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화: 외로운 십자군
2000년 봄, 파리 5구.
쥘리에트는 작은 아파트에서 혼자 살고 있었다. 방 하나짜리 아파트였다. 침대, 책상, 그리고 옷장 하나가 전부였다. 벽지는 벗겨져 있었고, 창문은 오래되어 바람이 새어 들어왔다. 하지만 그녀는 불평하지 않았다. 그녀는 이미 더 나쁜 환경에서 살아본 적이 있었다. 그녀는 책상에 앉아 서류를 정리하고 있었다. 그녀 앞에는 두꺼운 파일 뭉치가 쌓여 있었다. 그녀의 필체로 가득 채워진 종이들이었다.
“티에리 베르나르. 1960년생. 심리학 전공. 1990년, 첫 번째 사기 사건으로 기소됨. 하지만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
그녀는 그가 이전에 저지른 범죄들을 하나하나 기록하고 있었다. 몇 달간의 조사 끝에, 그녀는 그의 과거를 조금씩 알아내고 있었다. 그녀는 법원 기록을 뒤졌다. 그녀는 신문 기사를 찾아다녔다. 그녀는 피해자들을 만나러 다녔다.
“그는 사람들의 약점을 파고드는 데 천재예요. 당신의 가족도 곧 그의 희생양이 될 거예요.”
한 피해자가 그녀에게 말했다. 그녀는 그의 말을 잊지 않았다. 그녀는 가족들을 구해야 했다. 그녀는 포기할 수 없었다. 그녀는 매일 밤 늦게까지 조사했다. 그녀의 눈 밑에는 까만 그늘이 졌다. 그녀의 건강은 나빠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그날 밤, 그녀는 다시 늦게까지 일했다. 시계는 새벽 2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녀는 책상에 엎드려 잠이 들었다. 그녀의 꿈속에 가족들이 나타났다. 이자벨이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녀는 그 손을 잡으려 했지만 닿지 않았다. 그녀는 꿈에서 깨어났다. 그녀의 뺨에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2000년 여름, 파리 경찰서.
쥘리에트는 다시 경찰서를 찾았다. 그녀는 이곳을 여러 번 방문했다. 그녀는 경찰관들의 얼굴을 모두 기억하고 있었다. 그녀는 접수 창구에 서류를 내밀었다.
“이것 좀 봐주세요. 티에리 베르나르가 이전에 저지른 사기 사건들입니다. 그는 위험한 인물이에요. 제 가족이 위험에 빠져 있어요.”
경찰관은 서류를 받아 훑어보았다. 그의 표정은 무덤덤했다. 그는 이미 그녀에게 익숙해져 있었다.
“드 라클로 씨, 당신이 제출한 자료를 검토해 보겠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가족들은 자발적으로 그렇게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당신의 어머니는 경찰에 ‘딸이 정신병에 걸렸다’고 진술했습니다.”
쥘리에트는 충격을 받았다.
“그건 티에리가 시킨 거예요! 그가 어머니를 조종하고 있는 거예요!”
“증거가 있나요?”
그녀는 침묵했다. 그녀는 증거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녀는 단지 의심만 가지고 있었다. 그녀의 의심은 확신으로 바뀌었지만, 확신은 증거가 아니었다. 그녀는 경찰서를 나왔다. 그녀는 비를 맞으며 길을 걸었다. 파리의 비는 차가웠다. 그녀의 옷은 흠뻑 젖었다. 그녀는 몸을 떨었다. 그녀는 자신이 너무 무력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아파트로 돌아왔다. 그녀는 옷을 갈아입지 않았다. 그녀는 그냥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녀는 울었다. 그녀는 오랫동안 울었다.
2000년 가을, 파리 일간지 사무실.
쥘리에트는 기자 ‘필리프 마르탱(Philippe Martin)’을 만나기 위해 이곳에 왔다. 그는 사건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기자였다. 그녀는 그에게 모든 것을 이야기했다. 티에리가 어떻게 가족들에게 접근했는지, 어떻게 음모론을 주입했는지, 어떻게 가족들을 고립시켰는지.
“저는 이 이야기를 기사로 써 주셨으면 합니다. 그래야 누군가 우리 가족을 도와줄 거예요.”
필리프는 잠시 생각했다. 그는 쥘리에트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절박함과 간절함이 담겨 있었다.
“드 라클로 씨, 당신의 이야기는 충분히 흥미롭습니다. 하지만 아직 확실한 증거가 없습니다. 저는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기사로 쓸 수 없습니다.”
“증거는 제가 가지고 있어요. 제가 조사한 자료들을 보여드릴 수 있습니다.”
쥘리에트는 두꺼운 파일을 꺼냈다. 필리프는 그것을 받아 읽기 시작했다. 그는 몇 페이지를 넘기다가 멈추었다. 그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이것…… 당신이 직접 조사한 건가요?”
“네. 몇 달 동안 밤새워서요.”
필리프는 파일을 덮었다. 그는 쥘리에트를 바라보았다.
“더 조사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가능하면 기사를 쓰도록 하겠습니다.”
그것은 완전한 승낙이 아니었다. 하지만 적어도 문은 열렸다. 그녀는 그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그녀는 사무실을 나섰다. 그녀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가을 하늘은 높고 푸르렀다.
2001년 1월, 파리 일간지.
필리프 마르탱의 기사가 실렸다. 제목은 ‘샤토에 갇힌 귀족들 – 한 사기꾼의 심리적 조작’이었다. 기사는 주목을 받았다. 사람들은 이 기괴한 이야기에 열광했다.
“드 라클로 씨, 축하합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필리프가 전화했다. 쥘리에트는 기쁘면서도 불안했다.
“제 가족들은 어떻게 반응하고 있나요?”
“아직 연락이 없습니다. 하지만 곧 누군가 나서겠죠.”
며칠 후, 경찰서에서 전화가 왔다.
“드 라클로 씨, 당신의 사건을 재검토하고 있습니다. 다시 한번 진술을 해 주시겠습니까?”
쥘리에트는 곧바로 경찰서로 달려갔다. 그녀는 다시 한번 모든 것을 이야기했다. 이번에는 경찰관들의 태도가 달랐다. 그들은 그녀의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당신이 제출한 자료와 기사의 내용을 바탕으로 수사를 진행하겠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필요합니다.”
“얼마나 걸리나요?”
“몇 개월 정도. 너무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예요.”
쥘리에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기다릴 수 있었다. 그녀는 이미 몇 년을 기다렸다. 몇 개월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녀는 경찰서를 나왔다. 그녀의 발걸음은 가벼워졌다.
2001년 봄, 파리 5구 아파트.
쥘리에트는 책상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창문을 열어 두었다. 바깥에서 봄바람이 들어왔다.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녀는 오랜만에 냄새를 맡았다. 꽃향기, 흙내음, 그리고 자유의 냄새.
그녀는 오늘 경찰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드 라클로 씨, 당신의 가족들을 찾았습니다. 그들은 모두 건강합니다. 영양실조 상태이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습니다. 티에리 베르나르는 체포되었습니다. 그는 스위스에서 호화 생활을 누리다가 붙잡혔습니다.”
그녀는 그 말을 여러 번 읽었다.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맺혔다.
그녀는 일기를 꺼냈다. 그녀는 마지막 페이지를 펼쳤다.
“오늘, 드디어 끝이 났다. 아니, 끝이 시작되었다. 우리는 모든 것을 잃었다. 재산, 명예, 시간. 하지만 우리는 서로를 되찾았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두렵지 않다. 나는 이미 가장 힘든 시간을 견뎌냈다. 나는 더 이상 두려울 것이 없다.
아버지, 당신이 말한 대로 진실은 가장 강력한 무기입니다. 저는 그 무기를 사용했습니다. 저는 가족을 구했습니다.”
그녀는 일기를 덮었다. 그녀는 그것을 책상 서랍에 넣었다. 그녀는 일어나 창가로 걸어갔다. 그녀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파리의 거리는 활기차게 움직이고 있었다. 사람들, 자동차들, 그리고 흐르는 시간.
그녀는 미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