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의 그림자 대만편 #001] 일월명공 – 1화: 눈빛의 이상

1화: 눈빛의 이상

장화현(彰化縣)의 봄은 느릿하다. 논에는 모내기가 끝나고 어린 싹들이 바람에 흔들린다. 타이베이처럼 빌딩 숲이 빼곡하지 않다. 사람들은 아는 얼굴끼리 인사를 나누며 살아간다.

잔춘자오(詹淳皓)는 고등학교 3학년이었다. 키는 크지 않았지만, 성적은 학교에서 상위권이었다. 그는 대학 입시를 준비하며 하루하루를 바빴다. 그의 방 책상 위에는 수능 모의고사 문제집과 함께 가족 사진이 한 장 놓여 있었다.

사진 속에는 어머니 황펀전(黃芬珍)이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녀는 평범한 가정주부였다. 아침이면 남편과 아들의 밥을 차리고, 낮에는 텔레비전을 보다가, 저녁에는 동네 산책을 나갔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 그녀의 일상에 변화가 생겼다.

“자오, 엄마 요즘 새로 배우는 게 있어.”

“뭔데요?”

“마음 수련이야. 요가도 하고, 명상도 해. 정말 좋아. 엄마도 너를 데려가고 싶어.”

잔춘자오는 어머니가 처음 그 말을 꺼냈을 때 별생각 없이 넘겼다. 엄마가 새로운 취미를 가진 것 정도로 생각했다.

그것이 ‘일월명공(日月明功)’이라는 이름의 사이비 종교였다는 것을, 그는 그때 몰랐다.

‘일월명공’은 겉보기에는 평범한 학원이었다. 타이베이와 대만 중부에 지부를 두고, 요가와 댄스, 마음 수련을 가르친다고 홍보했다. 신도들은 대부분 가정주부와 지식인층이었다.

교주는 천차오친(陳巧欽). 50대 초반의 여성이었다. 그녀는 부드러운 말투와 자애로운 미소로 신도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당신은 특별합니다”, “당신은 더 나은 사람이 될 자격이 있습니다”, “저를 따르면 당신의 삶은 치유될 것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전혀 해롭지 않아 보였다. 오히려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 내면은 달랐다. 교주는 신도들에게 자신의 말이 절대적이라고 가르쳤다. 어떤의문도 품지 말라고 했다. 신도들은 서로를 감시했다.의문을 품는 자는 ‘악령에 들렸다’고 낙인찍혔다.

황펀전은 그곳에 빠져들었다. 처음에는 주 1회. 다음에는 주 3회. 다음에는 거의 매일. 그녀는 집에 있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남편은 말렸다. 아들은 이상함을 느꼈다.

“엄마, 요즘 너무 자주 나가시는 거 아니에요?”

“너는 몰라. 거기가 얼마나 좋은 곳인지. 엄마는 거기서 진짜 평화를 찾았어.”

잔춘자오는 더 이상 말리지 않았다. 엄마가 행복해하니까. 그게 가장 중요했다.

그러나 그 선택이 얼마나 비극적인 결과를 낳을지, 그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2013년 3월, 봄이 무르익어 갈 무렵. 어느 날, 황펀전은 일월명공의 합숙소에 참석했다. 합숙소는 장화현 외곽의 한적한 농장 안에 있었다. 창문은 모두 가려져 있었고, 안은 어둡고 음산했다.

교주 천차오친이 그녀를 불렀다.

“펀전, 네 아들이 걱정돼.”

“네? 무슨 말씀이세요?”

“내 눈에는 너의 아들이 이상해 보여. 눈빛이 초점이 없어. 아마 악령에 들렸거나, 마약을 한 게 분명해.”

황펀전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럴 리가… 우리 아들은 공부도 잘하고, 말썽도 안 부리는데…”

“네 눈에는 그래 보일 거야. 엄마는 아들의 문제를 보지 못하게 되어 있어. 하지만 나는 봐. 나는 천사니까. 네 아들을 구하고 싶으면, 내 말을 따라야 해.”

교주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하지만 그 안에는 거역할 수 없는 무게가 있었다. 황펀전은 잠시 망설였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너무 깊게 빠져 있었다. 그녀는 교주의 말을의심할 수 없었다.

“알겠습니다. 어떻게 하면 되죠?”

“아들을 여기로 데려와. 내가 치료해 줄게. 악령을 쫓아내고, 정상으로 만들어 줄게.”

황펀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집으로 돌아갔다.

며칠 후, 황펀전은 아들을 농장으로 데려왔다.

“엄마, 여기가 어디예요? 왜 창문이 없어요?”

“괜찮아, 여기는 몸과 마음을 정화하는 곳이야. 며칠만 있으면 돼.”

잔춘자오는 이상함을 느꼈다. 하지만 엄마를 믿었다. 그는 그곳에 머물기로 했다.

그 방은 좁았다. 침대 하나, 그리고 벽에 걸린 교주의 초상화. 그는 그 초상화를 바라보았다. 무언가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는 그 느낌을 무시했다.

이틀째 되는 날, 교주가 방에 들어왔다. 그녀의 뒤에는 두 명의 남성이 따라왔다.

“너, 마약 했지?”

“아니요. 저는 마약 같은 거 안 해요.”

“거짓말. 네 눈빛을 봐. 악령이 네 몸속에 들어왔어. 내가 쫓아내 줄게.”

그녀가 손짓했다. 남성들이 잔춘자오를 결박했다. 그는 저항하려 했지만, 힘이 부쳤다.

“살려줘요! 엄마! 엄마!”

황펀전은 문 밖에서 그 비명을 들었다. 그녀는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문을 열지 않았다.

“이것이 치료야. 이것이 네 아들을 구하는 길이야.”

교주의 말이 그녀를 붙잡았다.

그날 이후, 잔춘자오의 지옥이 시작되었다.

매일, 교주와 신도들이 그의 방에 들어왔다. 그들은 쇠파이프와 대나무 채찍을 들고 있었다. 그들은 그의 몸을 마구 때렸다. 그는 비명을 질렀다.

“살려줘요! 아파요! 제발 그만!”

“악령이 나올 때까지 멈추지 않아. 참아.”

어머니는 문 밖에서 주문을 외우고 있었다. 그녀는 아들의 비명을 들었다. 가슴이 미어졌다. 하지만 그녀는 교주를의심할 수 없었다.

‘이것이 치료야. 이것이 아들을 구하는 길이야.’

그녀는 자신을 속였다.

음식은 거의 주어지지 않았다. 하루에 죽 몇 모금과 물 한 잔. 잔춘자오는 점점 쇠약해져 갔다. 그의 몸에는 멍과 상처가 가득했다. 그는 더 이상 비명을 지를 힘조차 없었다.

그렇게 18일이 지났다.

어느 날 아침, 신도들이 그의 방에 들어갔을 때, 그는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교주님, 아이가…”

천차오친은 그의 맥박을 확인했다. 이미 죽은 후였다.

“이런… 어쩔 수 없네. 악령이 너무 강했어.”

황펀전은 그 말을 듣고 무너져 내렸다. 하지만 그녀는 교주를 원망하지 않았다.

‘내가… 내가 아들을 구하지 못했어. 나의 잘못이야.’

그녀는 자신을 탓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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