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메리의 그림자 미국편 #002] 아메리칸 드림의 유통기한 – 1화: 시스템의 잉여

1화: 시스템의 잉여

시티 오브 인더스트리의 새벽은 언제나 코를 찔렀다. 동쪽 재활용 공장 굴뚝에서 밤새 토해낸 아세트알데히드 냄새가 지면에 깔려, 숨을 들이쉴 때마다 혀끝에 달콤하면서도 쇠맛 나는 감촉이 맴돌았다. 마커스는 혼다 시빅의 뒷좌석에서 상체를 일으키며 이 감각이 더 이상 구역질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것이 오늘 아침 그가 느낀 첫 번째 감각이었다. 구역질이 나지 않는다는 사실 자체에 대한 낯선 불쾌감.

차창 너머로 605번 프리웨이의 트럭 헤드라이트가 3초 간격으로 스쳐 지나갔다. 마커스는 목을 좌우로 꺾으며 경추 마디가 내는 소리를 들었다. 오른쪽 어깨가 굳어 있었다. 잠결에 웅크린 자세 때문만은 아니었다. 어젯밤 꿈에서 그는 또다시 무언가를 쥐고 있었고, 깨어나 보니 오른손 손바닥에 손톱자국이 반달 모양으로 선명했다. 그는 손바닥을 펼쳐 자국을 확인하고, 다시 주먹을 쥐었다. 매일 반복되는 이 동작에 특별한 의미는 없었다. 그냥 몸이 기억하고 있었다.

오전 5시 48분. 손목시계 진동까지 59분. 마커스는 글로브 박스에서 생수병을 꺼내 입을 헹구고, 트렁크 쪽으로 몸을 숙여 뒷좌석 매트리스를 밀어 넣었다. 매트리스 커버에는 땀 얼룩이 번져 있었고, 그 위로 곰팡이 냄새가 희미하게 올라왔다. 그가 이 매트리스를 마지막으로 세탁한 것은 4개월 전이었다. 세탁소에 가는 시간보다, 그 시간에 30분이라도 더 자는 것이 나았다.

트렁크를 닫으면서 그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키보드를 두드리는 손가락은 가늘었지만, 손바닥에는 이유 모를 굳은살이 박여 있었다. 그는 이 굳은살이 언제 생겼는지 정확히 기억하지 못했다. 아마도 한겨울에 히터가 고장난 차 안에서 주먹을 꽉 쥐고 잠들던 시절부터였을 것이다. LA의 밤은 생각보다 길고, 생각보다 차가웠다.

7번 창고까지는 걸어서 15분. 그가 프리웨이 아래 노숙자 텐트들을 지나칠 때, 한 여성이 젖은 판지 상자를 머리 위에 덮은 채 웅크리고 자고 있었다. 마커스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4개월 전, 그는 이 구역에 주차하는 것이 위험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번호판이 기록되고, 도착 시간이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되며, 주차 위치를 통해 거주지를 유추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그러나 그가 차를 이곳으로 옮긴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창고 주차장에 세워둔 차는 언제든지 보안팀이 열어볼 수 있었다. 사적인 공간은 존재하지 않았다.

보안 게이트 앞에는 이미 11명이 서 있었다. 마커스는 열두 번째였다. 앞선 히스패닉 남성은 오늘 아침도 어김없이 낡은 카우보이 부츠를 신고 있었다. 왼쪽 부츠 뒤꿈치가 닳아서 걸을 때마다 미세하게 기우뚱거렸다. 마커스는 그 남자가 지난주 수요일에 결근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다음 날, 남자는 왼쪽 눈 밑에 멍이 든 채로 출근했다. 누구도 이유를 묻지 않았다. 묻는 것이 오히려 위험하다는 것을 모두가 몸으로 알고 있었다.

6시 58분. 스피커에서 합성 여성 음성이 흘러나왔다. “직원 여러분, 좋은 아침입니다. 오늘의 첫 번째 교대조 출입을 시작합니다.” 음성이 ‘좋은’이라는 단어에서 미세하게 갈라졌다. 스피커 유닛이 노후화되었다는 증거였다. 마커스는 이 스피커가 3주 전에 교체될 예정이었으나, 구매 부서에서 예산을 반려했다는 소문을 떠올렸다. 누군가 휴게실에서 중얼거렸다. “또 예산 짤렸대. 작년에는 화장실 휴지도 두 달 동안 안 들어왔잖아.” 마커스는 그 말을 귀에 담아두었다. 관리자들의 무능과 나태함은 그에게 중요한 데이터였다.

첫 번째 체크포인트. 벽에 부착된 지문 인식기는 회색 플라스틱 표면에 수많은 손가락 기름때가 눌러붙어 번들거렸다. 마커스는 오른손 검지를 스캐너에 올리며 기계가 내는 웅웅거림을 들었다. 이 소리는 날씨에 따라 달라졌다. 건조한 날에는 높은 톤으로 매끄럽게 돌아갔지만, 비가 오는 날에는 낮고 거친 소리가 났다.

지난 장마철, 마커스는 이 기계 앞에서 3분 동안 멈춰 선 적이 있었다. 프리웨이 아래에서 걸어오는 동안 소나기를 맞아 손이 젖어 있었고, 스캐너는 두 번이나 ‘인증 실패’를 띄웠다. 세 번째 시도에서 겨우 통과했을 때, 화면에는 ‘기기 오작동 의심’이라는 경고가 떴다. 그날 오후, 보안팀 직원이 그의 부스로 찾아와 물었다. “왜 늦었지?” 마커스는 젖은 손을 보여주었다. 직원은 아무 말 없이 돌아갔다. 그날 밤, 마커스는 수첩에 한 줄을 추가했다. ‘습도 65% 이상 시 지문 인식 오류 반복. 보안팀 반응은 수동적. 로그는 기기 오작동으로 처리됨.’

이것은 분석이 아니었다. 그저 6개월 동안 몸으로 겪은 일들의 기록이었다. 비 오는 날이면 그는 이제 본능적으로 손바닥을 청바지에 비비며 물기를 닦았다. 머리가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손이 기억하고 있었다.

안면 인식 카메라 앞에 서자, 렌즈가 미세하게 움직이며 그의 홍채를 스캔했다. 카메라 옆 LCD 패널에 그의 사원 정보가 떠올랐다. ‘NDG-2279. 윌리엄스, 마커스. E-3 등급.’ 화면 구석에는 ‘감정 상태: 보통’이라는 문구가 깜빡였다. 그는 이 카메라 앞에서 미소를 지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3개월 전, 옆 부스의 여성이 출근할 때 살짝 미소를 지었다가 보안실로 불려 간 적이 있었다. 이유는 ‘비정형 표정 패턴 감지’였다. 그 여성은 30분 후에 돌아왔지만, 그 후로는 아무도 카메라 앞에서 입꼬리를 올리지 않았다.

마커스는 카메라를 응시하며 눈 깜빡임을 조절했다. 빠르면 의심받고, 느리면 졸음으로 판정된다. 3초에 한 번. 이 리듬은 이제 그의 몸에 새겨져 있었다. 퇴근 후에도, 프리웨이 아래 혼자 있을 때도 그는 때때로 3초 간격으로 눈을 깜빡이고 있곤 했다.

금속 탐지기를 통과하고 X-ray 벨트에 소지품을 올렸다. 휴대폰, 동전, 열쇠. 휴대폰은 2018년산 알카텔 원터치. 화면에는 금이 가 있었고, 배터리는 반나절이면 방전되었다. 마커스는 이 휴대폰을 작년에 벼룩시장에서 40달러에 구입했다. 최신 스마트폰을 가진 인부들은 한 달에 한 번씩 보안실로 불려 갔다. 그들이 어떤 질문을 받는지, 마커스는 알지 못했다. 그러나 그들이 보안실에서 나올 때면 하나같이 얼굴이 창백해져 있었다. 어떤 이들은 그 후로 며칠 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

C구역까지 가는 복도는 87보. 마커스는 걸으면서 형광등의 깜빡임을 세었다. 7번째 형광등은 오늘도 깜빡이고 있었다. 3주 전부터 같은 상태였다. 관리자는 이 사실을 알고도 조치하지 않았다. 그들은 창고 안의 작은 고장들에 무관심했다. 그 무관심이 마커스에게는 공기와도 같았다.

14번 부스는 복도 끝, 비상구에서 3미터 앞이었다. 가로 120cm, 세로 150cm. 칸막이는 얇은 합판으로 되어 있어 옆 부스의 키보드 소리가 그대로 들렸다. 천장에서는 환기구를 통해 공조기가 돌아가는 소리가 희미하게 새어 나왔다. 이 소리는 아침 9시에서 10시 사이에 가장 컸고, 오후 2시에서 3시 사이에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마커스는 이 소리를 통해 서버실의 가동 상태를 추측할 수 있다는 것을 우연히 발견했다. 어느 날, 공조기 소리가 갑자기 멈추었을 때 그는 화장실에 가는 길에 서버실 앞을 지나쳤다. 문이 열려 있었고, 내부에는 정비공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날은 서버가 2시간 동안 다운되었다. 마커스는 수첩에 그 시간을 기록했다.

오전 8시 57분. 모니터에 첫 번째 태스크가 할당되었다.

‘프로젝트 코드: OP-781-메디케어. 대상: 로버트 톰슨, 62세, 오하이오 주 콜럼버스.’

마커스는 마우스 휠을 굴리며 대상 정보를 읽었다. 전립선암 3기. 미납 의료비 $47,230. 신용 점수 483점. 배우자 사망. 자녀와 연락 두절. 이 데이터 조각들은 누군가의 인생이었다. 그러나 마커스의 눈앞에서는 그저 정렬된 텍스트 박스들일 뿐이었다. 그는 이 정보들을 보며 특별한 감정을 느끼지 않았다. 그것이 이 일을 6개월 동안 계속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

화면 왼쪽에는 ‘감정 트리거 데이터베이스’가 떠 있었다. 수백 개의 키워드와 문장들이 카테고리별로 나뉘어 있었다. ‘긴급성 유발: “48시간”, “마감”, “즉시”, “오늘 밤”‘, ‘신뢰 구축: “정부 승인”, “공식 통지”, “담당자 배정 완료”‘, ‘희망 주입: “지원금”, “전액 무상”, “마지막 대상자”. 각 키워드 옆에는 숫자들이 붙어 있었다. 반응률 23%, 전환율 8%, 평균 수취 금액 $890. 사람의 절망이 숫자로 변환되어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되어 있었다.

마커스는 템플릿 44-B를 불러왔다. 지난달에 다른 인부가 만들어둔 기본 문서였다. 그는 키보드에 손가락을 올리고 대상자 이름을 입력했다. 타이핑 소리가 칸막이 안에서 울렸다.

‘로버트 톰슨 귀하. 본 메시지는 메디케어 확장 지원 프로그램의 공식 통지입니다. 귀하의 의료비 청구 내역을 검토한 결과, $35,000의 긴급 지원금 수령 자격이 확인되었습니다. 이 지원금은 전액 무상이며 상환 의무가 없습니다. 단, 예산 할당 기한이 48시간 이내로 제한되어 있어 즉시 수령 동의 절차를 완료하셔야 합니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여 접수해 주십시오.’

문장을 입력하면서 마커스의 손가락은 습관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지난 6개월 동안 수천 번 반복한 동작이었다. 그의 손가락은 이미 템플릿의 구조를 외우고 있었고, 눈은 자동으로 오탈자를 걸러냈다. 뇌는 다른 곳에 있었다. 그가 지금 집중하고 있는 것은 발신 번호 할당 필드였다.

이 필드는 평소에는 자동 완성되었다. 조직이 관리하는 가상 번호 풀에서 시스템이 무작위로 번호를 선택해 입력해 주었다. 그러나 마커스는 이 ‘무작위’에 규칙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처음에는 눈치채지 못했다. 그러다 어느 날, 그가 실수로 발신 번호를 잘못 입력했을 때 시스템이 내뱉은 오류 메시지를 보았다. ‘할당된 번호 블록 범위 초과. 424-555-XXXX만 사용 가능.’ 그 한 줄의 메시지가 그에게 패턴을 알려주었다. 무작위가 아니었다. 블록 단위로 시간대별 할당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마커스는 오른손 약지로 Alt 키를 살짝 눌렀다. 3개월 전, 그가 커피를 쏟아 키보드를 닦다가 우연히 발견한 버그였다. 특정 검색 필드에 커서를 둔 상태에서 Alt 키를 누르면, 관리자용 디버그 콘솔이 활성화되었다. 프로그래머가 남겨둔 뒷문이었다. 누구도 이 버그를 보고하지 않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버그를 발견한 인부들은 대부분 그 기능이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했을 테니까. 마커스도 처음에는 몰랐다. 그러나 그는 호기심에 그 콘솔을 한 달 동안 만져보았고, 발신 번호 할당 변수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는 번호를 변경했다. 424-555-7842 대신, 614-555-0199. 614는 오하이오 콜럼버스의 지역 번호. 555-0199는 연방거래위원회 사기 신고 핫라인. 이 번호를 입력하는 데 걸린 시간은 10초 남짓이었다. 마커스는 콘솔을 닫고, 평범한 작업 화면으로 돌아갔다. 그의 손가락은 다시 템플릿의 나머지 부분을 채워 넣기 시작했다.

이 모든 동작은 그의 얼굴에 어떤 변화도 일으키지 않았다. 모니터를 응시하는 눈은 반쯤 감겨 있었고, 입술은 살짝 말라 있었다. 방금 전까지 그가 한 일은, 조직의 언어로 말하자면 ‘데이터 라벨링 검수’였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오전 11시 23분. C구역의 형광등 전체가 동시에 깜빡였다. 1초도 안 되는 정전이었다. 모니터가 검게 변했다가 다시 켜졌다. 마커스는 Ctrl+S를 눌렀지만, D구역 쪽에서 누군가의 욕설이 터져 나왔다.

“씨발! 내 작업물!”

베트남계 남자의 목소리였다.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키보드를 내리치는 소리가 칸막이를 타고 번져 왔다. 3초 후, 복도에서 빠른 발소리가 다가왔다. 마커스는 모니터를 응시한 채로 귀만 열었다. 검은 폴로 셔츠를 입은 두 명의 보안 요원이 베트남계 남자의 부스로 들어가는 소리. 남자의 항의가 이어졌다.

“잠깐, 뭐 하는…!”

말이 끝나기 전에 둔탁한 소리가 났다. 누군가 책상 모서리에 부딪힌 것 같은 소리였다. 이어서 신음 소리, 그리고 바닥을 끌리는 발소리. 그 소리는 복도를 따라 이동하다가 ‘직원 상담실’이라는 문패가 붙은 방 앞에서 멈췄다. 문이 열리고 닫혔다. 그 후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C구역의 공기는 다시 두꺼워졌다. 30명의 인부들이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만이 규칙적으로 울렸다. 마커스는 자신의 손가락이 여전히 키보드 위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심장 박동은 평소보다 약간 빨라져 있었지만, 손가락은 떨리지 않았다. 그는 이 반응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다. 생각하는 순간, 손가락이 멈출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점심시간이 되자, 마커스는 구내 식당으로 가지 않고 C구역 뒤편 화장실로 걸어갔다. 화장실 바닥 타일은 군데군데 금이 가 있었고, 세면대 수도꼭지에서는 녹물 섞인 물이 간헐적으로 떨어졌다. 그는 수도꼭지를 틀어 찬물로 얼굴을 적셨다. 녹물 냄새가 코에 맴돌았다. 거울을 보았다. 28세 남자의 얼굴은 10년은 더 늙어 있었다. 눈 밑의 어두운 그늘, 광대뼈 위로 바짝 당겨진 피부. 그는 자신의 얼굴을 3초 동안 응시하고, 시선을 거두었다.

화장실에 다른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한 그는 수첩을 꺼냈다. 표지가 기름때로 절어 있었고, 페이지 가장자리는 닳아 있었다. 그는 오늘 아침 심어둔 FTC 리디렉트에 대해 한 줄을 추가했다.

‘OP-781 발송 완료. 번호 리디렉트 적용. 오류 검출 예상 24~48시간. 14번 부스 로그 검토 대비 필요. 덮개용 실수 3건 배치 완료.’

덮개용 실수. 그는 지난 2주 동안 일부러 사소한 실수들을 로그에 남겨두었다. 날짜를 잘못 입력하거나, 템플릿 버전을 한 단계 낮은 것으로 선택하는 식이었다. 이 실수들은 보안팀이 ‘문제 있는 직원’을 검색할 때 가장 먼저 걸려 나오는 것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그 실수들을 발견하면, 마커스는 그저 ‘부주의한 말단 인부’로 분류될 것이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시스템을 교란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들의 시선 밖에 있을 것이다. 적어도 마커스는 그렇게 생각했다.

수첩을 덮으면서, 그는 잠시 숨을 멈추었다. 복도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느리고 무거운 부츠 소리. 신입 감시원의 걸음걸이였다. 마커스는 수도꼭지를 잠그고, 수첩을 주머니에 넣었다. 발소리는 화장실 앞을 지나쳐 갔다. 마커스는 10초를 더 기다렸다가 문을 열고 나왔다.

오후 6시 4분. 근무 종료를 알리는 합성 음성이 스피커에서 울렸다. “금일 1교대 근무가 종료되었습니다. 퇴실 시 소지품 검사에 협조해 주십시오.” ‘협조’라는 단어에서 음성이 미세하게 일그러졌다. 스피커 유닛이 점점 더 망가지고 있었다.

인부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퇴실 게이트로 줄을 섰다. 공기는 움직임으로 인해 약간 흔들렸지만, 대화는 없었다. 신발 바닥이 콘크리트 바닥을 끄는 소리, 옷깃이 스치는 소리뿐이었다.

보안 게이트 앞에서 마커스는 주머니를 비웠다. 휴대폰, 열쇠, 수첩. 보안 요원은 그의 수첩을 집어 들고 아무 페이지나 펼쳤다. 마커스는 숨을 내쉬었다. 요원은 페이지를 대충 훑어보고, 수첩을 다시 트레이에 던졌다. 두꺼운 종이 뭉치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들은 USB나 외장 하드 같은 전자 매체만 찾고 있었다. 마커스는 수첩을 집어 주머니에 넣고 게이트를 통과했다.

주차장으로 나오는 순간, 그의 뒷목에 미세한 감각이 올라왔다. 누군가의 시선. 그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대신, 주차장 입구 유리문에 비친 희미한 반사상을 시야 구석으로 확인했다. 검은 폴로 셔츠. 신입 감시원이었다. 그는 주차장 입구 기둥에 기대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오렌지색 라이터 불빛이 어둠 속에서 반짝였다.

마커스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의 발은 아스팔트 바닥의 익숙한 갈라진 틈들을 따라 움직였다. 6개월 동안 매일 밟아온 길이었다. 뒤에서는 감시원의 부츠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입구에 서 있었다. 마커스는 혼다 시빅 앞에 도착해 문을 열었다.

차에 오르기 전, 그는 몸을 숙여 차체 아래를 훑어보았다. 운전석 문 손잡이 아래, 그가 아침에 붙여둔 작은 종이 조각. 종이는 그대로 붙어 있었다. 트렁크 열림 표시등도 정상이었다. 마커스는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었다.

엔진 소리가 주차장의 정적을 깨뜨렸다. 그는 사이드미러로 주차장 입구를 확인했다. 감시원은 아직도 거기 서 있었다. 담배 연기가 가로등 불빛에 비쳐 희미하게 올라가고 있었다. 그는 마커스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 그저 주차장 전체를 흝어보는 듯한 시선이었다. 그러나 마커스는 알 수 있었다. 그 시선의 초점은 결국 이 차를 향하고 있다는 것을.

차를 출발시키면서, 마커스는 핸들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심장이 갈비뼈 안쪽을 두드리고 있었다. 오늘 아침에는 없었던 감각이었다. 그는 이 감각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공포였다. 그러나 동시에, 그 공포의 밑바닥에는 다른 것이 있었다. 그의 손가락이 키보드 위에서 Alt 키를 누를 때 느꼈던 그 감각.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낯선 희열이 공포와 뒤섞여 맥박을 빠르게 하고 있었다.

프리웨이에 진입하자, 그는 백미러를 통해 뒤따라오는 차량들을 확인했다. 감시원의 차는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정말로 따라오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차량을 바꿔서 뒤따르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들은 그 정도 조직이었다. 마커스는 액셀러레이터를 일정하게 밟으며, 속도를 55마일로 유지했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속도. 눈에 띄지 않는 속도.

프리웨이 아래 자신의 주차 구역에 도착했을 때, 하늘은 이미 완전히 어두워져 있었다. 그는 차에서 내려 주변을 둘러보았다. 텐트들은 조용했다. 멀리서 트럭 엔진 소리만이 낮게 깔려 있었다. 마커스는 차 뒷좌석에 몸을 뉘며 팔베개를 했다. 천장에 붙은 내장재가 군데군데 처져 있었다.

그의 손은 여전히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것이 오늘 심어둔 12개의 코드가 발각될지도 모른다는 공포 때문인지, 아니면 그 코드들이 실제로 무언가를 바꿀지도 모른다는 기대 때문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두 감정은 너무나 비슷한 위치에 자리 잡고 있었다.

눈을 감자, C구역의 형광등 깜빡임이 어둠 속에서 다시 반짝였다. 그리고 그 깜빡임 너머로, 로버트 톰슨이라는 이름의 남자가 휴대폰을 열어 메시지를 읽는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그가 링크를 클릭하는 손가락. 혹은 FTC 핫라인으로 전화를 거는 손가락. 마커스는 어느 쪽이 진짜일지 알지 못했다. 그러나 그것이 오늘 밤 그가 잠들기 전 마지막으로 떠올린 이미지였다.

내일 아침이면 다시 창고로 걸어가야 한다. 다시 지문을 찍고, 다시 카메라를 응시하고, 다시 Alt 키를 눌러야 한다. 그리고 그 모든 일을 하면서, 오늘처럼 아무렇지 않은 얼굴을 하고 있어야 한다.

그는 오른손을 펼쳐 손바닥의 굳은살을 만졌다. 내일이면 이 굳은살은 조금 더 두꺼워져 있을 것이다. 그것이 그가 이곳에서 살아남는 방식이었다. 살갗을 두껍게 하고, 감각을 무디게 하며, 매일 조금씩 시스템에 금을 내는 것. 그 금이 언젠가 시스템 전체를 무너뜨릴 만큼 커질지, 아니면 그가 먼저 이 창고에서 사라질지는 아직 아무도 몰랐다.

2화 보러가기 (클릭)

목록으로 (클릭)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