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선택의 기로
1996년 봄, 캘거리.
데이비드 월시는 펜트하우스 사무실 창가에 서서 내리는 비를 바라보고 있었다. 4월의 캘거리는 여전히 쌀쌀했지만, 그에게 이 봄은 뜨거웠다. 브리-엑스의 주가는 이미 200달러를 돌파했고, 시가총액은 60억 캐나다 달러에 육박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얼굴에는 미소가 없었다.
“데이브.”
존 펠더가 문서 뭉치를 들고 들어왔다. 그의 표정도 어두웠다.
“또 문제야. 인도네시아 정부에서 지분 재조정을 요구하고 있어.”
데이비드는 자리로 돌아와 서류를 훑어보았다. 인도네시아 광산법은 외국 기업이 현지에서 광산을 개발할 때 정부 지분을 일부 요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브리-엑스는 초기 계약에서 부상 광산의 100% 지분을 주장했지만,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제 그 계약을 무효로 하려 하고 있었다.
“얼마나 요구하는데?”
“최소 20%. 그리고 앞으로 생산량의 10%를 로열티로 지불해야 해.”
존의 말에 데이비드는 입술을 깨물었다. 20%는 생각보다 큰 숫자는 아니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이후였다. 만약 이 요구를 받아들이면, 다른 국가 기관들도 브리-엑스에 추가 요구를 하기 시작할 것이 뻔했다.
“마이클은 어떻게 생각해?”
“그는 인도네시아 정부와 직접 협상해야 한다고 주장해. 현장에서 맞서는 게 낫다고.”
“그리고 넌?”
존은 잠시 망설였다.
“나는… 협상 테이블에 앉는 게 낫겠어. 우리는 이미 너무 많은 돈을 쏟아부었어. 이제 와서 싸우는 건 리스크가 커.”
데이비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이미 마음속으로 결정을 내리고 있었다.
“알겠어. 둘 다 해. 존, 네가 자카르타로 가서 협상 테이블에 앉아. 마이클은 부상에서 현장 관리를 계속해.”
“그게 최선일까?”
“최선이 아니야. 유일한 방법이지.”
그날 밤, 데이비드는 집으로 돌아와 아내에게 말했다.
“우리가 너무 빨리 성장한 건 아닐까?”
아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이미 그에게서 아무런 조언도 듣지 않기로 마음먹은 지 오래였다.
자카르타, 5성급 호텔.
존 펠더는 호텔 발코니에 서서 도시의 야경을 감상하고 있었다. 이 도시는 밤이 되면 더욱 활기차게 빛났다. 수백만 개의 불빛이 정글처럼 펼쳐져 있었다.
“존, 보고서가 준비됐어.”
그의 비서가 서류를 건넸다. 존은 서류를 훑어보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초기 요구보다 더 많은 지분을 요구하고 있었다. 25%. 그리고 추가 로열티.
“이건 협상이 아니라 강탈이야.”
존은 중얼거리며 서류를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내일 협상에서 20% 이상은 줄 수 없다고 분명히 말해.”
“네, 알겠습니다.”
비서가 나간 후, 존은 다시 발코니로 나갔다. 그는 시가에 불을 붙이고 깊게 연기를 들이마셨다. 사실 그는 이미 인도네시아 정부의 요구를 일부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가 진짜 두려워하는 건 따로 있었다.
바로 부상 광산의 실제 매장량.
그는 마이클에게 여러 차례 정확한 데이터를 요구했지만, 마이클은 항상 ‘시추 중’이라는 답변으로 얼버무렸다. 존은 점점 불안해지고 있었다. 만약 부상에 아무것도 없다면?
‘생각하지 말자.’
그는 스스로를 진정시켰다. 일단 지금은 협상이 먼저였다.
다음 날, 협상 테이블.
인도네시아 광산국 국장과 그의 팀은 무표정한 얼굴로 마주 앉았다. 번역기를 통해 오가는 말들은 차가웠다.
“브리-엑스는 인도네시아의 법을 존중해야 합니다.”
“우리는 존중합니다. 하지만 이미 체결된 계약도 존중해야 합니다.”
“계약은 재검토가 필요합니다.”
이런 식의 대화가 몇 시간 동안 이어졌다. 존은 점점 지쳐갔다. 결국 그는 제안했다.
“20%. 그리고 로열티 8%. 이게 우리의 최종안입니다.”
인도네시아 측은 잠시 논의한 후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 주까지 세부 조항을 정리하겠습니다.”
존은 호텔로 돌아와 데이비드에게 전화했다.
“20%에 로열티 8%로 합의 봤어.”
“잘했어.”
데이비드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데 데이브… 마이클이 부상에서 보내는 데이터가 좀…”
“뭐가?”
존은 잠시 망설였다.
“아니야. 신경 쓰지 마.”
전화를 끊은 후, 존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이제 선택해야 했다. 마이클의 데이터를 믿을 것인가, 아니면 의심할 것인가.
부상 캠프.
마이클 드 구즈만은 텐트 안에서 홀로 서류를 정리하고 있었다. 등유 램프의 흔들리는 불빛이 그의 얼굴에 그늘을 드리웠다.
“마이클 씨.”
현장 관리인이 텐트 밖에서 불렀다.
“들어와.”
관리인은 안으로 들어와 마이클의 눈을 바라보았다.
“세 번째 시추공, 70미터까지 내려갔는데도 여전히 미미합니다.”
“얼마나?”
“톤당 0.3그램. 상업적 가치가 없습니다.”
마이클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샘플을 모아둬. 내일 내가 직접 보러 갈게.”
관리인이 나간 후, 마이클은 책상 서랍에서 작은 금속 케이스를 꺼냈다. 그 안에는 다른 지역에서 채취한 고품위 금 샘플이 들어 있었다. 그는 샘플을 손가락으로 굴리며 생각했다.
‘언제까지 이걸 써야 할까?’
그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하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다. 이미 시작된 거짓말은 점점 커져만 갔다. 그가 조작한 데이터 덕분에 브리-엑스는 세계적인 기업이 되었다. 이제 와서 멈출 수는 없었다.
다음 날, 마이클은 세 번째 시추공 현장으로 향했다. 시추기에서 나온 진흙이 바닥에 흩어져 있었다. 그는 직접 시추 코어 샘플을 들여다보았다.
‘0.3그램. 예상했던 대로야.’
그는 고개를 저었다.
“시추를 계속해. 100미터까지 내려가.”
인부들이 기계를 재가동했다. 마이클은 그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았다. 정글은 아무 말 없이 그를 감싸고 있었다. 그 침묵이 오히려 그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
‘만약… 모두가 알게 된다면?’
그는 상상하기조차 싫었다. 캘거리로 돌아가고 싶은 충동이 들었지만, 그는 참았다. 부상을 떠날 수 없었다. 여기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통제해야 했다.
그날 밤, 마이클은 캘거리로 전화를 걸었다. 데이비드가 받았다.
“데이브, 추가 시추 결과가 나왔어.”
“어때?”
“좋아. 예상보다 높은 수치야.”
데이비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고마워, 마이클.”
전화를 끊은 후, 마이클은 오랫동안 텐트 밖을 바라보았다. 정글의 어둠은 그를 집어삼킬 듯 짙어지고 있었다.
캘거리, 1996년 여름.
데이비드의 사무실에 한 통의 편지가 도착했다. 발신인은 브리-엑스의 초기 투자자 중 한 명이었다.
“데이브, 나는 최근 부상 광산에 대한 몇 가지 의문점을 발견했다. 당신의 데이터가 너무 완벽해서 오히려 이상하다. 한 번쯤 독립적인 지질학자의 재검증을 받는 게 좋겠다.”
데이비드는 편지를 구겨 쓰레기통에 던졌다.
“시기 질투야.”
그는 존에게 말했다.
“우리가 성공하니까 못마땅한 사람들이 있는 거지.”
“하지만 데이브… 그 사람 말도 완전히 틀린 건 아니야. 우리는 아직 독립적인 검증을 받은 적이 없어.”
“딕 피어슨이 검증했잖아.”
“딕은 네드 굿맨의 사람이었어. 공식적인 감사가 아니야.”
데이비드는 존의 말에 잠시 침묵했다. 그는 생각했다. 만약 독립적인 감사를 요청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아니, 그건 위험해.’
그는 고개를 저었다.
“아직 시추 중이야. 모든 시추가 끝난 후에 감사를 받아도 늦지 않아.”
존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그는 이미 데이비드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알고 있었다.
며칠 후, 데이비드는 캘거리 증권 거래소 연설에 초청받았다. 그는 연단에 서서 당당하게 말했다.
“브리-엑스는 캐나다 광산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견입니다. 우리는 계속해서 주주 가치를 극대화할 것입니다.”
청중들은 열광적으로 박수를 쳤다. 하지만 연단 뒤편에서 존은 불안한 표정으로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1996년 가을, 데이비드는 두 가지 선택지 앞에 서 있었다.
첫 번째는 독립적인 감사를 받아들이고, 진실을 공개하는 것이었다. 만약 부상 광산의 실제 매장량이 발표된 데이터보다 훨씬 적다면, 브리-엑스는 파산할 것이 뻔했다. 투자자들은 법적 소송을 제기할 것이고, 그는 감옥에 갈 수도 있었다.
두 번째는 감사를 거부하고, 계속해서 버티는 것이었다. 더 많은 시추, 더 많은 데이터 조작. 그렇게 시간을 끌다 보면 어쩌면 진짜 금맥을 발견할지도 몰랐다.
그는 마이클에게 전화했다.
“마이클, 부상에 진짜 금이 있는 거야? 솔직하게 말해줘.”
마이클은 잠시 침묵했다.
“데이브, 지질학은 확률이야. 100% 확신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내가 100%를 묻는 게 아니야. 네가 조작한 데이터가 얼마나 위험한지 묻는 거야.”
마이클은 또 한참을 침묵했다. 그리고 마침내 입을 열었다.
“데이브, 우리는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지점에 와 있어. 지금 와서 멈추면 모두가 끝이야.”
데이비드는 전화기를 내려놓았다. 그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캘거리의 가을은 짧고, 곧 겨울이 찾아올 것이었다.
그는 선택해야 했다.
당신의 선택은? (1차 분기점)
이제 데이비드는 진짜 선택의 기로에 섰다.
(※ 선택하신 분기점의 다음 화를 결제하시면, 데이비드의 잔혹한 운명의 대단원이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