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목요일의 기계음
목요일 오후 3시, 수바 시내의 웨스트팩 은행 ATM 부스 앞.
샬리니는 길 건너편 가로수 그늘 아래 서서 자신의 은행 카드가 기계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카드를 쥔 손은 그녀의 것이 아니었다. 아카시의 두꺼운 손가락이 그녀의 카드를 기계에 밀어 넣고, 이어서 비밀번호를 입력했다. 그 번호는 샬리니가 직접 알려준 것이었다. 석 달 전, 처음 대출 서류에 서명하던 날, 디네시의 사무실에서.
ATM 기계가 낮고 기계적인 전자음을 냈다. 지폐가 한 묶음씩 밖으로 배출되고, 아카시는 그것을 낡은 배낭 안으로 쓸어 담았다. 샬리니는 멀리서 그 광경을 지켜보며 손톱으로 자신의 엄지손톱 밑을 문질렀다.
아카시가 다시 카드를 기계에 넣었다. 잔액 조회. 영수증이 출력되고, 그는 잠시 숫자를 확인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카드를 빼내 배낭 안에 넣었다. 그 배낭 안에는 그녀의 카드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수십 장의 웨스트팩 카드가 고무줄로 묶여 다발을 이루고 있었다. 격주 목요일마다 아카시는 수바 시내의 ATM 기기를 돌며 이 카드들을 하나하나 급여 계좌에 꽂아 넣고, 디네시의 금고로 흘러들어갈 현금을 수금했다.
아카시가 ATM 부스를 나왔다. 샬리니는 가로수 그늘에서 한 걸음 물러섰지만, 아카시는 이미 그녀를 발견하고 천천히 다가왔다. 그의 얼굴에는 동정인지 체념인지 모를 표정이 스쳐 있었다. 그는 배낭에서 지폐 두 장을 꺼내 그녀에게 내밀었다. 20피지달러였다.
“다음 주 목요일까지.”
샬리니는 지폐를 받아 쥐었다. 종이는 이미 여러 번 접혔다 펴진 듯 낡고 구겨져 있었다. 그녀는 20달러를 조심스럽게 청바지 주머니에 넣으며 입을 열었다.
“이자율이 또 올랐어요.”
“나는 모르는 일이야. 디네시한테 직접 물어봐.”
아카시는 더 이상 말을 섞지 않았다. 그는 배낭을 고쳐 메고 다음 ATM 기기를 향해 걸어갔다. 그의 뒷모습은 수바 시내의 습한 열기 속으로 금세 사라졌다.
샬리니는 손바닥을 펼쳐 보았다. 방금 전까지 그녀의 손에 쥐어져 있던 플라스틱 카드의 감촉이 아직 남아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엄지손톱으로 검지 옆면을 꾹 눌렀다. 작은 통증이 번졌다. 그녀는 그 통증에 집중하며 걸음을 옮겼다.
샬리니는 버스 터미널 쪽의 작은 식료품점 앞에 멈춰 서서, 주머니에서 20달러를 꺼냈다. 진열대 위의 식빵 두 봉지와 계란 한 판, 그리고 가장 저렴한 홍차 티백 한 상자를 집어 계산대에 올렸다. 점원은 그녀의 얼굴을 알고 있었지만, 특별한 인사는 건네지 않았다. 이 동네에서는 모두가 각자의 사정을 안고 살아갔다.
계산을 마치고 남은 돈은 동전 몇 닢뿐이었다. 그녀는 동전을 주머니에 넣으며, 고향 마을의 사탕수수 밭을 떠올렸다. 라우토카 외곽, 드넓게 펼쳐진 사탕수수 농장 한가운데서 자란 그녀는 마을 전체의 기대와 가문의 전 재산을 털어 수도로 유학을 온 인물이었다. 아버지는 매주 일요일 저녁 전화를 걸어와 이렇게 물었다.
“공부는 잘되고 있니? 돈은 부족하지 않니?”
그녀는 매번 같은 대답을 했다. “괜찮아요, 아빠. 다 잘되고 있어요.”
그러나 작년 말부터 사탕수수 가뭄이 시작되면서 고향의 송금은 끊겼다. USP의 학비와 방세가 밀리기 시작했고, 퇴학 위기까지 몰렸을 때 그녀가 찾아간 곳이 디네시의 사무실이었다. 합법적인 소액 대출 업체로 등록된 그 사무실의 벽에는 피지 중앙은행의 인가증 사본이 액자에 담겨 걸려 있었다. 물론 가짜라는 것은 나중에야 알았다.
디네시는 서류를 내밀며 말했다. “아주 간단한 조건이야. 학비와 방세 전액을 일시불로 입금해 줄게. 대신, 네 은행 카드와 여권, 학생증을 담보로 맡겨야 해. 그리고 네가 받는 아르바이트 급여는 내 수금원이 직접 관리할 거야. 이자와 원금을 제하고 남는 돈은 네게 줄게.”
그렇게 해서 그녀의 플라스틱 감옥이 시작되었다. 격주 목요일마다 아카시가 그녀의 Westpac 카드로 급여 전액을 인출해 갔고, 격주 20%의 복리 이자가 원금에 더해졌다. 그녀가 카페에서 한 달 동안 일해 받는 급여는 약 400피지달러였지만, 그중 380은 디네시의 금고로 흘러 들어갔다. 그녀의 손에 남는 것은 고작 20달러. 식빵 두 봉지와 계란 한 판이 전부였다.
일요일 아침, 샬리니는 수바 시내의 작은 교회에 앉아 있었다. 의자에 걸터앉아 두 손을 무릎 위에 모은 채, 목사님의 설교를 듣고 있었다. 고향의 부모님은 매주 이 시간이면 그녀가 교회에 나와 기도하고 있을 거라고 믿었다. 실제로 그녀는 매주 나왔다. 신앙심 때문만은 아니었다. 이곳이 그녀에게 남은 유일한 안식처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오늘은 달랐다.
예배가 끝나고 교회 문을 나서는 순간, 그녀는 길 건너편에 서 있는 두 남자를 발견했다. 디네시의 부하들이었다. 그들은 샬리니의 얼굴을 확인하자마자 길을 건너 다가왔다. 교회 앞에는 아직 예배를 마치고 나오는 신도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샬리니! 네가 여기 있었구나.”
한 남자가 큰 소리로 말했다. 다른 신도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녀에게로 쏠렸다. 그 남자는 의도적으로 목소리를 더 높였다.
“돈은 언제 갚을 거야? 네가 빌려간 돈, 벌써 석 달째야. 우리 사장님이 기다리다 지치셨어.”
샬리니는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주변의 신도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걸음을 재촉하려 했지만, 다른 남자가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
“농부의 딸이 수도에 올라와서 사기를 치고 다니면 안 되지. 교회까지 나오면서 양심은 있니?”
“제발… 다음 주에 꼭…”
“다음 주? 지난주에도 다음 주라고 했잖아. 디네시 사장님이 이번에는 그냥 안 넘어가셔. 네 고향 교회에도 전화할 거라고.”
샬리니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고향 교회에 전화한다는 것은, 그 소식이 그녀의 아버지 귀에까지 들어간다는 뜻이었다. 그녀는 두 손을 모아 빌었다.
“제발… 부모님만은…”
“그럼 돈을 갚든가. 아니면 디네시 사장님이 제안한 다른 방법을 생각해 보든가.”
남자는 주머니에서 작은 쪽지 한 장을 꺼내 그녀의 손에 쥐어주었다. 그리고는 더 이상 아무 말 없이 동료와 함께 길을 건너 사라졌다.
샬리니는 떨리는 손으로 쪽지를 펼쳤다. 거기에는 수바 항만 배후지의 한 주소가 적혀 있었다. 간판 없는 건물, 2층, 노크 세 번. 그녀는 쪽지를 접어 주머니 깊숙이 밀어 넣었다. 그리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교회를 떠났다.
월요일 아침, 샬리니는 USP 캠퍼스 강의실에 앉아 있었다. 교수는 경영학 원론의 한 챕터를 강의하고 있었지만, 그녀의 귀에는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았다. 노트북은 펼쳐져 있었지만 화면은 절전 모드로 어두워져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Westpac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아카시가 돌려준 카드는 아니었다. 그것은 아카시의 배낭 속에 있었다. 그녀가 지금 손에 쥔 것은 학기 초에 만들었던 학생증이었다. 플라스틱 카드의 모서리가 손가락을 찔렀다.
학생증 사진 속의 그녀는 웃고 있었다. 불과 1년 전의 얼굴이었다. 사탕수수 밭을 떠나 수도로 향하던 날, 아버지가 버스 터미널까지 배웅 나와 그녀의 손을 잡고 말했었다.
“네가 우리 가문의 첫 대학생이야. 자랑스럽다.”
그 말이 지금은 바늘처럼 그녀의 가슴을 찔렀다. 그녀는 엄지로 학생증 사진 위를 문질렀다. 얼굴 부분의 플라스틱 코팅이 손때에 절어 뿌옇게 흐려져 있었다. 그녀는 손끝에 힘을 주어 더 세게 문질렀다. 마치 그 사진 속의 자신을 지워버리기라도 하려는 듯이.
강의가 끝나고, 그녀는 교정을 가로질러 도서관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같은 과 학생들이 모여 있는 라운지를 지나쳤다. 그들은 그녀를 보자 대화를 멈추었다. 어제 교회 앞에서 있었던 일이 이미 캠퍼스 전체에 소문이 난 모양이었다. 샬리니는 고개를 숙이고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그녀의 뒤에서 속삭임이 다시 시작되었다.
도서관 구석 자리에 앉아, 그녀는 가방에서 노트북을 꺼냈다. 그리고 주머니 속의 쪽지를 다시 꺼내 펼쳐 보았다. 수바 항만 배후지의 주소. 간판 없는 건물. 그녀는 그 주소를 구글 지도에 입력했다. 화면에 나타난 것은 낡은 콘크리트 건물이었다. 1층은 철제 셔터가 내려져 있었고, 2층은 창문이 없었다. 스트리트 뷰를 이리저리 돌려보았지만, 건물의 정체를 알 수 있는 표지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녀는 노트북을 닫고, 접힌 쪽지를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Westpac 카드 대신 학생증을 손에 쥔 채, 도서관의 형광등 아래 오래도록 앉아 있었다.
그날 밤, 샬리니는 결국 항구 배후지의 그 건물 앞에 서 있었다.
콘크리트 벽은 오래된 비바람에 까맣게 얼룩져 있었고, 1층 철제 셔터에는 낙서들이 겹쳐 있었다. 그녀는 쪽지에 적힌 대로 옆문을 찾아 두드렸다. 세 번. 잠시 후 문이 열리고, 40대 여자가 그녀를 훑어보았다. 여자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안쪽으로 까딱였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복도 끝에서 에어컨 실외기의 굉음이 벽을 타고 진동해 왔다. 눅눅한 콘크리트 벽 사이로 더운 공기가 먼지와 함께 흘러다니고 있었다. 복도 양옆으로는 얇은 합판으로 칸막이된 작은 방들이 늘어서 있었다. 그중 한 방의 문이 열려 있었고, 안에는 좁은 침대와 작은 탁자뿐이었다. 창문은 없었다.
여자가 그녀에게 방으로 들어가라는 손짓을 했다. 그리고 말했다.
“한 시간 뒤에 첫 손님 올 거야.”
샬리니는 방 안으로 들어섰다. 문이 닫히자, 에어컨 실외기 소리가 더욱 크게 들려왔다. 그녀는 침대 모서리에 걸터앉아 가방을 열었다. 가방 안에는 USP 경영학 원론 교재가 들어 있었다. 내일 아침에는 중간고사가 있었다. 그녀는 교재를 꺼내 펼쳤다. 에어컨 실외기의 굉음 속에서, 그녀는 공급망 관리 챕터를 읽기 시작했다.
한 시간 후, 문이 열렸다. 그녀는 교재를 덮고, 학생증을 가방 깊숙이 밀어 넣었다.
그리고 일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