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화: 별이 보이는 곳
4월 3일. 오후 11시 42분.
헤드라이트가 비포장 도로를 찢었다. 도요타의 엔진이 거칠게 울렸다. 연료 게이지는 바닥을 치고 있었지만, 조셉은 액셀에서 발을 떼지 않았다. 150킬로미터를 달려왔다. 캄팔라에서 북쪽으로, 3주 전 자신이 진흙탕을 걸어 들어갔던 그 길로.
조수석에는 로다의 팻말이 놓여 있었다. ‘별이 보이면, 우리를 생각해.’ 팻말 옆에는 낡은 수첩. 마지막 페이지에 어제 새로 쓴 문장이 있었다.
‘내일 20명이 죽지 않는다. 나는 환풍구를 열었다.’
농장 입구가 보였다. 썩어가는 나무 팻말. ‘성스러운 침묵의 성역. 방문자는 침묵을 지킬 것.’ 3주 전과 같은 자리에, 같은 글씨. 조셉은 팻말을 지나쳤다. 멈추지 않았다.
기도실 뒤편에 차를 세웠다. 엔진을 끄자 적막이 밀려왔다. 농장은 어두웠다. 천막도, 컨테이너도, 헛간도 잠들어 있었다. 하지만 곧 깨어날 것이었다. 새벽 5시 30분. 부활절 일요일. 멸망의 날.
조셉은 차에서 내렸다. 발밑의 진흙이 익숙했다. 그는 곧장 남쪽 환풍구로 향했다.
환풍구는 그가 열어둔 그대로였다. 쇠창살은 제거되어 있었고, 등유 통 세 개는 넘어져 텅 비어 있었다. 어젯밤 그가 쏟아버린 등유가 진흙에 스며들어 기름 냄새만 남기고 있었다.
그는 환풍구 안쪽으로 손을 뻗었다. 내부를 막았던 천 조각은 여전히 뜯겨 있었다. 공기가 통하고 있었다. 차가운 밤공기가 이 구멍을 통해 지하 기도실로 흘러들어가고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엘리야는 예비 등유를 가지고 있을 것이었다. 그가 다시 환풍구를 막을 시간도 충분했다. 조셉은 일어서서 기도실 입구로 향했다. 출입문은 잠겨 있지 않았다. 내일을 위해 모든 것이 준비된 채, 문은 열려 있었다.
그는 기도실 안으로 들어갔다. 등유 램프 하나가 꺼지지 않고 흔들리고 있었다. 원형으로 놓인 거적들. 천장이 낮은 지하 공간. 내일이면 이곳이 20명의 무덤이 될 곳이었다.
조셉은 램프를 들어 벽을 비추었다. 환풍구는 세 개. 북쪽과 동쪽은 막혀 있었다. 남쪽만 열려 있었다. 그는 북쪽 환풍구로 다가갔다. 막고 있는 두꺼운 천을 잡아당겼다. 천이 뜯겨나갔다. 차가운 공기가 쏟아져 들어왔다. 동쪽도 같은 방식으로 뜯었다. 이제 두 개의 환풍구가 열렸다. 공기가 순환하기 시작했다. 이 공간에서 불은 더 이상 완벽하게 통제될 수 없었다.
그는 램프를 제자리에 걸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기도실 입구의 빗장을 확인했다. 빗장은 안쪽에서도, 바깥쪽에서도 걸 수 있는 구조였다. 내일 엘리야가 밖에서 빗장을 걸면, 안에서는 열 수 없었다. 조셉은 빗장을 들어 올려 분리했다. 쇳덩이가 무거웠다. 그는 빗장을 들어 환풍구 뒤편 진흙 속에 파묻었다.
오전 2시 14분. 엘리야의 컨테이너.
조셉은 문을 두드리지 않았다. 대신 옆면의 환풍구에 귀를 대었다. 내부에서는 서류 넘기는 소리만 들렸다. 엘리야는 깨어 있었다. 마지막 점검 중이었다.
그는 문을 열었다. 엘리야가 책상에서 고개를 들었다. 그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조셉의 얼굴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당신.”
“환풍구는 열었다. 등유는 버렸다. 빗장은 묻었다. 내일, 아무도 죽지 않는다.”
엘리야의 입매가 비틀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미소가 아니었다. 입술이 경련하듯 떨렸다.
“당신은 캄팔라에 있어야 했어.”
“돌아왔다.”
“혼자서?”
“혼자서.”
엘리야는 천천히 일어났다. 그의 손이 책상 서랍을 향했다.
“당신은 착각하고 있어. 나는 예비 등유도 가지고 있고, 예비 빗장도 가지고 있어. 당신이 환풍구를 열면, 나는 다시 막으면 돼. 당신이 빗장을 묻으면, 나는 파내면 돼. 이곳은 내 땅이야. 내 시스템이야.”
“그럼 왜 떨고 있지.”
엘리야의 손이 멈췄다. 조셉은 한 걸음 더 들어갔다.
“당신은 통제할 수 없는 게 있다는 걸 알아. 바로 저들. 신도들. 만약 그들이 진실을 듣는다면, 당신의 시스템은 무너져. 침묵이 깨지면, 당신은 그냥 늙은 사기꾼일 뿐이야.”
엘리야의 얼굴이 굳어졌다. 표정이 사라졌다. 무표정. 그 무표정이 어떤 미소보다 더 위험하다는 것을 조셉은 알고 있었다.
“당신은 그들에게 말할 생각이군.”
“이미 시작했어.”
조셉은 뒤돌아 문을 향해 걸었다. 엘리야가 서랍에서 무언가를 꺼내는 소리가 들렸다. 권총이었다. 하지만 조셉은 멈추지 않았다. 총알은 두려움을 멈추지 못한다는 것을 그는 3주간의 침묵 속에서 배웠다. 진짜 무기는 말이었다.
오전 4시 45분. 기도실.
신도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흰 옷의 행렬이 천막 안으로 들어갔다. 그들의 손에는 팻말이 들려 있었고, 입술은 굳게 닫혀 있었다. 그들은 오늘이 멸망의 날이라고 믿고 있었다. 죽음을 통해 새 세상으로 옮겨지는 날.
조셉은 기도실 입구에 서 있었다. 신도들이 그를 지나쳤다. 어떤 이는 그를 알아보고 고개를 숙였다. 어떤 이는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엘리야가 도착했다. 그의 손에는 바인더가 들려 있었다. 멸망의 날 계획서. 그는 조셉을 보며 입매를 비틀었다.
“당신도 안으로 들겠습니까. 아니면 여기서 지켜보겠습니까.”
“들겠다.”
조셉은 신도들 사이로 걸어 들어갔다. 원의 바깥쪽에 앉았다. 엘리야가 중앙에 섰다. 등유 램프가 천장에서 흔들렸다.
“형제들이여, 오늘이 바로 그날입니다.”
조셉은 일어섰다. 신도들의 고개가 일제히 들렸다.
“듣지 마.”
목소리가 기도실을 울렸다. 침묵이 깨지는 소리였다.
“이건 승천이 아니야. 살인이야. 엘리야는 너희를 모두 죽이고 유럽으로 도망갈 거야. 환풍구는 막혀 있었고, 등유는 준비되어 있었어. 내가 직접 봤어. 그의 계획서를 봤다고.”
신도들 사이에 동요가 번졌다. 수년간 한 번도 깨진 적 없는 침묵이 금이 가기 시작했다. 한 여자가 일어섰다. 그녀의 얼굴은 공포로 일그러져 있었다.
“거짓말이야… 거짓말이라고 해줘…”
엘리야가 소리쳤다. “입을 막아! 저자는 배교자다!”
하지만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신도들은 그 자리에 얼어붙은 채, 엘리야와 조셉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처음으로, 그들은 스스로 판단해야 하는 순간을 맞이한 것이었다.
조셉은 계속 말했다. “환풍구를 보라. 열려 있다. 공기가 들어오고 있지 않나. 내가 직접 열었다. 북쪽, 동쪽, 남쪽 모두. 불은 통제되지 않아. 이곳은 더 이상 밀실이 아니야. 너희는 죽지 않아.”
그 순간, 엘리야가 움직였다. 그의 손에 권총이 들려 있었다. 총구가 조셉을 향했다.
“입을 닫아라.”
조셉은 총구를 보았다. 두렵지 않았다. 그는 이미 죽음을 지하 벌방에서, 컨테이너에서, 그리고 캄팔라로 가는 길 위에서 마주했었다. 죽음은 더 이상 낯선 손님이 아니었다.
“쏴. 그리고 증명해. 네가 살인자라는 걸.”
엘리야의 손이 떨렸다. 방아쇠를 당기지 못했다. 총성 대신, 그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망할!”
그는 총을 내던지고 기도실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의 발소리가 멀어졌다.
기도실 안은 정적이 흘렀다. 신도들은 여전히 얼어붙어 있었다. 조셉은 총을 집어 들고, 그들 앞에 섰다.
“끝났다. 문을 열고 나가자.”
오전 6시 12분. 해가 떴다.
신도들이 하나둘 기도실 밖으로 나왔다. 19명. 모두 살아 있었다. 어떤 이는 진흙 바닥에 쓰러져 울었고, 어떤 이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멍하니 서 있었다. 침묵의 서약은 깨졌지만, 그들은 아직 말하는 법을 기억하지 못했다. 말 대신 눈물과 손짓으로 서로를 확인했다.
조셉은 기도실 입구에 앉아 지켜보았다. 손에는 엘리야의 권총이 들려 있었다. 방아쇠는 당기지 않았다.
엘리야는 도망쳤다. 도요타 한 대가 사라져 있었다. 하지만 갈 곳은 없었다. 조셉은 이미 캄팔라에서 신문사와 경찰에 모든 증거를 전달한 상태였다. 수첩의 복사본. 멸망의 날 계획서의 내용. 통화 기록. 엘리야의 얼굴은 조만간 뉴스에 오를 것이었다.
4월 5일. 캄팔라.
로다와 에스더가 여관 방에서 라디오를 듣고 있었다. 북부 농장 화재 사건에 대한 속보가 흘러나왔다. ‘집단 살인 미수. 용의자 도주 중. 생존자 19명. 구조자 조셉 오켈로.’
에스더는 라디오를 끄지 않았다. 그녀의 손에는 더 이상 팻말이 없었다. 로다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
여관 문이 열렸다. 조셉이 들어왔다. 진흙 묻은 재킷. 피곤한 얼굴. 하지만 눈은 살아 있었다.
에스더가 일어났다. 그녀는 입을 열었다. 침묵 속에서 잃어버렸던 목소리가 나왔다. 갈라지고, 작고, 낯선 목소리.
“오빠.”
조셉은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녀를 안았다. 2년 만의 포옹이었다. 그동안 침묵이 갈라놓았던 모든 것들이, 이 한 번의 접촉으로 서서히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6개월 후.
조셉은 이스트 아프리카 데일리에 복직했다. 그의 첫 번째 기사는 ‘침묵의 성역’에 관한 연재물이었다. 3주간의 잠입 기록과, 멸망의 날의 진실, 그리고 살아남은 19명의 증언이 지면에 실렸다. 신문은 매일 매진되었다.
엘리야 무투카는 우간다 국경을 넘으려던 중 탄자니아에서 체포되었다. 그의 여권은 가짜였고, 가방에는 20만 달러의 현금이 들어 있었다. 재판은 이듬해로 예정되었다.
로다는 간호사가 되기 위해 야간 학교에 등록했다. 에스더는 그녀와 함께 살며, 천천히 말을 되찾아가고 있었다. 그녀는 여전히 긴 문장을 말하지 못했지만, 하루에 한 문장씩 늘어나고 있었다.
크리스마스 이브. 캄팔라 외곽의 작은 교회.
조셉은 교회 밖에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별이 총총히 떠 있었다. 로다와 에스더가 그의 옆에 서 있었다.
에스더가 입을 열었다. “별이 많다.”
조셉은 고개를 끄덕였다. 로다가 주머니에서 작은 나무 팻말을 꺼냈다. 6개월 전 그가 조수석에 두고 갔던 그 팻말이었다. ‘별이 보이면, 우리를 생각해.’ 그녀는 팻말을 조셉에게 건넸다.
“이제 생각하지 않아도 돼요. 우리는 여기 있으니까.”
조셉은 팻말을 받아 들었다. 그리고 교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서는 찬송가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침묵이 아닌 목소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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