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의 그림자 인도네시아편 #001] 녹슨 구원 — 1화: 아스파트의 초대

1화: 아스파트의 초대

자카르타 남부의 고급 아파트 28층. 에어컨은 16도로 맞춰져 있었지만, 등 뒤로는 식은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안디는 검은색 가죽 소파에 앉아 휴대전화를 바라보고 있었다. 화면에는 네 글자가 떠 있었다. ‘바윤 카르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진동이 멈출 때까지 기다렸다. 3초 후, 문자가 도착했다.

“금요일까지. 돈이 없으면 네 오른손이 없을 거야.”

문자를 삭제했다. 재킷을 집어 들고 아파트를 나섰다. 복도는 조용했고, 엘리베이터는 1층으로 내려갔다. 로비를 지나 건물 밖으로 나오자, 열기가 얼굴을 감쌌다. 자카르타의 오후는 언제나 그랬다.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는 열기, 디젤 엔진의 매캐한 냄새, 땀에 젖은 옷이 살갗에 달라붙는 감각.

낡은 스즈키 에어리오를 몰고 도심을 빠져나갔다. 북쪽으로. 자카르타 외곽의 숲이 우거진 지역. 네비게이션에는 ‘패드포칸 명상 수련원’이라는 이름이 떠 있었다. 공식 홈페이지는 화려했다. 흰색 옷을 입은 사람들이 미소를 짓고 있는 사진들. “진정한 자아를 찾는 여정”이라는 슬로건. 관심 없었다. 돈의 행방만이 중요했다.

시타. 전직 유명 여배우. 3주 전에 15억 루피아의 현금을 들고 사라졌다. 그 돈은 안디가 세탁하던 카르텔의 자금이었다. 찾아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목숨이 보장되지 않았다.

도로는 점점 좁아졌고, 양쪽으로 우거진 열대 수목이 늘어서 있었다. 비는 내리지 않았지만 공기는 축축했다. 창문을 내렸다. 더운 공기가 실내로 밀려들었다. 신경 쓰지 않았다.

수련원 입구에 도착하자 차를 세웠다. 대문은 철제로 만들어져 있었고, 자와어로 된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의미는 알지 못했다. 경비실로 걸어갔다.

“명상을 배우러 왔어요.”

경비원은 40대 초반, 눈이 게을렀다. 안디를 한 번 훑어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름을 적어주세요. 3일 치 숙박비를 선불로 내셔야 합니다.”

가짜 이름을 적고 현금을 내밀었다. 돈을 세고 대문을 열었다.

“안으로 들어가세요. 오후 의식이 곧 시작됩니다.”

걸어서 들어갔다. 내부는 외부와 완전히 달랐다. 거대한 목조 건물들이 숲 사이로 흩어져 있었고, 정원은 잘 가꾸어져 있었다. 그러나 아름다움에 주목하지 않았다. 사람들을 관찰했다. 흰색 옷을 입은 사람들. 조용히 움직이고 있었고, 표정은 무표정했다.

그들 중 한 명에게 다가갔다.

“시타 씨를 찾고 있어요. 여기 머물고 있다고 들었는데.”

남자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시타 씨는 현재 정화 의식 중입니다. 만날 수 없어요.”

“언제 만날 수 있죠?”

“구루 디안님께서 허락하셔야 합니다. 저녁 의식이 끝난 후에 문의하세요.”

그 말을 남기고 걸어갔다.

숙소로 안내되었다. 작은 나무 방. 창문은 하나뿐이었고, 그 너머로 정원이 보였다. 배낭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저 멀리, 한 여성이 정원을 쓸고 있었다. 흰색 옷. 느린 움직임. 초점 없는 눈동자. 시타였다.

해가 진 후, 저녁 의식이 시작되었다. 큰 예배당으로 인도되었다. 내부는 어두웠고, 수백 개의 촛불이 벽을 따라 놓여 있었다. 향나무 타는 냄새가 가득했다. 뒷줄에 앉았다.

구루 디안이 앞으로 걸어나왔다. 50대 초반, 흰색 가운. 얼굴은 온화했지만, 눈빛은 계산적이었다. 연단에 서서 입을 열었다.

“사랑하는 여러분, 오늘 밤 우리는 진정한 자아를 찾는 여정을 계속합니다. 이 향은 육체를 정화하고, 영혼을 해방시킵니다. 깊이 숨을 들이쉬세요.”

손을 흔들자, 보조자들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작은 향로를 들고 있었고, 푸르스름한 연기가 피어올랐다. 연기는 천천히 방을 채우기 시작했다.

향을 맡았다. 달콤하고, 약간 화학적인 냄새. 단순한 향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했다. 손수건으로 코를 가리고 숨을 참았다.

주변의 신도들은 눈을 감고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표정이 이완되기 시작했다. 몇 분 후, 흐느끼기 시작하는 이들. 바닥에 쓰러져 몸을 웅크리는 이들.

무표정하게 바라보았다. 시타를 찾았다. 앞줄에 앉아 있었다. 다른 이들과 다르지 않았다. 눈은 감겨 있었고, 입술은 약간 벌어져 있었다. 손은 무릎 위에 올려져 있었고, 떨고 있었다.

의식은 한 시간 동안 계속되었다. 디안은 연단에서 설교를 계속했고, 신도들은 점점 더 깊은 환각 상태로 빠져들었다.

의식이 끝난 후, 신도들은 일어나기 시작했다. 멍한 표정으로 예배당을 나갔다.

시타를 따라갔다. 정원으로 걸어갔다. 다가갔다.

“시타 씨.”

멈췄다. 천천히 돌아서서 바라보았다. 눈은 여전히 흐릿했다.

“누구세요?”

“안디예요. 당신을 찾고 있었어요.”

“왜요?”

“돈에 관한 일이에요. 당신이 가져간 그 돈.”

표정이 굳어졌다. 경계심이 스쳤다.

“무슨 돈이요? 저는 그런 돈 몰라요.”

“시타 씨, 해치러 온 게 아니에요. 돈의 행방만 알고 싶어요. 그 돈은 나쁜 사람들의 것이에요. 당신이 가지고 있으면 위험해요.”

시타가 그를 바라보았다. 잇몸이 거뭇하게 변한 입술 사이로 소리 없는 웃음이 새어 나왔다.

“당신은 나쁜 사람들이 뭔지 몰라요. 이곳은 나를 구원한 곳이에요. 그 돈은 내가 구원을 위해 바친 거예요.”

돌아서서 걸어갔다. 뒷모습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손가락이 주먹을 쥐었다.

숙소로 돌아와 문을 닫았다. 아스파트 향이 밴 셔츠를 벗어 던졌다. 구석에 구겨진 채 버려졌다.

둘째 날 밤, 다시 의식에 참석했다. 이번에는 더 가까이 앉았다. 디안의 움직임을 관찰했다. 향로를 손에 쥐고 신도들 사이를 걸었다. 각 신도의 머리에 손을 얹고 무언가를 속삭였다.

시타에게 다가가는 것을 보았다.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고 귀에 속삭였다. 시타는 고개를 끄덕였다. 일어나서 디안을 따라 방 밖으로 나갔다.

그림자 속에 몸을 숨기며 추적했다. 수련원 깊은 곳에 있는 작은 방으로 들어갔다. 문 틈 사이로 내부를 들여다보았다.

방 안은 어두웠지만, 촛불 몇 개가 벽을 비추고 있었다. 중앙에는 긴 탁자. 디안이 시타를 탁자 앞에 세웠다. 향로를 다시 피웠다. 더 진한 향. 푸르스름한 연기가 방을 가득 채웠다.

시타가 향을 맡고 눈을 감았다. 몸이 흔들렸다. 천천히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디안이 그녀의 머리 위에 손을 얹고 중얼거렸다.

“너는 정화되고 있다. 모든 죄는 이 향과 함께 사라진다. 이제 너는 자유다.”

시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눈은 떠 있었다. 그러나 그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디안이 그녀의 턱을 잡아 들어 올렸다.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녀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바라보았다. 눈을 돌리지 않았다. 본 모든 것을 기억했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 계단에서 발이 미끄러졌다. 손바닥이 거친 나무 난간을 스쳤다. 따끔했다. 느끼지 못하는 척했다.

방에 도착해 바닥에 주저앉았다. 카르텔이 준 일주일의 기한을 손가락으로 꼽아 보았다. 넷째 날이었다. 남은 시간은 사흘. 담배를 꺼내 물었지만, 필터를 씹어 버렸다. 입안에 텁텁한 맛이 퍼졌다.

다음 날, 시타를 다시 찾았다. 정원에 혼자 앉아 있었다. 나무 그늘 아래. 눈은 멀었다.

“시타 씨.”

그녀가 그를 보았다. 이번에는 눈빛이 조금 더 선명해 보였다.

“또 왔군요.”

“네. 이야기해야 해요.”

고개를 끄덕였다. 옆에 앉으라는 손짓. 앉았다.

“그 돈은 디안에게 있어요.” 그녀가 말했다. “모든 것을 바쳤어요. 더 이상 그 돈을 원하지 않아요.”

“당신이 원하지 않는다고 사라지지 않아요. 나쁜 사람들이 찾고 있어요.”

시타가 그를 바라보았다. 슬픔이 스쳤다.

“당신은 그들이 나쁘다고 말하지만, 당신도 나쁘지 않나요?”

대답하지 않았다.

“당신은 나를 이용하려고 온 거죠. 돈을 찾기 위해서.”

“맞아요.”

그녀의 입술이 떨렸다.

“디안은 말했어요. 내가 떠나면, 과거에 한 모든 일을 공개하겠다고. 내가 찍힌 사진들, 영상들…”

“그래서 여기에 머물러 있는 거죠.”

“네. 여기는 내가 안전한 유일한 곳이에요.”

바라보았다. 두려움을 이해했다. 그러나 동정하지 않았다.

“원한다면 도울 수 있어요.”

“어떻게요?”

“디안을 무너뜨리는 거죠. 하지만 당신의 도움이 필요해요.”

시타는 오랫동안 침묵했다. 그녀의 손가락이 무릎 위를 할퀴었다. 피부가 벗겨져 가느다란 상처가 생겼다.

“미안해요. 저는 그럴 수 없어요. 이미 너무 깊이 빠져 있어요.”

일어나서 걸어갔다. 뒷모습이 나무 사이로 사라졌다.

그날 밤, 수련원의 사무실을 뒤지기로 결심했다. 디안의 개인 방. 돈의 단서가 있을 것이다.

어둠이 깊어지기를 기다렸다.

밤 11시. 수련원은 침묵에 잠겨 있었다. 숙소를 나와 그림자 속을 걸었다. 이틀 동안 관찰한 경로를 따라 움직였다. 경비원들의 순찰 패턴을 기억했다. 교대 시간은 30분 간격. 그 간격을 이용했다.

주요 건물로 접근했다. 2층, 디안의 개인 방. 계단을 올라갔다. 복도는 어두웠다. 벽을 따라 걸으며 문을 확인했다. 세 번째 문이 잠겨 있지 않았다. 조심스럽게 열고 들어갔다.

방 안은 깔끔했다. 책상, 컴퓨터, 서류 캐비닛. 책상 서랍을 열었다. 서류들. 훑어보았다. 재정 기록, 신도 명단, 몇 장의 사진들. 자카르타의 유명 인사들. 웃고 있었지만, 그들의 눈에는 두려움이 있었다.

서류를 다시 넣고 캐비닛을 열었다. 여러 개의 USB 드라이브와 외장 하드디스크. 그중 하나를 집어 들었다. 라벨이 없었다. 주머니에 넣었다.

방을 나서려 할 때, 복도에서 발소리. 재빨리 벽 뒤로 숨었다. 경비원이 지나갔다. 보지 못했다.

숨을 내쉬었다. 조용히 계단을 내려갔다.

숙소로 돌아와 하드디스크를 컴퓨터에 연결했다. 파일들이 열렸다. 재정 기록, 비자금 계좌, 정재계 인사들의 치부가 담긴 동영상 파일들. 모든 것을 복사했다.

컴퓨터를 닫고 하드디스크를 주머니에 넣었다. 셔츠를 다시 입었다. 아스파트 향이 여전히 배어 있었다. 혐오스러웠지만, 신경 쓸 시간이 없었다.

일주일의 기한 중 닷새째. 카르텔의 협박 전화가 오늘 세 번이나 왔다. 마지막 전화에서는 대답하지 않고 끊었다. 전화기를 바닥에 던졌다. 화면에 금이 갔다. 신경 쓰지 않았다.

생각했다. 시작에 불과했다. 더 많은 증거가 필요했다. 탈출 계획도.

그러나 혼자였다. 그 혼자가 유일한 무기였다.

손바닥에 난 상처를 바라보았다. 난간에 스친 그 상처. 피가 굳어 검붉게 변해 있었다. 그는 그 상처를 입술로 핥았다. 쓴맛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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