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복리의 무게
문이 열리고 들어온 첫 손님은 50대의 백인 남자였다. 원양어선에서 갓 내린 선원처럼 보였다. 손등에는 희미한 타투가 번져 있었고, 옷에서는 소금기와 경유 냄새가 배어 있었다. 그는 샬리니를 한 번 훑어보고는 아무 말 없이 침대 모서리에 걸터앉았다.
샬리니는 탁자 위의 작은 시계를 바라봤다. 오후 8시 12분. 그녀는 침대에서 일어나 문을 닫았다. 문이 닫히자, 복도 반대편 방에서 들려오는 낮은 신음 소리와 에어컨 실외기의 굉음만이 방 안을 가득 메웠다.
그녀는 손가락으로 청바지 주머니 속의 학생증을 한 번 더 만졌다. 플라스틱 카드의 모서리가 손톱 밑을 찔렀다. 그리고 그녀는 등을 돌렸다.
30분 후, 남자는 지폐 몇 장을 탁자 위에 올려놓고 방을 나갔다. 샬리니는 그 돈을 세지 않았다. 어차피 이 돈은 그녀의 손에 남지 않을 것이었다. 목요일이면 아카시가 와서 모든 것을 가져갈 것이었다.
그녀는 탁자 위의 지폐를 집어 들었다. 50피지달러였다. 그녀는 지폐를 반으로 접어 Westpac 카드가 있어야 할 자리에 대신 밀어 넣었다. 그리고 가방에서 경영학 원론 교재를 꺼내 다시 펼쳤다. 에어컨 실외기의 굉음이 계속해서 벽을 타고 진동해 왔다.
밤이 깊어질수록 손님은 더 많아졌다. 어떤 이는 술에 취해 있었고, 어떤 이는 말없이 들어왔다 말없이 나갔다. 그때마다 탁자 위에는 지폐가 쌓였다. 샬리니는 그 지폐들을 모아 교재 밑에 숨겼다. 그리고 매번 같은 동작을 반복했다. 문이 닫히면 교재를 펴고, 문이 열리면 교재를 덮었다.
다음 목요일, 아카시는 평소보다 더 무거운 배낭을 메고 나타났다.
샬리니는 카페에서 일하는 오후 교대를 마치고 ATM 부스 앞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은 그녀의 Westpac 카드뿐 아니라, 그녀가 일주일 동안 모은 현금 350피지달러도 함께 건네야 했다. 디네시의 새로운 규칙이었다. 마사지숍에서 벌어들인 현금도 이제 공식 수금 대상에 포함되었다.
아카시는 그녀가 건넨 지폐 뭉치를 받아 세었다. 그의 손가락이 지폐를 한 장씩 넘기는 소리만이 적막을 메웠다.
“350.” 그가 말했다. “정확하네.”
“당연히 정확해야죠. 한 장이라도 모자라면 디네시가 뭐라고 할지 알잖아요.”
아카시는 지폐를 배낭에 넣고, 이번에는 그녀의 Westpac 카드를 기계에 넣었다. 이번에는 급여가 입금되는 날이 아니었기 때문에 잔액 조회만 했다. 잔액은 20달러. 지난주 그녀에게 남겨준 그 20달러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아직 안 썼네.”
“쓸 돈이 없어요.”
아카시는 카드를 그녀에게 돌려주며 잠시 망설였다. 그러고는 배낭에서 지폐 한 장을 더 꺼내 그녀에게 내밀었다. 10달러였다.
“이건… 디네시가 모르는 거야.”
샬리니는 그 10달러를 받아 들었다. 아카시의 얼굴에는 무언가 말하고 싶어 하는 기색이 역력했지만, 그는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 대신 배낭을 고쳐 메고 다음 ATM 기기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샬리니는 그의 뒷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녀는 손에 쥔 10달러를 바라봤다. 그리고는 Westpac 카드와 함께 그 돈을 주머니 깊숙이 밀어 넣었다.
그날 밤, 샬리니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책상 앞에 앉았다. 그녀가 세들어 사는 곳은 USP 캠퍼스에서 버스로 20분 거리에 있는 낡은 셰어하우스의 작은 방이었다. 방세는 한 달에 200피지달러였고, 이미 두 달이 밀려 있었다. 집주인은 그녀의 사정을 알고 있었지만, 더 이상 봐줄 수 없다고 통보해온 상태였다.
그녀는 노트북을 열고 엑셀 시트를 띄웠다. 지난 석 달 동안의 차입금과 이자, 그리고 상환 내역을 정리한 표가 나타났다. 그녀는 커서를 움직이며 숫자를 하나하나 따라갔다.
최초 차입금은 3,000피지달러였다. USP의 밀린 학비와 방세, 그리고 교재비를 합친 금액이었다. 조건은 단순했다. 격주 20% 이자. 즉 2주마다 원금의 20%가 이자로 추가되고, 그 이자는 다시 원금에 합산되어 다음 주기의 이자 계산 기준이 되었다. 복리였다.
그녀가 지금까지 상환한 금액은 총 2,400피지달러였다. 카페 급여에서 인출된 금액과 마사지숍에서 번 돈을 합친 액수였다. 그러나 현재 그녀의 총 채무 잔액은 오히려 증가해 있었다. 3,000피지달러로 시작한 빚이 석 달 만에 4,200피지달러로 불어나 있었다. 그녀가 갚은 돈은 고스란히 이자로 잡혔고, 원금은 한 푼도 줄지 않았다.
그녀는 엑셀 시트의 셀을 손톱으로 톡톡 두드렸다. 격주 20% 복리. 이 수학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했다. 그녀가 아무리 돈을 벌어도, 아무리 열심히 갚아도, 원금은 절대 줄지 않았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불어나기만 했다. 이것은 채무가 아니라 평생 지속되는 굴레다.
그녀는 노트북을 닫고 침대에 앉았다. 그리고 Westpac 카드를 꺼내 손에 쥐었다. 플라스틱 카드의 표면은 이미 여러 번 긁혀 흠집이 나 있었고, 마그네틱 띠 부분은 손때에 절어 검게 변색되어 있었다. 그녀는 엄지손톱으로 그 검은 때를 긁었다. 작은 플라스틱 부스러기가 손톱 밑에 끼었다.
그녀는 카드를 내려놓고, 대신 가방 속에서 학생증을 꺼냈다. 사진 속의 그녀는 여전히 웃고 있었지만, 그 웃음은 이제 너무 멀게 느껴졌다. 그녀는 학생증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그 옆에 Westpac 카드를 나란히 놓았다. 두 장의 플라스틱 카드가 형광등 아래서 나란히 빛나고 있었다. 하나는 그녀의 정체성을 증명하는 카드였고, 다른 하나는 그 정체성을 저당 잡힌 굴레였다.
일요일 저녁 7시, 샬리니는 방 안에서 휴대폰을 손에 쥔 채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 시간이면 고향의 아버지가 마을 공중전화에서 그녀의 번호로 전화를 걸어왔다. 그녀는 매주 이 시간을 기다리면서도 두려워했다.
7시 12분, 전화벨이 울렸다.
“샬리니, 나야. 아빠다.”
아버지의 목소리는 항상 그랬듯 밝고 힘이 넘쳤다. 수화기 너머로는 마을 교회의 저녁 종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그녀는 그 종소리를 들으며 고향의 풍경을 떠올렸다. 사탕수수 밭 사이로 난 흙길, 저녁이면 붉게 물드는 서쪽 하늘, 그리고 아버지의 낡은 트럭 소리.
“공부는 잘되고 있니?”
“네, 아빠. 곧 중간고사예요.”
“돈은 부족하지 않니? 이번 주에 사탕수수 값이 조금 들어왔어. 얼마 안 되지만…”
“괜찮아요. 저 여기서 아르바이트도 하고 있고, 학교 장학금도 받았어요.”
장학금은 거짓말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아버지의 목소리에 묻어나는 안도감을 느끼며, 이 거짓말이 진실보다 낫다고 생각했다. 아버지는 잠시 침묵하더니, 갑자기 목소리를 낮추었다.
“딸아, 이상한 소문이 마을에 돌고 있더라. 네가 수도에서 돈을 빌렸다든지, 무슨 사채 같은 걸 썼다든지… 사실이 아니지?”
샬리니의 심장이 멈추는 듯했다. 디네시가 진짜로 고향 교회에 전화를 한 것일까. 아니면 교회 앞에서 망신을 당했을 때, 그곳에 있던 누군가가 소문을 퍼뜨린 것일까. 어느 쪽이든, 소문은 이미 라우토카까지 도달해 있었다.
“그냥 소문이에요, 아빠. 누군가가 질투해서 그러는 거예요.”
“그렇지? 나도 그럴 줄 알았다. 네가 우리 마을 최초의 대학생이니까, 시기하는 사람들이 많을 거야. 신경 쓰지 마라. 아빠는 항상 네 편이야.”
“고마워요, 아빠.”
전화를 끊자, 방 안은 다시 적막해졌다. 샬리니는 휴대폰을 침대 위에 내려놓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손바닥이 땀으로 축축했다. 그녀는 자신의 거짓말이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그녀는 Westpac 카드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손톱으로 카드의 모서리를 힘껏 눌렀다. 플라스틱이 살을 찔렀지만,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통증만이 그녀가 아직 무언가를 느끼고 있다는 증거였다.
목요일이 다시 돌아왔다.
이번에는 아카시 혼자가 아니었다. 그의 뒤에는 디네시가 직접 와 있었다. 디네시는 수바 항구의 습한 열기 속에서도 말끔한 리넨 셔츠와 광택 나는 구두를 신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여전히 부드러운 미소가 걸려 있었지만, 눈빛은 차가웠다.
“샬리니, 요즘 근황이 어때요? 학교는 잘 다니고 있고?”
샬리니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디네시의 뒤에 선 아카시의 얼굴을 바라봤다. 아카시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당신이 성실하게 갚고 있는 건 알아요. 하지만 지금 속도로는 원금이 줄어들 기미가 안 보이네요.” 디네시가 계속 말했다. “그래서 새로운 제안을 하나 하려고요.”
그는 주머니에서 접힌 서류 한 장을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
“당신이 일하는 마사지숍 말고, 다른 곳이 있어요. 좀 더 손님이 많은 곳. 수입도 훨씬 좋고. 대신… 근무 시간이 조금 더 길어질 뿐이에요.”
샬리니는 서류를 받아 들었다. 계약서였다. 그녀는 첫 장을 넘겨 보지도 않고 다시 접었다.
“이건 계약이 아니라 노예 문서잖아요.”
“말이 심하네요. 나는 그냥 당신을 도와주는 것뿐인데. 당신이 원하면, 당장 이 모든 것을 그만둘 수도 있어요. 물론… 그러면 당신의 여권은 좀 곤란해지겠지만.”
디네시의 미소는 여전히 부드러웠다. 그 부드러움이 더 잔인하게 느껴졌다.
샬리니는 서류를 그의 가슴에 밀어 넣으며 말했다.
“생각할 시간을 주세요.”
“물론이죠. 하지만 일주일 이상은 안 돼요. 그때까지 결정하지 않으면, 내가 당신을 위해 결정할 테니까.”
디네시는 뒤돌아서며 아카시에게 손짓했다. 아카시가 배낭을 고쳐 메고 그를 따랐다. 잠시 후, ATM 기계의 전자음이 다시 울렸다. 오늘도 그녀의 급여는 디네시의 금고로 흘러 들어갔다.
샬리니는 손에 쥔 Westpac 카드를 내려다봤다. 카드의 모서리는 이미 여러 번 접히고 긁혀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그녀는 그 카드를 두 손으로 잡고 천천히 구부렸다. 플라스틱이 휘어지며 하얗게 변색되었다. 그러나 완전히 부러뜨리지는 못했다. 그 카드는 그녀의 유일한 은행 계좌와 연결된, 부러뜨릴 수 없는 사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