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화: 콘크리트 속의 빛
스피커가 꺼진 후, 독방의 정적은 더욱 두껍게 가라앉았다. 마커스는 매트리스에 등을 기대고 앉아 천장의 카메라를 올려다보았다. 붉은 표시등은 여전히 켜져 있었고, 손목 밴드의 녹색 LED는 30초마다 한 번씩 깜빡였다. 감시원의 제안이 허공에 흩어진 지 5분이 지났다. 아니, 5분쯤 되었을 것이다. 이 방에서는 시간을 정확히 알 수 없었다.
그는 방금 전 자신이 내린 결정을 곱씹었다. 시스템의 수호자가 되는 대가로 D구역 22번 부스보다 나은 대우를 받는 것. 그것은 분명히 유혹적인 제안이었다. 그러나 그 제안을 거절한 이유는 단순했다. 그가 원하는 것은 시스템을 지키는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는 시스템이 완벽하게 작동하는 순간을 견딜 수 없었다. 모든 것이 예측 가능하고, 모든 움직임이 기록되고, 모든 인간이 숫자로 환원되는 그 완벽함 속에서 숨 쉬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는 손목 밴드를 내려다보았다. 30초마다 깜빡이는 녹색 LED. 이 작은 불빛이 그가 살아 있다는 증거를 서버로 전송하고 있었다. 심박수, 체온, 피부 전도도. 그의 생명은 세 개의 숫자로 요약되어 누군가의 모니터에 표시되고 있었다. 30초 전의 숫자는 분당 72회였다. 지금은 분당 76회. 여전히 안정 범위였다.
마커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세면대로 걸어갔다. 수도꼭지를 틀자 녹물이 섞인 물이 나왔다. 그는 두 손을 받쳐 물을 마셨다. 물은 차갑고 쇠맛이 났다. 수도관이 낡았다는 증거였다. 그는 세면대 위쪽 벽의 작은 균열을 손가락으로 만졌다. 콘크리트가 미세하게 갈라져 있었다. 이 방은 오래되었다. 그리고 오래된 것에는 반드시 틈이 있었다.
그가 다시 매트리스로 돌아가 앉았을 때, 천장 구석의 스피커에서 작은 잡음이 울렸다. 누군가 마이크를 켰다가 바로 껐다. 마커스는 귀를 기울였지만, 더 이상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는 그 잡음의 의미를 생각했다. 감시원이 무언가 말하려다 멈춘 것일까. 아니면 다른 누군가가 이 방의 오디오 채널을 열었다가 닫은 것일까.
어느 쪽이든, 그들은 그가 거절했다는 사실을 이제 알고 있었다. 그리고 두 번째 선택지, 즉 시스템의 수호자가 되는 길을 거부한 마커스에게 남은 것은 하나뿐이었다. 끝까지 반항하는 것. 그러나 독방 안에서 어떤 반항이 가능할지, 그는 아직 알지 못했다.
이틀째인지, 사흘째인지 알 수 없는 어느 시점에, 마커스는 다시 배식구를 살피고 있었다. 아침 식사가 밀려 들어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쟁반 위의 플라스틱 포크로 스크램블 에그를 떠먹은 지 10분쯤 지났을 것이다.
배식구는 문 아래쪽에 설치된 가로 30cm, 세로 15cm의 철제 덮개였다. 덮개는 바깥쪽에서 잠겨 있었고, 안쪽에는 손잡이가 없었다. 그러나 그가 지난 며칠 동안 계속 관찰한 것은 덮개 자체가 아니라 경첩이었다. 경첩은 두 개의 나사로 콘크리트 벽에 고정되어 있었는데, 그중 아래쪽 나사가 헐거워져 있었다. 콘크리트 구멍 주변이 조금씩 부서지면서 나사가 제대로 고정되지 않고 있었다.
그는 이 경첩을 더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 바닥에 엎드렸다. 매트리스를 배식구 앞으로 끌어당겨 무릎을 꿇고, 오른손 검지를 경첩과 벽 사이의 틈에 밀어 넣었다. 틈은 1mm 남짓이었다. 손톱이 겨우 들어갈 정도. 그러나 콘크리트가 부서진 부분은 더 넓었다. 약 3mm 정도. 그는 손가락으로 부서진 콘크리트 조각들을 조심스럽게 긁어냈다. 가루가 바닥에 떨어졌다.
작업은 더뎠다. 손톱으로 콘크리트를 긁어내는 것은 고통스러웠고, 한 번에 1mm씩밖에 넓힐 수 없었다. 그러나 그는 매 식사 시간마다 이 작업을 반복했다. 배식구가 열리고 쟁반이 들어오면, 그는 식사를 마친 후 쟁반을 돌려보내기 전까지 5분 동안 경첩 주변을 파냈다. 카메라가 그를 비추고 있었지만, 그가 배식구 앞에 엎드린 자세는 밥을 먹는 것과 구분하기 어려웠다. 적어도 그는 그렇게 믿었다.
5일쯤 지났을 때, 경첩 아래쪽 나사 구멍은 직경 1cm 정도로 넓어져 있었다. 나사는 여전히 박혀 있었지만, 이제는 콘크리트에 제대로 고정되지 않고 흔들렸다. 마커스는 그 나사를 손가락으로 살짝 밀어 보았다. 나사가 2mm 정도 뒤로 밀렸다. 그러나 나사를 완전히 빼내려면 더 많은 콘크리트를 제거해야 했다.
그는 이 작업이 언젠가 발각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배식구 주변의 콘크리트 가루는 매일 아침 청소했다. 셔츠 자락으로 바닥을 닦아내고, 가루를 변기 물에 흘려보냈다. 그러나 언젠가는 경첩이 완전히 빠질 것이고, 그때는 누군가 알아차릴 것이다. 그때까지 얼마나 시간이 남았는지, 그는 알 수 없었다.
7일째인지, 8일째인지 알 수 없는 어느 날, 마커스는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천장 형광등이 깜빡인 것이었다. 평소처럼 계속 켜져 있던 불빛이 갑자기 1초 정도 꺼졌다가 다시 켜졌다.
그는 매트리스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형광등이 깜빡인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 방의 전원 공급은 독립되어 있었고, 정전이 일어날 리는 없었다. 그런데도 불이 깜빡였다. 그것은 무언가가 이 방의 전력 계통에 개입했다는 뜻이었다. 유지보수일 수도 있고, 시스템 오류일 수도 있고, 아니면 완전히 다른 무엇일 수도 있었다.
마커스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면대로 걸어갔다. 수도꼭지를 틀었지만, 물은 나오지 않았다. 3초, 5초. 수도관이 웅웅거리더니, 갑자기 물이 쏟아져 나왔다. 평소보다 수압이 더 높았다. 수도 시스템에도 변화가 있었다.
그는 다시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환기구의 그릴은 여전히 제자리에 있었다. 그러나 그릴 너머로 들리는 공기 흐름 소리가 평소와 달랐다. 더 크고, 더 불규칙했다. 공조 시스템이 불안정해진 것이었다.
이 모든 징후들이 동시에 일어난 것은 우연이 아닐 가능성이 높았다. 창고 전체의 전력망이나 중앙 제어 시스템에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었다. 아니면, 그가 3주 전에 심어둔 역추적 루틴이 아직도 시스템 어딘가에서 작동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었다. 그는 자신이 심은 코드들이 모두 제거되었다는 감시원의 말을 떠올렸다. ‘네가 심어둔 코드들은 모두 수정되었어.’ 그러나 모든 코드를 완벽하게 제거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특히 역추적 루틴처럼 스스로 복제되는 코드는 더욱 그랬다.
마커스는 매트리스로 돌아와 앉았다. 그는 자신이 지금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형광등이 다시 깜빡였다. 2초. 그리고 다시 켜졌다.
아홉째 날. 경첩의 나사가 마침내 빠졌다.
마커스는 아침 식사 후 배식구 앞에 엎드려 작업을 계속하고 있었다. 콘크리트 가루를 긁어내고, 나사를 흔들고, 다시 긁어내는 반복. 그러다 갑자기 나사가 손가락에 느껴지지 않았다. 그는 손가락으로 구멍을 더듬었다. 나사가 없었다. 바닥으로 떨어진 것이었다.
그는 재빨리 바닥을 살폈다. 나사는 배식구 바로 아래, 콘크리트 틈새에 끼어 있었다. 작고 녹슨 철제 나사였다. 길이는 2cm 정도. 머리는 십자 모양이었다. 그는 나사를 집어 손바닥에 올려놓았다. 이 작은 철 조각이 그가 9일 동안 손톱으로 콘크리트를 파내며 얻어낸 첫 번째 전리품이었다.
그러나 이 나사를 가지고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는 생각했다. 나사는 너무 작아서 무기로 사용할 수 없었다. 경첩도 하나의 나사가 빠졌다고 해서 당장 떨어지지는 않았다. 아직 위쪽 나사가 경첩을 단단히 고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래쪽 나사가 없는 지금, 배식구의 덮개는 아래쪽에서 약간의 틈이 생겼다. 1mm 남짓한 틈이었지만, 그 틈으로 복도 바닥의 콘크리트가 희미하게 보였다.
마커스는 그 틈을 통해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지 생각했다. 복도를 지나가는 보안 요원의 발소리, 시간대별로 변하는 복도 조명의 밝기, 다른 독방의 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 이 모든 것이 1mm의 틈을 통해 더 선명하게 들리거나 보일 수 있었다. 그는 눈을 틈에 대고 복도를 바라보았다. 시야는 극히 제한적이었다. 바닥 콘크리트와, 멀리 형광등 불빛이 희미하게 보일 뿐이었다. 그러나 이 작은 틈은 그가 바깥세상과 연결되는 유일한 창문이었다.
그날 오후, 마커스는 새로운 결심을 했다. 위쪽 나사도 빼내는 것이었다. 아래쪽 나사가 빠진 지금, 위쪽 나사만 제거하면 경첩 전체가 분리될 수 있었다. 배식구 덮개가 완전히 열리면, 가로 30cm, 세로 15cm의 구멍이 생긴다. 그 구멍으로 몸을 통과시킬 수는 없었다. 그러나 팔은 충분히 나갈 수 있었다. 팔이 나가면, 바깥쪽에서 문을 열 수 있을지도 몰랐다. 물론 문 손잡이는 바깥쪽에만 있었다. 그러나 손잡이 근처에 전자식 잠금 장치가 있다면, 그 장치를 손상시킬 방법이 있을지도 몰랐다.
그는 다시 배식구 앞에 엎드려 작업을 시작했다. 이번에는 위쪽 나사였다. 위쪽 나사는 아래쪽보다 더 단단히 고정되어 있었다. 콘크리트도 덜 부서져 있었다. 손톱으로 파내는 작업은 더 오래 걸릴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멈추지 않았다. 식사 시간마다 조금씩, 조금씩, 콘크리트 가루가 바닥에 쌓였다.
열하루째인가, 열이틀째인가. 마커스가 위쪽 나사 주변의 콘크리트를 절반쯤 파냈을 무렵, 스피커가 다시 켜졌다. 이번에는 감시원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더 높고, 더 무미건조한 여성의 목소리였다.
“NDG-2279. 마커스 윌리엄스. 경고합니다. 당신의 생체 신호가 지난 24시간 동안 불규칙한 패턴을 보이고 있습니다. 심박수 변동 폭이 허용 범위를 초과했습니다. 이는 금단 증세 초기 단계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증상입니다. 진정을 권고합니다.”
마커스는 매트리스에 누워 그 목소리를 들었다. 생체 신호의 불규칙성. 그것은 그가 경첩을 파내는 동안 심박수가 올랐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시스템은 그것을 금단 증세로 해석하고 있었다. 그들은 그가 이 방에 갇혀 정신적으로 무너지고 있다고 믿고 있었다.
“만약 48시간 이내에 생체 신호가 안정되지 않으면, 의료 진정제가 투여됩니다. 이는 당신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의료 진정제. 마커스는 그 단어를 곱씹었다. 진정제가 투여되면, 그는 잠들 것이다. 그리고 잠든 동안, 손목 밴드와 심전도 패치가 제거될 가능성이 있었다. 더 강력한 감시 장비로 교체될 수도 있었다. 아니면 완전히 다른 조치가 취해질 수도 있었다. 어느 쪽이든, 그가 깨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았다.
그는 심박수를 낮추기 위해 천천히 숨을 들이쉬고 내쉬었다. 그룹홈 시절의 호흡법을 다시 떠올렸다. 4초 들이쉬고, 7초 참고, 8초 내쉬는 것. 그의 심장은 점차 느려졌고, 손목 밴드의 LED는 다시 안정적인 녹색으로 깜빡였다.
그러나 그의 머릿속은 여전히 빠르게 회전하고 있었다. 의료 진정제가 투여되기 전에, 무언가를 끝내야 한다. 경첩을 완전히 제거하고, 배식구를 열고, 무언가—아직 무엇인지는 모르지만—를 해내야 한다.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48시간. 아니, 이미 몇 시간이 지났을지도 몰랐다.
그는 매트리스에서 일어나 다시 배식구 앞에 엎드렸다. 손톱으로 콘크리트를 긁어내는 소리만이 방 안에 울렸다. 천장의 카메라는 여전히 그를 비추고 있었고, 손목 밴드는 30초마다 깜빡였지만, 그의 손가락은 멈추지 않았다.
48시간 안에, 그는 이 방에서 나갈 방법을 찾을 것이다. 아니면, 적어도 그것을 시도하는 동안에는, 시스템이 그를 완전히 통제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증명할 것이다. 그 작은 증명이, 그가 이 방에 들어온 이후로 유일하게 붙잡고 있는 진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