에쿠아의 방을 찾았다. 소녀는 침대에 앉아 무릎을 끌어안고 있었다. 그녀는 더 이상 떨지 않았다. 눈동자에는 여전히 빛이 없었지만, 아코수아가 들어오자 고개를 들었다.
“내일 밤, 나는 여기를 떠날 거야.”
에쿠아의 눈이 커졌다. 그녀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입술만 달싹였다.
“너도 함께 가자. 준비할 것은 없어. 그냥 내 말을 듣고 따라오기만 하면 돼.”
에쿠아는 한참 동안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의 손가락이 담요를 꼭 쥐었다 놓기를 반복했다.
“가다가 잡히면…”
“아마처럼 될 수도 있어. 아니면 더 심해질 수도.”
아코수아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에쿠아는 그 정직함에 오히려 진정되는 듯했다. 소녀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병원에서 깨어난 후로, 아무것도 안 느껴져요. 그런데 이상해요. 죽은 것 같은데, 무서워요. 잡히면 더 아플까 봐.”
“무서운 건 당연해.”
아코수아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봤다. 검지 끝의 흉터는 이제 희미한 선으로만 남아 있었다.
“하지만 여기 남아서 천천히 죽는 것보다, 잡히더라도 도망쳐 보는 게 낫다고 생각해.”
에쿠아는 오래 생각했다. 그녀의 머릿속에서는 수많은 두려움이 충돌하고 있었지만, 그보다 더 깊은 곳에서 무언가 싹트고 있었다. 의심이라는 씨앗이었다.
“갈게요.”
목소리는 작았지만 더듬거리지 않았다. 아코수아는 에쿠아의 손을 잡았다. 소녀의 손은 여전히 차갑고 가늘었지만, 더 이상 떨리지 않았다.
금요일이 밝았다. 아침부터 공기는 무거웠고, 우기 직전의 후덥지근한 습기가 건물 전체를 감쌌다. 아코수아는 평소와 똑같이 손님을 받고 시트를 갈고 물을 마셨다. 그녀의 얼굴에는 아무 변화도 없었다.
오후가 저물 무렵, 코피가 술집으로 나갔다. 현관 철문이 닫히는 소리, 그의 디젤 차량 엔진이 걸리는 소리, 그리고 타이어가 자갈을 밟으며 멀어지는 소리까지. 아코수아는 그 소리들을 방 안에서 하나하나 확인했다. 대체 감시자는 1층 소파에 앉아 라디오를 틀어놓고 이미 졸고 있었다. 하이라이프 음악이 복도를 타고 흘러왔다.
밤 10시. 대체 감시자의 코 고는 소리가 규칙적으로 바뀌었다. 깊은 잠에 빠진 것이다. 아코수아는 손을 폈다 쥐었다. 손바닥에 땀이 배어 있었다. 그녀는 이미 지도를 외우고 있었다. 부엌 환기구 오른쪽 아래 모서리, 창고 방 경첩, 열쇠 꾸러미의 위치, 뒷문 자물쇠의 개수. 모든 것을.
그녀는 아피아의 방 문을 가볍게 두드렸다. 아피아는 침대에 누워 있었고, 얼굴은 더 창백해졌으며 호흡은 얕았다. 그녀는 아코수아를 보며 힘겹게 입술을 올렸다.
“오늘인 거지?”
“네.”
“에쿠아는?”
“데려갈 거예요.”
아피아는 힘겹게 손을 들어 아코수아의 손을 잡았다. 뼈만 남은 손가락이었다.
“사촌 언니가 했던 말이 있어. ‘도망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도망친 후에 어디로 가는지 아는 것이다.’ 기억해.”
아코수아는 그 말을 가슴에 새기고 아피아의 손을 꼭 쥐었다.
“언니… 꼭 살아남아요.”
아피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눈을 감았다. 그 얼굴에는 이상한 평온함이 스며 있었다.
밤 10시 30분. 아코수아는 자신의 방에서 깨진 거울 조각을 마지막으로 들여다봤다. 거울 속의 여자는 두 달 전과 완전히 달랐다. 광대뼈는 더 도드라졌고, 눈은 더 깊이 가라앉았으며, 입술은 갈라졌다 아물기를 반복했다. 그녀는 거울을 내려놓고 방을 나섰다.
에쿠아는 이미 문 앞에 서 있었다. 소녀의 눈에는 여전히 두려움이 있었지만, 그 두려움을 압도하는 무언가가 더 컸다.
“내가 무슨 일이 있어도 계속 가라고 하면, 뒤돌아보지 말고 가. 알겠어?”
“언니는요?”
“나도 따라갈 거야. 하지만 만약 내가 못 가게 되면, 너는 계속 가.”
에쿠아는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맨발로 복도에 나섰다. 1층에서는 여전히 코 고는 소리가 들렸다. 그들은 계단을 내려갔다. 발바닥이 차가운 타일을 디뎠다. 소리가 나지 않는 지점을 밟으며 천천히.
부엌으로 향하는 복도에 접어들었을 때였다.
갑자기 창밖이 밝아졌다. 차량 헤드라이트였다. 낡은 도요타 엔진의 거친 디젤 소리가 마당을 가로질러 멈추더니, 이내 꺼졌다. 운전석 문이 열리는 소리, 그리고 둔탁하게 닫히는 소리. 현관으로 향하는 발소리가 자갈을 밟으며 가까워졌다.
아코수아는 에쿠아의 팔을 잡아 벽 쪽으로 밀착시켰다. 두 사람은 숨을 죽였다. 현관 철문이 열렸다. 코피의 목소리였다. 혼잣말인지, 전화 통화인지 구분되지 않았다.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서류 다시 가져왔어…” 목소리는 짜증으로 가득 차 있었다.
계획은 틀어졌다. 코피가 돌아왔다. 그것도 예정보다 훨씬 일찍. 오아시스에서 두 시간을 마셔야 할 그가, 채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건물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발소리가 1층 복도를 따라 큰방으로 향했다. 문이 열리고 닫혔다. 잠시 후, 서류 더미가 탁자 위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에쿠아의 손이 아코수아의 팔을 움켜잡았다. 소녀의 손끝이 파르르 떨렸다.
“언니… 어떻게 해요?”
아코수아는 숨을 천천히 내쉬며 생각했다. 부엌 환기구까지의 거리는 10미터도 채 안 되었다. 코피가 큰방에 머무는 동안 그 거리를 건널 수 있을지, 아니면 방으로 돌아가 오늘이 아닌 다른 날을 기다려야 할지. 코피가 왜 돌아왔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가 큰방에서 무언가를 확인하는 동안, 복도는 잠시 텅 비어 있었다. 이 틈이 오늘 밤의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었다. 다음 기회가 언제일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었다.
그녀는 에쿠아의 손을 잡았다. 손바닥은 땀에 젖어 있었고, 심장은 갈비뼈를 두드리고 있었다.
당신의 선택은? (최종 분기점)
아코수아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선택 1] 위험을 감지하고 오늘 밤 탈출을 포기한다. 방으로 돌아가 다음 기회를 기다린다. 지금 도망치면 잡힐 가능성이 너무 크다.
[선택 2] 계획을 강행한다. 코피가 건물 안에 있지만, 지금이 오히려 기회일 수도 있다.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 오늘이 마지막 기회다. (무료)
(※ 선택하신 분기점의 다음 화를 결제하시면, 아코수아의 잔혹한 운명의 대단원이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