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화: 사냥
안토니오가 사라진 지 열흘이 지났다.
그 열흘 동안 이네스의 일상은 조용히 회복되는 듯 보였다. 페드루는 병가를 끝내고 회사에 복귀했고, 이네스도 더 이상 밤늦게 외출하지 않았다. 저녁이면 둘이 함께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았고, 주말에는 시장에 가서 생선과 야채를 샀다. 평범한 부부의 일상이었다.
하지만 그 평범함은 수면 아래에 가라앉은 불안 위에 떠 있는 얇은 얼음판 같았다. 이네스는 여전히 밤에 잠들기 어려워했고, 잠들어도 작은 소리에 곧바로 눈을 떴다. 전화기가 울릴 때마다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고, 현관문을 열 때마다 밖에 누군가 서 있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숨을 멈추었다. 한 번은 우편 배달부가 문을 두드렸을 뿐인데, 그녀는 욕실로 달려가 문을 잠그고 십 분 동안 나오지 못했다.
페드루의 두통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때로는 괜찮다가도, 때로는 다시 관자놀이를 누르며 진통제를 찾았다. 그럴 때마다 이네스는 안토니오의 목소리를 떠올렸다. “저주는 당신을 선택했습니다. 그것은 영원히 당신과 함께할 것입니다.” 그 말이 진짜일 리 없었다. 하지만 페드루가 두통을 호소할 때마다, 그녀는 그 말을 믿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했다. 그 안간힘은 눈에 보이지 않는 적과 싸우는 것과 같았다. 적은 이미 도망갔지만, 그가 남긴 말들은 여전히 이 집 안에 살아 있었다.
열흘째 되던 날 오후, 실바 경관에게서 전화가 왔다. 이네스는 전화기를 손에 쥐고 통화 버튼을 누르기까지 삼 초가 걸렸다. 그 삼 초 동안 그녀의 머릿속에는 안토니오의 얼굴이 떠올랐다. 검은 가운, 촛불을 받아 반짝이던 눈동자, 그리고 “이것은 치유입니다”라고 속삭이던 그 낮은 목소리.
“이네스 씨, 안토니오에 대한 추가 정보가 들어왔습니다.”
실바 경관의 목소리는 여전히 사무적이었지만, 평소보다 조금 더 빠른 속도로 말하고 있었다. 이네스는 그 속도에서 무언가를 감지했다. 수사가 진전되고 있다는 신호였다.
“그의 과거 행적을 추적하던 중에,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그는 지난 십 년 동안 포르투갈 전역의 소도시들을 돌며 비슷한 범행을 저질러 왔습니다. 코임브라, 브라가, 에보라……. 주로 종교적인 분위기가 강한 소도시들을 골라서, 그 지역의 교회 기록과 묘지 비석을 조사했습니다. 세례 대장, 혼인 기록, 묘비명……. 그런 것들을 수집해서 피해자들의 가족사를 재구성한 겁니다. 그리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마치 영적인 능력이 있는 것처럼 행세했고요.”
이네스는 소파에 앉아 전화기를 귀에 댄 채로 듣고 있었다. 실바 경관의 말은 그녀가 이미 짐작하고 있던 것들을 확인해주고 있었지만, 그것을 실제로 듣는 것은 전혀 다른 경험이었다. 교회 기록. 묘지 비석. 세례 대장. 안토니오가 그녀에게 보여준 ‘기적’은 모두 종이와 돌에 새겨진 기록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는 그 기록들을 뒤지고, 외우고, 재구성해서 마치 영적인 계시를 받은 것처럼 연기했을 뿐이다. 그녀의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시던 날의 날씨도, 어머니가 유산한 아이의 성별도, 모두 누군가의 입을 통해 전해들은 정보였거나 교회 기록 어딘가에 남아 있는 흔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에 대한 단서가 나왔다는 겁니다.”
이네스의 손이 전화기를 더 세게 움켜잡았다. 엄지손가락이 전화기 측면의 버튼을 눌러 화면이 켜졌다 꺼졌다 했다.
“그가 지금까지 도주하지 않고, 이 근처에 머물고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리스본에서 차로 한 시간 거리인 작은 산골 마을이에요. 옛 수도원 터 근처에 있는 별장인데, 그가 십 년 전에 헐값에 사들인 건물입니다. 공식 등기부에는 다른 사람 이름으로 되어 있지만, 인근 주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그가 수년째 그곳을 드나들었다고 합니다. 아직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그가 그곳으로 도망갔을 확률이 높습니다.”
수도원 터. 별장. 이네스의 가슴속에서 무언가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그녀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장소였지만, 그녀는 그곳을 알고 있었다. 안토니오가 여러 번 언급했던 곳이었다. “더 강력한 의식을 위한 특별한 공간. 거기서라면 그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온전히 의식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그녀가 그의 요구를 계속 받아들였다면, 결국 그녀가 끌려갔을 장소였다. 그곳은 이미 그녀의 운명에 편입되어 있었고, 그녀는 그 운명의 문턱에서 간신히 발을 돌린 것이었다.
“저희는 지금 영장을 발부받아 그 별장을 급습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네스 씨, 한 가지 부탁드릴 것이 있습니다.”
실바 경관의 목소리가 잠시 멈추었다. 수화기 너머로 서류를 넘기는 소리가 들렸다.
“안토니오는 아직 이네스 씨가 경찰에 신고한 사실을 모를 수도 있습니다. 그가 떠난 시점이 체포 영장이 발부되기 직전이었으니까요. 그래서…… 만약 그가 다시 연락을 해온다면, 저희는 이네스 씨가 그를 유인하는 역할을 해주셨으면 합니다.”
이네스는 대답하지 못했다. 유인. 그 단어가 그녀의 혀 위에서 쓴맛을 남겼다.
“물론 강요는 아닙니다. 하지만 그가 이네스 씨에게 여전히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그게 그를 체포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가 다시 어디론가 사라지면,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길 겁니다. 이네스 씨 같은 피해자가 또 생기는 거죠. 시간을 두고 생각해보십시오.”
전화가 끊겼다. 이네스는 전화기를 내려놓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유인. 안토니오의 덫에 걸렸던 그녀가, 이제는 그를 위한 덫을 놓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그녀는 그 덫의 미끼가 되어야 했다. 그가 그녀를 원하는 만큼, 그녀는 그 욕망을 무기로 사용해야 했다.
이틀이 더 지났다. 안토니오에게서는 아무런 연락도 오지 않았다. 그의 침묵은 오히려 그의 존재를 더 강하게 느끼게 했다. 마치 어둠 속에서 숨죽여 기다리는 덫사냥꾼처럼, 그는 어딘가에서 그녀를 지켜보고 있을지도 몰랐다.
셋째 날 저녁, 이네스는 페드루와 함께 식탁에 앉아 저녁을 먹고 있었다. 페드루가 직접 요리한 바칼랴우였다. 그는 요리 솜씨가 좋지 않았지만, 최근 들어 자주 부엌에 섰다. 냄비를 태우고, 소금 양을 실수하고, 간혹 생선을 뒤집다가 바닥에 떨어뜨리기도 했지만, 그 모든 서툰 시도 속에는 그녀를 돕기 위한 작은 노력이 담겨 있었다.
“실바 경관한테서 전화 왔었어.”
이네스가 포크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생선의 흰 살이 접시 위에서 부서져 있었다.
“안토니오가 숨어 있을 만한 장소를 찾았대. 리스본 근처의 별장이래. 그런데…….”
그녀는 잠시 망설였다. 페드루가 포크를 든 손을 멈추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경찰이 그를 체포하려면 내가 미끼가 되어야 할 수도 있대.”
페드루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의 턱 근육이 긴장하는 것이 보였다. 광대뼈 아래로 근육이 실룩거렸다.
“무슨 뜻이야? 그 자식한테 너를 다시 접근시키겠다고?”
“아직 결정된 건 아니야. 하지만…… 그가 나한테 아직 관심이 있다면, 그게 가장 확실한 방법일 수도 있다고 했어.”
“안 돼.”
페드루의 목소리는 단호했지만, 그 안에는 두려움이 숨어 있었다. 그는 포크를 식탁에 내려놓으며 의자를 뒤로 밀었다. 의자 다리가 바닥에 끌리며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
“네가 또 그 자식이랑 접촉하는 건 절대 안 돼. 벌써 네가 얼마나 힘들어했는지 알잖아.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하지만 그가 계속 도망 다니면, 나는 평생 불안에 시달려야 해.”
이네스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그 차분함 속에는 이상한 결의가 섞여 있었다. 그녀는 접시 위의 생선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가 지금 어디 있는지 몰라. 언제 다시 나타날지도 몰라. 이런 상태로는…… 나는 계속 두려워할 수밖에 없어. 전화벨이 울릴 때마다, 현관문을 열 때마다. 그게 언제까지 계속될지…….”
그녀는 고개를 들어 페드루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은 충혈되어 있었고, 눈 밑의 그늘은 여전히 짙었다.
“내가 그를 잡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게 오히려 나한테는 끝을 내는 방법일지도 몰라. 끝이 없으면…… 나는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해. 그의 그림자에 갇힌 채로.”
페드루는 말이 없었다. 식탁 밑에서 그의 손은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드러날 정도로 세게 쥐고, 풀고, 다시 쥐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 정적 속에서 관절이 미세하게 삐걱거리는 소리만이 들렸다. 마침내 그가 입을 열었다.
“만약…… 네가 정말로 그렇게 하고 싶다면, 조건이 있어. 나도 현장에 있을 거야. 경찰도 반드시 대기하고 있어야 하고. 너 혼자 그 자식 앞에 서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해. 절대로.”
이네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손이 식탁 건너편으로 뻗어져 페드루의 주먹 쥔 손 위에 얹혔다. 그녀는 그의 손가락을 하나씩 펴주었다. 손바닥에는 손톱자국이 깊게 패여 있었다. 그녀의 손이 그의 굳은 손을 감싸자, 페드루는 비로소 손에서 힘을 뺐다. 그의 손가락이 그녀의 손가락 사이로 엮여 들어왔다. 그 손아귀의 힘은 여전히 비정상적으로 강했고, 마치 그녀가 다시 사라질까 봐 붙잡는 듯한 압박감이 느껴졌다.
그날 밤, 이네스는 오랜만에 안토니오의 번호로 문자를 보냈다. 실바 경관이 미리 검토한 문구였다. 한 글자 한 글자를 신중하게 고르고, 감정을 너무 과하게 담지도, 너무 무미건조하게 쓰지도 않도록 계산된 문장이었다.
‘안토니오. 생각을 바꿨어요. 경찰은 아무 소용이 없었어요. 남편의 두통도 다시 심해지고 있고, 엄마도 또 어지럼증을 호소하고 있어요. 당신 말이 맞았던 것 같아요. 다시 의식을 시작하고 싶어요. 연락 기다릴게요.’
문자를 보내고 그녀는 전화기를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페드루가 그녀의 옆에 앉아 있었다. 그의 손은 여전히 그녀의 손을 놓지 않고 있었다.
몇 분이 지났다. 십 분. 이십 분. 이네스는 전화기 화면이 켜지기를 기다리며 식탁에 앉아 있었다. 벽시계 초침 소리가 거실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 소리는 점점 더 크게 들렸고, 마치 누군가 그녀의 관자놀이를 망치로 내리치는 듯한 리듬으로 울렸다.
마침내 전화기가 진동했다. 답장이었다.
‘이네스. 당신이 결국 깨달았다니 다행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만날 수 없습니다. 며칠 뒤에 다시 연락하겠습니다. 그때까지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십시오. 특히 경찰은 절대 안 됩니다. 당신이 이미 신고했다면, 저주는 돌이킬 수 없이 강해질 거예요.’
짧은 문자였다. 하지만 그 짧음 속에 안토니오는 여전히 그녀를 통제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경찰을 언급한 부분이 특히 노골적이었다. 그는 그녀가 이미 신고했을 가능성을 의식하고 있었고, 그 가능성을 저주의 위협으로 차단하려고 했다. 이네스는 그 문자를 읽고, 삭제하지 않고 실바 경관에게 전송했다.
그리고 그녀는 생각했다. 사냥은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녀가 사냥감이 아니었다. 그녀는 미끼였고, 미끼는 사냥감과 달랐다. 미끼는 덫의 일부였다.
안토니오의 답장을 받은 후, 나흘이 지났다. 나흘 동안 그에게서는 아무런 연락도 오지 않았다. 실바 경관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조심하고 있을 겁니다. 이네스 씨의 문자가 진짜인지 확인하려고 시간을 벌고 있는 거예요. 이런 유형의 범죄자는 의심이 많아서, 쉽게 덫에 걸려들지 않습니다. 그는 아마 지금쯤 이네스 씨의 집 주변을 살피고 있을지도 몰라요. 평소와 다름없이 행동하십시오.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그 말은 틀리지 않았다. 나흘째 되던 날 밤, 마침내 전화가 걸려왔다. 이네스는 미리 준비된 지시에 따라 통화 버튼을 눌렀다. 스피커폰 모드로 전환하고, 녹음 버튼을 동시에 눌렀다. 거실에는 페드루와 실바 경관도 함께 있었다. 그들은 숨을 죽이고 있었다.
“이네스.”
안토니오의 목소리는 여전히 낮고 차분했다. 마치 지난 몇 주 동안의 도주가 전혀 그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처럼.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이네스의 위장이 차갑게 조여들었다. 페드루가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 그의 손은 따뜻했고, 안정적이었다.
“네…… 안토니오.”
“당신의 문자를 받고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당신이 진짜로 마음을 바꾼 건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건지.”
이네스의 심장이 빨라졌다. 그는 의심하고 있었다. 실바 경관이 미리 준비해준 대본이 그녀의 머릿속에서 스쳤다.
“다른 이유라니요…… 내가 무슨 이유로……. 남편은 요즘도 계속 아파요. 어젯밤에는 악몽까지 꿨어요. 자다가 비명을 질러서 저도 깼어요. 당신이 말한 대로, 저주는 점점 더 강해지고 있어요. 나는…… 나는 이제 더 이상 버틸 힘이 없어요.”
그녀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 떨림은 연기가 아니었다. 페드루가 정말로 악몽을 꾸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녀가 안토니오 앞에서 느끼는 공포는 진짜였다. 그는 그녀의 목소리에서 그 진짜 공포를 감지했을 것이다. 공포를 구분하는 것이 그의 직업이었으니까.
“알겠습니다. 당신을 믿겠습니다.”
안토니오의 목소리가 조금 더 부드러워졌다. 그 부드러움 속에서 이네스는 그가 덫을 향해 한 걸음 다가왔음을 느꼈다.
“하지만 지금은 아직 때가 아닙니다. 앞으로 이틀 뒤, 금요일 밤 열 시에 다시 전화하겠습니다. 그때 만날 장소를 알려주겠습니다. 그때까지…… 당신의 남편에게는 절대 말하지 마십시오.”
“하지만…….”
“말하지 마십시오. 이것은 당신과 나만의 일입니다. 남편분이 알게 되면, 저주가 그 사실을 알아채고 더 강해집니다. 당신은 혼자 와야 합니다. 반드시 혼자서.”
전화가 끊겼다. 이네스는 녹음 버튼을 다시 눌러 녹음을 저장했다. 그녀의 손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페드루가 그녀의 어깨를 감쌌다.
“잘했어.”
그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지만, 그 떨림 속에는 안도감이 섞여 있었다.
실바 경관에게 녹음 파일을 전송한 후, 그들은 거실 소파에 앉아 서로의 손을 잡고 있었다. 이네스는 자신이 방금 무슨 일을 한 것인지 완전히 실감하지 못했다. 그녀는 방금 안토니오에게 거짓말을 했다. 그가 그녀에게 했던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목소리를 떨고, 공포를 보여주고, 그가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정확히 골라서 건넸다.
하지만 그 거짓말에는 다른 무게가 실려 있었다. 안토니오의 거짓말이 그녀를 파괴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그녀의 거짓말은 그를 심판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녀는 그 차이를 스스로에게 반복하며, 죄책감을 밀어냈다. 죄책감은 여전히 그녀의 가슴속에 남아 있었지만, 그것은 이제 분노와 뒤섞여 더 이상 순수한 죄책감이 아니었다.
금요일 밤이 되었다.
이네스는 거실 소파에 앉아 전화기를 손에 쥐고 있었다. 방 안에는 페드루와 실바 경관, 그리고 두 명의 형사가 함께 있었다. 그들은 이네스의 집 거실에 모여, 안토니오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었다. 커피 테이블 위에는 녹음 장비와 노트북이 놓여 있었고, 벽에는 작은 지도가 펼쳐져 있었다. 지도에는 안토니오의 별장으로 추정되는 위치가 빨간 원으로 표시되어 있었고, 그 주변으로 접근로와 잠복 지점들이 세밀하게 표시되어 있었다.
열 시가 되었다. 전화기가 진동했다. 그 진동이 이네스의 손바닥을 타고 전신으로 퍼져나갔다.
“준비되셨나요.”
안토니오의 목소리는 전보다 더 차분했다. 마치 모든 의심을 풀었다는 듯이.
“네…… 어디로 가면 되나요?”
“별장을 기억하십니까. 제가 전에 말씀드렸던 그곳입니다. 수도원 터 근처의 별장. 숲속에 있는 조용한 곳이에요. 내일 밤 자정까지 그곳으로 오십시오. 혼자서. 차로 오는 길은 제가 문자로 보내드리겠습니다. 길이 좀 험하니까, 천천히 조심해서 오십시오.”
이네스는 실바 경관의 눈을 바라보았다. 경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입을 열었다.
“알겠어요. 내일 밤 자정까지 갈게요. 혼자서.”
전화가 끊겼다. 방 안의 긴장이 조금 풀렸다. 실바 경관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좋습니다. 이제 우리는 그가 어디에 있는지 알았습니다. 내일 밤까지 시간이 있으니, 작전을 세울 수 있습니다. 이네스 씨, 당신은 약속대로 별장으로 가십시오. 하지만 혼자는 아닙니다. 저희가 미리 별장 근처에 잠복해 있을 겁니다. 별장에서 오백 미터 떨어진 지점에 두 팀이 대기하고, 당신이 도착해서 그와 대면하는 순간, 저희가 진입할 겁니다.”
페드루가 손을 들었다.
“저도 가겠습니다. 아내 혼자 그 자식 앞에 세울 수는 없어요.”
실바 경관은 잠시 망설였다. 그녀의 눈이 페드루의 얼굴을 훑었다.
“좋습니다. 하지만 절대 현장에 뛰어들지 마십시오. 경찰이 진입할 때까지 차 안에서 기다리셔야 합니다. 당신이 먼저 뛰어들면, 오히려 이네스 씨가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페드루는 동의했다. 이네스는 그의 손을 잡았다. 그녀의 손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지만, 그 떨림은 더 이상 공포만을 의미하지 않았다. 그것은 결의와, 분노와, 그리고 오랜 포로 생활 끝에 맞이하는 출정의 떨림이기도 했다.
다음 날 밤, 이네스는 차에 올랐다. 그녀의 차 뒤쪽에는 실바 경관과 두 형사가 탄 차량이 따라붙었다. 페드루는 그녀의 조수석에 앉아 있었다. 그는 약속을 어기고 그녀와 함께 가기로 한 것이었다. 실바 경관은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지만, 페드루는 물러서지 않았다.
“내 아내야. 내가 지켜야 해.”
그 말에 실바 경관은 더 이상 말리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페드루에게 무전기를 하나 건네며 말했다. “비상시에만 사용하십시오. 그리고 절대 혼자 행동하지 마십시오.”
차는 리스본을 벗어나 어두운 시골길로 접어들었다. 가로등이 사라지고, 도로는 비포장으로 변했고, 나무들이 차창 양옆으로 검게 솟아올랐다. 가로등 하나 없는 숲길의 암흑이 헤드라이트 불빛을 집어삼킬 듯 밀려들었다. 불빛은 고작 몇 미터 앞의 길만을 비출 뿐, 그 너머는 완전한 어둠이었다. 덜컹거리는 운전대의 진동이 미세하게 마비된 손가락 신경을 타고 올라왔다. 비포장도로의 자갈과 흙먼지가 타이어 아래에서 튀었고, 서스펜션이 삐걱거리는 소리가 밤의 정적을 찢었다.
이네스는 이 길을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이 길은 그녀가 상상했던 것보다 더 어둡고, 더 좁고, 더 고립되어 있었다. 길 양옆으로 코르크 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었고, 그 가지들이 차 지붕 위로 아치를 이루며 터널을 만들고 있었다.
“무서워?”
페드루가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어둠 속에서 작게 울렸다.
“응. 하지만…… 괜찮아.”
이네스는 핸들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덜컹거리는 진동이 계속해서 손목을 타고 올라왔다. 하지만 그녀는 핸들을 놓지 않았다.
마침내 나무들 사이로 건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낡은 이층 건물, 담쟁이덩굴이 벽을 뒤덮은 수도원 터, 그리고 굴뚝에서 올라오는 희미한 연기. 안토니오가 거기에 있었다.
이네스는 차를 멈추었다. 실바 경관의 차는 숲길 입구에서 멈추어 불을 껐다. 그들은 이제부터 걸어서 접근할 계획이었다. 이네스는 혼자 차에서 내려야 했다. 페드루가 그녀의 손을 마지막으로 거칠게 움켜잡았다. 으스러질 듯한 압박감이 그녀의 손가락 뼈를 타고 전해졌다. 그 힘은 두려움이었고, 걱정이었으며, 동시에 그녀를 절대 놓지 않겠다는 약속이기도 했다.
“조심해. 뭔가 이상하면 바로 소리 질러. 내가 바로 뛰어들어갈 테니까.”
이네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차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다. 밤공기는 차갑고 축축했다. 별장의 현관문 앞에는 촛불이 켜져 있었고, 문은 살짝 열려 있었다.
이네스는 현관문을 향해 걸어갔다. 그녀의 발소리가 자갈 위에서 작게 울렸다. 별장 안에서는 유향 냄새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 냄새는 더 이상 신비롭지 않았다. 그것은 사기와 착취의 냄새였고, 그녀가 지난 몇 달 동안 견뎌온 모든 것의 화학적 본질이었다.
문을 열자 거실이 나타났다. 방 중앙에는 안토니오가 서 있었다. 그는 검은 가운을 입고 있었고, 방 안에는 수십 개의 촛불들이 켜져 있었다. 바닥에는 검은 천이 깔려 있었고, 천 위에는 붉은 장미 꽃잎들이 널려 있었다. 그가 그녀를 맞이하기 위해 모든 것을 준비해놓은 것이었다. 그 준비의 완벽함이 그녀의 분노를 더 깊게 만들었다.
“이네스. 드디어 왔군요.”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분했지만, 그 차분함 속에는 이전에 없던 긴장이 숨어 있었다. 그는 그녀에게 다가왔다.
“당신이 결국 깨달았다니…… 정말로 기쁩니다. 이제 우리는 진정한 의식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오늘 밤은…… 당신이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특별한 밤이 될 거예요.”
그가 손을 내밀었다. 이네스는 그 손을 바라보았다. 몇 달 전, 그녀가 처음 이 손을 잡았을 때, 그녀는 이 손이 자신을 치유할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이제는 알았다. 이 손은 치유하는 손이 아니었다. 이 손은 소유하는 손이었고, 착취하는 손이었고, 그녀의 모든 것을 빼앗은 손이었다.
“오늘은 안 돼요, 안토니오.”
이네스가 입을 열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지만, 그 떨림 속에는 이전에 없던 단호함이 있었다.
“무슨 뜻입니까.”
“더 이상은 안 속아요. 나는…… 나는 당신을 믿지 않아요. 경찰이 오고 있어요. 지금쯤이면 건물을 포위했을 거예요.”
안토니오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그의 눈이 급격하게 움직이며 방 안을 훑었다. 입가가 실룩거렸고, 광대뼈 위로 붉은 핏기가 번졌다. 그가 돌아서서 도망치려는 순간, 현관문 밖에서 발소리와 함께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경찰이다! 안토니오, 거기 서라!”
실바 경관의 목소리였다.
안토니오는 뒷문 쪽으로 몸을 돌렸다. 하지만 그 문도 이미 밖에서 잠겨 있었다. 그가 벽 쪽으로 물러서며 손을 더듬었다. 손가락이 벽의 프레스코화 흔적을 긁었다. 그의 호흡은 거칠어졌고, 이마에는 순식간에 땀이 맺혔다. 그는 좌우를 번갈아 바라보며 출구를 찾았지만, 모든 출구는 막혀 있었다.
“이네스…… 네가…… 네가 나를…….”
그의 목소리는 더 이상 차분하지 않았다. 분노와 공포, 그리고 배신감이 뒤엉킨 파열음이었다. 그가 그녀에게 다가가려는 순간, 현관문이 박살나듯 열리며 경찰들이 들이닥쳤다. 실바 경관이 앞장서서 들어왔고, 그 뒤로 두 명의 형사가 따랐다. 그들은 순식간에 안토니오를 포위했다.
“꼼짝 마! 손 들어!”
안토니오는 잠시 저항하는 듯 보였다. 그의 눈이 이리저리 움직이며 마지막 도주로를 찾았다. 하지만 출구는 모두 막혀 있었다. 실바 경관이 그의 팔을 뒤로 꺾으며 수갑을 채웠다. 차가운 철제 수갑이 그의 손목을 날카롭게 죄는 파열음이 방 안에 금속성으로 울렸다. 그 소리는 마치 긴 악몽의 끝을 알리는 종소리 같았다.
“안토니오. 너는 사기, 협박, 성적 착취 혐의로 체포된다.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경관이 미란다 원칙을 낭독하는 동안, 안토니오는 고개를 숙였다. 그의 어깨가 축 처졌고, 등이 굽었다. 검은 가운을 입은 그의 모습은 더 이상 영적인 권위를 띠지 않았다. 그것은 그저 낡은 천을 걸친 중년의 사기꾼일 뿐이었다. 그의 입술에서는 무언가 알아들을 수 없는 중얼거림이 흘러나왔다. 저주였다. 그는 여전히 저주를 읊조리며 마지막 위협을 가하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말들은 더 이상 아무런 힘도 가지지 못했다. 그것들은 공권력의 고함과 수갑의 파열음 앞에서 그저 공허한 소음에 불과했다.
안토니오는 경찰들에게 끌려 나가면서, 마지막으로 이네스를 돌아보았다. 그의 눈에는 분노와 배신감, 그리고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뒤섞여 있었다. 그 시선은 과거의 그녀라면 두려움에 움츠러들게 했을 종류의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그녀는 그 시선을 똑바로 마주 보았다.
별장 밖으로 나가자, 페드루가 차에서 뛰어내려 그녀에게 달려왔다. 그는 그녀를 두 팔로 꼭 안았다. 그의 품은 따뜻했고, 그의 심장은 빠르게 뛰고 있었다. 코끝을 스치는 그의 체온은 굳은살 박인 정직한 온기였다. 오 드 코롱도, 유향도, 양의 피 비린내도 섞이지 않은, 그저 십 년 가까이 함께해온 남자의 냄새였다.
“끝났어. 이제 끝났어.”
그가 속삭였다. 이네스는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눈물을 흘렸다. 그 눈물은 따뜻했고, 멈추지 않았다.
경찰차의 사이렌이 밤 숲속에 울려 퍼졌다. 붉은 빛과 푸른 빛이 나무들 사이로 번쩍이며 어둠을 가르고 있었다. 그 불빛은 낡은 수도원의 돌벽을 번갈아 비추었고, 담쟁이덩굴에 뒤덮인 창문들을 스치며 밤하늘로 흩어졌다. 안토니오는 경찰차 뒷좌석에 앉아 유리창 너머로 이네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이제 더 이상 신비로운 영매의 얼굴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저 덫에 걸린 사기꾼의 얼굴이었고, 곧 법정에 서게 될 피고인의 얼굴이었다.
이네스는 페드루의 품에서 빠져나와, 경찰차가 사라지는 방향을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밤하늘에는 별들이 떠 있었고, 숲속에서는 바람이 나뭇잎을 흔들고 있었다. 사이렌 소리가 점점 멀어지며, 마침내는 들리지 않게 되었다. 숲은 다시 정적을 되찾았다.
그녀는 페드루의 손을 잡았다. 그의 손은 여전히 따뜻했다. 손가락 사이로 그녀의 손가락이 엮여 들어갔다.
“집에 가자.”
이네스가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쉬어 있었지만, 그 안에는 오래간만에 어떤 평화 같은 것이 깃들어 있었다.
그들은 차에 올랐다. 이네스는 백미러로 별장을 마지막으로 한 번 바라보았다. 낡은 건물은 어둠 속에서 점점 작아졌고, 마침내는 보이지 않게 되었다. 굴뚝에서 올라오던 연기도 이제는 보이지 않았다.
차가 숲길을 벗어나 포장도로로 접어들자, 이네스는 창문을 살짝 내렸다. 차가운 밤공기가 차 안으로 밀려들었다. 그 공기는 깨끗했고, 유향 냄새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폐가 차가운 공기로 가득 찼다. 그것은 처음으로 자유로운 호흡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