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메리카 캐나다편 #001] 브리-엑스(Bre-X) – 4-2화: 반항의 대가

4-2화: 반항의 대가

1996년 11월, 캘거리.

데이비드 월시는 사무실에서 독립 감사 요청서를 찢어버렸다. 종이 조각들이 바닥에 흩어졌다.

“데이브, 이러면 안 돼.”

존 펠더가 말렸지만, 데이비드는 이미 마음을 굳혔다.

“존, 감사를 받아들이면 우리는 끝이야. 주가는 폭락할 거고, 투자자들은 우리를 산산조각낼 거야.”

“하지만 거부하면 더 큰 의심을 살 거야.”

“의심과 확증은 달라. 의심은 시간이 지나면 희미해져. 하지만 확증은 영원히 우리를 따라다녀.”

존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그는 데이비드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들은 함께 이 지경까지 왔다. 이제 와서 멈출 수는 없었다.

데이비드는 전화기를 집어 들었다. 로버트 챔버스 박사의 사무실로 전화를 걸었다.

“챔버스 박사님, 감사 일정을 취소해야 할 것 같습니다.”

로버트는 잠시 침묵했다.

“월시 씨, 그 결정을 후회하실 겁니다.”

“저는 제 결정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전화를 끊은 후, 데이비드는 깊은 숨을 내쉬었다. 그는 존을 바라보았다.

“이제 마이클에게 연락해. 추가 시추를 진행해야 해. 투자자들이 원하는 건 더 높은 수치야.”

“마이클은 이미 부상에서 최대한으로 뽑아내고 있어.”

“더 뽑아내라고 해. 우리에겐 시간이 없어.”

존은 고개를 끄덕이며 사무실을 나갔다. 데이비드는 혼자 남았다. 창밖으로 보이는 캘거리의 겨울 풍경은 여전히 차가웠다. 하지만 그의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우리는 이길 수 있어.’

그는 스스로를 다독였다.

인도네시아, 부상 캠프.

마이클 드 구즈만은 존의 전화를 받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더 높은 수치? 지금도 이미 터무니없이 높은데.”

“데이브가 그렇게 원해.”

마이클은 잠시 생각했다. 그는 이미 모든 조작 기술을 동원했다. 다른 지역의 고품위 샘플을 섞고, 분석 결과를 위조하고, 보고서를 조작했다. 하지만 더 높은 수치는 더 큰 위험을 의미했다.

“알겠어. 시도해 볼게.”

전화를 끊은 후, 마이클은 현장 관리인을 불렀다.

“새로운 시추 계획을 세워. 이번에는 깊이 100미터 이상으로 내려가.”

“그렇게 깊이 내려가면 시추 비용이 두 배로 들어요.”

“상관없어. 우리한테는 돈이 있어.”

마이클은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브리-엑스의 현금 흐름은 이미 악화되고 있었다. 주가는 높았지만, 실제로 팔린 주식은 많지 않았다. 그들은 계속해서 유상 증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해야 했다.

며칠 후, 새로운 시추가 시작되었다.

깊이 110미터. 시추 코어 샘플에서 금 입자가 보였다. 하지만 그 양은 미미했다. 톤당 0.1그램.

마이클은 인부들에게 샘플을 다른 지역의 고품위 샘플과 혼합하라고 지시했다.

“이번에는 톤당 10그램으로 기록해.”

“그건 너무 심한 거 아니에요?”

“내가 하라는 대로 해.”

인부들은 더 이상 반항하지 않았다. 그들은 이미 마이클의 작업 방식에 익숙해져 있었다.

분석 결과가 캘거리로 전송되었다. 데이비드는 보고서를 받아보고 미소를 지었다.

“마이클, 역시 천재야.”

존은 보고서를 바라보며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데이브, 이 수치는 너무 높아. 누군가는 의심할 거야.”

“의심하는 사람들은 어차피 의심할 거야. 중요한 건 투자자들이 열광한다는 거지.”

그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 보고서가 공개된 후, 브리-엑스의 주가는 250달러를 돌파했다.

1997년 초, 캘거리.

데이비드의 사무실에 다시 한 통의 편지가 도착했다. 발신인은 전직 브리-엑스 직원이었다. 그는 1년 전 회사를 그만둔 지질학자였다.

“데이브, 나는 부상 광산의 진실을 알고 있다. 모든 데이터는 조작이다. 당신이 이 사실을 공개하지 않으면, 내가 직접 폭로하겠다.”

데이비드는 편지를 읽고 얼굴이 굳어졌다.

“존, 이 사람 누구야?”

존은 편지를 건네받아 읽어보았다.

“아, 맞다. 그는 1년 전에 우리와 계약을 갱신하지 않은 지질학자였어. 부상에 다녀온 적이 있어. 아마 무언가 눈치챈 모양이야.”

“그가 증거를 가지고 있을까?”

“확실하지 않아. 하지만 입을 막는 게 좋겠어.”

데이비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존은 그 직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협상은 길지 않았다.

“얼마를 원하나?”

“100만 달러.”

“너무 많아.”

“그럼 나는 언론에 제보하겠다.”

존은 데이비드와 상의한 후 제안을 수용했다.

“계좌 번호를 보내.”

그렇게 그들의 침묵은 또 한 번 값비싼 대가를 치렀다.

하지만 입을 막는 것이 해결책은 아니었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의심하기 시작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브리-엑스에 대한 기획 기사를 준비 중이었다.

데이비드는 시간과 싸우고 있었다.

1997년 3월, 인도네시아.

마이클 드 구즈만은 헬리콥터에 몸을 실었다. 그는 부상 캠프에서 자카르타로 이동 중이었다. 그에게는 몇 시간의 비행이 남아 있었다.

헬리콥터가 정글 상공을 날아갈 때, 마이클은 창밖을 바라보았다. 아래로 펼쳐진 정글은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그는 이 풍경을 수없이 봤지만, 오늘은 왠지 달랐다.

‘모든 것이 곧 끝난다.’

그는 스스로에게 말했다. 감옥에 갈 것인가, 아니면 영원히 도망칠 것인가.

그는 생각했다. 만약 헬리콥터가 추락한다면?

“조종사님, 여기서 잠시 내려주실 수 있나요?”

“여기는 정글 한복판인데요?”

“잠깐만요. 샘플 하나 채취하고 올게요.”

조종사는 의아했지만, 헬리콥터를 빈터에 착륙시켰다. 마이클은 헬리콥터에서 내렸다. 그는 정글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의 모습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몇 분 후, 조종사는 이상함을 느꼈다.

“드 구즈만 씨? 어디 계세요?”

대답이 없었다.

조종사는 헬리콥터에서 내려 주변을 수색했다. 하지만 마이클은 온데간데없었다.

몇 시간 후, 현지 경찰이 수색을 시작했다.

다음 날, 마이클의 시신이 정글 깊은 곳에서 발견되었다. 높은 절벽 아래로 떨어진 상태였다.

공식 발표는 사고사였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의심했다. 그는 자살한 것이 아닐까? 아니면 누군가가 입을 막은 것은 아닐까?

마이클의 죽음과 함께, 부상 광산의 진실은 더욱 깊은 미궁 속으로 빠져들었다.

1997년 여름, 캘거리.

데이비드 월시는 법정에 섰다. 증권 사기 혐의였다. 그의 얼굴은 평온했다.

“피고인은 유죄를 인정하시나요?”

“아니요, 무죄입니다. 저는 마이클의 데이터를 믿었을 뿐입니다. 그가 조작을 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습니다.”

변호인은 데이비드가 조작에 직접 가담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모든 책임은 죽은 마이클에게 있다는 논리였다.

법원은 그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였다.

데이비드는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존 펠더는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둘 다 항소했고, 재판은 몇 년 동안 이어졌다.

결국 데이비드는 복역하지 않았다. 그는 폐암 진단을 받아 가석방으로 병원에 입원했다. 하지만 그의 재산은 대부분 몰수되었다. 그는 가난하게 생을 마감했다.

존 펠더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으로 도망갔다. 그는 캐나다로 송환되지 않았다. 대신 현지에서 조용히 살아갔다. 그는 다시는 광산 사업에 뛰어들지 않았다.

브리-엑스는 파산했다. 수만 명의 투자자들이 평생의 저축을 잃었다. 하지만 데이비드와 존은 감옥을 피했다.

그들의 반항은 성공한 것일까?

데이비드는 병상에서 인터뷰했다.

“나는 후회합니다. 하지만 그때는 그 길밖에 없었습니다.”

그의 말이 맞았다. 선택에는 항상 대가가 따른다. 그리고 그 대가는 결코 가볍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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