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잔혹사 한국편 #001] 강남 외식업 카르텔 – 7-4화: 지옥을 부수는 바퀴, 새벽의 동틀 녘 (실제 사건 파일 기반 각색)

7-4화: 지옥을 부수는 바퀴, 새벽의 동틀 녘

 

“나랑 같이 가자. 내 방패는 비록 부러졌어도, 너랑 같이 길바닥에서 피를 흘리며 죽을지언정 저 악마들의 노예로 살게 두진 않아.”

 집행조의 무자비한 배트에 맞아 부러진 턱뼈 사이로 붉은 피가 섞여 나오는 민석의 으스러진 목소리가 병실의 서늘하고 정적 가득한 공기를 날카롭게 가를 때, 아현의 가슴 속 깊은 곳에 시체처럼 잠들어 있던 마지막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의지가 마침내 파르르 떨리며 깨어났다.

 강태훈과 사채 조직의 잔혹한 협박과 인신 대부 계약서 앞에 무릎을 꿇은 채, 자신이 피땀 흘려 일구었던 청담동 ‘벨벳’의 명목상 마담으로 전락해 살아가며 매일 밤 영혼이 도살당하던 수 개월의 끔찍했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밤마다 사채 브로커들과 졸부들의 더러운 타액과 가학적인 탐욕에 나신이 무참히 유린당하면서도, 오직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민석의 가냘픈 목숨줄을 쥐고 흔드는 강태훈의 서늘한 가스라이팅과 공포에 질려 아현은 스스로를 평생 빠져나올 수 없는 노예라는 철창 속에 가두고 있었다. 하지만 온몸의 사지가 부러지고 으깨어진 채 침대에 누워있던 민석이 핏발 선 눈으로 던진 그 단호한 한마디는, 아현의 목을 옥죄고 있던 보이지 않는 사채 카르텔의 사슬을 단숨에 끊어발기는 거대한 도끼가 되었다.

‘더 이상은 저들의 뜻에 순응하지 않아. 영혼이 다 말라 죽은 껍데기만 살아있는 착취 기계로 평생을 사느니, 내 손으로 피를 흘리며 싸우다 처절하게 죽겠어.’

 벽면에 걸린 시계 바늘이 잔인하게 흘러 새벽 4시 25분을 가리키는 순간, 아현은 눈가에 흐르던 절망의 눈물을 거칠게 닦아내며 침대 옆 구석에 차갑게 접혀 있던 철제 휠체어를 향해 몸을 던져 그것을 요란한 소리와 함께 펼쳤다. 민석의 마른 몸에 기괴하게 연결되어 있던 링거 줄들을 과감하게 손으로 뽑아내자 투명한 약액과 붉은 혈흔이 바닥으로 후드득 떨어졌다.

 그녀는 거친 숨을 몰아쉬는 민석의 산소호흡기 밸브를 조심스럽게 분리한 뒤, 아직 힘이 들어가는 민석의 유일한 왼손을 자신의 가냘픈 어깨 위로 단단히 걸쳤다. 그리고 온 힘을 다해 뼈만 남은 그의 비선형적인 몸을 침대 밖으로 끌어당겨 철제 휠체어 위로 옮겨 태웠다. 척추를 타고 얼음물처럼 내리치는 극도의 긴장감에 심장이 갈비뼈를 부수고 터져버릴 것처럼 미친 듯이 날뛰었지만, 사슬을 끊어내기 시작한 그녀의 손길에는 단 한 조각의 망설임도 남아있지 않았다.

 정확히 새벽 4시 30분. 민석이 그동안 숨죽여 관찰하며 기록해 두었던 운명의 시간이 찾아왔다. 병실 복도 끝 휑한 공간을 매서운 눈빛으로 감시하던 강태훈의 행동대원들이 야간 근무 교대를 위해 지하 흡연구역으로 일제히 발걸음을 옮기는, 하루 중 유일하게 열리는 단 10분간의 짧은 틈새가 마침내 두 사람의 눈앞에 구원의 문처럼 활짝 열렸다. 아현은 조폭들의 추격에 구두 굽 소리가 새어 나가지 않도록 신발을 벗어 던진 채, 이미 굳은살과 흉터로 얼룩진 맨발에 가해지는 통증을 참으며 철제 휠체어의 바퀴를 양손으로 힘차게 움켜쥐었다. 그리고 병실 문을 밀치고 새벽의 어스름이 깔린 복도 밖으로 미친 듯이 휠체어 바퀴를 굴려 나갔다.

 감시 카메라의 눈을 피하기 위해 사채 조직의 시선이 집중되는 중앙 엘리베이터 대신, 먼지와 한기가 가득한 병원 뒷문의 은밀한 화물용 경사로를 향해 달렸다. 철제 바퀴가 차가운 대리석 바닥을 거칠게 긁으며 내는 둔탁한 소리가 새벽의 고요한 정적 속에 마치 천둥소리처럼 커다랗게 울려 퍼지는 것 같아 아현은 심장이 목구멍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은 극심한 압박감을 느꼈다.

 숨이 턱 끝까지 막혀와 폐부가 찢어질 것 같았지만, 휠체어를 밀어붙이는 그녀의 맨발은 멈추지 않았다. 화물용 비상구를 뚫고 병원 밖 차가운 아스팔트 도로변으로 나선 순간, 아현은 지나가던 빈 택시를 향해 온몸을 던지듯 손을 흔들었다.

 민석이 습격당하기 직전 사투 끝에 남겨두었다는 마지막 보루는 완벽하게 살아있었다. 그의 지시대로 도착한 역삼동 오피스텔의 어둡고 축축한 보일러실 깊숙한 구석, 먼지가 뽀얗게 쌓인 틈새 안에는 강태훈의 사채 조직이 저지른 잔혹한 불법 채권 추심, 야만적인 폭력 행위, 그리고 재무 브로커 마 실장과의 추악한 자금 세탁 모의 정황이 고스란히 담긴 통화 녹취록 서브폰과 이중 계약서 사본이 그대로 잠들어 있었다.

 탐욕스러운 조폭들이 민석의 육체를 난도질하고 소지품을 샅샅이 뒤졌어도, 법을 공부하던 청년이 목숨과 바꾸어 숨겨둔 마지막 역전의 화약고까지는 미처 찾아내지 못했던 것이다. 아현은 뒤쫓아오는 조폭들의 숨 가쁜 추격을 따돌리며 마침내 그 결정적인 증거 뭉치를 양손에 움켜쥐는 데 성공했다.

 증거를 확보한 아현은 강남 사채 조직의 검은 돈에 매수되었을지 모를 일선 경찰서를 배제하고, 민석이 알려준 법조계 직속 선배가 소속된 대형 로펌으로 택시를 몰아 직행했다. 밤새 피눈물을 흘리며 지켜낸 증거 뭉치를 변호사단 앞에 전량 제출함과 동시에, 로펌의 강력한 법적 비호 하에 검찰 특수부와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전격적으로 합동 고발장을 접수했다.

 과거 대한민국 유흥가 바닥에서 독버섯처럼 자라나 자영업자들의 고혈을 짜내던 실제 잔혹한 기업형 사채 조직들을 공권력의 힘으로 뿌리 뽑았던 현실의 승리 사례들처럼, 완벽하게 가공된 물증과 피해자들의 생생하고 구체적인 폭로 앞에 마침내 국가 권력의 거대하고 매서운 칼날이 무서운 속도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두 사람이 목숨을 걸고 확보한 대포폰의 녹취 파일과 이중 장부의 파괴력은 강남 지하 세계의 생태계를 송두리째 뒤흔들며 폭발했다. 고발장이 접수된 지 단 수어 시간 만에 체포영장과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되었고, 광수대 수사관들이 청담동 벨벳 매장과 강태훈의 아지트를 동시다발적으로 기습했다.

 사채 조직의 수장 강태훈과 그의 잔인한 오른팔 행동대장 철구는 물론이고, 벨벳의 VIP 룸을 아지트 삼아 은밀하게 기생하며 정·재계 비호 세력을 연결하던 재무 브로커 마 실장, 그리고 그들에게 뇌물과 성접대를 받으며 내사 정보를 유출하던 부패한 검경 간부들까지 모조리 일제 단속의 그물망에 걸려들어 줄줄이 차가운 수갑이 채워진 채 호송차로 압송되었다.

 법과 공권력의 서늘한 이름 아래, 안아현과 민석의 인생을 무참히 난도질했던 그 거대하고 추악한 사채 카르텔이 단 일주일 만에 완벽하게 공중분해 되어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이다.

 한 동안 두 사람의 목을 옥죄던 잔혹한 사슬은 마침내 제 손으로 완벽하게 끊어졌다. 그리고 기적은 카르텔의 붕괴라는 법적인 승리에서 멈추지 않았다. 과거 3화에서 처음 사채업자들의 위기가 닥쳤을 때부터 서로에게 거짓말을 하거나 도망치는 대신, 민석에게 모든 진실을 솔직하게 알리고 함께 고통을 분담하겠다고 맹세했던 두 사람의 견고한 신뢰는 지옥의 가장 깊고 축축한 구렁텅이 속에서도 마침내 찬란한 빛을 발했다.

 민석은 아현이 자신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병원비를 대고 목숨을 보존하기 위해 벨벳의 매장에서 조폭들의 온갖 핍박과 성적인 모멸감을 견디며 홀로 흘려야 했던 눈물과 처절한 희생을 온전한 사랑으로 이해하고 포용했다. 아현 역시 사지가 무자비하게 부러지고 오른팔의 신경이 죽어가는 극심한 고통 속에서도, 오직 자신을 구원하고 카르텔의 명줄을 끊기 위해 어둠 속에서 독기를 품고 증거를 지켜냈던 민석의 헌신적인 사랑을 다시금 확인했다.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지독한 죄책감과 수치심의 칼날로 서로를 찌르는 파멸의 길 대신, 두 사람은 서로의 깨어진 영혼의 조각을 따뜻하게 맞추고 보듬어 안는 치유의 길을 함께 걷기로 선택했다. 비록 거울은 깨졌을지언정 그 파편을 함께 모아 서로의 상처를 가만히 덮어주는 견고한 결합이었다. 거대한 법적 공방과 폭풍 같았던 합동 수사본부의 조사가 모두 마무리되고 세상이 다시 고요해진 지 일 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태훈에게 뺒긴 재산은 다 돌려받을 수 있었지만, 아현은 모든 것을 처분하고, 민석과 같이 먼 시골로 향했다.

 대한민국 강남의 그 화려하고 추악하며 가식적인 네온사인 소음에서 흔적도 없이 멀리 떨어진, 파도 소리만이 고요하게 울려 퍼지는 한적한 남해안 바닷가의 작은 마을. 아현은 더 이상 벨벳의 화려한 실크 드레스와 슬픔을 감추기 위한 짙은 화장 뒤에 숨어 사내들의 눈치를 보며 피눈물을 흘리던 사채업자의 노예가 아니었다.

 아침 안개를 걷어내며 투명하게 맑게 갠 따스한 아침 햇살을 온몸으로 받으며, 아직 오랜 재활치료를 거쳐야 하는 민석의 휠체어를 부드럽게 밀고 하얀 백사장을 걷는 그녀의 얼굴에는 아주 오랜만에 찾아온 때 묻지 않은 순수한 미소가 잔잔하게 번져나가고 있었다.

 비록 조폭들의 배트에 무참히 부서진 민석의 오른팔과 육체는 평생 지울 수 없는 상흔으로 남을 것이며, 아현의 가슴 속에 깊게 낙인찍힌 카르텔의 트라우마와 악몽의 흉터는 쉽게 지워지지 않겠지만, 두 사람은 마침내 서로의 손가락을 꽉 맞잡은 채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자유의 공기를 폐부 깊숙이 들이마시고 있었다.

 돈과 욕망에 눈이 멀어 도덕이 완벽하게 마비되었던 강남의 잔혹사 한복판 속에서, 끝까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서로에 대한 신뢰를 포기하지 않았던 위대한 연인. 그들은 자신들을 가두었던 사채 조직의 철창을 제 손으로 당당히 부수고 나와, 마침내 암흑의 수렁을 완전히 벗어난 찬란한 새벽의 동틀 녘을 함께 맞이하고 있었다. 파도 소리가 두 사람의 발바닥을 적실 때, 멀리 수평선 너머로 거대한 태양이 붉은 빛을 내뿜으며 어둠을 밀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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