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메리카의 그림자 미국편 #002] 아메리칸 드림의 유통기한 – 2화: 균열의 진동

2화: 균열의 진동

오전 6시 47분. 마커스의 손목시계가 진동하기 13분 전이었다. 그러나 그는 이미 깨어 있었다. 밤새 뒷좌석에서 뒤척이며 몇 번이고 잠에서 깼다. 매번 다른 소리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멀리서 들린 경찰 사이렌, 그다음에는 프리웨이를 달리는 트럭의 에어브레이크 소리, 마지막으로는 자신의 심장 박동 소리. 귀를 베개에 대고 누우면 체내의 혈관음이 작은 북소리처럼 울렸다.

차창 밖으로는 어제와 똑같은 회색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시티 오브 인더스트리의 새벽 공기는 여전히 달콤한 화학 냄새를 머금고 있었고, 동쪽 재활용 공장 굴뚝에서는 연기가 올라오고 있었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마커스의 몸은 무언가가 변했다고 말하고 있었다. 손바닥이 평소보다 더 축축했다. 심장은 갈비뼈 안쪽에서 개구리처럼 뛰고 있었다.

그는 글로브 박스를 열어 생수병을 집었다. 손가락이 물병 뚜껑을 비틀 때 미세하게 떨렸다. 어제 심어둔 FTC 리디렉트 코드. 24시간에서 48시간이면 발각된다고 예상했지만, 그 예상은 그저 추측일 뿐이었다. 어쩌면 지난밤 야간 교대조가 이미 발견했을지도 몰랐다. 어쩌면 오늘 출근하는 순간, 보안실로 끌려갈지도 몰랐다.

물을 한 모금 삼켰다. 미지근한 물이 식도를 타고 내려갔다. 빈 물병을 조수석 바닥에 밀어 넣고 차 문을 열었다. 발이 아스팔트에 닿는 순간, 종아리 근육이 미세하게 경련했다. 그는 걸었다. 오늘 아침은 왠지 프리웨이 아래 노숙자 텐트들이 평소보다 더 가까워 보였다.

7번 창고가 시야에 들어왔을 때, 마커스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눈은 이미 보안 게이트 위의 카메라를 스캔하고 있었다. 어제와 같은 위치. 같은 각도. 같은 붉은 표시등. 겉보기에는 달라진 것이 없었다. 그러나 마커스는 보안 게이트 옆에 세워진 낯선 밴을 보았다. 검은색 포드 트랜짓. 어제는 없었던 차량이었다. 차창에는 짙은 선팅이 되어 있어 내부가 보이지 않았다. 마커스는 그 밴을 보며 숨을 한 번 깊게 들이쉬었다.

보안 게이트 앞에는 이미 11명이 서 있었다. 마커스는 열두 번째였다. 앞선 히스패닉 남성은 오늘도 낡은 카우보이 부츠를 신고 있었다. 왼쪽 눈 밑의 멍은 더 짙어져 보라색으로 변해 있었다. 남자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어깨가 평소보다 움츠러들어 있었다. 마커스는 그 남자의 등에 시선을 고정했다. 어젯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그 일은 이 남자를 더 작게 만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6시 58분. 합성 음성이 울렸다. “직원 여러분, 좋은 아침입니다. 오늘의 첫 번째 교대조 출입을 시작합니다.” 그런데 오늘은 뭔가 달랐다. 음성이 끝난 직후, 게이트가 열리는 대신 3초간의 침묵이 흘렀다. 이어서 스피커에서 짧은 잡음이 튀었다. 마커스의 귀가 그 잡음을 포착했다. 보통 때는 없던 소리였다. 게이트 개폐 시스템이 재부팅되었거나, 누군가 수동으로 조작하고 있다는 신호였다.

지문 인식기 앞에 섰을 때, 마커스는 손바닥이 평소보다 더 축축하다는 것을 다시 확인했다. 바지에 손을 비볐다. 스캐너에 검지를 올리자, 기계는 평소보다 0.5초 정도 더 긴 시간 동안 웅웅거렸다. 마커스의 뒷목 근육이 긴장했다. 그러나 곧 화면에 ‘인증 완료’라는 문구가 떠올랐다. 숨을 내쉬었다.

안면 인식 카메라 앞에 서는 순간, 카메라 렌즈가 평소보다 더 느리게 움직였다. 마커스는 렌즈의 움직임을 눈으로 쫓으며 가만히 서 있었다. LCD 패널에 그의 정보가 뜨기까지 2초가 걸렸다. 보통은 1초 안에 처리되던 것이었다. ‘감정 상태: 보통’이라는 문구가 깜빡였지만, 그 글자 옆에 작은 별표가 하나 더 붙어 있었다. 전에는 없던 표시였다.

C구역으로 향하는 복도에서, 마커스는 앞서 가던 히스패닉 남성이 보안 요원에게 불려 세워지는 것을 보았다. 요원은 허리춤에 작은 검은색 단말기를 차고 있었다. 신용카드보다 약간 큰 크기의 유리 화면이 달린 장비였다. 요원은 단말기를 집어 들고 남자의 목 뒤에 있는 사원증 바코드를 스캔했다. 단말기 화면에 파란색으로 데이터가 스크롤되는 것이 마커스의 시야에 잠시 들어왔다. 실시간 출입 기록, 작업 이력, 그리고 ‘주의 대상’이라는 붉은 플래그까지. 히스패닉 남성은 아무 말 없이 스캔을 받고 고개를 숙인 채 자기 부스로 걸어갔다.

87보. 7번째 형광등은 오늘도 깜빡이고 있었다. 그러나 그 깜빡임의 리듬이 어제와 달랐다. 어제까지는 4초에 한 번씩 깜빡였지만, 오늘은 6초에 한 번이었다. 누군가 형광등 안정기를 교체했거나, 아니면 전원 공급 계통에 변화가 생긴 것이었다. 마커스는 걸음을 멈추지 않고 그 사실을 머릿속에 저장했다.

14번 부스에 도착하자, 의자 위에는 낯선 서류 한 장이 놓여 있었다. ‘보안 프로토콜 업데이트 공지’라는 제목의 문서. 의자에 앉아 서류를 집어 들었다.

‘금일부로 C구역 및 D구역의 실시간 모니터링 빈도가 기존 15분 간격에서 8분 간격으로 강화됩니다. 이는 최근 데이터 무결성 관련 내부 감사에서 발견된 미세한 편차에 대한 대응 조치입니다. 모든 직원은 작업 로그가 실시간으로 검토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표준 작업 절차를 엄수해 주시기 바랍니다.’

서류를 내려놓았다. 손끝이 차가워졌다. 8분 간격. 기존의 ‘그레이 존’은 15분이었다. 그 15분이 이제 사라진다는 뜻이었다. 모니터 전원을 켜며 키보드 위에 손가락을 올렸다. 손가락은 평소처럼 정확한 위치로 움직였지만, 손목 안쪽에서는 힘줄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오전 8시 42분. 첫 번째 태스크가 할당되었다. 오늘의 작업은 어제와 같은 ‘OP-781-메디케어’의 후속 건이었다. 그러나 마커스는 화면을 열자마자 뭔가 다른 점을 감지했다. 작업 창의 오른쪽 구석에 작은 아이콘이 하나 추가되어 있었다. 빨간색 원 안에 하얀 숫자 ‘1’이 적힌 알림. 마우스를 그 위에 올렸다. ‘실시간 감사 모드 활성화’라는 툴팁이 떠올랐다.

이것은 지금까지 없던 기능이었다. 숨을 천천히 내쉬며 손가락을 키보드에 올렸다. 실시간 감사 모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히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추측할 수는 있었다. 그의 모든 키 입력이, 모든 마우스 클릭이, 모든 화면 전환이 누군가에게 실시간으로 전송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오늘은 Alt 키를 누르지 않기로 결정했다. 적어도 오전 중에는. 대신, 평범한 작업을 수행하기 시작했다. 템플릿을 불러오고, 대상자 이름을 입력하고, 키워드를 배치했다. 손가락은 기계적으로 움직였다. 뇌는 거의 개입하지 않았다. 6개월 동안 반복해온 동작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오전 10시 17분. 세 번째 태스크를 마무리할 무렵, 복도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무거운 부츠 소리. 두 명이었다. 모니터를 응시한 채로 귀를 열었다. 발소리는 점점 가까워지다가, 그의 부스 바로 앞에서 멈추었다. 3초에 한 번, 눈을 깜빡였다.

“2279.”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낮고, 사무적이며, 감정이 전혀 실리지 않은 목소리. 천천히 의자를 돌렸다. 검은 폴로 셔츠를 입은 보안 요원이 서 있었다. 왼쪽 가슴에는 ‘보안 관리국’이라는 로고가 박혀 있었고, 오른손에는 검은색 단말기가 들려 있었다. 유리 화면 위로 수많은 텍스트 라인들이 실시간으로 스크롤되고 있었다. 마커스는 그 화면의 반사광이 요원의 얼굴을 아래에서 비추는 것을 보았다.

요원은 단말기를 들어 마커스의 사원증 바코드를 스캔했다. 삐- 하는 소리와 함께 단말기 화면에 그의 사진과 신상 정보가 떠올랐다. 요원은 화면을 한 번 훑어보고 다시 마커스를 바라보았다.

“어제 오후에 처리한 OP-781 건. 발신 번호 필드에 오류가 있었어. 기억나나?”

마커스의 심장이 갈비뼈를 쿵 하고 쳤다. 그러나 얼굴은 움직이지 않았다. 입술은 살짝 다물려 있었고, 눈은 보안 요원의 미간을 정확히 바라보고 있었다. 고개를 약간 기울였다.

“오류요? 어떤 종류죠?”

“번호 블록 범위를 벗어난 할당이 있었어. 614 국번으로 들어갔더라고. 오하이오 쪽이야. 원래 템플릿은 424 블록만 사용하게 되어 있는데.”

잠시 생각하는 표정을 지었다. 정확히 3초 동안. 미리 준비해둔 대사를 떠올렸다.

“아, 그거요. 그날 오후에 시스템이 좀 느려져서… 자동 완성이 제대로 안 되더라고요. 제가 수동으로 입력하다가 실수한 것 같습니다. 오하이오 대상자라서 그냥 현지 번호를 넣는 게 맞겠다 싶었어요.”

보안 요원은 대답을 듣고도 곧바로 반응하지 않았다. 대신 단말기 화면을 탭탭 두드리며 무언가를 확인했다. 마커스의 시야에 단말기 화면의 일부가 보였다. 어제 그가 작업한 OP-781의 전체 로그가 시간대별로 나열되어 있었고, 발신 번호 입력 필드 옆에는 노란색 경고 아이콘이 붙어 있었다. 요원은 그 항목 옆에 있는 ‘처리 결과’ 드롭다운 메뉴를 터치하여 ‘경고 조치’를 선택했다.

“다음부턴 템플릿에 지정된 번호 블록만 사용하도록. 이번 건은 실수로 처리하지만, 다음에 또 같은 일이 생기면 정식 보고가 들어간다.”

“알겠습니다.”

보안 요원은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 발걸음을 돌렸다. 부츠 소리가 복도를 따라 멀어졌다. 마커스는 다시 모니터를 향해 몸을 돌렸다. 손가락은 키보드 위에 올려져 곧바로 타이핑을 재개했다. 그러나 무릎 아래에서는 종아리 근육이 경련하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 그가 느끼고 있던 것은 단순한 공포가 아니었다. 그보다 더 원초적인 감각. 사냥당하는 짐승이 포식자의 시선을 느낄 때 경험하는 그 감각이었다.

점심시간이 되기 20분 전, D구역 쪽에서 작은 소동이 일어났다. 마커스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그러나 귀로는 모든 소리를 쫓고 있었다. 의자가 넘어지는 소리, 누군가의 날카로운 숨소리, 그리고 빠르게 다가오는 부츠 소리.

“내가 뭘 했다고!”

이번에는 젊은 여성의 목소리였다. D구역 8번 부스에서 일하는 흑인 여성. 일주일 전에 새로 배치된 인부였다. 지난주 내내 점심시간에 혼자 구석에 앉아 샌드위치를 먹었다. 누구와도 말을 섞지 않았고, 일이 끝나면 곧바로 사라졌다.

“진정하세요. 그냥 확인할 게 있어서 그럽니다.”

보안 요원의 사무적인 목소리가 복도를 울렸다. 여성의 숨소리는 점점 거칠어졌다.

“아니, 나는 시킨 대로만 했어요! 내가 뭘 잘못했는데요!”

순간, 마커스의 귀에 작은 전자음이 들렸다. 보안 요원의 단말기에서 나는 소리였다. 요원이 단말기로 여성의 사원증을 스캔했고, 곧이어 단말기에서 기계 음성이 흘러나왔다.

“대상자 확인. D-08 부스. 최근 72시간 내 비정형 작업 패턴 3건 감지. 상세 로그 분석 요망.”

마커스는 그 기계 음성을 듣고 손가락이 잠시 멈추었다. ‘비정형 작업 패턴’. 그가 지난 2주 동안 흘려둔 덮개용 실수들도 같은 카테고리로 분류될 가능성이 있었다. 그의 덮개가 충분히 두꺼운지, 아니면 이미 자신도 감지 대상에 올라 있는지 알 수 없었다.

“17조 4항. 보안 프로토콜 위반 가능성. 거부할 경우 강제 구금 조치에 들어갑니다.”

여성의 저항은 오래가지 않았다. 30초 후, 복도에는 다시 침묵이 찾아왔다. 그녀가 끌려간 방향은 어제 베트남계 남자가 사라진 ‘직원 상담실’ 쪽이었다. 마커스는 커피잔을 집어 들었다. 커피는 이미 식어 있었다. 찻잔을 입술에 대며 식은 액체가 혀에 닿는 감촉에 집중했다. 쓰고, 차갑고, 약간의 신맛이 감돌았다.

여성이 무슨 실수를 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있었다. 조직이 무언가를 찾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어제는 베트남계 남자, 오늘은 신입 여성. 그들은 체계적으로 직원들을 스캔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스캔의 범위는 점점 C구역 쪽으로 좁혀지고 있었다.

오후 2시 31분. 네 번째 태스크를 처리하는 동안, 모니터 구석의 빨간 알림 아이콘이 갑자기 깜빡이기 시작했다. 마우스를 움직여 알림을 클릭했다. 화면에 작은 메시지 창이 떠올랐다.

‘실시간 감사 모드 업데이트: 작업 로그 전송 간격이 8분에서 4분으로 단축되었습니다. 모든 작업 내용은 4분 이내에 감사 서버로 업로드됩니다.’

손가락이 마우스에서 잠시 멈추었다. 4분. 이제 그레이 존은 완전히 사라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Alt 키를 누르는 10초조차 위험해졌다. 키보드 위에 손가락을 올린 채 생각했다. 오늘은 코드를 수정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어제 심어둔 12개의 오류 중에서, 적어도 절반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을. 만약 발견되었다면, 오늘 아침 보안 요원이 단순한 경고만 주고 끝내지 않았을 테니까. 그들은 아직 전체 그림을 보지 못하고 있었다. 단지 미세한 균열 몇 개를 발견했을 뿐이었다.

오후 3시 45분. 마지막 태스크가 할당되기 직전, 복도에서 보안 요원 두 명이 지나갔다. 그들은 D구역 쪽으로 걸어가면서도, 손에는 검은색 단말기를 들고 주변 부스를 스캔하고 있었다. 마커스는 그들의 손목에 채워진 밴드를 보았다. 검은색 실리콘 밴드에 소형 화면이 내장된 웨어러블 기기였다. 화면에는 번호가 깜빡이고 있었고, 그 번호는 아마도 실시간으로 할당된 감시 구역 코드일 터였다.

그는 자신의 주머니에 손을 넣어 알카텔 휴대폰을 만졌다. 금이 간 화면. 반나절이면 방전되는 배터리. 200만 화소 카메라. 이 작은 기계가 그가 가진 유일한 통신 수단이었다. 보안 요원들의 단말기는 유리 화면에 수십 개의 데이터 포인트가 실시간으로 스크롤되고, 지문 센서가 내장되어 있으며, 사원증 스캔부터 로그 분석까지 즉시 처리했다. 마커스는 그 단말기가 무슨 운영체제를 사용하는지 알지 못했다. 알 필요도 없었다. 그저 그 장비가 의미하는 바를 알 뿐이었다. 그들은 이 창고에서 ‘눈’을 가진 자들이었고, 마커스는 ‘눈에 보이는’ 자들 중 하나였다.

퇴근 1시간 전, 그는 화장실에 들렀다. 세면대 앞에 서서 손을 씻는 동안, 수도꼭지에서 녹물이 평소보다 더 진하게 섞여 나왔다. 손바닥에 닿는 물이 미끄러웠다. 거울을 보았다. 28세의 얼굴은 어제보다 더 수척해져 있었다. 눈 밑의 그늘은 더 짙어졌고, 입술은 갈라져 있었다.

수첩을 꺼내 오늘의 기록을 추가했다.

‘감사 간격 4분으로 단축. 보안 단말기: 바코드 스캔, 작업 로그 실시간 조회 가능. D-08 여성 구금. OP-781 경고 1건. 오늘 코드 수정 불가. 덮개 유지 중. 시스템 긴장 상태.’

수첩을 덮어 주머니에 넣고, 수도꼭지를 다시 틀어 찬물로 얼굴을 적셨다. 녹물 냄새가 코에 맴돌았다.

오후 6시 1분. 근무 종료를 알리는 합성 음성이 울렸다. “금일 1교대 근무가 종료되었습니다. 내일 오전 7시까지 퇴실을 완료해 주십시오.” 음성의 톤은 어제와 같았다. 그러나 스피커가 마지막 음절에서 다시 한 번 잡음을 냈다. 마커스는 그 잡음을 들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퇴실 게이트로 향하는 동안, 그는 D구역 8번 부스를 슬쩍 바라보았다. 부스는 비어 있었다. 의자는 정돈되어 있었고, 모니터 전원은 꺼져 있었다. 점심 이후로 그 여성은 돌아오지 않았다. 마커스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게이트로 향했다.

소지품 검사는 어제보다 더 철저했다. 보안 요원은 그의 수첩을 집어 들고 페이지를 한 장 한 장 넘겼다. 숨을 멈추었다. 요원의 손가락이 마지막 페이지에서 멈추었다. 그 페이지에는 방금 전 화장실에서 추가한 메모가 적혀 있었다. 요원은 그 페이지를 3초 동안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수첩을 트레이에 도로 던졌다. 그들은 이 수첩을 ‘개인 메모’ 정도로 취급하는 듯했다. 마커스는 수첩을 주머니에 넣고 게이트를 통과했다.

주차장으로 나오자, 어제와 똑같은 위치에 신입 감시원이 서 있었다. 오늘은 담배를 피우고 있지 않았다. 대신, 그는 오른손에 검은색 단말기를 들고 있었다. 유리 화면이 어둑한 주차장에서 푸르게 빛나고 있었다. 감시원은 마커스가 다가오는 것을 보면서도 단말기 화면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마커스의 시야에 단말기 화면의 일부가 들어왔다. 그의 사원증 사진이었다. 그 아래로 ‘실시간 위치: 주차장 A구역’, ‘최근 플래그: OP-781 경고 1건’, ‘감시 등급: 관찰 대상’이라는 문구들이 스크롤되고 있었다.

“윌리엄스 씨. 오늘 하루 어땠어요?”

감시원이 비로소 고개를 들었다. 그의 입가에는 어제와 같은 희미한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마커스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평소랑 똑같았습니다.”

“그렇군요. 내일도 평소처럼 출근하시겠죠?”

“네.”

짧은 대답을 남기고 그의 옆을 지나쳤다. 등 뒤에서 감시원의 단말기에서 나는 작은 전자음이 들렸다. 무언가 업데이트된 데이터가 화면에 떠올랐다는 신호음이었다. 마커스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혼다 시빅까지 걸어가는 30미터. 손바닥이 축축했다. 차 문 손잡이 아래 종이 조각은 오늘도 그대로였다. 차에 올라 시동을 걸었다. 엔진 소리가 주차장에 울려 퍼졌다. 사이드미러를 확인했다. 감시원은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었고, 그의 단말기 푸른 빛은 점점 멀어져 갔다. 주차장 건너편, 검은색 포드 트랜짓은 오늘도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차창은 여전히 짙은 선팅으로 가려져 있었다.

프리웨이에 진입하자, 그는 백미러를 통해 뒷차들을 확인했다. 오늘은 따라오는 차가 없었다. 그러나 그 사실이 오히려 더 불안했다. 그들은 더 이상 직접 미행할 필요가 없을지도 몰랐다. 그가 어디에 사는지, 어디에 주차하는지, 어디에서 잠드는지 이미 알고 있을 가능성이 있었다.

프리웨이 아래 자신의 공간에 차를 세우자, 주변이 평소보다 더 어둡게 느껴졌다. 노숙자 텐트들 사이로 바람이 불며 비닐이 바스락거렸다. 마커스는 차에서 내리지 않고 잠시 앉아 있었다. 계기판의 시계는 오후 6시 42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오늘 그는 단 하나의 오류도 심지 못했다. 그러나 어제 심어둔 12개의 오류는 아직도 시스템 어딘가에서 작동하고 있었다. FTC 리디렉트 코드, 지연 시간이 추가된 링크, 역추적 루틴. 그것들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적어도 오늘까지는.

손바닥이 축축했다. 심장은 여전히 빨리 뛰고 있었다. 그러나 동시에, 가슴 깊은 곳에서 무언가 천천히 고개를 들고 있었다. 어제 Alt 키를 누를 때 느꼈던 그 감각. 공포의 밑바닥에 고여 있던 비틀린 희열. 시스템이 그를 의심하고, 감시망이 조여지고, 모든 것이 그를 향해 집중될수록, 그는 오히려 더 살아 있음을 느꼈다.

그가 지금 이 시스템에 균열을 내고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12개의 오류는 아직 살아 있었다. 그리고 내일, 그는 또 다른 방법을 찾을 것이다. 감시가 강화되면, 그는 더 작은 틈을 파고들 것이다. 4분이 위험하면 4분 안에 할 수 있는 일을 찾을 것이다.

눈을 감자, 어둠 속에서 7번 창고의 형광등이 깜빡였다. 그 깜빡임의 리듬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그는 아직 잊지 않고 있었다. 내일이면 그는 그 리듬의 의미를 확인할 것이다.

오전 6시 53분. 마커스는 어느 때보다 일찍 7번 창고에 도착했다. 밤새 잠은 오지 않았다. 뒷좌석에 누워 천장의 내장재가 처진 모양을 4시간 동안 바라보았다. 시계가 진동하기도 전에 차 문을 열고 걸어 나왔다.

보안 게이트는 평소보다 7분 일찍 열려 있었다. 오늘은 특별한 보안 점검일 가능성이 있었다. 마커스는 지문을 찍고, 안면 인식을 통과하고, 금속 탐지기를 지나 C구역으로 걸어갔다. 복도는 아직 조용했다. 대부분의 인부들은 아직 출근하지 않았다.

87보. 7번째 형광등은 오늘도 깜빡이고 있었다. 그러나 그 깜빡임의 리듬이 또 바뀌어 있었다. 이제는 불규칙했다. 3초, 7초, 2초, 5초. 전원 공급이 불안정해졌다는 증거였다. 마커스는 걸음을 늦추지 않고 14번 부스로 향했다.

부스에 도착한 순간, 그의 발이 멈추었다.

모니터가 켜져 있었다.

그는 아직 전원을 켜지 않았다. 아무 키도 누르지 않았다. 그런데 모니터는 이미 켜져 있었고, 화면에는 그가 본 적 없는 창이 떠 있었다.

검은색 배경에 흰색 글자로 ‘시스템 내부 로그 분석 중’이라는 제목이 떠 있었다. 그 아래로 수많은 파일 경로들이 실시간으로 스크롤되고 있었고, 각 파일명 옆에는 ‘분석 완료’, ‘분석 중’, ‘대기 중’이라는 상태 표시가 붙어 있었다. 화면 오른쪽 위에는 작은 타이머가 돌아가고 있었다. ‘경과 시간: 04:23:17’. 4시간 23분 전부터 이 분석이 진행 중이라는 뜻이었다. 야간 교대조 시간에 누군가 이 부스의 컴퓨터에 원격 접속했거나, 아니면 새벽부터 보안팀이 직접 이 자리에 와 있었거나.

마커스의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모니터를 응시한 채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스크롤되는 파일 경로들 사이로 익숙한 문자열이 보였다. ‘OP-781’, ‘OP-799’, ‘OP-812’. 그가 지난 3주 동안 오류를 심어둔 프로젝트 코드들이었다. 시스템은 이미 그의 모든 작업 이력을 풀 스캔하고 있었다.

화면 아래쪽에 작은 알림 창이 하나 더 떠올랐다.

‘주의: 비인가 코드 변형 6건 감지. 상세 로그 다운로드 중. 해당 작업자: NDG-2279.’

마커스의 사원 번호였다.

그는 천천히 숨을 들이쉬었다. 공기에는 아침 특유의 화학 냄새가 맴돌고 있었다. 14번 부스의 모니터는 여전히 푸르게 빛나고 있었고, 타이머는 계속해서 시간을 더해 가고 있었다.

그의 손이 키보드 위로 올라갔다. 손가락은 떨리지 않았다. 그러나 손바닥은 어느 때보다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1초. 2초. 3초. 화면 위에서 타이머가 04:23:58로 넘어갔다. 4시간 23분 58초. 그리고 시스템은 아직도 그의 과거를 파고들고 있었다.

복도에서 다른 인부들의 발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곧 1교대 출근 시간이었다. 마커스는 모니터 앞에 선 채, 손가락을 키보드 위에 올린 채, 움직이지 않았다. 그의 얼굴은 무표정이었고, 눈은 모니터의 푸른 빛을 그대로 반사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심장은 갈비뼈 안쪽에서 빠르게, 그리고 규칙적으로, 북소리처럼 울리고 있었다. 오늘은 3화다. 선택의 날이다.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이 모니터가 다 분석을 끝내기 전에, 무언가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것을. 굴복할 것인가. 반항할 것인가.

스크롤되는 로그들 사이로, ‘분석 완료’ 딱지가 하나씩 늘어나고 있었다. 7건. 8건. 9건. 타이머는 계속 돌아가고 있었다. 마커스의 오른손 검지가 키보드 위에서 1mm 정도 떨렸다. 그는 눈을 깜빡였다. 3초에 한 번. 그 리듬만은 아직 무너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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