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그림자 스페인편 #001] 백색의 늪 — 7-4화: 진흙 속의 빛

7-4화: 진흙 속의 빛

겨울이었다. 루고 법원의 복도는 평소보다 더 붐볐다. 기자들, 구경꾼들, 페드로 측 변호인단이 복도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라울은 증인 대기실에 앉아 있었다. 그의 손에는 수첩이 없었다. 그는 더 이상 아무것도 적지 않았다.

문이 열리고 검사가 들어왔다. 그의 얼굴에는 피로가 서려 있었다.

“가르시아 씨, 당신은 법정에서 증언할 준비가 되었나요?”

“네.”

“당신은 이 정보를 어떻게 얻었는지 설명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당신의 불법적 행위가 드러날 수 있습니다.”

“알고 있어요.”

검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들어가시죠.”

라울은 법정으로 걸어갔다. 증인석에 섰다. 판사가 그를 바라보았다.

“라울 가르시아 씨, 당신은 이 사건의 핵심 증거인 재정 거래 내역을 어떻게 입수했습니까?”

“루고의 한 정보 브로커로부터 이 자료를 구매했습니다. 현금 2,000유로를 지불했고, 그 과정에서 제가 조사원 자격증을 사용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이는 불법적인 행위였습니다.”

법정에 작은 소란이 일었다. 판사가 망치를 두드렸다.

“계속하세요.”

“하지만 이 자료는 진짜입니다. 페드로 로드리게스가 운영하는 비자금 계좌와 그가 지역 정치인 및 사업가들에게 지불한 뇌물 내역을 확인했습니다.”

라울은 증언을 계속했다. 지하실의 촛불, 흰색 옷을 입은 여성들, 억눌린 신음 소리, 페드로의 얼굴. 자신의 불법적 행위를 포함한 모든 것을 말했다.

증언이 끝난 후, 복도에서 검사를 만났다. 검사는 그의 손을 악수했다.

“고생 많으셨어요.”

“재판은 어떻게 될까요?”

“당신의 증언이 결정적이었어요. 페드로 측은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거예요.”

라울은 고개를 끄덕였다. 법원을 나서며 담배를 꺼내 물었다. 회색 하늘이 그의 위를 덮고 있었다. 라이터 불이 바람에 흔들렸지만, 그는 끝까지 붙였다.

일주일 후, 재판이 시작되었다. 라울은 뒷줄에 앉아 있었다. 법정은 가득 찼다. 페드로는 피고석에 앉아 있었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고, 더 이상 자신감이 없었다.

검찰은 모든 증거를 제시했다. 페드로의 변호인은 반박했지만, 그들의 주장은 힘을 잃었다. 판사는 증거들을 검토했고, 최종 판결을 내렸다.

“페드로 로드리게스, 성착취, 사기, 불법 자금 세탁 혐의로 유죄 판결. 징역 15년을 선고합니다.”

법정이 술렁였다. 페드로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경찰관들에 의해 끌려나갔다.

라울은 법정을 나섰다. 복도에서 에레나를 만났다. 그녀는 흰색 코트를 입고 있었고,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다. 그러나 그녀의 눈에는 무언가가 있었다. 두려움이 아니었다.

“당신이 해냈어요.” 그녀가 말했다.

“우리가 해냈어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함께 법원을 나섰다. 바닥에는 빗물 웅덩이가 반짝이고 있었다. 그들은 우산을 펴지 않았다.

“이제 어떻게 할 건가요?” 라울이 물었다.

“모르겠어요. 아직은요.”

그녀는 그를 바라보았다. 입가가 살짝 올라갔다가 곧 내려앉았다. 그녀는 가방 끈을 꽉 쥐고 돌아섰다.

“고마워요, 라울.”

그녀는 걸어갔다. 그녀의 뒷모습이 안개 속으로 희미해질 때까지 그는 서 있었다.

그날 밤, 아파트로 돌아왔다. 서랍을 열었다. 그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닫았다.

카메라를 집어 들었다. 렌즈를 닦고, 배터리를 확인했다. 다시 책장 위에 올려두었다.

소파에 앉아 눈을 감았다. 창밖으로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몇 주 후, 백색의 십자가 공동체는 공식적으로 해체되었다. 페드로의 체포 이후, 그의 네트워크는 빠르게 붕괴되었다. 지역 정치인들과 사업가들은 연루 사실을 부인했지만, 그들의 이름은 이미 언론에 공개되었다.

라울은 신문에서 그 기사들을 읽었다. 그는 더 이상 놀라지 않았다.

어느 날 오후, 다시 산타 크루스 데 리베이라로 향했다. 버스를 탔다. 창가에 앉아 젖은 풍경을 바라보았다.

마을에 도착했을 때, 저택은 비어 있었다. 대문은 열려 있었고, 건물들은 텅 비어 있었다. 정원에는 아무도 없었다. 걸어서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복도는 조용했다. 지하실로 내려가는 계단을 찾았다. 지하실은 비어 있었다. 흰색 페인트는 벗겨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벽 모서리에는 곰팡이가 슬어 있었다. 그는 그곳에 서 있었다. 오랫동안.

저택을 나설 때, 한 여성이 정원에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 에레나가 아니었다. 중년의 여성이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깊은 주름이 있었다.

“당신이 그 조사원인가요?” 그녀가 물었다.

“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가왔다.

“나는 이곳에서 3년 동안 살았어요. 당신이 없었다면, 나는 아직도 여기 있었을 거예요.”

라울은 대답하지 않았다.

“에레나는 어디 있나요?”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녀는 살아 있어요.”

여성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걸로 됐네요.”

그녀는 걸어갔다. 라울은 그녀의 뒷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서 있었다.

버스 정류장으로 걸어갔다. 버스가 도착했고, 올라탔다. 저택이 점점 작아졌다.

그는 다시는 그곳을 방문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봄이 왔다. 갈리시아는 여전히 비가 많았지만, 가끔 햇살이 비치는 날도 있었다. 라울은 산티아고 외곽의 작은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계산대 뒤에 서서 물건을 스캔하고, 진열대를 정리했다. 그의 손은 더 이상 카메라를 쥐지 않았다.

어느 날 오후, 한 여성이 가게에 들어왔다. 흰색 블라우스에 낡은 청바지. 에레나였다. 그녀는 이전보다 야위어 보였고, 눈가에는 그늘이 져 있었다.

그녀는 그를 발견하고 잠시 멈췄다. 그리고 천천히 계산대로 걸어왔다.

“당신은 여기서 일하고 있었군요.”

“네. 당신은요?”

“나는… 그냥 지내고 있어요. 아직은.”

그녀는 작은 빵 하나를 계산대 위에 올려놓았다. 라울은 그것을 스캔했다. 기계가 삐 소리를 냈다.

“괜찮아요?” 그가 물었다.

“완전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숨 쉬고 있어요.”

그녀는 동전을 내밀었다. 그의 손바닥 위에 떨어졌다. 차가운 금속이 닿았다.

“라울, 당신은 내게 많은 걸 줬어요. 나는 아무것도 돌려줄 수 없지만…”

“돌려줄 필요 없어요.”

에레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는 빵을 들고 돌아섰다. 문 앞에서 잠시 멈췄지만, 돌아보지 않았다. 그냥 걸어나갔다.

라울은 그녀가 남긴 동전들을 바라보았다. 하나하나 세어 계산대에 넣었다.

그날 저녁, 아파트로 돌아왔다. 서랍을 열었다. 그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닫았다.

책장 위의 카메라를 바라보았다. 집어 들었다. 렌즈 캡을 열고 뷰파인더를 통해 방을 들여다보았다. 어둠 속에서 희미한 윤곽만이 보였다. 초점을 맞추지 않았다.

렌즈 캡을 닫고 카메라를 내려놓았다. 소파에 앉아 눈을 감았다.

그는 생각했다. 이 기억은 아플 것이다. 앞으로도 오래도록. 하지만 그는 살아가기로 했다. 그게 전부였다.

여름이 왔다. 라울은 더 이상 편의점에서 일하지 않았다. 그는 작은 방을 얻어 임시 사진관을 열었다. 낡은 조명과 중고 카메라 한 대가 전부였다. 그는 여권 사진, 가족 사진, 어떤 사진이든 찍었다. 값은 시장가보다 조금 낮게 받았다.

어느 날, 한 젊은 여성이 그의 사진관을 찾았다. 20대 초반으로 보였고, 그녀의 눈에는 불안이 서려 있었다.

“당신이 그 조사원이었나요?”

“아니요. 저는 그냥 사진작가예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망설였다.

“도움이 필요해요. 제 친구가 나쁜 사람들에게 빠졌어요. 아무도 도와주지 않아요.”

라울은 그녀를 바라보았다.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그는 카메라를 집어 들었다.

“앉으세요. 먼저 이야기를 들어볼게요.”

그녀는 앉았다.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라울은 들었다. 수첩을 꺼내지 않았다. 그냥 들었다.

그녀의 이야기가 끝난 후, 그는 말했다.

“내일 다시 오세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는지 알아볼게요.”

그녀는 일어나서 문으로 걸어갔다. 문을 열기 전, 돌아서서 말했다.

“고마워요.”

그녀는 사라졌다.

라울은 혼자 남았다. 그는 책상 서랍을 열었다. 새 수첩이 들어 있었다. 꺼냈다. 첫 페이지를 펼쳤다. 펜을 들어 적었다.

*“07/15 – 새로운 의뢰. 젊은 여성, 친구 구출 요청.”*

그는 수첩을 닫았다.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 낡은 카메라가 그 옆에 놓여 있었다.

그는 창가로 걸어갔다. 거리가 보였다. 사람들이 걸어 다니고 있었다. 저마다의 무게를 안고.

그는 카메라를 집어 들었다. 렌즈를 통해 거리를 들여다보았다. 한 아이가 웅덩이를 뛰어넘고 있었다. 그는 셔터를 눌렀다. 한 장의 사진이 저장되었다.

새로운 기록이었다.

그러나 그는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그냥 계속하기로 했다. 그게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것으로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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