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깨진 봉인
푸네에서 돌아온 지 이틀째. 오후 3시 12분.
아르준은 제7부두의 낡은 작업장 구석에 쪼그려 앉아 있었다. 손에는 사포를 쥐고 있었고, 발치에는 트럭 적재함에서 떼어낸 철판 조각이 놓여 있었다. 그는 사포로 철판의 녹을 벗겨내고 있었다. 한 번, 두 번, 세 번. 규칙적인 소리가 작업장 안에 울렸다. 녹 가루가 바닥에 쌓여갔다. 손톱 밑으로 녹이 스며들었지만 그는 신경 쓰지 않았다.
사실 녹을 제거하는 일은 무의미했다. 항구의 소금기 섞인 바람 속에서 모든 철은 결국 다시 녹슬게 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이 작업을 멈추지 않았다. 손을 움직이고 있지 않으면 머릿속이 더 시끄러워졌기 때문이다.
그는 작업을 멈추고 손바닥을 들여다보았다. 사포질로 인해 손바닥이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굳은살 사이로 미세한 금이 가 있었다. 그 손으로 그는 두 번의 배달을 완료했다. 두 개의 컨테이너. 두 개의 봉인. 그리고 두 번의 신음 소리.
첫 번째 배달 후, 그는 묻지 않기로 했다. 두 번째 배달 후, 그는 보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그의 귀는 계속 들었고, 그의 눈은 어쩔 수 없이 핏자국을 발견했다. 손끝에 묻은 피를 바지에 닦아내며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가 운송하는 것은 단순한 밀수품이 아니었다. 바라트의 정적들. 살아 있는 인간들. 그들은 컨테이너에 갇혀 뭄바이에서 푸네로, 혹은 더 먼 곳으로 실려 가고 있었다.
그는 사포를 내려놓고 일어났다. 작업장 밖으로 나서자 항구의 오후가 그를 맞이했다. 나트륨등 대신 자연광이 부두를 비추고 있었다. 햇살은 강렬했고, 바다는 잔잔했다. 평범한 오후였다. 그러나 그 평범함이 이상하게 위화감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자신이 두 개의 세계 사이에 서 있다는 것을 느꼈다. 낮의 합법적인 노동, 밤의 불법적인 운송. 쌀 포대를 옮기는 쿨리 아르준, 그리고 사람이 든 컨테이너를 운송하는 운전수 아르준.
그가 항구 세관 초소 쪽으로 걸어가자, 수레쉬가 멀리서 손을 흔들었다.
“아르준! 형제여, 잠깐 와 봐.”
아르준이 다가가자 수레쉬는 게시판 앞에 서 있었다. 실종자 명단이 붙어 있는 그 게시판이었다. 수레쉬의 얼굴은 평소와 달리 어두웠다.
“이 사진들 봤어? 지난주에만 세 명이 새로 추가됐어. 그런데 말이야, 내 사촌 동생이 어제 나한테 이상한 말을 했어. 자기 친구 중 하나가 사라졌대. 그런데 그 친구가 마지막으로 목격된 곳이 바로 이 항구 근처래.”
아르준의 몸이 약간 굳어졌다. 그는 게시판의 사진들을 바라보았다. 열네 장의 사진. 젊은 남자들, 중년 남자들, 그리고 사진 한 장에는 젊은 여성도 있었다. 실종자들은 다양한 배경을 가지고 있었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모두 사회적 약자였다. 가난한 노동자, 길거리 상인, 이주민들.
“경찰은 뭐래?”
“경찰? 그냥 실종 신고 접수만 하고 끝이야. 가난한 사람이 사라지는 건 뉴스거리도 안 돼.”
수레쉬가 씁쓸하게 말했다. 아르준은 게시판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20대 초반 남자의 사진 하나가 그의 눈에 박혔다. 갸름한 턱, 큰 눈. 지난번에 그가 알아보았던 얼굴이었다. 이번에는 확신할 수 있었다. 그 남자는 그가 첫 번째 배달에서 운송한 컨테이너에서 나온 사람들 중 하나였다.
아르준은 손을 들어 자신의 이마를 닦았다. 땀이었다. 뭄바이의 더위 탓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인지 그는 구분할 수 없었다.
같은 날 저녁 7시. 아르준은 바라트의 사무실로 호출되었다.
행정동 2층의 사무실은 여전히 깨끗하고 시원했다. 그러나 오늘 바라트의 책상 위에는 평소와 다른 것들이 놓여 있었다. 서류 뭉치, 항구 지도, 그리고 낯선 금속 상자 하나. 바라트는 책상 뒤에 앉아 아르준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옆에는 전에 보지 못한 새로운 얼굴이 있었다. 30대 초반의 남자, 비싼 양복 차림에 날카로운 인상을 가진 남자였다.
“아르준, 들어와. 이쪽은 델리의 라지브 싱 씨야. 내 비즈니스 파트너지.”
바라트가 손짓으로 의자를 가리켰다. 아르준은 앉았다. 의자는 가죽이었고, 눅눅하지 않았다. 항구의 다른 의자들과 달랐다.
“아르준은 내가 가장 신뢰하는 운송 담당이야. 지난 두 번의 배달도 완벽하게 처리했고.”
라지브 싱이라는 남자가 아르준을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은 마치 상품을 평가하는 것처럼 차가웠다.
“다음 배달은 좀 더 특별해. 뭄바이를 떠나 아랍해를 건너는 경로야.”
바라트가 지도를 펼쳤다. 지도에는 뭄바이 항구에서 시작해 서쪽으로 향하는 선이 그려져 있었다.
“3일 후, 새벽 2시. 네가 운송할 컨테이너는 항구를 떠나서 대형 화물선으로 옮겨질 거야. 네 임무는 컨테이너를 부두에서 선박 적재 지점까지 정확히 운송하는 것뿐이야. 그 이후는 우리가 처리할 거고.”
“짐의 내용은?”
아르준이 물었다. 방 안에 짧은 정적이 흘렀다. 바라트와 라지브 싱이 시선을 교환했다.
“지난번과 같아. 그리고 여전히 묻지 않는 게 좋아.”
바라트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그 부드러움 속에는 더 이상 설득이 아니라 명령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보수가 훨씬 커. 네 성공적인 배달에 대한 보답으로, 이번 배달비는 500,000루피야.”
아르준의 눈이 살짝 커졌다. 500,000루피. 5라크 루피. 그가 5년 동안 정상적인 쿨리 일을 해서 벌 수 있는 금액이었다. 그리고 정확히 그의 아내 나미타가 필요로 하는 신장 이식 수술 비용과 일치하는 액수였다.
“아내분의 수술비로 충분하겠지?”
바라트가 덧붙였다. 그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그는 알고 있었다. 아르준의 상황을, 그가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라는 것을.
“그리고 이번 배달이 마지막이야. 이것만 성공적으로 처리하면, 너는 더 이상 이런 일을 하지 않아도 돼. 나미타 씨의 수술비도 해결되고, 너는 다시 평범한 쿨리로 돌아갈 수 있어.”
아르준은 침묵했다. 그의 머릿속에서는 계산이 돌아가고 있었다. 500,000루피. 수술비. 마지막 배달. 그리고 평범한 삶으로의 복귀. 그 대가로 그는 또 한 번 눈을 감고 귀를 막아야 했다. 또 다른 사람들이 컨테이너에 갇혀 아랍해 너머로 실려 가는 것을 모른 척해야 했다.
“만약… 거절하면?”
아르준의 목소리는 낮았다. 바라트의 미소가 한 겹 벗겨졌다.
“거절은 선택지가 아니야. 너는 이미 이 일의 일부야. 네가 지금까지 한 배달들, 네가 받은 돈들, 모든 기록이 여기 있어.”
바라트가 서랍에서 작은 수첩을 꺼내 보여주었다. 거기에는 아르준의 이름, 배달 날짜, 받은 금액이 상세히 적혀 있었다.
“그리고 네 아내. 나미타. 그녀가 지금 병원에서 안전하게 지내는 건 내 배려 덕분이야. 이건 위협이 아니야. 그냥 현실이지.”
라지브 싱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아르준 씨, 우리는 당신을 적으로 만들고 싶지 않아요. 당신은 유능한 사람이고, 우리는 유능한 사람을 필요로 해요. 이번 배달만 끝나면, 우리는 서로에게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사이가 되는 거예요.”
아르준은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굳은살이 박인 손바닥, 사포질로 벌게진 피부. 이 손으로 그는 컨테이너를 고정하고, 트럭을 몰고, 핏자국을 닦았다. 그리고 이 손으로 그는 나미타의 손을 잡고, 그녀에게 약속했다. 살아서, 무사히, 함께 있겠다고.
“3일 후 새벽 2시. 12번 창고.”
아르준이 말했다. 질문이 아니라 확인이었다. 바라트의 미소가 다시 살아났다.
“그래. 역시 내가 너를 좋아하는 이유야.”
아르준은 일어나 사무실을 나왔다. 복도로 나서며 그는 에어컨 바람을 등 뒤로 느꼈다. 그의 결정은 내려졌다. 적어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아르준이 사무실을 나선 지 1시간 후. 저녁 8시 15분.
항구 위로 몬순 구름이 밀려오고 있었다. 아라비아해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평소보다 더 습했고, 공기 중에는 비가 올 징후가 가득했다. 아르준은 항구 노동자 숙소로 돌아가지 않고, 부두 끝자락의 방파제로 걸어갔다. 콘크리트 방파제는 오래되어 곳곳이 금이 가 있었고, 파도가 부딪힐 때마다 작은 물방울들이 튀어 올랐다.
그는 방파제 끝에 서서 바다를 바라보았다. 아라비아해는 어두웠고, 수평선 너머로 번개가 가끔 번쩍였다. 몬순의 첫 비가 곧 쏟아질 것이었다. 뭄바이의 몬순은 언제나 격렬했다. 거리를 물에 잠기게 하고, 빈민가의 판자집을 쓸어버리고, 항구의 작업을 멈추게 하는 비였다.
그는 주머니에서 작은 사진 한 장을 꺼냈다. 나미타의 사진이었다. 그녀가 아직 건강하던 시절, 결혼 1주년에 찍은 사진. 노란색 사리를 입고 웃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사진 속에 담겨 있었다. 그는 사진을 손가락으로 천천히 쓸었다. 사진 표면은 이미 오래되어 희미하게 마모되어 있었다.
“나미타,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당신이 원하는 일일까?”
그는 혼잣말로 물었다. 파도 소리가 그의 목소리를 삼켰다.
그는 알았다. 나미타가 원하는 것은 그의 무사함이었다. 그녀가 말했다. “나는 당신이 무사하기를 바라. 그게 내가 바라는 전부야.” 그러나 그가 무사하려면, 그는 바라트의 지시를 따라야 했다. 그리고 바라트의 지시를 따른다는 것은, 사람이 든 컨테이너를 계속 운송하는 일이었다.
그의 선택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었다. 굴복하든, 반항하든, 그 결과는 그에게 달려 있지 않았다.
빗방울이 하나 떨어졌다. 그의 손등 위로. 차갑고 무거운 방울이었다. 이어서 두 번째, 세 번째. 몬순이 시작되고 있었다. 그는 사진을 주머니에 넣고 숙소로 뛰어갔다. 빗줄기가 그의 등을 때렸다. 항구의 불빛들이 빗속에서 흐려졌다.
3일 후. 오후 11시 45분.
아르준은 병원에서 나와 항구로 향하고 있었다. 오늘은 나미타의 투석 날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는 병원에 들렀다. 그녀의 얼굴을 보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병실에 도착했을 때, 그녀는 잠들어 있었다. 그는 깨우지 않고 20분 동안 그녀의 옆에 앉아 있다가 나왔다. 그녀의 얼굴은 더 수척해져 있었다. 투석만으로는 더 이상 충분하지 않았다. 의사가 말했다. 이식 수술이 빨리 이루어져야 한다고.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6개월을 장담할 수 없다고.
항구로 돌아오는 길, 그는 트럭의 모든 것을 점검했다. 타이어 공기압, 엔진 오일, 브레이크 패드, 연료량. 그는 이 트럭을 자신의 신체 일부처럼 다루었다. 엔진 소리만 들어도 어디에 문제가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는 배달을 완벽하게 수행할 준비를 갖추고 있었다.
밤 11시 50분. 그는 12번 창고 앞에 트럭을 세웠다. 창고 안에는 이번에도 컨테이너가 놓여 있었다. 20피트짜리 표준 컨테이너. 두 겹의 봉인. 지난번과 같은 크기, 같은 형태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컨테이너 외벽에 작은 붉은 표시가 하나 있었다. 손바닥 크기의, 무언가로 찍은 듯한 자국이었다. 피인지 페인트인지 어둠 속에서는 구분할 수 없었다.
바라트의 부하들이 창고 앞에 서 있었다. 키 큰 남자와 땅딸막한 남자. 그들은 여전히 말이 없었다.
“이번 배달은 좀 특별해. 항구 3부두까지 가는 짧은 거리야. 하지만 시간이 중요해. 정확히 새벽 2시까지 3부두 크레인 지점에 도착해야 해. 거기서 컨테이너는 선박으로 옮겨질 거야.”
키 큰 남자가 말했다. 아르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3부두까지는 1.5킬로미터. 평소라면 10분이면 도착할 거리였다. 그러나 그는 왜 이렇게 짧은 거리에 이렇게 많은 돈이 걸려 있는지 의문을 품었다.
컨테이너가 트럭에 적재되는 동안, 아르준은 트럭 옆에 서서 바다를 바라보았다. 몬순 비는 어제 그친 상태였다. 그러나 하늘은 여전히 구름으로 덮여 있었고, 바람은 습하고 무거웠다. 파도는 평소보다 더 높았다.
적재가 완료되자, 아르준은 운전석에 올랐다. 그는 시동을 걸기 전에 잠시 눈을 감았다. 나미타의 얼굴이 어둠 속에 떠올랐다. 그의 선택은 이미 내려져 있었다. 그는 이 배달을 수행할 것이다. 그리고 500,000루피를 받을 것이다. 나미타의 수술비. 마지막 배달.
그는 눈을 떴다. 기어를 넣고,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 트럭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새벽 1시 47분. 항구 내부 도로.
트럭은 3부두를 향해 천천히 달리고 있었다. 도로는 비어 있었다. 바라트가 이미 길을 비워둔 것이 분명했다. 항구의 다른 구역들에서는 야간 작업이 한창이었지만, 이 경로만은 인적이 끊겨 있었다.
아르준은 창문을 내렸다. 바람이 밀려 들어왔다. 비가 그친 후의 공기는 더 습하고 무거웠다. 소금기와 경유 냄새, 그리고 멀리서 올라오는 부패한 해산물 냄새. 그 냄새들 사이로 또 다른 냄새가 섞여 있었다. 쇠 냄새, 아니면 피 냄새.
갑자기, 트럭이 약간 흔들렸다. 아르준은 백미러를 보았다. 컨테이너가 적재함에서 약간 움직인 듯했다. 그는 속도를 줄이고 트럭을 길가에 잠시 멈추었다. 시동을 끄지 않은 채, 그는 트럭에서 내렸다.
적재함으로 걸어가는 동안, 그의 심장은 빠르게 뛰고 있었다. 컨테이너 외벽의 붉은 자국은 더 선명해져 있었다. 이번에는 확신할 수 있었다. 피였다.
그는 컨테이너 문 앞에 섰다. 봉인은 여전히 두 겹으로 채워져 있었다. 바라트의 목소리가 그의 머릿속에서 울렸다. “짐에 대해서는 묻지 마. 봉인은 절대로 뜯지 마.”
그러나 컨테이너 안쪽에서 다시 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에는 더 분명했다. 무언가가 철벽을 긁는 소리. 그리고 희미한 목소리. 언어는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그 톤은 분명했다. 도움을 청하는 소리였다.
그의 손이 주머니에서 작은 공구 칼을 꺼냈다. 그는 칼을 쥔 채 10초 동안 서 있었다. 아내의 얼굴, 500,000루피, 수술실, 바라트의 경고. 모든 것이 그의 머릿속에서 충돌했다.
그리고 그는 결정했다.
그의 손이 봉인으로 다가갔다.
당신의 선택은? (1차 분기점)
아래 제시된 두 가지 선택지 중 하나를 클릭하여 이야기를 진행하십시오. 당신의 선택이 아르준의 운명을 결정합니다.
[선택 1]당신은 아르준이 규칙을 지키고, 아내의 수술비를 위해 마지막 배달을 완료하는 길을 선택합니다.
[선택 2]당신은 아르준이 더 이상 침묵할 수 없어 컨테이너 봉인을 강제로 뜯고, 안에 갇힌 사람들을 확인하는 길을 선택합니다.
(※ 선택하신 분기점의 다음 화를 결제하시면, 아르준의 잔혹한 운명의 대단원이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