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화: 장부의 무게
12월 19일. 새벽 4시 55분.
아르준은 빌레 파를레 여관의 좁은 침대에서 조용히 일어났다. 나미타는 아직 잠들어 있었다. 그녀의 숨소리는 규칙적이고 평화로웠다. 그는 잠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가로등 불빛이 커튼을 뚫고 들어와 그녀의 이마에 얇은 선을 그리고 있었다. 그는 손을 뻗어 그녀의 이마에 닿을 듯 말 듯 멈추었다. 깨우고 싶지 않았다.
그는 탁자 위에 작은 메모를 남겼다.
“저녁까지 돌아올게. 만약 돌아오지 못하면 수레쉬에게 연락해. 주소는 적어뒀어. 그리고 약 꼭 챙겨 먹어. — 아르준.”
그는 방문을 열고 복도로 나왔다. 여관 주인은 프런트에서 졸고 있었다. 아르준은 조용히 계단을 내려가 골목으로 나섰다. 12월의 새벽 공기는 차갑고 건조했다. 뭄바이의 겨울은 짧았지만, 이른 아침만큼은 뼛속까지 스며드는 한기를 품고 있었다. 그는 낡은 재킷의 칼라를 세우고 걸음을 옮겼다.
항구까지는 오토 릭샤로 25분 거리였다. 그러나 그는 릭샤를 타지 않았다. 릭샤 운전사들은 승객의 얼굴을 기억했다. 그는 버스를 탔다. 첫차였다. 승객은 그와 밀가루 포대를 든 빵집 주인, 그리고 비닐봉지를 든 노파뿐이었다. 그는 창가 자리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았다. 도시는 아직 어둠 속에 있었고, 가로등 불빛 아래로 간혹 노점상들이 자리를 펴는 모습이 보였다.
버스가 항구 근처에 도착했을 때, 하늘은 아직 완전히 밝지 않았다. 동쪽 하늘이 희미하게 회색빛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아르준은 버스에서 내려 항구 반대편, 행정동이 있는 구역으로 걸어갔다. 그의 목적지는 바라트의 사무실이었다. 그가 6개월 동안 열네 번의 배달을 지시받았던 바로 그 방.
그는 이제 사무실의 구조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책상, 서랍, 그리고 그 서랍 속에 보관된 장부. 바라트가 한 번 그에게 보여주었던 그 작은 수첩. 거기에는 아르준의 이름, 배달 날짜, 받은 금액이 상세히 적혀 있었다. 그리고 아마도 다른 운송업자들의 기록도, 더 중요한 거래의 내역도 함께일 것이다. 그 수첩이 증거였다. 바라트의 제국을 무너뜨릴 수 있는 유일한 무기.
오전 6시 30분. 항구 행정동.
아르준은 행정동 건물 뒤편의 쓰레기 처리장 옆에 숨어 기다리고 있었다. 이른 아침, 청소부들이 가장 먼저 출근하고, 이어서 사무직원들이 8시경부터 모습을 드러냈다. 바라트는 보통 9시 이후에 도착했다. 그때까지 그는 2시간 30분의 틈이 있었다.
그는 청소부 복장을 한 노인이 쓰레기통을 비우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노인은 천천히 움직였고, 일을 마치자 건물 안으로 사라졌다. 7시 10분. 첫 번째 사무직원이 도착했다. 젊은 여성이었다. 그녀는 건물 정문으로 들어갔다.
아르준은 기다렸다. 7시 30분, 7시 45분.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의 수가 조금씩 늘어났다. 그는 낡은 체크무늬 셔츠에 항구 노동자용 점퍼를 걸치고 있었다. 이 복장으로는 사무실 구역에 들어가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알고 있었다. 청소부와 정비공들은 이 시간에도 건물을 드나들었다. 그리고 그는 20년 동안 이 항구에서 일한 사람이었다. 그의 얼굴은 낯설지 않았다.
그는 쓰레기 처리장 옆에서 빈 상자 하나를 집어 들었다. 마치 수리 자재를 나르는 인부처럼 보이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행정동 후문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후문은 열려 있었다. 환기용으로 열어둔 문이었다. 그는 상자를 든 채 자연스럽게 안으로 들어갔다. 복도는 조용했다. 먼 데서 복사기 소리만이 희미하게 들려왔다.
2층. 바라트 물류 솔루션즈의 사무실 문은 잠겨 있었다. 아르준은 예상하고 있었다. 그는 주머니에서 작은 공구 세트를 꺼냈다. 쿨리들이 컨테이너 봉인을 확인할 때 쓰는 간단한 도구들이었다. 그중에는 얇은 철사 조각도 하나 있었다.
그는 복도 양쪽을 확인했다. 아무도 없었다. 그는 무릎을 굽혀 자물쇠 구멍을 들여다보았다. 표준형 실린더 자물쇠. 보안이 특별히 강화된 것은 아니었다. 바라트는 이 사무실이 절대 털리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항구 전체가 그의 영역이었으니까.
아르준은 철사를 구멍에 넣고 천천히 돌렸다. 30초, 1분, 1분 30초. 이마에 땀이 맺혔다.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렸지만, 그는 숨을 참고 집중했다. 그리고 자물쇠가 딸깍 소리를 내며 열렸다.
그는 재빨리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문을 다시 닫았다.
사무실 안은 어두웠다. 창문의 블라인드가 내려져 있어 아침 햇살도 거의 들어오지 않았다. 아르준은 휴대폰의 손전등을 켰다. 불빛이 책상, 의자, 벽에 걸린 항공 사진들을 차례로 비추었다. 방 안은 전과 똑같았다. 티크목 책상, 가죽 의자, 그리고 벽면을 가득 채운 파일 캐비닛들.
그는 책상으로 다가갔다. 첫 번째 서랍은 잠겨 있었다. 그는 공구로 자물쇠를 비틀어 열었다. 서랍 안에는 서류철과 봉투들이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었다. 그는 그것들을 하나씩 확인했다. 운송 계약서, 세관 신고서 사본, 그리고 은행 거래 내역. 중요한 문서들이었지만, 그가 찾는 장부는 아니었다.
두 번째 서랍. 이번에는 열쇠가 걸려 있지 않았다. 그는 서랍을 열었다. 안에는 지난번 바라트가 보여주었던 작은 수첩이 있었다. 아르준은 손전등을 수첩에 비추었다. 페이지를 넘기자, 익숙한 필체가 나타났다. 날짜, 시간, 운송자 이름, 화물 번호, 그리고 금액. 그의 이름도 여러 번 등장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그는 더 큰 장부를 찾아야 했다. 바라트의 전체 거래를 기록한 원장을.
그는 세 번째 서랍을 열려다, 책상 아래 작은 금고를 발견했다. 디지털 잠금장치가 달린 소형 금고였다. 그는 10초 동안 그 금고를 바라보았다. 이 안에 있을 가능성이 가장 컸다. 그러나 디지털 잠금장치는 그의 능력 밖이었다.
그가 일어서서 다른 곳을 찾으려던 순간, 복도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아르준은 즉시 손전등을 끄고 몸을 숨겼다. 발소리는 점점 가까워졌다. 그리고 사무실 문 앞에서 멈추었다. 그는 숨을 참았다. 5초, 10초. 발소리는 다시 멀어졌다. 청소부였을 가능성이 컸다.
그는 다시 손전등을 켜고 책상 위를 살폈다. 그러다 책상 위에 놓인 커다란 다이어리 한 권을 발견했다. 가죽 커버의 고급 다이어리. 그는 그것을 펼쳤다. 거기에는 바라트의 개인적인 메모와 함께, 더 큰 거래의 개요가 기록되어 있었다. 날짜별로 정리된 화물 목록, 장소, 그리고 금액. 인신매매뿐 아니라 마약, 무기 밀수의 정황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것이었다. 그가 찾던 증거.
그는 다이어리를 주머니에 넣고 다시 한 번 방 안을 확인했다. 흔적을 최소화하기 위해 서랍들을 원래 상태로 정리했다. 그리고 문으로 다가가 귀를 기울였다. 복도는 조용했다.
그는 문을 열고 복도로 나왔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후문으로 걸어갔다. 그의 심장은 크게 뛰고 있었지만, 그의 걸음걸이는 침착했다. 그가 행정동을 완전히 빠져나왔을 때는 오전 8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었다.
오전 8시 30분. 제7부두.
아르준은 낮의 쿨리 일을 위해 부두로 나왔다. 다이어리는 그의 점퍼 안주머니에 단단히 고정되어 있었다. 그는 이 물건을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경찰에 직접 가져가기에는 너무 위험했다. 바라트는 경찰 내부에도 연락책을 가지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언론에 넘기자니, 그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적어도 바라트의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보내야 했다.
그가 지게차 작업을 준비하는 동안, 수레쉬가 다가왔다.
“아르준, 아까 행정동 쪽에서 누가 너를 찾더라. 키 큰 남자랑 땅딸막한 남자. 바라트 사헙의 사람들이지?”
아르준의 심장이 한 번 더 크게 뛰었다.
“언제?”
“한 20분 전쯤. 네가 어디 있는지 묻더라.”
그는 시계를 보았다. 8시 50분. 바라트가 평소보다 일찍 사무실에 도착했을 가능성이 있었다. 아니면 청소부가 잠긴 서랍을 발견하고 보고했을 수도 있었다. 어느 쪽이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수레쉬, 내가 지금 할 말 잘 들어.”
아르준의 목소리가 갑자기 진지해지자, 수레쉬의 얼굴도 굳어졌다.
“무슨 일인데?”
“내가 지금 바라트의 장부를 가지고 있어. 이 안에는 그가 지난 몇 년 동안 한 모든 범죄의 기록이 들어 있어. 인신매매, 밀수, 뇌물. 이게 세상에 나오면 그는 끝이야.”
수레쉬의 눈이 커졌다.
“아르준, 너 미쳤어? 그 사람이 누군지 알아? 항구 전체가 그의 손바닥 안에 있어!”
“알아. 그래서 네 도움이 필요해.”
아르준은 점퍼 안주머니에서 다이어리를 꺼내 수레쉬에게 건넸다.
“이걸 가지고 뭄바이 타임스 본사로 가. 그리고 기자에게 직접 전달해. 아무 경찰도, 아무 중간책도 거치지 말고. 직접.”
“그런데 너는?”
“나는 여기 남아서 시간을 벌게. 그들이 나를 찾기 전까지는 네가 움직일 수 있어야 해.”
수레쉬는 다이어리를 손에 쥐고 5초 동안 아르준을 바라보았다. 두려움과 결단이 그의 얼굴에 번갈아 스쳤다.
“형제여… 이거 정말 큰일이야.”
“알아. 하지만 내가 하지 않으면 아무도 하지 않아. 그리고 나는 더 이상… 더 이상 저 컨테이너들을 나르고 싶지 않아.”
수레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이어리를 자신의 점퍼 안주머니에 넣었다.
“뭄바이 타임스. 알겠어. 지금 바로 갈게.”
“한 가지 더. 만약 내가 오늘 밤까지 연락 못 하면, 빌레 파를레 여관에 있는 나미타에게 가줘. 주소는…”
“알고 있어. 내가 알아서 할게.”
수레쉬는 아르준의 어깨를 한 번 두드리고는 재빨리 부두를 빠져나갔다. 아르준은 그가 멀어지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몸을 돌려 트럭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그가 트럭에 도착했을 때, 키 큰 남자와 땅딸막한 남자가 이미 그곳에 와 있었다. 그들은 아르준을 보자 다가왔다.
“아르준, 바라트 사헙께서 찾으셔. 지금 당장 사무실로 와야 해.”
키 큰 남자의 목소리는 평소와 같았지만, 그의 손은 주머니에 들어가 있었다. 아르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가자.”
그는 그들을 따라 행정동으로 걸어갔다. 그의 점퍼 안주머니는 이제 비어 있었다. 다이어리는 이제 수레쉬와 함께 항구를 벗어나 뭄바이의 거리로 향하고 있었다. 그는 그 생각만으로 조금 더 숨 쉴 수 있었다.
오전 9시 15분. 행정동 2층.
바라트는 책상 뒤에 앉아 있었다. 그의 앞에는 열린 서랍과 어지럽혀진 서류들이 놓여 있었다. 그의 얼굴은 평소처럼 침착했지만, 눈가의 근육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아르준, 들어와. 문 닫고.”
아르준은 문을 닫고 책상 앞에 섰다. 바라트는 그를 바라보며 10초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오늘 아침 일찍, 내 사무실에 누군가 들어왔어. 서랍이 열리고, 금고는 만진 흔적이 있고, 그리고… 내 개인 다이어리가 사라졌어.”
아르준은 침묵했다. 그의 얼굴은 무표정했다.
“너는 내가 가장 신뢰했던 사람 중 하나야. 지난 6개월 동안 열네 번의 배달을 완벽하게 해냈어. 나는 네게 돈을 줬고, 네 아내의 수술비를 마련해 줬어. 그런데 지금, 내 다이어리가 사라졌고, 내 사무실에 침입한 사람의 흔적이 남아 있어.”
바라트가 일어나서 아르준에게 다가왔다. 거리는 1미터. 그의 눈은 아르준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고 있었다.
“나는 지금 네게 묻는 거야. 내 다이어리, 어디 있지?”
아르준은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대답했다.
“나는 모릅니다.”
바라트의 눈이 가늘어졌다. 3초의 침묵이 흘렀다.
“좋아. 그럼 다른 방식으로 알아내야겠군.”
그가 손을 올리자, 키 큰 남자와 땅딸막한 남자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들은 아르준의 양옆에 섰다.
“아르준을 숙소로 데려가. 그리고 그가 말할 준비가 될 때까지 기다려.”
그들이 아르준의 팔을 잡았다. 그는 저항하지 않았다. 그가 사무실을 나서는 순간, 바라트의 목소리가 등 뒤에서 따라붙었다.
“네 아내는 어디 있지, 아르준? 병원에도 없고, 집에도 없더군. 그녀가 안전하길 바란다면, 빨리 말하는 게 좋을 거야.”
아르준의 몸이 잠시 굳어졌다. 그러나 그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나미타는 여관에 없었다. 그녀는 이미 다른 곳으로 옮겼다. 수레쉬가 그렇게 하도록 해두었다. 바라트는 그 사실을 아직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모르고 있는 한, 아르준에게는 아직 시간이 있었다.
복도로 끌려나가며 그는 생각했다. 수레쉬는 지금쯤 뭄바이 타임스 본사에 도착했을까. 다이어리는 기자의 손에 들어갔을까. 모든 것은 이제 그의 손을 떠나 있었다.
그의 손목을 잡은 손아귀는 강했고, 계단을 내려가는 발걸음은 무거웠다. 그러나 그의 마음은 이상하게도 가벼웠다. 처음으로, 그는 더 이상 짐을 나르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짐을 내려놓은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