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메리카의 그림자 미국편 #003] 헌납 – 5-2화: 금이 간 믿음

5-2화: 금이 간 믿음

원룸 아파트로 이사한 지 3일째 되던 날 아침, 미셸은 낯선 천장을 바라보며 눈을 떴다. 이곳의 천장에는 금이 없었다. 12년 동안 살던 집의 천장에는 작은 금이 하나 있었고, 그녀는 매일 아침 그 금을 바라보며 하루를 시작하곤 했다. 이제 그 금은 더 이상 볼 수 없었다. 그 사실이 그녀에게 이상할 정도로 큰 상실감을 안겼다.

그녀는 침대에서 일어나 작은 부엌으로 갔다. 원룸은 좁았다. 거실과 침실이 분리되지 않았고, 부엌은 신발장만 한 공간에 불과했다. 싱크대에는 어제 마이클이 가져다준 식료품 봉투가 놓여 있었다. 냉동 피자, 시리얼, 우유, 그리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초코칩 쿠키 한 봉지. 그는 아무 말 없이 이것들을 두고 갔다. 그가 떠난 후, 미셸은 봉투를 열어 내용물을 하나씩 꺼내며 울었다.

그녀는 가끔, 아무 이유 없이 그 조약돌을 떠올리곤 했다. 텅 빈 거실 바닥에 그대로 두고 온 그 평범한 돌. 쓸모도 가치도 없는 돌멩이 하나가 지금도 그 집 어딘가에 남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그녀는 자신이 떠난 그 공간에 자신의 일부가 아직 붙잡혀 있는 듯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그것은 환상도, 환청도 아닌, 그보다 더 집요한 심리적 잔상이었다.

오늘은 목요일. CPS의 3차 방문이 예정된 날이었다. 지난 2주 동안 그녀는 매주 두 번씩 심리상담을 받았고, 마이클과 함께 가족 상담도 두 번 받았다. 상담사는 그녀에게 말했다. “당신은 피해자예요. 하지만 동시에 당신의 아이들에게는 당신이 엄마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해요.” 그 말은 그녀의 가슴에 오래도록 남았다.

그녀는 옷을 갈아입고 화장대 앞에 앉았다. 화장대라고 할 것도 없었다. 작은 탁자 위에 올려진 거울 하나가 전부였다. 그녀는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지난 몇 달 사이에 그녀의 얼굴은 눈에 띄게 늙어 있었다. 눈가에는 잔주름이 깊어졌고, 볼은 꺼졌으며, 눈빛은 여전히 공허했다. 그녀는 파운데이션을 꺼내 얼굴에 펴 바르기 시작했다. 오랜만의 화장이었다.

오전 10시, 케이스워커 켈리 존슨이 원룸의 문을 두드렸다. 그녀는 이번에는 혼자였다. 미셸은 그녀를 작은 소파로 안내했다. 소파는 중고 가구점에서 50달러에 산 것이었다. 켈리는 소파에 앉으며 방 안을 둘러보았다. 그녀의 시선이 구석에 놓인 이삿짐 상자들에 머물렀다.

“아직 짐을 다 풀지 않으셨군요.”

“…네.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아요.”

켈리는 노트북을 열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미셸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오늘은 공식 방문이라기보다는, 그냥 이야기를 나누러 왔어요. 지난 2주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죠?”

“네. 상담도 받고 있고, 남편과도 대화를 다시 시작했어요. 아직 많이 어렵지만…”

“아이들은요?”

미셸은 잠시 말을 멈추었다. 그녀는 지난 주말에 처음으로 아이들을 만났다. 마이클의 부모님 집에서였다. 에이미는 그녀를 보자마자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앤디는 소파에 앉아 그녀를 바라보기만 했다. 그녀는 두 아이에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30분 동안 거실에 앉아 있다가 돌아왔다.

“아직…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요. 아이들이 저를 믿지 않아요. 당연한 거죠. 제가 그동안 너무 많은 것을 망쳤으니까.”

“아이들은 시간이 지나면 치유될 거예요. 중요한 건 당신이 지금 여기 있다는 거예요. 그리고 당신이 변했다는 걸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거예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켈리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단호했다. 그녀는 노트북을 열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은 이것으로 충분해요. 다음 방문은 2주 후입니다. 그때는 아이들과의 관계가 좀 더 나아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그녀가 떠난 후, 미셸은 소파에 앉아 한참 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는 핸드백을 열었다. 부적은 더 이상 거기에 없었다. 그녀는 이사 오기 전날 밤, 그 조약돌을 거실 바닥에 버렸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버리지 않았다. 그녀는 그 돌을 쓰레기통에 넣지 못하고, 거실 바닥에 그대로 두고 나왔다. 그녀는 자신이 왜 그랬는지 설명할 수 없었다. 그 돌이 자신의 모든 어리석음의 증거였지만, 동시에 어머니와의 마지막 연결고리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주말, 미셸은 다시 마이클의 부모님 집을 찾았다. 이번에는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갔다. 상담사가 조언해준 대로, 아이들에게 말을 걸기보다는 그냥 같은 공간에 있어주기로 했다. 말을 강요하지 않고, 변명하지 않고, 그저 그곳에 존재하는 것. 그것이 그녀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에이미는 거실 소파에 앉아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미셸이 들어가자 그녀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미셸은 그녀 옆에 앉지 않고, 한 걸음 떨어진 곳에 서서 말했다.

“에이미야, 엄마 왔어.”
“…응.”
“오늘 점심은 뭐 먹었어?”
“할머니가 샌드위치 만들어주셨어.”

짧은 대화였다. 하지만 지난주에는 아무 대답도 듣지 못했었다. 미셸은 그 작은 진전에 가슴이 뛰었다. 그녀는 더 이상 말을 걸지 않고 부엌으로 갔다. 마이클이 식탁에 앉아 신문을 보고 있었다. 그녀가 들어가자 그가 고개를 들었다.

“애들은 좀 어때?”
“에이미가 대답을 했어. 짧았지만.”
“…잘됐네.”

마이클의 목소리는 여전히 무심했지만, 그의 눈빛은 조금 누그러져 있었다. 미셸은 식탁에 앉아 그와 마주 보았다. 두 사람 사이에는 여전히 깊은 강이 흐르고 있었지만, 적어도 그 강을 건너려는 시도는 시작되고 있었다.

“마이클… 나, 하고 싶은 말이 있어.”
“뭔데?”
“내가 그동안… 정말 미안했어. 너한테도, 애들한테도. 내가 어떻게 그렇게 됐는지 나도 몰라. 그냥… 엄마가 떠나고 나서, 모든 게 무너지는 것 같았어. 그 여자는 내가 무너지는 틈새로 들어왔어. 나는 그게 위로인 줄 알았어.”

마이클은 신문을 접어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그는 한참 동안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에는 여전히 분노와 슬픔이 남아 있었지만, 그 너머에는 무언가 다른 감정도 있었다. 이해. 아주 작은, 하지만 분명한 이해.

“나도 미안해. 네가 그렇게 힘들어하는지 몰랐어. 시애틀에 있었을 때도, 돌아왔을 때도, 나는 그냥 네가 괜찮아지길 기다렸어. 기다리기만 했어. 네 옆에 있어주지 못했어.”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내가 말을 안 했으니까.”
“앞으로는… 말해줘. 힘들면 힘들다고. 무서우면 무섭다고. 나는 그런 너를 이해할 수 있어. 나는 네 편이야. 아직도.”

미셸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녀는 손으로 입을 가리고 조용히 울었다. 마이클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는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우리, 천천히 가자. 한 번에 다 회복할 수는 없어. 하지만 나는 여기 있을게. 애들도 마찬가지야. 언젠가는 이해할 거야.”

미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마이클의 손을 잡았다. 그 손은 여전히 따뜻했다.

월요일 오후, 미셸은 심리상담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매담 루스의 상담소가 있던 거리를 지나게 되었다. 그녀는 원래 그 길을 피하려 했지만, 오늘은 버스가 우회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그 앞을 지나야 했다.

상담소가 있던 건물은 여전히 거기에 있었다. 하지만 간판은 사라져 있었다. ‘Spiritual Guidance’라는 글자는 벗겨져 흔적만 남아 있었고, 창문에는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매담 루스는 떠난 것이었다. 그녀가 마지막 통화에서 말했듯이, 다른 의뢰인들을 위해 다른 곳으로 옮겨간 것이었다.

미셸은 버스 창밖으로 그 건물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그곳에서 보냈던 모든 시간을 떠올렸다. 처음 매담 루스를 만났을 때의 안도감, 어머니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의 전율, 그리고 마지막 의식을 치르며 느꼈던 그 끔찍한 헌신. 모든 것이 이제는 지나간 일이었다. 하지만 그 상처는 여전히 그녀의 가슴에 남아 있었다.

그녀는 핸드폰을 꺼내 매담 루스의 번호를 찾았다. 그 번호는 아직 저장되어 있었다. 그녀는 그 번호를 삭제하려다가 멈추었다. 그리고 대신, 그 번호의 이름을 ‘사기꾼’으로 바꾸었다. 작은 저항이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의미 있는 행동이었다.

그날 밤, 그녀는 원룸에 혼자 앉아 있었다. 내일은 에이미의 학교 밴드 공연이 있는 날이었다. 에이미는 그녀에게 직접 말하지 않았지만, 마이클을 통해 그 사실을 전했다. “에이미가 말은 안 했는데, 네가 왔으면 좋겠대.” 그 말을 들었을 때 그녀는 또 울었다. 이번에는 슬픔이 아니라, 아주 작은 희망의 눈물이었다.

그녀는 옷장에서 가장 깔끔한 블라우스를 꺼내 내일 입을 옷을 준비했다. 그리고 작은 탁자 위의 거울 앞에 앉아, 내일을 위한 화장을 연습했다. 그녀의 손은 여전히 떨렸지만, 그 떨림은 두려움이 아니라 기대에 가까웠다.

화요일 저녁, 미셸은 학교 강당에 도착했다. 그녀는 맨 뒷줄에 앉으려 했지만, 마이클이 그녀를 발견하고 손짓했다. 그가 맨 앞줄에 자리를 맡아두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마이클 옆에 앉았다. 앤디가 마이클의 다른 쪽에 앉아 있었다. 앤디는 그녀를 보자 작게 손을 흔들었다. 그녀는 가슴이 벅차올라 말을 잇지 못했다.

에이미가 무대에 올랐다. 그녀는 플루트를 들고 있었고, 단원들 사이에서 가장 밝은 표정으로 서 있었다. 그녀의 시선이 객석을 훑다가 맨 앞줄에 멈추었다. 그녀는 미셸을 보았다. 그 순간, 에이미의 얼굴에 아주 작은 미소가 번졌다. 미셸은 그 미소를 보자 가슴속에서 무언가가 일어나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감동이라기보다, 오래 잊고 있던 누군가가 낯선 얼굴로 다시 다가오는 듯한 당혹스러운 감각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이 감정에 어떤 이름을 붙여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연주가 시작되었다. 에이미의 플루트 소리가 강당을 가득 채웠다. 미셸은 그 소리를 들으며 눈물이 흘러내리는 것을 느꼈다. 그녀의 얼굴에는 특별한 표정이 없었다. 그저 조용히, 무표정하게, 눈물만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마이클이 그녀의 손을 잡았다. 두 사람은 손을 잡은 채로 딸의 연주를 들었다. 그들의 손 사이에는 여전히 좁혀야 할 거리가 있었지만, 적어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 거리가 느껴지지 않았다.

공연이 끝난 후, 미셸은 로비에서 에이미를 기다렸다. 에이미가 플루트 케이스를 든 채로 걸어나왔다. 그녀는 미셸 앞에 멈춰 서서 잠시 망설이다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왔네.”
“응. 너무 아름다웠어. 정말로.”

에이미는 고개를 숙였다. 그녀의 눈가가 붉어져 있었다. 그녀는 무언가 말하려다가 말을 삼키는 듯했다. 그리고 마침내 입을 열었다.

“다음 주에 크리스마스 콘서트도 있어. 그것도 올 거야?”
“당연히 가지. 꼭 갈게. 약속할게.”

에이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뒤돌아서서 단원들 사이로 걸어갔다. 그녀의 뒷모습은 여전히 작고 약해 보였지만, 미셸은 그 뒷모습에서 처음으로 어떤 가능성을 보았다. 언젠가는 다시 그녀의 곁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12월이 다가오고 있었다. 미셸은 여전히 원룸에 살고 있었고, 매주 두 번씩 상담을 받았으며, 주말마다 아이들을 만나러 마이클의 부모님 집을 찾았다. 관계는 천천히 회복되고 있었지만, 그 속도는 그녀가 바라는 것보다 훨씬 더뎠다. 앤디는 이제 그녀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주로 TV에서 본 축구 경기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그녀에게는 큰 기쁨이었다.

재정적으로는 여전히 어려웠다. 신용카드 빚 5,000달러는 여전히 갚지 못했고, 모기지 회사에서는 계속해서 전화가 왔다. 집 판매 대금은 에스크로에 묶여 있었고, 이혼 절차가 완료될 때까지는 그 돈을 사용할 수 없었다. 그녀는 파트타임 일자리를 구하기 시작했다. 학력도 경력도 부족했지만, 한 작은 서점에서 주말 아르바이트 자리를 얻을 수 있었다. 서점 주인은 그녀의 사정을 묻지 않았다.

어느 날 저녁, 미셸은 서점에서 돌아와 우편함을 열었다. 안에는 크리스마스 카드 한 장이 들어 있었다. 발신인은 매담 루스였다.

“즐거운 성탄을 기원합니다. 새로운 의뢰인을 모집 중입니다. 주변에 영적 도움이 필요한 분이 계시면 소개해 주세요. 당신의 충성이 영원한 평화를 가져왔듯이.”

미셸은 그 카드를 읽으며 손이 떨렸다. 그녀는 카드를 찢어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리고 핸드폰을 꺼내 ‘사기꾼’이라고 저장된 번호를 완전히 삭제했다.

그런 다음, 그녀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대로 서 있었다. 카드를 찢고, 번호를 삭제한 후에 남는 것은 공허함이었다. 악을 물리친 승리감 같은 것은 없었다. 그녀 앞에는 텅 빈 원룸 바닥이 펼쳐져 있었고, 그 공간은 아무런 약속도 해주지 않았다. 빚은 여전히 남아 있었고, 아이들은 여전히 낯설었으며, 그녀가 걸어야 할 길은 아직도 눈보라 속에 묻혀 있었다.

그녀는 탁자 위의 작은 액자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원룸으로 이사할 때 마이클이 가져다준 것이었다. 액자 안에는 가족 사진이 들어 있었다. 3년 전 여름, 해변에서 찍은 사진이었다. 에이미가 활짝 웃고 있었고, 앤디는 모래성을 쌓고 있었으며, 마이클은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있었다.

그녀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밖에는 첫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작은 눈송이들이 가로등 불빛 아래에서 반짝이며 흩어졌다. 그녀는 그 눈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겨울은 길 것이다. 그리고 봄이 와도, 이 모든 것이 지워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녀에게 주어진 것은 깨끗한 시작이 아니라, 폐허 위에서의 재건이었다.

그녀는 그 사실을 받아들였다. 그것만으로도, 오늘 하루는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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