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의 그림자 한국편 #001] 욕망의 대가 – 3화: 갈림길

3화: 갈림길

토요일 밤 8시 12분.

서아는 전화기를 내려놓지 못한 채 소파에 앉아 있었다. 통화는 이미 5분 전에 끝났다. 그런데도 그녀의 손은 여전히 핸드폰을 쥐고 있었고, 손가락은 통화 종료 버튼 위에 얼어붙어 있었다. 화면이 꺼지고, 거실은 다시 어둠에 잠겼다. 가로등 불빛이 블라인드 사이로 얇게 갈라져 그녀의 얼굴을 가로질렀다.

김 실장에게 한 대답은 단 한 마디였다.

“내일… VIP분 만나겠습니다.”

그 말을 뱉는 데 걸린 시간은 2초. 그 2초 동안 그녀의 목소리는 놀라울 정도로 평온했다. 오히려 김 실장이 잠시 뜸을 들였을 정도였다. “현명한 선택이에요, 서아 씨. 내일 저녁 8시, 장소는 문자로 보내드리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통화는 종료되었다.

서아는 소파에 몸을 기댔다. 그녀의 시선이 거실 바닥에 아무렇게나 놓인 명품 쇼핑백들을 훑었다. 지난주에 산 구찌 선글라스가 종이백 밖으로 삐죽 튀어나와 있었다. 그 선글라스를 고르던 순간, 매장 직원이 건넨 “손님, 진짜 잘 어울리세요”라는 말에 그녀는 45만 원을 긁었다. 지금 그 선글라스는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지도 않았다. 그냥 바닥에 떨어져 있는 플라스틱 조각이었다.

그녀는 몸을 일으켜 부엌으로 갔다. 냉장고를 열자 편의점에서 사온 생수 두 병과 먹다 남은 김밥이 전부였다. 그녀는 생수를 꺼내 벌컥벌컥 들이켰다. 차가운 물이 식도를 타고 내려가는 감각이 그녀를 잠시 현실로 붙잡아 주었다. 개수대 위 선반에는 지난주에 사온 일회용 커피 캡슐이 쌓여 있었다. 개당 1,500원짜리. 그녀는 그 캡슐들을 바라보며 자신도 모르게 웃었다. 명품 가방은 수백만 원을 쓰면서 커피는 일회용 캡슐로 때웠던 모순이 갑자기 우스웠다.

싱크대에 손을 짚고 잠시 서 있자, 그녀의 손목에서 까르띠에 시계가 부엌 형광등 아래에서 반짝였다. 그녀는 시계를 풀어 조리대 위에 올려놓았다. 가죽 스트랩이 살짝 낡아 있었다. 이 시계는 할부 12개월로 샀고, 아직 6개월이 남아 있었다. 매달 23만 원씩, 그녀의 통장에서 자동이체되고 있었다. 그녀는 시계를 한동안 바라보다가 다시 손목에 찼다. 풀 수 없었다. 이것마저 풀면, 자신을 붙잡고 있는 마지막 끈이 사라질 것 같았다.

일요일 오전, 서아는 평소처럼 인스타그램을 열었다. 밤사이 좋아요가 12개 늘어 있었다. 그녀는 알림을 확인하지 않고 그대로 앱을 닫았다. 침실로 들어가 옷장 문을 열었다. 이제 이 옷들은 그녀에게 두 가지 용도로만 보였다. 팔아서 빚을 갚을 물건들, 혹은 오늘 밤을 위해 입고 나갈 갑옷.

그녀는 검정색 슬립 드레스를 꺼냈다. 생일 파티 이후 한 번도 입지 않은 옷이었다. 깊게 파인 등 라인, 허리를 감싸는 얇은 실크 소재. 이 드레스를 샀을 때 그녀는 상상했다. 언젠가 강남의 고급 바에서 우아하게 와인을 마시는 자신의 모습을. 그런데 지금 그녀는 이 드레스를 입고 진짜로 고급 바에 갈 예정이었다. 다만 그 상상 속의 남자는 달랐다. 그녀가 선택한 남자가 아니라, 그녀를 선택한 남자였다.

오후가 되자 김 실장에게서 문자가 왔다. “오늘 밤 8시, 강남구 ○○동 W호텔 32층 라운지. 복장은 단정하게.” 서아는 문자를 읽고 핸드폰을 침대 위에 던졌다. W호텔. 그녀가 세 달 전 친구들과 샴페인을 마시러 갔던 바로 그 호텔이었다. 당시 그녀는 호텔 로비에서 인증샷을 찍으며 이렇게 적었다. “토요일 밤은 W에서.” 좋아요는 300개가 넘었다.

그때의 자신이 떠올랐다. 샴페인 잔을 들고 호텔 야경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던 그녀. 그녀는 진짜로 행복했다. 아니, 행복해 보였다. 그게 행복이었는지, 아니면 행복해 보이는 사진을 찍는 게 행복이었는지는 더 이상 구분할 수 없었다.

저녁 6시. 그녀는 화장대 앞에 앉았다. 파운데이션을 바르고, 아이섀도를 펴 바르고, 립스틱을 고르는 모든 과정이 평소와 달랐다. 오늘 그녀의 손은 예쁘게 보이기 위한 화장을 만들고 있지 않았다. 화장이 두꺼울수록, 진짜 얼굴은 그 아래로 숨었다. 컨실러로 눈 밑을 한 번 더 가리며 그녀는 생각했다. 오늘 밤 나는 서아가 아니다. 오늘 밤 나는 그냥 VIP 고객의 접대부다.

화장이 끝나갈 무렵, 핸드폰이 울렸다. 민영이었다. 서아는 잠시 망설이다가 전화를 받았다. “서아야, 뭐 해? 나 오늘 한남동에 새로 생긴 와인바 갈 건데 같이 갈래?” 서아는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을 보며 대답했다. “미안해, 오늘 좀 약속이 있어서.” 민영이 아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 알겠어. 너 요즘 약속 너무 많다. 인싸는 힘들어.” 그 말에 서아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녀는 그냥 조용히 전화를 끊었다.

인싸. 그녀가 그렇게 되고 싶어 했던 그 단어가, 오늘은 칼날처럼 그녀의 가슴을 긁었다.

저녁 7시 30분. 서아는 택시에 올랐다. 기사가 목적지를 묻자 그녀는 W호텔이라고 짧게 대답했다. 택시는 강남대로를 따라 달렸다. 창밖으로 그녀가 수없이 인스타그램에 올렸던 장소들이 스쳐 지나갔다. 저 카페에서 라떼를 찍었고, 저 레스토랑에서 파스타 사진을 올렸고, 저 쇼핑몰에서 명품 쇼핑백을 든 채 포즈를 취했다. 모든 장소가 그녀의 피드에 기록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 장소들은 이제 그녀에게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았다. 그냥 빛나는 건물들일 뿐이었다.

택시 안에서 그녀는 핸드폰을 꺼내 김 실장이 보낸 문자를 다시 읽었다. “W호텔 32층 라운지.” 그 아래로 또 다른 문자가 와 있었다. “고객님 성함은 강 회장님이십니다. 식사와 와인 먼저 하시고, 이후는 자연스럽게. 거절하거나 도망가려는 기색 보이시면 안 됩니다.” 서아는 문자를 읽고 핸드폰을 뒤집어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자연스럽게. 그녀는 그 단어를 속으로 몇 번이고 곱씹었다. 무슨 일이 일어나든 자연스럽게.

8시 정각. 택시가 W호텔 로비 앞에 멈춰 섰다. 벨보이가 다가와 문을 열어주었고, 그녀는 택시에서 내렸다. 호텔 로비는 거대한 샹들리에 불빛으로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로비 한편에서는 라이브 피아노 연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녀의 구두 굽이 대리석 바닥에 닿을 때마다 작은 소리가 울렸다. 그녀는 로비 중앙에 잠시 멈춰 서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모든 것이 완벽했다. 모든 것이 그녀가 사랑했던 그 화려함 그대로였다. 유일하게 다른 것은 그녀 자신뿐이었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그녀는 잠시 멈칫했다. 옆에서는 외국인 커플이 와인 잔을 든 채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다. 여자는 남자의 팔짱을 끼고 있었고, 남자는 여자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서아는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누군가를 사랑해서 함께 이 호텔에 오는 것과, 빚 때문에 이 호텔에 오는 것. 그 두 가지가 같은 공간에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녀에게는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그녀는 안으로 들어가 32층 버튼을 눌렀다. 문이 닫히고, 엘리베이터는 빠르게 상승했다. 층수 표시가 10, 15, 20을 지날 때마다 그녀의 심장은 더 빠르게 뛰었다. 25층. 28층. 30층. 그녀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응시했다. 검정 슬립 드레스, 까르띠에 시계, 샤넬 클러치 백. 겉으로 보기에는 완벽했다. 하지만 거울 속 그녀의 눈빛은 무언가에 짓눌린 듯 공허했다.

32층.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32층 라운지 입구에서는 직원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서아 고객님이신가요? 이쪽입니다.” 그녀는 직원을 따라 라운지 안으로 들어갔다. 통유리창 너머로 서울의 야경이 펼쳐져 있었다. 한강과 강남의 빌딩 숲, 그리고 그 사이를 흐르는 차량들의 불빛이 마치 거대한 스크린처럼 펼쳐져 있었다. 그녀는 이 뷰를 인스타그램에서 수십 번 보았다. W호텔 라운지 야경은 인플루언서들의 필수 인증샷 장소였다. 이제 그녀가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인증샷을 찍으러 온 인플루언서가 아니라, 성접대를 하러 온 여자로.

라운지 구석, 프라이빗 룸으로 안내된 그녀는 그곳에서 강 회장을 처음 만났다. 50대 초반의 남자. 김 실장이 보내준 프로필보다 실제 모습은 더 평범했다. 깔끔한 안경, 고급스러운 정장, 그리고 옅은 향수 냄새. 그는 그녀를 보자 자리에서 일어나 악수를 청했다. “서아 씨, 오시느라 수고 많았어요. 자, 앉으시죠.” 그의 목소리는 사업 파트너를 대하는 것처럼 무심하고 예의 발랐다.

테이블에는 이미 와인과 코스 요리가 준비되어 있었다. 강 회장은 그녀에게 와인을 직접 따라주며 말을 꺼냈다. “김 실장에게 대충 들었습니다. 어려운 상황이신 것 같더라고요.” 서아는 와인 잔을 만지작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아니, 애초에 이 자리에서 그녀에게 허락된 대화가 무엇인지도 몰랐다.

강 회장은 능숙하게 대화를 이끌었다. 자신의 사업 이야기, 최근 해외 출장에서 있었던 일, 와인에 대한 짧은 지식. 그는 그녀에게 무례한 질문을 하지 않았고, 그녀의 사생활을 과하게 캐묻지도 않았다. 그는 그저 평범한 비즈니스 만찬을 즐기는 것처럼 행동했다. 서아는 그 평범함이 가장 무서웠다. 이 모든 것이 너무나 평범하고 자연스러웠기 때문이다.

식사가 진행되는 동안 그녀는 자꾸만 핸드폰을 확인했다. 인스타그램 알림이 몇 개 와 있었다. 그녀는 테이블 아래에서 몰래 알림을 확인했다. 그녀가 사흘 전 올린 카페 사진에 누군가 “예뻐요”라는 댓글을 달았다. 그녀는 그 댓글을 보며 와인을 한 모금 삼켰다. 예쁘다. 그 말이 이 순간만큼은 조롱처럼 느껴졌다.

“서아 씨, 긴장 푸세요. 나쁜 사람 아니니까.”

강 회장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의 미소에는 어떤 여유가 있었다. 그 여유는 그가 이런 자리에 익숙하다는 뜻이었다. 그가 이런 방식으로 다른 여자들을 만나왔다는 뜻이었다. 서아는 그 미소를 마주하자 속이 메스꺼워졌다. 아무리 와인이 비싸고, 요리가 고급스럽고, 야경이 아름다워도, 이 저녁 식사는 거래였다. 그녀의 몸에 대한 가격이 100만 원으로 책정된 거래.

식사가 끝나갈 무렵, 강 회장은 자연스럽게 그녀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올렸다. 가볍고 짧은 접촉이었다. 서아는 자신도 모르게 손을 움츠렸다. 강 회장은 그 반응을 눈치챘는지 손을 거두며 말했다. “오늘 밤, 서아 씨 괜찮으면 위층 스위트룸 예약해 놨어요.”

그 말이 신호탄이었다. 자연스럽게, 그들이 말한 그대로. 모든 것이 계획된 시나리오처럼 진행되고 있었다. 그녀가 대답해야 할 순간이 왔다. 거절할 것인가, 수락할 것인가. 아니, 거절은 애초에 선택지에 없었다. 그녀는 이미 여기까지 왔고, 이 남자는 이미 스위트룸을 예약했고, 그녀의 빚은 여전히 1,200만 원이었다.

그녀는 와인 잔을 들어 남은 와인을 단숨에 비웠다. 그리고 처음으로 강 회장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네, 알겠습니다.”

라운지를 나서는 순간, 서아는 잠시 화장실에 들르겠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먼저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30층이에요. 3001호.” 서아는 화장실로 들어가 문을 잠갔다. 그리고 세면대 앞에 서서 거울 속 자신을 마주했다.

거울 속 여자는 아직 멀쩡해 보였다. 화장은 흐트러지지 않았고, 드레스는 여전히 우아했다. 하지만 눈가가 살짝 붉어져 있었다. 그녀는 수도꼭지를 틀어 찬물을 손에 받아 얼굴에 적셨다. 화장이 조금 번졌다. 아이라이너가 살짝 흘러내렸다. 그녀는 손으로 물기를 닦아내며 심호흡을 했다. 가슴이 답답했다. 공기가 제대로 폐에 들어오지 않는 기분이었다.

그녀는 핸드폰을 꺼냈다. 인스타그램을 열고, 마지막 게시물을 내렸다. 그리고 한참 동안 화면을 응시했다. 댓글. 좋아요. 그녀가 그토록 집착했던 숫자들이 지금은 아무 의미도 없었다. 이 숫자들이 그녀를 구해줄 수 있을까. 이 좋아요들이 그녀의 빚을 갚아줄 수 있을까. 그녀가 지금 이 호텔에 서 있는 이유는, 그녀가 이 숫자들에 집착했기 때문이었다. 그 사실이 명치를 쥐어짜는 듯한 통증으로 다가왔다.

그녀는 인스타그램을 종료하고 통화 기록을 열었다. 마지막 통화는 어제, 어머니와의 짧은 통화였다. “엄마, 나야. 그냥 보고 싶어서.” 그때 어머니는 기뻐하며 이것저것 물어봤다. 밥은 먹었는지, 날씨가 추운데 옷은 따뜻하게 입었는지. 서아는 잠시 엄마의 번호 위에 손가락을 올렸다. 지금 전화해서 모든 것을 말하면 어떨까. 그녀는 상상했다. 엄마, 나 빚이 있어. 사채업자한테 협박당하고 있어. 지금 호텔이야.

그러나 그녀는 전화를 걸지 못했다. 그 상상만으로도 그녀의 손이 굳어버렸다. 부모님이 받을 충격, 실망, 분노. 그리고 그 이후에 찾아올 부끄러움. 그녀는 그 감정들을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그녀는 핸드폰을 클러치에 넣고 화장실을 나섰다. 복도는 조용했다. 그녀의 구두 소리만이 대리석 바닥에 메아리쳤다. 엘리베이터 앞에 서자 32층에서 내려오는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문이 열리고, 그녀는 안으로 들어갔다. 30층 버튼. 그녀의 손가락이 떨렸다. 문이 닫히고 엘리베이터는 아래로 움직였다.

31층. 30층.

문이 열렸다. 복도는 32층보다 더 조용했다. 벽에 붙은 방향 표지판을 따라 그녀는 3001호를 찾아 걸었다. 3005, 3003, 3001.

그녀는 문 앞에 멈춰 섰다. 스위트룸의 검은 문이 그녀 앞에 서 있었다. 문 아래로는 은은한 불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강 회장은 이미 안에 있을 것이고, 와인은 이미 준비되어 있을 것이고, 침대는 이미 정리되어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이 준비되어 있었다. 그녀만 빼고.

문 앞에 선 그녀의 손이 허공에서 멈추었다. 문을 두드리려다 내린 손이 다시 올라갔다가, 또다시 내려갔다. 심장은 귀가 아플 정도로 크게 뛰고 있었다. 들어가야 해. 이미 결정했어. 100만 원이야. 한 번만 하면 돼. 아무도 모를 거야. 그런데도 그녀의 손은 떨렸고, 발은 바닥에 붙은 듯 움직이지 않았다.

그 순간, 그녀의 머릿속에 낯선 장면 하나가 스쳐 지나갔다. 청담동 매장. 밝은 조명 아래 진열된 샤넬 플랩백. 그녀가 처음으로 580만 원짜리 가방을 집어 들던 순간. 매장 직원이 미소 지으며 건넨 말. “손님, 카드 할부는 12개월까지 가능하세요.” 그리고 그녀가 아무 망설임 없이 카드를 건네던 그 손.

바로 지금, 이 문 앞에서 떨고 있는 이 손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까르띠에 시계가 여전히 손목에 감겨 있었다. 시계 밑으로는 지난주 네일숍에서 받은 젤 네일이 반짝이고 있었다. 12만 원짜리 네일. 그녀는 그 손을 천천히 문 손잡이로 가져갔다. 차가운 금속의 감촉이 손바닥에 닿았다.

복도 끝에서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렸다. 호텔 직원이 객실을 정리하며 지나가고 있었다. 직원은 그녀에게 가볍게 목례를 하고는 시선을 거두었다. 그는 알지 못했다. 이 복도에 서 있는 여자가 무엇을 하려는지, 무엇을 망설이고 있는지.

그녀의 핸드폰이 진동했다. 인스타그램 알림이었다. 누군가 그녀의 스토리에 답장을 보냈거나, 사진에 댓글을 달았을 것이다. 진동을 느끼며 그녀는 눈을 감았다. “예뻐요”, “부러워요”, “멋져요” 같은 말들이 화면 너머 어딘가에서 도착하고 있었다.

그 말들은 더 이상 그녀에게 닿지 않았다.

서아는 눈을 떴다. 그리고 문 손잡이를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 당신의 선택은? (1차 분기점)

지금 이 순간, 그녀의 선택은 완전히 다른 두 운명을 가릅니다.

👉[선택 1]  W호텔 3001호 문 앞. 강 회장이 기다리는 방에 들어가는 것은 빚을 갚는 유일한 현실적인 방법처럼 보입니다.

👉[선택 2]  문을 두드리지 않고 돌아선다. 

(※ 선택하신 분기점의 다음 화를 결제하시면, 서아의 잔혹한 운명의 대단원이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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