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의 그림자 인도네시아편 #001] 녹슨 구원 — 3화: 가짜 구원과의 독대

3화: 가짜 구원과의 독대

셋째 날 아침. 안디는 금고실에서 복사한 파일들을 재차 검토하며 디안의 자금 흐름을 분석하고 있었다. 하드디스크 속 정재계 인사들의 치부 파일들은 그에게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을 꺼내려면 시간이 필요했다.

숙소를 나서자, 복도에 두 명의 경호원이 서 있었다. 어제와 다른 얼굴들이었다. 그들은 안디를 발견하자 걸어왔다.

“안디 씨, 구루 디안님께서 다시 부르셨어요.”

이상했다. 어젯밤에 이미 만났고, 금고실 열쇠까지 받았다. 그런데 또 부른다는 것은…

“무슨 일이죠?”

“따라오시면 알게 됩니다.”

그들의 목소리에는 어제의 정중함이 없었다. 평평하고 단호했다. 고개를 끄덕이고 그들을 따라갔다.

그러나 그들이 걸은 방향은 디안의 방이 아니었다. 중앙 건물을 지나 수련원 뒤편의 낡은 창고로 향했다. 발걸음이 느려졌다.

“여긴 어디죠?”

“조용히 하세요.”

한 경호원이 그의 등을 밀쳤다. 균형을 잃고 앞으로 비틀거렸다. 창고 문이 열렸고, 그는 안으로 밀려 들어갔다. 문이 닫혔다.

창고 안은 어두웠고, 먼지와 곰팡이 냄새가 가득했다. 중앙에는 의자가 하나 놓여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디안이 서 있었다. 그의 손에는 휴대전화가 들려 있었다.

“안녕하세요, 안디 씨.”

안디는 대답하지 않았다.

“어젯밤, 금고실에 다녀오셨죠. 제가 허락했으니까요. 하지만…” 디안이 휴대전화를 흔들었다. “…당신이 내 컴퓨터에서 뭔가를 복사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요.”

안디의 심장이 멈췄다. 그러나 표정은 굳게 유지했다.

“복사라고요? 전 그냥 업무를 확인했을 뿐…”

“거짓말하지 마세요.” 디안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내 컴퓨터에는 모니터링 프로그램이 설치되어 있어요. 누가, 언제, 어떤 파일을 열었는지 모두 기록되죠. 당신은 내 비자금 장부와 협박용 파일들을 복사했어요.”

디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두 명의 경호원이 안디의 팔을 잡았다. 저항하려 했지만, 그들의 힘은 훨씬 강했다. 무릎이 바닥에 닿았다. 주먹이 그의 얼굴을 가격했다. 두 번째, 세 번째. 피 맛이 입안에 퍼졌다. 바닥에 쓰러졌다. 발이 갈비뼈를 찼다. 숨이 멎었다.

의식의 끄트머리에서 떠돌 때, 디안이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의 손에는 휴대전화가 아닌 차 잔이 들려 있었다. 그는 아주 일정하고 우아한 각도로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안디의 찢어진 입술에서 흐르는 피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조차 그의 손끝을 흔들지 않았다.

“죽이고 싶지는 않아요, 안디 씨. 당신은 내게 쓸모가 있어요. 하지만 당신이 내 말을 듣지 않으면, 어쩔 수 없죠.”

안디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입안 가득 피가 고였다. 그는 그것을 삼켰다.

눈을 떴을 때, 그는 지하실에 누워 있었다. 콘크리트 바닥은 차갑고 축축했다. 머리가 깨질 듯 아팠다. 천천히 일어나 벽에 등을 기댔다. 갈비뼈가 찌르는 듯했다. 손으로 갈비뼈를 눌러보았다. 부러지지는 않은 것 같았다.

방은 작았다. 창문은 없었고, 철제 문 하나가 유일한 출구였다. 벽에는 곰팡이가 슬어 있었다. 숨을 쉬며 통증을 견뎠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문이 열렸다. 디안이 들어왔다. 혼자였다. 그의 손에는 여전히 차 잔이 들려 있었다.

“정신을 차렸군요.”

안디는 그를 쳐다보았다. 디안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안디의 얼굴을 천천히 훑었다. 부어오른 눈두덩, 찢어진 입술. 그는 아무런 동요도 없이 차 잔을 내려놓았다.

“내가 말했죠. 당신은 내게 쓸모가 있다고. 하지만 쓸모가 있는 사람은 복종해야 해요. 당신이 내 파일을 복사한 건 내 명령을 어긴 거예요.”

“죽일 거라면 죽여요.”

디안이 웃었다. 차를 마시던 그 입술로, 안디의 피가 묻은 바닥을 바라보며.

“죽이지 않을 거예요. 당신은 아직 살아있을 때가 더 쓸모 있어요.”

그가 안디 앞에 앉았다. 그의 얼굴이 더 가까워졌다.

“카르텔의 돈은 이미 정계 자금으로 들어갔어요. 되돌릴 수 없어요. 당신이 자카르타로 돌아가도, 카르텔은 당신을 죽일 거예요. 그걸 알고 있나요?”

“알아요.”

“그럼 선택은 간단해요. 내 밑에서 일해요. 이 수련원의 마약 자금과 협박용 비자금 장부를 관리해요. 당신은 그 일에 능숙하니까.”

안디는 침묵했다. 그의 머릿속은 복잡했다. 디안의 제안은 생존의 유일한 길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디안의 사냥개가 되는 것이기도 했다.

“만약 거절하면?”

“거절하면, 당신은 여기서 썩을 거예요. 아니면 카르텔에 넘겨질 수도 있고요. 그들은 당신을 훨씬 더 처참하게 처리할 거예요.”

안디는 바닥을 바라보았다. 피가 굳은 자국들이 있었다. 그의 피였다.

그는 디안이 내민 손을 바라보았다. 건조하고 차가운 손. 그는 그 손을 잡았다. 디안의 손가락이 그의 손목을 감쌌다. 악수였다. 계약이었다.

“현명한 선택이에요, 안디 씨. 이제 당신은 내 사람이에요.”

안디는 지하실에서 풀려났다. 숙소로 돌아가 얼굴을 씻었다. 거울 속의 자신은 낯설었다. 왼쪽 눈두덩이 부어 있었고, 입술이 찢어져 있었다.

그날 오후, 다시 디안의 방으로 불렸다. 이번에는 디안이 책상 위에 여러 개의 서류 뭉치를 펼쳐 놓고 있었다. 그의 손가락은 여전히 차 잔을 감싸 쥐고 있었고, 안디의 부은 얼굴을 보면서도 그는 단 한 번도 표정을 바꾸지 않았다.

“이게 이번 분기 마약 자금의 흐름이에요. 그리고 여기는 정재계 인사들로부터 들어오는 ‘기부금’ 장부예요. 당신은 이 모든 것을 관리해야 해요. 숫자를 맞추고, 허점을 메우고, 만약 문제가 생기면 내가 알기 전에 해결해야 해요.”

안디는 서류들을 훑어보았다. 그는 그 일에 익숙했다. 자카르타 지하 금융 바닥에서 수년간 굴러먹으면서 그는 더러운 돈을 정리하는 방법을 배웠다.

“알겠어요.”

“좋아요. 그리고…”

디안이 서류 더미 아래에서 작은 노트북을 꺼냈다.

“이 안에는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정보가 들어 있어요. 정치인, 경찰 고위 간부, 그리고 몇몇 재벌들. 이 정보는 절대 유출되어선 안 돼요. 만약 유출된다면, 당신은 내가 아니라 그들에게 죽을 거예요.”

안디는 노트북을 받았다. 그것을 열어보지 않았다.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밤부터 금고실에서 일하세요. 내 보좌관이 당신에게 세부 사항을 알려줄 거예요.”

방을 나섰다. 복도를 걸어가는 동안, 주먹을 쥐고 있었다.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었다.

그는 디안의 사냥개가 되었다. 그리고 디안의 가장 깊은 비밀을 손에 쥐게 되었다.

그날 저녁, 금고실에서 작업을 시작했다. 디안의 보좌관은 30대 초반의 여성이었다. 그녀는 차분하고 효율적으로 움직였고, 그에게 장부의 구조를 설명했다. 안디는 그녀의 설명을 들으면서도 다른 것을 관찰했다. 금고실 내부의 구조, 카메라의 위치, 비상구. 모든 것을 기억했다.

작업이 끝난 후,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정원을 지나고 있었다. 시타가 벤치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그를 보자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눈에는 더 이상 전날의 분노가 없었다. 그 대신, 무언가 다른 것이 있었다.

그녀가 그에게 다가왔다.

“당신 얼굴에 무슨 일이 생긴 거죠?”

손으로 눈두덩을 가렸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디안님이 그런 거죠?”

대답하지 않았다.

시타는 그의 침묵을 확인 삼아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그의 옆에 섰다. 더 이상 그를 밀치지 않았다.

“당신은 여기에 왜 온 거죠? 진짜로.”

“돈 때문이라고 말했잖아요.”

“그게 다가 아니죠. 당신은 나와 달라요. 당신은 아직 이곳에 정신이 남아 있어요.”

안디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은 여전히 흐릿했지만, 그 안에 작은 불씨가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아주 작은, 깜빡일 듯 말 듯 한 불씨.

“당신은요?” 그가 물었다. “당신은 여기에 왜 온 거죠?”

시타는 잠시 침묵했다. 하늘을 바라보았다. 밤하늘은 보이지 않았다. 열대의 구름이 모든 것을 가리고 있었다.

“나는 도망치고 싶었어요. 내 과거에서, 내가 한 모든 실수에서. 그리고 이곳은 나를 받아준 유일한 장소였어요.”

“그런데 지금은요?”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돌아서서 걸어갔다.

안디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녀가 말하지 않은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여전히 도망치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녀가 어디로 도망치는지조차 모르고 있었다.

숙소로 돌아가 문을 닫았다. 노트북을 열었다. 디안의 비밀 정보가 담긴 그 노트북. 첫 페이지를 넘겼다.

정치인들의 이름, 계좌 번호, 그리고 그들이 디안에게 빚진 것들. 모든 것을 읽었다.

밤이 깊어졌다. 금고실에서 혼자 작업했다. 디안의 장부를 정리하면서, 동시에 자신만의 장부를 따로 만들고 있었다. 디안의 자금 흐름에서 빼낼 수 있는 작은 틈새들. 하나씩 기록했다.

작업을 마치고 금고실을 나설 때, 복도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벽 뒤로 몸을 숨겼다. 한 남자가 지나갔다. 경호원이었다. 그는 안디를 보지 못했다.

숙소로 돌아갔을 때, 문 앞에 작은 종이 쪽지가 놓여 있었다. 집어 들었다. 거기에는 한 줄의 글이 적혀 있었다.

“당신은 여기서 살아남을 수 있어요. 하지만 그 대가를 기억하세요.”

그 쪽지를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누가 보낸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시타일 수도 있었고, 디안의 또 다른 함정일 수도 있었다.

그는 쪽지를 구겨 쓰레기통에 던졌다. 쪽지는 쓰레기통 가장자리에 걸려 떨어지지 않았다. 그는 다시 집어 들었다. 이번에는 구기지 않았다. 책상 서랍 안에 넣어두었다.

바닥에 앉아 벽에 등을 기댔다. 갈비뼈가 여전히 아팠다. 통증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입술이 찢어져 있었다. 혀끝으로 상처를 스쳤다. 쓴맛이 났다.

그는 더 이상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그냥 숨을 쉬었다.

그리고 잠들었다. 깊고, 꿈없는 잠이었다.

🧭 당신의 선택은? (최종 분기점)

당신의 선택이 안디의 운명을 결정합니다.

👉[선택 1]안디는 모든 저항을 접고 디안의 명령에 완전히 순종한다.

👉[선택 2]안디는 표면적으로 디안에게 복종하는 척하면서, 내부적으로 자신만의 탈출 계획을 세운다.

(※ 선택하신 분기점의 다음 화를 결제하시면, 안디의 잔혹한 운명의 대단원이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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