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갈림길
아침 8시, 알베르트는 사무실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창밖으로는 밤새 내린 폭우가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든 정글이 보였다. 나뭇잎마다 빗방울이 맺혀 무겁게 처져 있었고, 땅에서는 증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볼펜을 쥔 손바닥의 땀 때문에 종이 위의 검은 잉크가 번져나가고 있었다. 그가 매일 아침 작성하는 물류 일지의 마지막 줄이 흐릿하게 흐트러져 있었다.
그는 손에 쥔 볼펜을 내려놓고 손바닥을 작업복 바지에 문질렀다. 컴퓨터 모니터에는 맥과이어가 요구한 가짜 투자자 보고서가 반쯤 완성된 상태로 떠 있었다. 생산량 15% 상향, 운영비 10% 하향. 숫자들은 깔끔하게 맞아떨어졌지만, 그 숫자들 뒤에 숨은 진실은 끔찍했다.
문이 열리고 맥과이어가 들어왔다. 오늘 그는 평소보다 더 단정한 차림이었다. 새로 다림질한 셔츠, 광택을 낸 구두. 그의 손에는 또 다른 서류 봉투가 들려 있었다. 습기를 잔뜩 머금어 흐물거리는 크라프트 종이 봉투가 알베르트의 손끝에서 눅눅하게 찢어질 듯 늘어났다. 그는 알베르트의 맞은편 의자에 앉으며, 봉투를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알베르트, 자네에게 맡길 새로운 업무가 있어.”
그는 봉투에서 서류 한 장을 꺼내 알베르트 앞으로 밀었다. ‘컨테이너 #HML-2049 최종 선적 승인서’라는 제목이 상단에 찍혀 있었다. 수취인은 ‘모바일 스쿼드 제7타격대’, 화물은 ‘발전기 터빈 및 윤활유’, 중량은 1,960kg으로 기재되어 있었다.
“이 서류에 네 서명이 필요해. 컨테이너 #2049를 오늘 오후에 북쪽 검문소로 보내야 하거든. 네가 마지막으로 화물을 확인했으니, 네 서명이 있어야 출발이 가능해.”
알베르트는 서류를 내려다보았다. 그 컨테이너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그는 알고 있었다. M16 소총 40정. 금괴. 그리고 TS-7B 인신매매의 증거들. 이 서류에 서명하는 순간, 그는 그 모든 불법 화물이 자신의 확인을 거쳐 정당한 목적지로 향했음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셈이었다.
“직접 확인하기 전에는 서명할 수 없습니다. 규정입니다.”
알베르트는 며칠 전과 똑같은 말을 반복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의 목소리에 더 이상 떨림이 없었다. 맥과이어의 미소가 살짝 굳어졌다.
“자네, 아직도 규정 타령인가. 나는 자네를 신뢰해. 이 캠프에서 자네만큼 유능한 물류 담당자는 없었어. 그래서 특별히 좋은 제안을 하나 하려고 하네.”
그가 봉투에서 또 다른 서류를 꺼냈다. 이번에는 ‘고용 계약 갱신 및 특별 수당 지급 동의서’였다. 계약서에는 알베르트의 연봉이 현재의 세 배로 인상되고, 포트모르즈비 시내에 회사 소유의 고급 콘도가 제공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서명만 하면, 자네는 더 이상 이 습한 컨테이너 숙소에서 살지 않아도 돼. 자네 가족도 한네타 바라크에서 빼내 줄 수 있고. 생각해 봐. 자네가 그토록 바라던 안전과 번영을, 단 한 번의 서명으로 얻을 수 있어.”
맥과이어는 만년필을 꺼내 서류 옆에 가지런히 놓았다.
오후 2시, 알베르트는 점심을 먹기 위해 캠프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은 컨테이너를 개조한 간이 건물이었다. 급식대에는 오늘의 메뉴인 삶은 쌀과 생선 통조림이 놓여 있었다.
그가 식판을 들고 자리에 앉으려는 순간, 식당 입구에서 익숙한 얼굴이 들어왔다. 키가 크고, 왼쪽 눈에 칼자국이 있는 젊은 남자. 그의 이름은 제이콥. 알베르트와 같은 한네타 바라크 구역에서 자란 소꿉친구였다. 그러나 지금 그의 어깨에는 라스콜 갱단의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번개 모양의 검은 잉크가 목덜미에서 쇄골까지 뻗어 내려오고 있었다.
“Albert. 오랜만이야.”
제이콥이 알베르트의 맞은편에 걸터앉았다. 그의 목소리는 예전과 같았지만, 눈빛은 달랐다. 거리에서 살아남은 자 특유의 경계심이 깃든 눈이었다. 그의 손가락은 도끼 자국으로 흉터가 남아 있었고, 손톱 밑에는 지울 수 없는 먼지가 박혀 있었다.
“제이콥. 여긴 왜 왔어.”
“맥과이어 씨가 불렀어. 여기 캠프 경비 일을 좀 도와달라고. 돈도 꽤 주더라.”
알베르트는 포크로 생선을 찢으며 대답했다.
“경비라면 모바일 스쿼드가 있잖아.”
“모바일 스쿼드는 백인들 거잖아. 우리는 현지인들 사이에서 일하는 게 더 편해. 너도 알지.”
제이콥은 잠시 말을 멈추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식당 안에는 다른 인부들이 몇 명 있을 뿐이었다. 그의 손이 알베르트의 깨끗한 퀸즐랜드 백팩을 톡톡 쳤다. 도끼 자국 난 손가락이 나일론 천에 닿을 때마다 작은 소리가 났다.
“호주 대학 물 먹은 대가리는 눈치도 빠르겠지, 알베르트.”
그의 목소리는 낮고 거칠었다. 미소가 입가에 걸렸지만, 눈은 웃지 않았다.
“맥과이어가 너에 대해 뭔가 의심하고 있어. 네가 요즘 밤에 사무실에서 뭘 하는지, 누구랑 만나는지. 나한테 감시를 부탁했어. 그런데 말이야…”
그는 고개를 기울이며 계속했다.
“오늘 밤에 모바일 스쿼드 녀석들이 무기 창고를 통째로 비우러 온대. 트럭 두 대가 추가로 올 거야. 네 그 잘난 장부에 숫자가 안 맞으면…”
그의 손가락이 백팩을 한 번 더 쳤다.
“내 친구들이 한네타 바라크에서 네 여동생과 불꽃놀이를 보게 될 거야. 불꽃놀이가 뭔지 알지, 알베르트. 슬럼가에선 양철 지붕에 불 붙는 걸 그렇게 부르거든.”
알베르트는 포크를 내려놓고 제이콥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네가 왜 이 얘기를 나한테 하는 거야.”
“우리는 같은 완톡이잖아. 돈도 중요하지만, 피가 더 진한 거야. 하지만 알베르트…”
제이콥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마지막으로 덧붙였다.
“내 의리는 여기까지야. 오늘 밤이 지나면 나는 맥과이어의 돈을 받을 거야. 선택은 네 몫이야, 대학 나온 친구.”
그는 식판을 들고 떠났다. 알베르트는 남은 생선을 바라보았다. 식욕이 사라졌다.
오후 5시, 알베르트는 강가의 선착장으로 내려갔다. 모세스의 바지선 ‘메리 스트릭랜드’는 여전히 거기에 정박해 있었다. 그러나 오늘은 평소와 달랐다. 선체의 녹슨 부분에 임시로 용접한 흔적이 보였고, 디젤 엔진은 이미 예열되어 있었다.
모세스는 선실에서 항해도를 펼쳐놓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낡은 연필이 쥐여 있었고, 항해도에는 플라이 강 하류의 수로들이 빨간 선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삼촌, 준비하고 있었군요.”
“너만 준비하는 게 아니야. 나도 내 방식대로 준비하고 있어.”
모세스는 항해도에서 고개를 들지 않고 대답했다. 그의 연필이 강 하류의 한 지점을 가리켰다.
“여기 다루(Daru) 섬. 플라이 강 어귀에서 서쪽으로 50해리. 거기에 호주 해상국경경비대의 전진 기지가 있어. 만약 우리가 이 강을 따라 내려가 다루 섬까지 갈 수 있다면, 거기서 호주 경비대에 연락할 수 있어. 하지만 문제는 강 중간에 모바일 스쿼드의 검문소가 있다는 거야.”
알베르트는 항해도를 들여다보았다. 검문소는 플라이 강이 가장 좁아지는 지점에 위치해 있었다. 그곳을 지나지 않고는 하류로 내려갈 수 없었다.
“검문소를 피할 방법은 없나요.”
“있어. 하지만 위험해. 우기에는 강물이 불어나면서 옛 지류들이 다시 살아나. 군용 지도에는 없는 옛 물길이야. 나는 그 길을 알고 있어. 하지만 그 길은 통나무와 악어가 득실거리는 곳이야. 만약 밤에 그 길로 가다가 배가 뒤집히면, 아무도 우리를 찾지 못할 거야.”
알베르트는 침묵했다. 그는 USB를 손에 쥐고 생각했다. 검문소를 통과하는 것도, 옛 지류로 도망치는 것도, 모두 죽음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그러나 가만히 있는 것도 죽음이었다.
“삼촌, 만약 제가 오늘 밤 결정적인 행동을 한다면, 같이 가주겠어요.”
모세스는 마침내 고개를 들어 조카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은 깊고 어두웠지만, 그 안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내가 아까 말했잖아. 너는 내 완톡이야. 네가 가는 곳이 어디든, 나는 이 배를 몰고 갈 거야.”
밤 8시, 알베르트는 사무실에 혼자 앉아 있었다.
그의 앞에는 두 개의 서류가 놓여 있었다. 왼쪽은 컨테이너 #HML-2049의 최종 선적 승인서. 오른쪽은 고용 계약 갱신 및 특별 수당 지급 동의서. 두 서류 모두 그의 서명을 기다리고 있었다. 맥과이어가 그에게 준 ‘선택지’였다.
그는 펜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내려놓았다. 다시 집었다. 다시 내려놓았다.
서명을 한다는 것은, 그가 지금까지 모은 모든 증거를 무효화하고, 자신의 손으로 자신을 이 카르텔의 영원한 방패막이로 만드는 일이었다. 대신 그는 안전을 얻을 것이다. 가족도 보호받을 것이다. 더 이상 습한 컨테이너에서 잠들지 않아도 될 것이다.
서명을 거부한다는 것은, 그가 모든 것을 걸고 싸우겠다는 선언이었다. USB의 증거를 가지고, 모세스의 배를 타고, 플라이 강을 따라 내려가 호주 경비대에 연락하는 것. 대신 그는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었다. 직업, 가족, 목숨까지.
그의 머릿속에는 숫자들이 다시 맴돌았다. 120kg의 오차. M16 소총 40정. 12,000발의 탄약. TS-7B 코드로 분류된 열다섯 명의 젊은 여성들. 3주 후의 학살 계획.
그리고 한네타 바라크의 양철 지붕 아래 살고 있는 어머니와 여동생. 제이콥의 말이 그의 귓가에 맴돌았다. ‘불꽃놀이.’ 양철 지붕에 불이 붙는 모양을 그렇게 부른다는, 슬럼가의 은어.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걸어갔다. 밖은 다시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다. 빗줄기가 창문을 때리는 소리가 사무실 안을 가득 채웠다. 저 멀리, 하역장의 불빛 아래 컨테이너 #HML-2049가 보였다. 내일 아침이면 그 컨테이너는 북쪽으로 떠날 것이다. 그리고 3주 후, 그 안의 총기들은 원주민 시위대를 향해 발사될 것이다.
그의 손이 주머니 속 USB를 더듬었다. 딱딱한 플라스틱 모서리가 손바닥을 눌렀다. 그는 생각했다. 내가 만약 오늘 서명한다면, 이 USB는 영원히 빛을 보지 못할 것이다. 증거는 묻히고, 피는 계속 흐를 것이다. 그러나 내 가족은 살 것이다.
그가 만약 서명을 거부한다면, 그는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 제이콥의 경고대로, 오늘 밤이 마지막 기회일지도 몰랐다. 내일이면 모바일 스쿼드가 무기 창고를 통째로 비우러 오고, 그 이후엔 모든 증거가 흩어질 것이다.
그는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그리고 내뱉었다. 사무실의 공기는 습하고 무거웠다. 디젤 발전기의 둔탁한 진동이 바닥을 통해 그의 발바닥에 전해져 왔다.
당신의 선택은? (1차 분기점)
알베르트의 운명을 결정할 선택의 기로입니다. 당신은 어떤 길을 걷겠습니까?
[선택 2] 서명을 거부하고 증거를 들고 탈출한다. (무료)
(※ 선택하신 분기점의 다음 화를 결제하시면 알베르트의 잔혹한 운명이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