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그림자 화물 유물 편 #001] 역사라는 이름의 재고품 – 5-2화: 균열의 확장

5-2화: 균열의 확장

화요일. 오전 6시 42분.

동쪽 셔터가 올라가기까지 18분. 커피도 뽑지 않았다. 외장 하드를 노트북에 연결했다. 암호 16자리. 폴더가 열렸다.

지난 3일간의 수확. 통화 녹음 4건. 서류 수정 전후 스크린샷 27장. 박물관 메모 스캔본. 그리고 어제 추가된 항목 하나. 감사팀 명단과 이력.

운영 감사관은 이스탄불 지사에서 재고 횡령을 적발한 이력이 있는 자. 외부 회계사는 서른셋. 낯선 조직의 낯선 눈이 가장 위험했다.

C-3 구역은 비어 있었다. 900점의 유물을 지상 컨테이너 4개로 분산시켰다. 라벨은 ‘반품 대기’. 하지만 추가 작업 하나. 컨테이너 내부 사진 12장. 어떤 유물이 어디에 있는지 기록한 목록. 누군가 이 화물을 감사 중에 다른 곳으로 옮기려 한다면, 그 움직임을 추적할 수 있을 터였다.

노트북을 닫았다. 외장 하드를 금고에 밀어 넣었다. 금고 안에는 박물관 메모 원본과 선불 휴대폰이 나란히 누워 있었다.

창밖. 검은 세단이 주차장에 들어왔다. 선글라스의 남자가 먼저 내렸다. 조수석 문이 열리며 관료가 모습을 드러냈다.

자이드의 손이 금고 문을 닫았다. 철제 경첩이 내는 소리가 평소보다 날카로웠다.

문이 열렸다. 노크 없이.

“문제는 없습니까.”

“C-3은 정리했습니다. 지상 컨테이너로 분산 적재.”

“감사팀이 열어볼 확률은.”

“낮습니다. 반품 대기는 감사 대상에서 보통 제외됩니다.”

“보통.”

“익명의 제보가 없다면.”

관료의 눈꺼풀이 1밀리미터 올라갔다.

“제보할 만한 사람이 있습니까.”

“세관 검사관 하산. 지속적으로 당사 화물을 문의하고 있습니다. 이전에 보고드린 자입니다.”

“하산.”

관료가 이름을 삼켰다. 이름을 기억할 때는 반드시 무슨 일이 뒤따랐다.

“하산은 내가 처리합니다. 당신은 감사에 집중하십시오. 나는 오늘 이 건물에 머무릅니다.”

관료가 돌아섰다. 문이 닫혔다.

혼자 남은 사무실. 개인 휴대폰을 꺼내 하산의 번호를 찾았다. 메시지를 입력했다. 전송하지 않고 저장했다.

‘관료가 감사 기간 중 상주합니다. 당신이 처리 대상으로 거론되었습니다.’

지우지 않았다. 문자가 폰의 메모리에 가라앉았다.

오전 10시 7분. 세 명의 정장이 사무실 문을 밀고 들어왔다.

재무 감사관이 먼저 명함을 내밀었다. 마흔둘. 여자. 의자에 앉자마자 말했다. “실물 재고와 장부 불일치율 3개년 추이를 먼저.”

서론이 없었다. 자이드는 파일을 열었다.

운영 감사관은 명함이 없었다. 대신 작은 수첩. 반백의 머리. 웃지 않는 입매. 수첩 첫 장에 자이드의 이름을 적었다. 펜이 종이를 긁는 소리만 들렸다.

외부 회계사는 가장 조용했다. 서른셋. 입을 다물고 있지만 눈이 쉬지 않고 움직였다. 선반의 분류 라벨. 직원들의 동선. 천장의 카메라 위치. 모든 것을 스캔 중이었다.

“지상 현장부터.”

운영 감사관이 일어났다.

고개를 끄덕이며 앞장섰다. 발걸음은 느릿했다. 심박수를 조절하기 위한 리듬. 지상 구역은 시멘트 포대와 철근 묶음과 세라믹 타일 팔레트. 모든 바코드가 스캔되었다. 무작위 측정 중량은 장부와 100% 일치. 입고 일자. 출고 예정일. 숫자가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1시간 20분. 감사관들의 펜이 쉬기 시작했다.

지하였다.

C-3 구역의 철문을 지나칠 때, 운영 감사관의 구두 소리가 멈췄다. 손가락이 팻말을 가리켰다. ‘출입 제한 – 승인 필요’.

“이 구역은.”

“고객 요청 장기 보관 구역입니다.”

“열겠습니다.”

입이 닫혔다. 2초의 정적.

“이 구역은 고객 계약상 외부인 접근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계약서 사본을 보여드릴 수는 있습니다.”

“고객은.”

“카라즈 문화부입니다.”

운영 감사관의 펜이 수첩 위에서 멈췄다. 써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망설이는 손끝. 그리고 한 글자만 적었다.

“다음 구역으로.”

숨을 내쉬지 않았다. 손목시계를 보았다. 오전 11시 23분. 첫 번째 고비는 넘겼다.

오후 2시 45분. 휴대폰 진동.

하룰. 막내 직원.

“감사팀 중 한 분이 지상 컨테이너 구역으로 갔습니다.”

발걸음이 멎었다.

“몇 번.”

“3번.”

3번 컨테이너. 소아시아 도자기 300점 중 유리병 120점. 라벨은 파손 클레임. 문을 여는 순간 모든 것이 드러난다.

뛰지 않았다. 구두 굽이 콘크리트를 때리는 간격만 평소보다 0.3초 짧았다.

도착했을 때, 외부 회계사는 3번 컨테이너 앞에 서 있었다. 손가락이 라벨의 가장자리를 쓸고 있었다.

“담당자신가요.”

“입니다.”

“이 컨테이너, 반품 대기인데 사유가 불명확하군요. 내부 확인을.”

“파손 클레임 건입니다. 내부가 정리되지 않았습니다. 안전 장비를 가져오겠습니다.”

뒤돌아 걸었다. 모퉁이를 돌자마자 두 개의 전화.

첫 번째. 선글라스의 남자. “지상 3번 컨테이너. 열어보려고 합니다. 관료님께.”

“알겠다.”

두 번째. 감독관. “3번 컨테이너 접근 구역. 아무도 들이지 마십시오.”

“알겠습니다.”

2분 50초. 안전 장비를 챙겨 돌아왔다.

회계사는 휴대폰을 귀에 대고 있었다. 고개가 천천히 끄덕여졌다.

“네… 알겠습니다.”

전화가 내려갔다. 당혹이 얼굴을 스치고 사라졌다.

“본사에서 연락이 왔네요. 이 컨테이너는 감사 대상에서 제외라고.”

안전모를 내려놓았다. “그럼 다른 구역으로.”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뇌는 기록하고 있었다. 본사 감사팀의 외부 인력에게 직접 명령을 철회시키다. 관료의 힘은 예상보다 컸다. 그 힘의 증거 하나를 더 확보했다.

오후 5시 3분. 첫날 감사 종료.

감사팀이 사라진 후, 사무실에 남은 것은 식어버린 커피와 적막뿐이었다. 개인 휴대폰이 진동했다. 하산.

“자이드입니다.”

“하산입니다. 상관에게 호출당했습니다. K-Global 조사를 중단하라는 지시였습니다.”

대답 대신 숨소리만 흘렀다. 하산이 말을 이었다.

“뭔가 크게 잘못되고 있다는 확신이 듭니다. 저는 계속할 생각입니다. 당신이 알고 있는 게 있다면, 지금 말해주십시오.”

손가락 끝이 굳었다. 1초. 2초.

오전에 저장해둔 문장이 스쳤다. ‘당신이 처리 대상으로 거론되었습니다.’ 전송하지 않은 문장.

입을 열었다. “하산 씨. 제게는 말할 수 있는 권한이 없습니다.”

“권한 때문입니까, 두려움 때문입니까.”

대답 대신 전화기를 쥐었다. 하산은 이미 시스템의 경계선 밖으로 발을 들이밀고 있었다. 그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것만은 분명했다.

“저는 단순히 물류 관리자입니다.”

“아니요. 당신은 지금 이 시스템의 일부입니다. 그러니까 전화를 받은 겁니다. 그러니까… 아직 전화를 끊지 않은 겁니다.”

통화가 끊겼다.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는 방금 자신이 한 말을 기록했다. 언제. 누구에게. 무슨 말을. 이 기록은 나중에 그를 지켜줄 증거가 될 수도, 혹은 목을 조르는 올가미가 될 수도 있었다.

임시 저장된 메시지를 지웠다. 대신 새로운 문장을 저장했다.

‘하산과의 통화. 17:03. 정보 제공은 보류. 하산은 조사 지속 의지 확인. 나는 아직 살아 있다.’

수요일. 감사 둘째 날.

오전 내내 장부 검토. 재무 감사관이 재고 회전율을 물었다. 답했다. 폐기율. 답했다. 보험 클레임 건수. 답했다. 모든 숫자가 정해진 셀 안에 있었다.

오후 2시. 운영 감사관이 수첩에서 고개를 들었다.

“코드 9-0A. 공식 코드표에 없는데 장부에 수차례 등장하더군요.”

“고객 요청 장기 보관 항목입니다. 출고 일정이 확정되지 않은 물량에 대해 현장 재량으로 부여한 임시 코드입니다.”

“본사 승인은.”

“계약서에 근거한 조치입니다. 사본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펜이 수첩 위를 길게 움직였다. 한 문장.

“계약서 사본과 코드 9-0A 실물 목록을 내일까지.”

“알겠습니다.”

감사팀이 떠난 후, 관료에게 전화를 걸었다.

“내일까지 계약서 사본과 실물 목록을 제출해야 합니다.”

“계약서는 내 쪽에서 준비하지. 목록은 당신이 작성해.”

“목록을 작성하려면 현재 컨테이너에 분산된 물량을 정확히…”

“자이드 씨.”

관료의 목소리에 금이 갔다.

“당신은 숫자를 맞추는 사람 아닙니까. 숫자를 맞춰요. 그게 당신 일이잖아.”

전화가 끊겼다.

통화 녹음 버튼을 눌렀다. 녹음 파일이 외장 하드에 저장되었다.

그리고 키보드에 손을 올렸다.

두 개의 목록이 동시에 탄생했다.

첫 번째 목록. 감사팀 제출용. 소아시아 도자기 300점은 ‘장식용 도자기 샘플 300점’. 설형문자 점토판 600점은 ‘교육용 복제 점토판 600점’. 모든 항목이 가짜였다.

두 번째 목록. 외장 하드에 저장되는 진짜 목록. 유물의 실제 품목. 원래 출처. 추정되는 밀반출 경로. 이 목록은 가짜와 정확히 같은 시간에, 정확히 반대 방향으로 작성되었다.

2시간 17분. 두 개의 목록이 완성되었다.

하나는 거짓을 말하는 종이. 다른 하나는 진실을 저장하는 데이터.

자이드는 가짜를 출력하여 책상 위에 두었다. 진짜는 암호화된 채로 외장 하드에 잠들었다.

목요일. 감사 마지막 날.

계약서 사본은 관료 쪽에서 준비된 위조 공문서. 카라즈 문화부의 레터헤드. 실물 목록은 자이드가 작성한 가짜.

운영 감사관이 서류를 20분간 검토했다. 수첩에 무언가를 적고, 지우고, 다시 적었다.

“감사를 종료합니다. 전체적으로 양호합니다.”

고개를 숙였다. 14년 만에 처음이었다. 감사 종료 선언을 들으며 안도를 느끼지 못한 것은.

안도 대신, 다른 숫자가 머릿속을 채웠다.

감사는 끝났다. 그러나 개인 데이터베이스는 이제 방대했다. 관료의 협박 녹음. 서류 조작 증거. 박물관 메모. 그리고 진짜 목록. 이 모든 것이 그가 만든 균열의 복사본이었다.

균열은 언젠가 벌어질 것이다. 그때 자신이 살아남을 확률은 아직 계산할 수 없었다. 하지만 적어도, 그는 더 이상 아무런 준비도 없이 굴복하고 있지 않았다.

퇴근 전, 하산에게 짧은 메시지를 보냈다.

‘감사 끝. 관료는 아직 상주 중. 다음 접촉은 내가 연락하겠습니다.’

전송.

전화기를 주머니에 넣었다. 책상 위에는 가짜 목록의 사본이 놓여 있었다. 서류철에 끼워 넣으며 생각했다.

이 종이 한 장이 거짓을 말하는 동안, 외장 하드 속 진짜 목록은 조용히 진실을 저장하고 있었다.

균열은 점점 커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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