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화: 봉투의 무게
오전 9시 47분. 관료가 문을 닫고 떠난 직후.
자이드는 서랍 속 봉투를 꺼냈다. 손끝이 굳지 않았다. 이미 떨릴 감각을 상실한 지 오래였다. 그는 봉투를 개봉하지 않은 채 3분간 그대로 바라보았다.
하산의 마지막 우편물. 발송 날짜는 3일 전.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는 오늘 아침보다 3일 앞선 시간. 죽기 전에 보낸 것이다.
칼을 집어 들었다. 종이를 가르는 소리가 사무실의 정적을 찢었다.
내용물은 USB 메모리 하나와 손편지 한 장이었다.
편지의 첫 줄.
‘자이드 씨, 이 편지를 읽고 있다면 당신은 아직 살아 있는 것입니다.’
두 번째 줄.
‘그리고 이 편지를 읽고 있다면, 나는 아마 죽었을 것입니다.’
자이드는 편지를 내려놓았다. 의자에 깊이 앉았다. 천장의 형광등이 여전히 깜빡이고 있었다. 그는 그것을 의식하지 않았다. 대신 하산의 얼굴을 떠올렸다. 한 번도 직접 보지 못한 얼굴. 목소리로만 알던 남자.
USB를 노트북에 연결했다. 암호가 걸려 있었다. 자이드는 3초간 생각하고, 하산이 마지막 통화에서 남긴 문장을 입력했다. ‘당신의 이름도 그 안에 있습니다.’
폴더가 열렸다.
폴더에는 세 개의 파일이 있었다.
첫 번째 파일. ‘KGL 물류 추적 보고서.’ 하산이 독자적으로 수집한 K-Global Logistics의 화물 추적 데이터였다. 지난 2년간 자이드가 처리한 컨테이너 중 37개가 표시되어 있었다. 각 컨테이너의 신고 품목과 실제 X-ray 밀도 분석 결과가 나란히 정리되어 있었다. 편차가 10%를 넘는 컨테이너가 22개. 그중 12개가 자이드의 서명으로 출고된 것들이었다.
두 번째 파일. ‘카라즈 문화부 연관성.’ 관료의 이름과 직책. 그가 연루된 유물 밀매 정황. 스위스 은행 계좌 번호 3개. 카라즈 국립 박물관에서 사라진 유물 목록과, 현재 유럽 경매 시장에 출품된 유사 품목들의 비교표. 하산은 이 모든 것을 혼자서, 상관의 압력 속에서, 조사 중단 명령을 받은 이후에도 계속 추적해왔다.
세 번째 파일. ‘자이드에 대한 메모.’
자이드는 그 파일을 열지 않았다. 대신 손을 멈추고 편지의 나머지를 읽었다.
‘당신에게 이 자료를 보내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나는 이제 곧 무력화될 것이고, 그 이후에 이 자료를 세상에 공개할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그 사람이 되어주길 바랍니다.’
‘하지만 강요하지는 않겠습니다. 당신은 이미 오랫동안 이 시스템 안에서 살아왔고, 그 시스템을 떠받치는 기둥 중 하나였습니다. 이 자료를 공개하는 일은 당신 자신을 파멸시키는 일이기도 할 겁니다.’
‘그러므로 선택은 당신의 몫입니다.’
자이드는 편지를 접어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세 번째 파일을 열었다.
‘자이드에 대한 메모.’
첫 줄에 적힌 문장.
‘그는 악인이 아니다. 그는 시스템의 톱니바퀴였다. 톱니바퀴는 스스로 멈출 수 없다. 하지만 누군가 멈춰주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나는 믿는다.’
오후 1시 15분. 점심시간이었지만 자이드는 구내식당으로 가지 않았다.
사무실 문을 잠그고 외장 하드를 연결했다. 그가 지난 3주간 축적해온 증거들. 관료와의 통화 녹음 6건. 서류 조작 스크린샷 47장. 박물관 메모 원본. 코드 9-0A의 진짜 목록. 그리고 C-3 구역에 숨겨진 900점의 유물과 오늘 도착한 15kg짜리 목재 상자의 사진.
이 모든 것과 하산의 자료를 하나의 폴더로 병합했다.
완성된 데이터의 총량은 2.3GB. 이 작은 저장 장치 하나에 카라즈 공화국의 유물 밀매 카르텔 전체를 무너뜨릴 수 있는 증거가 담겼다. 그리고 동시에, 자신을 파멸시킬 증거도 함께였다.
그는 데이터를 세 개의 복사본으로 만들었다. 하나는 외장 하드. 하나는 개인 클라우드. 마지막 하나는 새로 구매한 USB 메모리. 이 USB는 아내의 서재 책장 뒤쪽 빈 공간에 숨겼다.
그런 다음, 하산의 편지에 답장을 썼다. 보낼 수 없는 답장이었다.
‘당신이 믿은 대로, 나는 멈추려고 합니다. 비록 이제 와서지만.’
종이를 접어 금고에 넣었다. 언젠가 누군가 이 금고를 열게 된다면, 이 편지는 그 사람에게 전달될 것이다.
오후 4시. 관료가 사무실로 다시 들어왔다.
이번에는 선글라스의 남자도 함께였다. 그들은 자이드의 책상 앞에 섰다. 관료의 눈꺼풀은 평소보다 더 내려와 있었다. 피로인지, 경계인지 구분할 수 없는 표정이었다.
“내일 출고될 화물 리스트를 확인하러 왔습니다.”
“아직 작성 중입니다.”
“늦으시군요. 평소 당신답지 않게.”
관료의 시선이 자이드의 모니터를 스쳤다. 화면에는 장부가 아닌 바탕화면이 떠 있었다. 자이드는 평소에 절대 장부를 끄지 않는 사람이었다. 관료의 눈꺼풀이 1밀리미터 올라갔다.
“무슨 일 있습니까.”
“없습니다.”
“하산 검사관의 죽음이 당신에게 영향을 준 건 아닙니까.”
자이드는 관료의 눈을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저는 그와 개인적인 관계가 없었습니다.”
“그렇습니까. 다행이군요.”
관료가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의 손가락이 자이드의 책상 가장자리를 톡톡 두드렸다.
“당신은 훌륭한 관리자입니다. 이 시스템은 당신을 필요로 합니다. 그러니 계속 그 자리에 있어주십시오. 그게 모두를 위한 길입니다.”
관료가 문으로 향했다. 선글라스의 남자가 뒤따랐다.
문이 닫히기 직전, 관료가 마지막 말을 남겼다.
“오늘 밤, 그 목재 상자의 최종 목적지를 알려주겠습니다. 그 상자가 떠나면, 모든 것이 정리될 겁니다.”
문이 닫혔다.
모든 것이 정리된다. 그 말이 자이드의 머릿속에 남았다. 정리. 하산이 정리되었듯이. 그리고 그 정리가 끝난 후, 다음은 누구일지.
그는 답을 알고 있었다.
오후 7시 22분. 퇴근 시간이 지났다.
사무실에는 자이드 혼자 남아 있었다. 그는 금고에서 모든 것을 꺼냈다. 박물관 메모. 외장 하드. 선불 휴대폰. 하산의 편지. 그리고 보낼 수 없는 답장.
그것들을 책상 위에 일렬로 늘어놓았다.
그의 손에는 이제 두 개의 길이 놓여 있었다. 세상에 없는 길이었다.
첫째 길. 이 증거들을 들고 하산이 못다 한 일을 완성하는 것. 데이터를 공개하고, 관료의 카르텔을 폭로하는 것. 그 길은 자이드 자신의 파멸로 이어질 것이다. 14년간 쌓아온 모든 것. 직장. 월급. 일상. 아내와의 평온한 저녁 식사. 그 모든 것이 사라질 것이다.
둘째 길. 증거를 파기하는 것. 외장 하드를 부수고, 메모를 태우고, 하산의 편지를 없애는 것. 그리고 내일도 출근하여 평소처럼 장부를 작성하는 것. 관료의 말대로, 시스템을 필요로 하는 톱니바퀴로 남는 것.
하지만 자이드는 이미 알고 있었다. 이 둘 중 어느 쪽도 자신을 온전히 구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굴복해도 죽은 목숨이고, 반항해도 부서지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그는 선택해야 했다.
그는 스마트폰을 꺼내 아내의 번호를 눌렀다. 오늘은 늦을 거라고. 먼저 자라고. 목소리는 평소와 같았다. 전화를 끊고, 그는 마지막으로 외장 하드를 손에 쥐었다.
2.3GB. 이 작은 장치 하나에 모든 것이 담겨 있었다.
당신의 선택은? (최종 분기점)
자이드의 선택 – 당신은 어떤 길을 안내하겠습니까?
선택 1: 증거를 파기한다. 외장 하드를 물리적으로 파괴하고, 하산의 편지를 태운다.
선택 2: 증거를 가지고 세상 밖으로 나간다. 하산이 준비해둔 언론 연락처와 국제기구 채널을 통해 모든 데이터를 공개한다.(무료)
(※ 선택하신 분기점의 다음 화를 결제하시면, 자이드의 잔혹한 운명이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