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메리카의 잔혹사 미국편 #001] 아이비리그의 포식자들 – 1화: 담보물, 캘리포니아의 푸른 눈물 (실제 사건 파일 기반 각색)

1화: 담보물, 캘리포니아의 푸른 눈물

  매사추세츠주 켐브리지의 겨울은 잔인할 정도로 시렸다. 명문 하버드 대학교의 붉은 벽돌 건물들 사이로 몰아치는 칼바람은 로스쿨 진학을 꿈꾸던 우등생, 엘레나(21)의 뺨을 가차 없이 때렸다.

  엘레나는 캠퍼스 내에서 유명한 수재이자 미인이었다. 그녀는 언제나 자신이 넘쳤으며 모든 일에 대해서 자신 만만해 보이는 행동을 했다.

 캘리포니아의 눈부신 햇살을 머금은 듯한 금발과 지적인 푸른 눈동자. 그러나 그녀의 화려한 외견 뒤에는 숨이 막힐 듯한 빚의 올가미가 채워져 있었다. 코로나 여파로 아버지가 운영하던 외식업체가 파산하고 사채를 쓰다 의문사한 이후, 학비와 생활비는 고스란히 엘레나의 몫이 되었다.

 이번 학기 등록금 만 오천 달러를 오늘 자정까지 내지 못하면 제적이었다. 1, 2금융권의 대출 심사는 이미 거절된 지 오래였고, 자존심 때문에 동기나 교수에게는 한 마디도 꺼내지 못한 채 홀로 속을 태우고 있었다.

“엘레나, 아직도 돈 때문에 고민해? 내가 말했잖아, 아주 깔끔하게 해결해 줄 수 있는 신사를 안다고.”

  여대생 전용 스폰서 앱(Sugar Daddy)에서 알게 된 교내 사교클럽 선배 제시는 엘레나의 타들어 가는 속을 귀신같이 알고 있었다.

“저…… 그래도…… 괜찮을까요? 왠지 그런 것은 걱정이 되서요.”

“걱정은 무슨 걱정이야. 나봐, 잘 살고 있잖아”

 제시는 그곳에서 많은 도움을 받고도 문제 없이 잘 살고 있다며 엘레나를 끌어들이려고 하고 있었다. 엘레나가 볼 때도 제시는 돈 걱정없이 잘 사는 것만 같았다. 엘레나는 도무지 돈을 구할 길이 없어서  스폰서 앱에 가입을 했지만, 자존심 때문에 선뜻 결정을 못 내리고 있었는데, 제시가 먼저 연락을 해오는 바람에 알게 된 것이었다.

“선배, 정말 괜찮은 것이죠? 그냥 가서 이야기만 하고 술만 옆에서 따르면 되는 것이죠?”

“그렇다니까 그러네~ 내가 지금 그러고 있잖아~ 나 못 믿어? 그냥 술 한잔 마시고 빌려주는 돈 받아오기만 하면 돼”

 엘레나는 제시의 말을 듣고 한참 고민을 하더니 말을 했다. 무조건 제시의 말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엘레나는 제시와 만나면서 약에 손을 댔고, 제시한테 빌린 약값만 삼만 달러에 달했다.그로 인해 그녀는 제시의 말을 무조건 적으로 거절하기가 힘들었다. 그녀하고 하는 약은 자신이 처한 현실을 도피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있었다.

“그럼 알았어요. 선배 말을 믿고 한 번 가볼께요”

 제시의 안내를 받아 엘레나가 도착한 곳은 보스턴 다운타운의 한 최고급 펜트하우스. 그곳에는 맞춤 정장을 차려 입은 신사적인 매너의 사내, 하비에르(42)가 기다리고 있었다. 멕시코 카르텔의 보스턴 자금 세탁 총책이자, 대학가를 상대로 고리사채와 마약을 유통하는 거물이었다. 한 눈에 보기에도 돈이 많아 보이는 사내였다.

“반갑습니다, 엘레나 양. 아름답고 총명한 인재가 돈 따위에 청춘을 낭비하는 건 미국의 손실이지요. 서류는 준비해 뒀습니다.”

  하비에르는 자상한 미소를 지으며 만 오천 달러가 든 가방과 함께 계약서를 내밀었다. 일주일 뒤 원금 상환, 이자는 단 10%. 당장 눈이 뒤집힌 엘레나는 계약서 뒷장에 숨겨진 깨진 유리 조각 같은 독소 조항들을 미처 보지 못했다. ‘기한 내 미 상환 시, 채권자는 채무자의 신체 및 명의에 대한 전권(全權)을 위임받는다’는 연방 법률의 맹점을 교묘하게 깎아낸 올가미였다. 엘레나 역시 자존심과 조급함 때문에 악마가 파놓은 함정으로 제 발로 걸어 들어갔다.

 그녀는 그 자리에서 서류를 꼼꼼히 확인 한다는 것은 자신의 자존심이 허락하지를 않았다. 빨리 돈만 받고 나오는 것만 생각하고 있었다. 그녀는 제시의 말처럼 옆에서 술을 따라주고, 돈만 빌려서 나오면 되었다. 그곳을 나오면서 그녀는 제시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마치 그녀가 자신이 구원자가 된 듯 했다.

  일주일은 순식간에 흘렀다. 약속된 상환일 전날 밤, 하비에르의 수하들이 엘레나를 펜트하우스로 다시 불러들였다. 돈을 구하지 못한 엘레나에게 하비에르는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다른 서류를 들이밀었다.

“엘레나 양, 착각이 심하군. 일주일 ‘매일’ 이자가 10% 복리야. 그리고 제시에게 빌린 마약 값 삼만 달러가 네 채무로 이관되었지. 네가 그때 마신 보드카에 든 게 단순한 술인 줄 알았나? 계약할 때 제대로 읽어봤어야지? 멍청한 년. 이제 니 신체하고, 명의에 대한 모든 것은 우리가 가져가게 되어 있어!”

  제시는 이미 카르텔의 앞잡이였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펜타닐과 케타민에 중독된 엘레나의 채무는 순식간에 칠만 달러로 불어나 있었다. 엘레나는 이 사실을 도무지 받아 들일 수가 없었다.

“이, 이건 사기잖아요! 경찰에 신고하겠어요!”

  엘레나가 화를 내면서 일어서려 하자, 곁에 서 있던 거구의 행동대장 헥터가 그녀의 머리채를 휘잡아 대리석 테이블 위로 거칠게 내리찍었다. 콰앙!

“경찰? 해봐, 이 년아. 이 방 계약자 명의가 누군 줄 알아? 보스턴 마약단속국 부국장이야. 그 새끼가 매주 여기서 어떤 접대를 받는지 네 눈으로 보여줘?”

  두피가 찢어지는 고통과 함께 추악한 북미의 어두움이 열렸다. 헥터는 저항하는 엘레나의 사지를 붙잡아 침대에 던졌고, 하비에르는 주머니에서 투명한 액체가 든 주사기를 꺼내들었다. 정제된 고농도 동물용 마취제와 약의 혼합물이었다.

“자, 너의 아이비리그의 화려한 간판은 여기까지다. 오늘부터 넌 다크웹에서 가장 비싸게 팔릴 내 담보물이야.”

  차가운 바늘이 엘레나의 가녀린 목덜미를 파고들었다. 온몸의 근육에서 힘이 쭉 빠져나가며, 정신은 멀쩡한데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는 완전한 항거불능 상태가 되었다.

 눈앞이 흐려지는 어둠 속에서, 하비에르와 그의 조직원들, 그리고 밤의 포식자들이 나체로 변해 그녀의 몸 위로 떼거리로 달려들기 시작했다. 침대 천장에 설치된 고성능 카메라의 빨간 녹화 불빛이 잔인하게 번뜩였다. 플래시가 터질 때마다, 캘리포니아의 푸른 눈동자를 가졌던 여대생의 영혼은 갈가리 찢겨 시궁창 속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자신의 흔들리는 몸에 맞춰서 불빛이 춤을 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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