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의 그림자 필리핀편 #001] Sigue-Sigue 사기극 – 6-2화: 반항의 대가

6-2화: 반항의 대가

1795년 5월 16일, 새벽 4시. 자바 서부 해안, 카윈 어촌 우물.

붉은 액체가 안토니오의 옷깃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는 우물 밖으로 나와 바닥에 쓰러졌다. 그의 온몸은 붉은 액체로 젖어 있었다. 피 냄새. 쇠 냄새. 그리고 그보다 더 짙은 — 무언가 썩은 냄새. 우물 아래 통로에서 그들이 본 것들. 실패한 복제품들의 잔해. 손가락, 발가락, 뼈 조각, 기형 태아. 그 모든 것이 그의 기억 속에 선명하게 각인되어 있었다.

소피아가 그의 뒤에서 우물 밖으로 나왔다.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다. 그녀의 몸은 떨리고 있었다. 붉은 액체가 그녀의 몸에 스며든 후, 그녀는 계속해서 열이 났다. 그러나 그녀는 쓰러지지 않았다. 그녀는 안토니오의 손을 잡고 일으켜 세웠다.

“살았어.”

그녀가 중얼거렸다. 그녀의 목소리는 쉰 목소리. 우물 아래에서 그녀는 거의 울지 않았다. 울 수 없었다. 그녀는 자신이 약해지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응. 살았어.”

안토니오가 하늘을 바라보았다. 아침 해가 막 떠오르고 있었다. 붉은 빛. 마치 우물 아래의 그 액체처럼. 그는 고개를 저었다. 그 이미지를 떨쳐내려고.

그들은 오두막으로 걸어갔다. 4-2화에서 그들이 라덴과 대치했던 그 장소. 그러나 지금은 아무도 없었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 죽었거나 도망쳤다. 라덴은 죽었다. 그의 딸은 괴물이 되었다. 그리고 그 괴물은 — 아직 어딘가에 살아 있었다.

“저것은 어떻게 됐지?”

소피아가 물었다. 그녀가 말하는 ‘저것’은 라덴의 딸, 아니 라덴이 만든 괴물이었다. 5-2화에서, 그들은 그것을 공장 지하 격리실에 가둬 두고 왔다. 철창. 쇠사슬. 자물쇠. 그러나 그것이 그곳에 계속 있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었다.

“몰라. 아마 아직 거기 있을 거야. 아니면… 탈출했거나.”

“탈출?”

“응. 그것은 괴물이야. 하지만 괴물에게도 생존 본능은 있어. 자신을 가둔 자들에게 복수하고 싶을 거야.”

소피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냥 안토니오의 손을 잡고 오두막 안으로 들어갔다.

오두막 안은 폐허였다. 라덴의 시체는 이미 치워졌다. 누가? 네덜란드인들? 아니면 — 그것? 알 수 없었다. 바닥에는 마른 피 자국만 남아 있었다. 검붉은 색. 시간이 지나면서 검게 변한 피.

안토니오는 바닥에 앉았다. 그의 어깨는 여전히 아팠다. 5-1화에서 반 데르 발크에게 맞은 총상. 요새에서 탈출할 때 제대로 치료받지 못했다. 지금은 곪기 시작했다. 살갗이 벌겋게 부어오르고 있었다. 만지면 뜨거웠다. 열이 났다.

“치료해야 해.”

소피아가 그의 어깨를 살폈다.

“어떻게? 약도 없고, 의사도 없는데.”

“붉은 액체가 있었잖아. 우물 아래.”

“그건 약이 아니야. 그건… 그건 오염원이야. 그걸 쓰면 네 몸이 더 망가져.”

“그래도 지금 이대로 두면, 네 팔을 잘라야 할지도 몰라.”

안토니오는 침묵했다. 그는 알고 있었다. 그녀 말이 맞다는 것을. 부패한 상처는 복제 인간에게 치명적이었다. 그들의 몸은 너무 섬세하게 설계되어 있어서, 감염에 저항할 수 없도록 만들어져 있었다. 의도적인 결함. 네덜란드인들이 그들에게 새겨 넣은 통제 장치.

“좋아. 우물로 다시 내려가자.”

그들은 다시 우물로 걸어갔다.

우물 아래는 어두웠다. 그들이 아까 올라왔을 때와 똑같았다. 붉은 액체. 쇠 냄새. 그리고 벽에 붙어 있는 실패작들의 잔해. 그러나 이번에는 그들이 보는 것이 달랐다. 더 이상 공포가 아니었다. 그냥 현실. 그들이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

소피아는 붉은 액체에 손을 담갔다. 그 액체는 따뜻했다. 마치 살아 있는 조직처럼. 그녀는 손바닥에 액체를 떠서 안토니오의 어깨에 발랐다.

안토니오는 이를 악물었다. 액체가 상처에 닿는 순간, 타는 듯한 고통이 전달되었다. 살이 녹는 느낌. 뼈가 부식되는 느낌. 그러나 곧 그 고통이 사라졌다. 대신 — 무감각. 상처 주변이 마비되었다.

“괜찮아?”

소피아가 물었다.

“응. 괜찮아.”

그러나 그는 괜찮지 않았다. 그는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붉은 액체가 그의 몸에 스며들고 있었다. 그의 정맥을 타고 흘러들어가고 있었다. 그의 머릿속에 낯선 기억들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라덴의 기억? 아니면 그의 딸의? 아니면 — 우물 아래에 버려진 수백 명의 실패작들의 기억?

그의 머리가 아팠다. 그는 바닥에 쓰러졌다.

“안토니오!”

소피아가 그를 부축했다. 그의 몸은 뜨거웠다. 살아 있는 인간의 체온보다 훨씬 뜨거웠다. 복제 인간에게 열은 죽음을 의미했다. 그러나 그는 죽지 않았다. 그는 살아 있었다. 의식을 잃었을 뿐.

그의 눈이 감겼다.

그의 머릿속에 한 장면이 떠올랐다.

검은 방. 한 여자가 침대에 누워 있었다. 그녀의 몸에는 여러 개의 관이 연결되어 있었다. 관을 통해 붉은 액체가 흘러들어가고 있었다. 그녀의 눈은 감겨 있었다. 그녀의 입술은 퍼렇게 질려 있었다. 그녀는 죽어가고 있었다.

그 여자는 — 소피아였다.

아니, 소피아가 아니었다. 그녀의 얼굴을 한 다른 누군가. 004? 아니, 000? 아니, 그냥 — 복제품.

그 장면은 사라졌다. 다른 장면이 떠올랐다.

공장. 유리관. 그 안에 떠 있는 수백 명의 복제 인간들. 그들은 모두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소피아의 얼굴. 그들은 눈을 뜨고 있었다. 그들의 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비어 있었다. 그러나 그 비어 있음 속에서 — 무언가가 살아 있었다. 고통. 절망. 그리고 — 분노.

그들이 입을 열었다.

“우리를 구해줘.”

수백 명의 목소리가 동시에 외쳤다.

“우리를 구해줘, 003.”

안토니오는 비명을 질렀다.

그가 눈을 떴을 때, 그는 우물 밖에 있었다. 소피아가 그의 옆에 앉아 있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걱정이 담겨 있었다.

“괜찮아? 한 시간 동안 의식이 없었어.”

“한 시간?”

“응. 나는 너를 우물 밖으로 끌어올렸어. 혼자서.”

안토니오는 일어났다. 그의 어깨를 만져보았다. 상처는 아물고 있었다. 붉은 액체 덕분이었다. 그러나 그의 머릿속에는 여전히 그 목소리들이 울리고 있었다.

“우리를 구해줘.”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소피아가 물었다.

“붉은 액체 속에… 사람들이 있었어. 아니, 사람의 형체를 한 것들이. 그들이 나에게 말을 걸었어. ‘우리를 구해줘’라고.”

“그건 환각이야. 붉은 액체의 부작용.”

“그런지도 몰라. 하지만… 너무 선명했어.”

안토니오는 고개를 저었다. 그는 일어나 걸었다. 그의 다리는 더 이상 아프지 않았다. 붉은 액체가 뼈까지 치유한 것 같았다. 그러나 그의 마음은 치유되지 않았다.

“이제 어디로 갈까?”

소피아가 물었다.

“공장으로 돌아가야 해. 거기 있는 것들을… 해방시켜야 해.”

“어떻게?”

“몰라. 하지만 방법을 찾아야 해. 그들의 목소리가 너무 커. 무시할 수 없어.”

1795년 5월 17일, 오전 8시. 공장 지하 통로.

안토니오와 소피아는 다시 공장으로 향했다. 이번에는 그들이 알고 있는 길이 있었다. 4-2화에서 그들이 통과한 붉은 우물 통로. 그 통로는 공장의 지하 2층으로 바로 연결되었다.

통로 안은 여전히 어두웠다. 벽에는 붉은 액체가 흐르고 있었다. 바닥에는 실패작들의 잔해가 떠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들이 그것들에 익숙해져 있었다. 더 이상 공포를 느끼지 않았다. 그냥 슬픔.

“저것들… 모두 살아 있었어.”

소피아가 중얼거렸다.

“응. 지금도 살아 있을 거야. 붉은 액체 속에서. 영원히. 죽지도 못하고, 살지도 못하고.”

“그게 두려워. 나도 저렇게 될까 봐.”

“나는 그렇게 되지 않게 해줄 거야. 약속해.”

그들은 통로 끝에 도착했다. 철문. 4-2화에서 그들이 열었던 그 문. 문은 닫혀 있었다. 잠겨 있었다.

“열쇠가 필요해.”

소피아가 말했다.

“열쇠는… 반 데르 헤이덴이 가지고 있을 거야. 아니면 006.”

“006은 죽었어. 5-1화에서 네가 죽였잖아.”

“내가 죽인 게 아니야. 그가 스스로 선택한 거야. 그리고… 006이 죽었다고 해서 007이 없는 건 아니야. 네덜란드인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복제품을 만들어.”

안토니오가 문을 두드렸다. 쿵, 쿵, 쿵. 소리가 텅 빈 복도에 메아리쳤다.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가 다시 두드렸다. 이번에는 더 세게.

그때, 문 너머에서 무언가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발소리. 한 사람의 발소리. 그리고 — 쇠사슬이 끌리는 소리.

문이 열렸다.

거기 서 있는 사람은 — 라덴의 딸이었다. 괴물.

그것은 살아 있었다. 5-2화에서 안토니오가 격리실에 가둔 그 존재. 그런데 어떻게 여기까지 나온 거지?

“너… 어떻게…”

안토니오가 말을 잇지 못했다. 그것은 그를 바라보았다. 까만 구멍 같은 눈동자. 그 안에는 여전히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나 그 아무것도 없음 속에서 — 무언가가 자라고 있었다. 이성? 아니면 — 복수?

“아바… 아바…”

그것이 중얼거렸다. 그 소리는 더 이상 슬픔이 아니었다. 경고. 위협.

“비켜줘. 우리는 네 편이야.”

안토니오가 말했다. 그러나 그것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냥 그 자리에 서서 그들을 바라보았다.

“안토니오, 조심해. 저건…”

소피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것이 움직였다. 빠르게. 마치 짐승처럼. 그것은 안토니오를 향해 달려들었다.

안토니오는 몸을 피했다. 그것의 손톱이 그의 팔을 스쳤다. 피가 튀었다. 깊은 상처는 아니었지만, 피가 멈추지 않았다.

“도망쳐!”

안토니오가 소피아의 손을 잡고 복도로 달렸다. 그것이 뒤를 쫓았다. 발소리. 쇠사슬 소리. 그리고 — “아바, 아바” 하는 중얼거림.

그들은 계단을 올랐다. 1층. 지상. 밀림.

그것도 따라올라왔다. 햇빛 아래, 그것의 모습이 더 선명하게 드러났다. 키는 1미터 남짓. 피부는 붉은색. 머리에는 머리카락이 없었다. 눈은 까만 구멍. 입은 찢어져 있었다. 이빨은 날카로웠다. 그리고 — 쇠사슬이 그녀의 발목에 채워져 있었다. 격리실에서 탈출할 때, 사슬을 끊지 못한 모양이었다.

“멈춰!”

안토니오가 외쳤다. 그것이 멈췄다. 까만 구멍 같은 눈동자가 그를 응시했다.

“우리는 너를 해치러 온 게 아니야. 너를 구하러 온 거야.”

“아바… 아바…”

그것이 고개를 저었다. 믿지 못하는 표정. 아니, 표정이 없었다. 그냥 본능. 본능이 말해주고 있었다. ‘저 인간들은 위험하다. 저 인간들은 나를 가둔 자들의 동료다.’

“내 말을 들어줘. 나는 라덴의 친구야. 너의 아버지의 친구.”

“아바… 죽었어… 아바… 내가 죽였어…”

그것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 목소리에는 슬픔이 담겨 있었다. 진짜 슬픔. 괴물에게도 감정은 있었다.

“네가 죽인 게 아니야. 네 아버지는… 자신의 선택으로 죽은 거야. 너를 위해서.”

“나를… 위해서?”

“응. 그는 너를 구하려고 했어. 하지만 실패했지. 그래서 그는… 너를 구해달라고 나에게 부탁했어.”

그것은 침묵했다. 오랫동안. 그 까만 구멍 같은 눈동자에서 — 눈물이 흘러내렸다. 붉은 눈물.

“아바…”

그것이 바닥에 주저앉았다. 울고 있었다. 괴물이 울고 있었다.

안토니오는 그것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와라. 함께 가자. 너를 구할 수 있는 곳으로.”

그것은 망설였다. 그러나 마침내 그의 손을 잡았다. 그 손은 작았고, 차가웠다. 그러나 그 차가움 속에서도 생명의 온기가 느껴졌다.

1795년 5월 18일, 오후 2시. 암스테르담 요새 앞.

안토니오, 소피아, 그리고 라덴의 딸(괴물). 셋이서 요새 앞에 서 있었다. 그들의 뒤에는 밀림이 있었다. 그들의 앞에는 요새의 높은 벽.

요새 문이 열렸다. 반 데르 헤이덴이 걸어나왔다. 그의 뒤에는 군인들. 열 명. 모두 소총을 겨누고 있었다.

“003. 004. 그리고… 그게 뭐지? 라덴의 딸?”

반 데르 헤이덴이 그것을 가리키며 비웃었다.

“괴물을 데리고 오다니. 너는 정말 이상한 취미를 가졌구나.”

“조용히 해. 나는 너와 거래하러 온 거야.”

“거래? 네가 무슨 거래를 하겠다는 거지? 너는 이미 네 모든 것을 잃었어. 네 여자는 병들었고, 너는 부상당했고, 너의 유일한 무기는 그 괴물뿐이야.”

“그래도. 나는 거래할 수 있어. 내가 가진 기술로.”

“네 기술? 그 기술은 이미 내 손에 있어. 네가 라덴에게 준 그 종이. 나는 그것을 분석했어. 충분히 활용할 수 있어. 너는 더 이상 필요 없어.”

반 데르 헤이덴이 손을 들어 올렸다. 군인들이 소총을 겨누었다.

“이제, 너희는 여기서 죽을 거야. 003, 004, 그리고 괴물. 모두.”

그가 손을 내리려는 순간, 그것이 움직였다.

빠르게. 마치 짐승처럼. 그것은 군인들 사이로 파고들었다. 손톱으로 할퀴었다. 이빨로 물었다. 군인들이 비명을 질렀다. 총성이 울렸다. 그러나 그것은 멈추지 않았다.

“도망쳐!”

안토니오가 소피아의 손을 잡고 밀림으로 달렸다. 뒤에서는 총성과 비명이 계속해서 울렸다.

그들이 밀림 속으로 깊이 들어갔을 때, 뒤가 조용해졌다.

안토니오가 뒤돌아보았다. 그것은 오지 않았다.

“저것은…”

소피아가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저것은… 우리를 위해 싸웠어. 그리고…”

“그리고 죽었을지도 몰라. 아니면 잡혔거나.”

안토니오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의 어깨가 다시 아프기 시작했다. 상처가 다시 터진 것 같았다.

“이제 어떻게 하지?”

소피아가 물었다.

“몰라. 하지만 계속 싸울 거야. 그들의 희생을 헛되게 하지 않기 위해.”

그가 일어나려는 순간, 밀림 사이로 한 남자가 걸어나왔다.

반 데르 헤이덴이었다. 그의 옷은 피에 흠뻑 젖어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상처가 있었다. 그것에게 할퀸 자국. 그러나 그는 살아 있었다.

“도망가려고? 안 된다.”

그가 권총을 꺼냈다. 안토니오를 겨누었다.

“이제, 네 차례다, 003.”

안토니오는 반 데르 헤이덴의 총구를 바라보았다. 그의 머릿속은 복잡했다. 도망칠 것인가, 맞설 것인가. 소피아를 지킬 것인가, 자신의 복수를 할 것인가.

그는 선택해야 했다.

그리고 그는 선택했다.

🧭 당신의 선택은? (최종 분기점)

안토니오의 선택은?

👉[선택 1] “산 채로 잡히겠다. 네덜란드에 협력하겠다.”

👉[선택 2]“죽음을 택하겠다. 끝까지 싸우겠다.” 

(※ 선택하신 분기점의 다음 화를 결제하시면,안토니오의 잔혹한 운명의 대단원이 시작됩니다.)

목록으로 (클릭)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