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화: 등을 돌린 순간
미셸은 자신의 팔을 잡고 있던 두 손을 동시에 느꼈다. 왼쪽 손목에서는 마이클의 뜨겁고 단단한 손이, 오른쪽 팔뚝에서는 매담 루스의 차갑고 건조한 손가락이 그녀를 붙잡고 있었다. 그녀의 어깨 관절에서 작은 소리가 났다. 고통이었다. 하지만 그 고통은 육체적인 것이 아니었다. 그녀의 삶이 두 갈래로 찢어지고 있다는 신호였다.
그리고 그녀는 오른팔을 뿌리쳤다.
매담 루스의 손가락이 그녀의 팔뚝에서 떨어져 나갔다. 그 순간, 상담소 안의 공기가 완전히 멈추는 듯했다. 촛불이 일제히 흔들렸고, 제단 위의 향로에서 피어오르던 연기가 갈라졌다. 매담 루스의 얼굴에 떠오른 것은 분노도, 슬픔도 아니었다. 그것은 순수한 당혹감이었다. 지금까지 그녀의 손을 뿌리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미셸, 당신 지금 뭐 하는 거예요?”
매담 루스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그 안에는 얇은 금속성 같은 것이 숨어 있었다.
“당신은 어머니를 버리고 있는 거예요. 지금 이 순간, 당신의 손으로.”
미셸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오른손을 가슴 앞으로 가져왔다. 손바닥에는 매담 루스의 손가락이 박혀 있던 자리가 아직도 차갑게 남아 있었다. 그녀는 그 자리를 왼손으로 감쌌다. 그리고 마이클의 손을 잡았다. 이번에는 그가 그녀를 잡아당기는 것이 아니라, 그녀가 그의 손을 잡은 것이었다.
“…가요.”
마이클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미셸의 손을 잡은 채로 문을 향해 걸어갔다. 에이미가 그 뒤를 따랐다. 문을 열기 직전, 매담 루스의 목소리가 그들의 등 뒤에서 울렸다. 그 목소리는 더 이상 부드럽지도, 차갑지도 않았다. 그것은 마치 법정에서 판결을 낭독하는 사람처럼 무심하고 단호했다.
“어머니는 영원히 고통받으실 거예요. 그리고 그 책임은 당신이 지는 거예요, 미셸.”
미셸은 그 말을 들었지만, 뒤돌아보지 않았다. 그러나 그 말은 그녀의 머릿속에 단단히 박혀버렸다. 문을 닫는 순간까지도, 그녀의 귀에서는 매담 루스의 마지막 말이 맴돌았다. 그것은 환청이 아니었다. 그녀의 기억 속에 각인된 음성이었다. 차 문을 닫고 안전벨트를 매는 동안에도, 마이클이 시동을 거는 소리 너머로 그녀는 그 목소리를 또렷이 들었다.
책임은 당신이 지는 거예요.
그 말은 마치 끈질긴 메아리처럼 그녀를 따라다녔다. 그녀는 핸드백 속의 부적을 만지작거렸다. 부적은 여전히 거기에 있었다.
집에 도착했을 때, 현관문을 열자 텅 빈 거실이 그들을 맞았다. TV가 사라진 벽에는 못 자국만 남아 있었고, 식탁이 있던 자리에는 바닥의 색이 다른 흔적이 남아 있었다. 앤디의 플레이스테이션도, 에이미의 키보드도, 모든 것이 사라진 공간. 그녀가 12,500달러를 모으기 위해 팔아치운 삶의 흔적들이었다.
앤디는 거실 소파에 앉아 있었다. TV가 없으니, 그는 그저 벽을 바라보고 있었다.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고 그가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빛은 무언가를 기대하는 듯했지만, 미셸의 얼굴을 보자 그 기대는 금세 사라졌다. 그는 다시 벽으로 시선을 돌렸다.
“앤디야, 엄마 왔어.”
미셸이 다가가 말을 걸었지만, 앤디는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그녀는 그의 옆에 앉으려 했지만, 소파에는 더 이상 그녀가 앉을 자리가 없었다. 앤디가 소파 중앙에 누워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잠시 서 있다가, 바닥에 쪼그리고 앉았다.
에이미는 아무 말 없이 계단을 올라갔다. 그녀의 발소리가 2층 복도에서 멈추고, 방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문이 닫히는 소리는 예전보다 훨씬 작았다. 마치 문을 닫는 것조차 힘들다는 듯이.
마이클은 부엌으로 가서 냉장고를 열었다. 냉장고 안에는 거의 아무것도 없었다. 우유 한 팩과, 오래된 치즈 한 조각, 그리고 시든 샐러리 몇 줄기뿐이었다.
“장을 봐야겠어. 애들 먹을 것도 없네.”
그의 목소리는 무심했지만, 미셸은 그 무심함 속에 숨은 비난을 들었다.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앤디의 머리카락을 바라보았다. 그의 머리카락은 지저분하게 자라 있었다. 그녀가 마지막으로 앤디의 머리를 깎아준 게 언제였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앤디야, 내일 이발하러 가자. 엄마가 데려다줄게.”
앤디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벽에 시선을 고정한 채, 작게 중얼거렸다.
“TV 없어?”
미셸은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그녀는 앤디의 머리를 쓰다듬으려 손을 뻗었지만, 앤디는 고개를 살짝 움직여 그녀의 손길을 피했다. 지난번과 똑같은 움직임이었다. 그녀는 손을 거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이클이 냉장고 문을 닫으며 말했다.
“나 마트 갔다 올게. 당신은 애들이랑 있고.”
“…알겠어.”
마이클이 차 키를 들고 현관을 나서자, 집 안은 다시 침묵에 잠겼다. 미셸은 거실에 혼자 서서, 텅 빈 벽을 바라보았다. 벽에는 TV를 걸었던 못 자국과 액자를 걸었던 흔적이 남아 있었다. 그녀는 그 자국들을 하나하나 눈으로 따라갔다. 가족 사진이 걸려 있던 자리, 에이미의 유치원 졸업장이 걸려 있던 자리, 앤디의 첫 축구 트로피가 놓여 있던 자리. 모든 것이 사라졌다. 그녀의 손으로.
그날 밤, 미셸은 침실에 혼자 누워 있었다. 마이클은 여전히 거실 소파에서 자고 있었다. 그녀는 핸드폰을 켜서 매담 루스에게서 온 마지막 문자를 다시 읽었다. “어머니는 영원히 고통받으실 거예요.” 그 문자를 읽는 동안, 그녀의 가슴은 무거워졌다. 그녀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눈을 감았다. 하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그녀는 일어나 핸드백을 뒤졌다. 부적이 여전히 거기에 있었다. 그녀는 부적을 꺼내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다. 붉은 천의 감촉이 손바닥에 닿자, 그녀의 손가락 끝에 섬뜩한 떨림이 일었다. 이 안에는 어머니의 영혼이 아니라, 그녀가 저지른 모든 것을 목격한 증거물이 들어 있었다. 그녀는 갑자기 역겨움을 느꼈다. 이 작은 천 조각이 그녀의 모든 것을 빼앗아갔다. 그녀는 부적을 쓰레기통에 던져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러지 못했다. 만약 이 부적을 버리면, 진짜로 어머니가 영원히 사라질 것만 같았다. 매담 루스의 말이 진짜였을까 봐. 그녀의 손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는 부적을 도로 핸드백에 넣었다. 그리고 부엌으로 내려가 물을 한 잔 마셨다. 수도꼭지에서 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텅 빈 집 안에 울렸다. 그녀는 식탁이 있던 자리를 바라보았다. 이제 그 자리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녀는 바닥의 색이 다른 부분을 손가락으로 만졌다. 그 부분은 다른 바닥보다 약간 차가웠다.
다음 날, 마이클이 그녀에게 말했다.
“내가 어제 알아봤어. 상담센터. 진짜 심리상담사.”
미셸은 식탁 대신 바닥에 앉아 아침 식사를 하고 있었다. 시리얼 그릇이 바닥에 놓여 있었다. 그녀는 마이클의 말에 고개를 들었다.
“무슨 상담?”
“가족 상담. 당신 혼자가 아니라 우리 가족 전체가 받아야 할 것 같아서. CPS도 그걸 권고했고.”
미셸은 시리얼 그릇을 내려다보았다. 우유에 젖은 시리얼이 그릇 바닥에 가라앉아 있었다. 그녀는 숟가락으로 시리얼을 저으며 생각했다. 진짜 상담사. 매담 루스가 아닌, 면허를 가진, 진짜 상담사. 그녀는 그런 사람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어머니의 목소리, 영혼의 구원, 부적과 의식. 그 모든 것을 털어놓을 수 있을까.
“알겠어. 갈게.”
상담은 3일 후에 잡혔다. 상담사의 사무실은 병원 건물 3층에 있었다. 벽에는 상담사의 자격증이 걸려 있었고, 책꽂이에는 심리학 서적들이 빼곡히 꽂혀 있었다. 상담사는 50대 초반의 여자였다. 그녀는 미셸과 마이클을 소파로 안내하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오늘은 편하게 이야기해요. 제가 판단하거나 비난하지 않아요. 그냥 듣는 사람이에요.”
마이클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는 지난 두 달 동안 있었던 일을 차분하게 설명했다. 미셸이 지인에게서 영매를 소개받은 일, 처음에는 소액으로 시작했지만 점점 금액이 커진 일, IRA 계좌와 대학 학자금이 바닥난 일, 가구와 차가 팔린 일, CPS가 집에 방문한 일. 그는 감정을 섞지 않고 사실만을 나열하려 애썼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점점 떨려갔다.
상담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셸을 바라보았다.
“미셸,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당신은 왜 그 영매를 찾아갔나요?”
미셸은 두 손을 무릎 위에 올려놓고 대답을 준비했다. 하지만 입을 열자, 그녀의 목소리는 아주 작게 나왔다.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제가 혼자였어요. 마이클은 출장 중이었고, 저 혼자 DNR 서류에 서명했어요. 의사가 연명 치료를 권했을 때, 저는 거절했어요. 그게 옳은 선택이었는지… 아직도 몰라요.”
상담사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영매를 찾은 건가요? 어머니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서?”
“처음에는 그냥… 위로를 받고 싶었어요. 그런데 그분이 제가 모르는 것까지 알고 있었어요. 어머니의 옷 색깔, 어머니가 다니던 성당 이름, 제 어린 시절 이야기. 그래서 저는… 그분이 진짜로 어머니와 소통한다고 믿었어요.”
“그리고 의식 비용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군요.”
“네. 처음에는 100달러였어요. 그런데 나중에는 5,000달러가 되고, 15,000달러가 되고… 그분은 말했어요. 이건 어머니의 영혼을 위한 마지막 의식이라고. 이걸 하지 않으면 어머니가 영원히 고통받을 거라고.”
미셸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녀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결혼 반지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하지만 그 반지는 더 이상 예전처럼 빛나지 않았다.
“그런데 어제… 그분의 손을 뿌리치고 나왔어요. 남편이 데리러 왔거든요. 그런데… 그런데 아직도 그분의 말이 귀에 맴돌아요. ‘어머니가 영원히 고통받을 거예요’라고요. 그 말이 진짜일까 봐… 아직도 무서워요.”
상담사는 잠시 침묵하다가 조용히 말했다.
“미셸, 당신은 지금 아주 전형적인 사기 피해자의 심리적 기제를 경험하고 있어요. 그 영매는 당신의 슬픔을 이용했어요. 당신이 가진 정보를 미리 수집했을 가능성이 높아요. 성당 이름 같은 건 지인에게서 들었을 수도 있고, 당신의 SNS에서 얻었을 수도 있어요. 그리고 당신의 죄책감을 파고들었죠. DNR 서류에 대한 죄책감. 그게 당신의 가장 약한 지점이었던 거예요.”
미셸은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상담사의 말을 이해하려 애썼다. 상담사의 말은 완벽하게 논리적이었다. 반박할 구석이 없었다. 하지만 그 말들은 마치 두꺼운 유리 너머에서 들려오는 것처럼 멀게 느껴졌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여전히 매담 루스의 목소리가 맴돌고 있었다. “어머니는 영원히 고통받으실 거예요.” 그녀는 머리로는 상담사의 말이 맞다는 것을 알았지만, 가슴 한편으로는 그것이 틀렸기를 바라고 있었다. 만약 상담사의 말이 맞다면, 그녀가 지난 두 달 동안 한 모든 행동은 그저 어리석은 짓에 불과했다. 그 죄책감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그녀는 다시 고개를 숙였다.
상담이 끝난 후, 미셸과 마이클은 차에 올랐다. 두 사람 사이에는 말이 없었다. 마이클이 운전석에 앉아 핸들을 잡았지만, 시동을 걸지 않았다. 그는 잠시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
“상담사 말이 맞는 것 같아. 그 여자는… 사기꾼이었어. 당신을 속인 거야.”
미셸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조수석 창밖으로 주차장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비둘기 한 마리가 빈 주차 공간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그 비둘기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나는 속은 걸까. 아니면 나는 진짜로 어머니와 소통하고 있었을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을 그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집에 도착하자, 현관 앞에 낯선 차가 서 있었다. 이번에는 오래된 포드 세단이 아니었다. 진회색 혼다 어코드였다. 현관문 앞에는 케이스워커 켈리 존슨이 서 있었다. 그녀의 표정은 지난번보다 더 엄숙했다.
“마르티네즈 씨, 오늘은 2차 방문입니다. 아이들과 면담을 해야 해요.”
미셸은 현관 앞에 멈춰 섰다. 그녀는 집 안을 떠올렸다. 텅 빈 거실, 시든 샐러리만 남은 냉장고, TV도 게임기도 없는 방. 그녀는 이 집이 아이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보일지 상상했다. 그리고 그 상상은 그녀의 심장을 조여왔다.
“…들어오세요.”
케이스워커가 거실에 들어서자, 그녀의 시선이 텅 빈 벽을 훑었다. 그녀는 아무 말 없이 작은 노트북을 꺼내 무언가를 적었다. 미셸은 그 펜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며 숨이 막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녀는 핸드백 속의 부적을 만졌다. 붉은 천의 감촉이 손가락에 닿자, 그녀는 그것이 주는 이질감에 소름이 돋았다. 그것은 이제 더 이상 어머니의 영혼이 담긴 신성한 물건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녀가 당한 사기와 세뇌의 증거물이었다. 그녀가 무너진 삶의 잔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그것을 쓰레기통에 던지지 못했다. 만약 이 부적을 버리면, 그녀는 자신의 파멸을 인정하는 셈이었다. 그리고 어머니와의 마지막 연결고리마저 영원히 사라질 것만 같았다. 그녀는 그 증거물을 혐오하면서도, 동시에 그것을 놓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녀는 손을 떼지 못한 채, 케이스워커를 향해 몸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