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의 그림자 조지아편 #001] 경유지 – 3화: 균열의 순간

3화: 균열의 순간

손바닥에는 붉은 압박 자국이 남아 있었다. 하이힐을 신은 채로 4시간 가까이 서 있었기 때문이다. 마리암은 엄지발가락 옆으로 잡힌 물집을 손끝으로 눌러보았다. 물집은 팽팽하게 부풀어 올라 있었고, 조금만 힘을 줘도 터질 것 같았다. 그녀는 그만두었다. 지금 그 통증마저 자신이 아직 살아 있다는 유일한 증거처럼 느껴졌다.

어젯밤 지하 바에서 돌아왔을 때, 그녀의 피부에는 낯선 향수 냄새가 배어 있었다. 은발의 남자가 그녀의 손등에 얹었던 손목에서 풍기던 향이었다. 진하고 달콤한 계열의 남성용 오드뚜왈렛. 마리암은 화장실 세면대에서 손등을 네 번이나 씻어냈지만, 코를 갖다 대면 아직도 그 냄새의 잔향이 남아 있었다. 향은 기억을 닮았다. 사라진 것 같아도 코점막 깊숙이 남아 불쑥불쑥 떠오른다.

거실 구석에서는 기오르기가 소파에 반쯤 누워 TV를 보고 있었다. 오늘은 해바라기 씨가 아니라, 손톱깎이로 손톱을 다듬고 있었다. 딱, 딱, 딱. 작은 금속성 소리가 일정한 간격으로 거실을 메웠다. 그 소리는 시계 초침보다 더 집요하게 시간의 흐름을 알렸다.

타티아는 이미 부엌에 서 있었다. 그녀는 오늘 아침 통조림을 따지 않았다. 대신 부엌 싱크대에 기대 서서, 수도꼭지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을 그저 바라보고 있었다. 한 방울, 또 한 방울. 그녀의 시선은 물방울에 고정되어 있었지만, 정작 그녀가 보고 있는 것은 물방울이 아닌 듯했다.

“잠은 좀 잤어.”

타티아가 마리암의 발소리를 듣고도 뒤돌아보지 않고 물었다.

“몇 시간 못 잤어요. 언니는요.”

“나도.”

타티아가 돌아섰다. 그녀의 눈 밑은 어제보다 더 어두워져 있었다. 광대뼈 위의 피부는 얇은 양피지처럼 건조했고, 입술 가장자리에는 작은 각질이 일어나 있었다. 3주 전 이곳에 왔을 때와 비교하면, 그녀는 분명 다른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거실 소파에서는 타마르가 여전히 잠들어 있었다. 그녀의 손에는 방전된 핸드폰이 쥐여 있었다. 배터리가 0%가 된 지 이틀째. 이제 그녀는 가족 사진을 넘겨보는 작은 위안조차 박탈당했다. 마리암은 타마르의 이마에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조심스럽게 쓸어 올려주었다.

아침인지 낮인지 알 수 없는 시간. 암막 커튼은 여전히 바깥 세상과 이곳을 철저히 분리하고 있었다. 커튼과 벽 사이의 틈새로 한 줄기 빛이 새어 들어왔지만, 그 빛은 바닥에 얇은 금을 그을 뿐 방 안을 밝히지는 못했다. 마리암은 그 빛줄기를 따라 시선을 움직이다가, 식탁 위에 놓인 무언가를 발견했다.

다비드의 서류 가방이었다. 그가 어제 두고 간 것인지, 아니면 오늘 아침 잠시 들렀다가 놓고 나간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가방은 검은색 인조가죽 재질이었고, 모서리 부분이 약간 닳아 있었다. 잠금장치는 걸려 있지 않았다.

마리암은 기오르기를 슬쩍 살폈다. 그는 손톱 정리에 몰두해 있었고, TV에서는 러시아어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앵커가 빠른 속도로 무언가를 전하고 있었고, 화면 아래로는 주식 시세가 흘러가고 있었다. 기오르기의 주의력은 온전히 그곳에 꽂혀 있었다.

타티아가 마리암의 시선을 따라 서류 가방을 보았다.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타티아는 말없이 고개를 부엌 쪽으로 까딱했다. ‘내가 망을 볼 테니 확인해 보라’는 의미였다.

마리암은 심장이 늑골을 때리는 것을 느끼며 식탁 쪽으로 조용히 걸어갔다. 발걸음 하나하나가 유난히 크게 들리는 것 같았다. 기오르기의 손톱깎이 소리가 멈추지 않고 이어지는 것을 확인하며, 그녀는 서류 가방 앞에 섰다.

가방의 지퍼는 3분의 2쯤 닫혀 있었다. 나머지 3분의 1의 틈새로 종이들이 삐져나와 있었다. 마리암은 손가락을 틈새에 넣어 지퍼를 조금 더 내렸다. 지퍼 톱니가 갈리는 소리가 났다. 그녀는 숨을 멈추었다. 기오르기는 여전히 손톱을 깎고 있었다.

가방 안에는 서류 봉투 여러 개와, 작은 수첩 한 권, 그리고 영수증 뭉치가 들어 있었다. 마리암은 서류 봉투 하나를 조심스럽게 빼내어 열었다. 봉투 안에는 A4 용지가 한 장 들어 있었다. 조지아어로 작성된 명단이었다.

‘타티아 마카라제, 34세, 쿠타이시 출신.’

그 아래로 작은 글씨가 이어졌다.

‘등급: B. 배정: 두바이. 상태: 서류 완료. 출발 대기 중.’

마리암은 손끝이 차가워지는 것을 느꼈다. 타티아는 터키로 간다는 말을 들었다. 그러나 이 서류에는 분명 ‘두바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녀는 봉투 안에 다른 서류가 더 있는지 확인하려다, 가방 바닥에 깔린 영수증 뭉치를 보았다. 호텔 영수증, 렌터카 비용, 그리고 ‘소개료’라는 명목으로 적힌 현금 지출 내역서. 금액은 대부분 500달러에서 1,500달러 사이였다. 그 영수증들 옆에는 여권 사본이 한 장 붙어 있었다. 낯선 여성의 사진과 함께 ‘배정 완료’라는 도장이 찍혀 있었다. 그녀가 이 아파트를 거쳐간 누군가라는 것은 분명했다.

타티아가 헛기침을 했다. 신호였다. 마리암은 서류를 원래대로 밀어 넣고 지퍼를 올리려 했다. 그러나 그 순간, 기오르기가 손톱깎이를 내려놓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리암은 재빨리 식탁에서 한 걸음 물러나 부엌 쪽으로 몸을 옮겼다. 그녀의 손은 떨리고 있었지만, 얼굴은 아무 표정도 짓지 않으려 애썼다. 기오르기는 냉장고로 걸어가 물병을 꺼내 마셨다. 그의 시선이 잠시 식탁 위의 서류 가방을 스쳤지만, 아무 말 없이 다시 소파로 돌아갔다.

그가 돌아가자 타티아가 마리암에게 다가왔다. 숨소리만으로 묻는 질문이었다. ‘뭐였어?’ 마리암은 낮고 빠르게 대답했다.

“언니 이름. 배정지가 두바이래요. 터키가 아니에요.”

타티아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졌다. 그녀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부엌 싱크대에서는 여전히 물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타티아는 천천히 싱크대를 등지고 바닥에 쪼그려 앉았다. 그녀의 손이 자신의 무릎을 움켜잡았다.

“두바이.”

그녀가 그 단어를 입 안에서 굴렸다. 마치 그 단어의 무게를 확인이라도 하듯이.

“3주 동안 나는 이스탄불 호텔에서 일하게 될 거라고 믿었어. 매일 밤 그 생각을 하면서 버텼는데… 내 목적지는 애초에 정해져 있었던 거네.”

마리암은 타티아의 옆에 쪼그려 앉았다. 그녀의 손을 잡아주려 했지만, 타티아는 손을 빼며 고개를 저었다.

“내가 여기서 알아낸 게 하나 있어.”

타티아의 목소리는 더 낮아졌다.

“저 서류 가방은 다비드가 항상 들고 다니는 거야. 그런데 오늘 같은 날, 그러니까 접대 일정이 없는 날에는 점심때쯤 꼭 한 번씩 들렀다 가. 그리고 그때마다 기오르기는 복도로 전화 통화하러 나가. 10분 정도. 그게 유일한 빈틈이야.”

마리암은 타티아의 말을 마음속에 새겼다. 그녀는 이미 이곳의 패턴을 파악하고 있었다. 다비드의 방문 시간, 기오르기의 자리 비움, 서류 가방이 방치되는 시간. 타티아는 정보를 모으고 있었고, 비록 자신에게는 더 이상 기회가 오지 않을지라도 마리암에게 그 정보를 넘기려 하고 있었다.

오후 4시가 되기 전, 살로메가 아파트에 도착했다. 그녀는 언제나처럼 커다란 메이크업 박스를 들고 있었고, 얼굴에는 어제와 똑같은 무표정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녀에게 이곳은 그저 일터일 뿐이라는 듯한 태도였다. 피해자들의 공포나 저항은 그녀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오늘은 진짜 신경 써야 해. 저번보다 중요한 분이니까.”

살로메는 마리암을 의자에 앉히고 메이크업 도구를 펼쳤다. 파운데이션 스펀지가 그녀의 얼굴을 덮으며 피부톤을 지워갔다. 마리암의 주근깨, 눈가의 작은 점, 이마의 얕은 주름. 그 모든 것들이 차례로 사라졌다. 그녀는 거울을 보며 자신의 얼굴이 캔버스처럼 덧칠되어 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입술은 좀 더 진하게. 아이라인도 평소보다 길게 빼고.”

살로메의 손놀림은 능숙했다. 그녀는 아마 수년째 이 일을 해왔을 것이다. 그녀는 얼마나 많은 여성들에게 이런 식으로 화장을 입혀 보냈을까. 그녀는 그 여성들이 어디로 가는지 알고 있을까. 알면서도 하는 걸까, 아니면 애써 모르는 척하는 걸까. 마리암은 그런 생각을 하며 살로메의 손목을 잠시 바라보았다. 그녀의 손목에도 오래된 멍 자국 같은 것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우연일까, 아니면 그녀도 한때 이 자리에 앉았던 사람일까.

메이크업이 끝나자 살로메는 쇼핑백에서 새 옷을 꺼냈다. 지난번보다 더 얇은 소재, 더 가는 끈. 마리암은 그 옷을 손에 쥐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금 간 거울 속에서, 진한 화장을 한 낯선 여자가 그녀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녀는 원피스를 입으며 자신의 몸이 점점 다른 누군가의 소유물이 되어가는 감각을 느꼈다.

거실로 나왔을 때, 타티아는 그녀를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그녀의 눈빛에는 이 상황이 너무나 익숙하다는 체념과, 동시에 마리암을 걱정하는 무언가가 담겨 있었다.

다비드는 오후 5시 정각에 도착했다. 오늘은 짙은 차콜색 정장을 입고 있었고, 넥타이는 와인색이었다. 그의 손에는 작은 쇼핑백이 들려 있었다.

“마리암 씨, 어제 정말 수고했어요. 오늘은 더 중요한 자리니까, 이것 좀 챙겨 드릴게요.”

쇼핑백 안에는 향수 한 병과 초콜릿 상자가 들어 있었다. 선물이었다. 다비드는 언제나 선물을 건넸다. 그 선물들은 그가 ‘친절한 고용주’라는 환상을 유지하기 위한 도구였다. 그러나 동시에 그 선물들은 부채의 심리적 무게를 더하는 장치이기도 했다. 받을수록 거절하기 어려워지는 것들.

“오늘 장소는 트빌리시 북부에 있는 프라이빗 다이닝 룸이에요. 지난번처럼 여러 사람이 아니라, 손님은 단 한 분이세요. 이스탄불 쪽에서 직접 오신 분이니까 아주 정중하게 대해야 해요.”

마리암은 초콜릿 상자를 바라보았다. 벨기에산 고급 초콜릿이었다. 그녀는 한 번도 이런 초콜릿을 사본 적이 없었다. 쿠타이시의 슈퍼마켓에서는 팔지도 않는 브랜드였다.

“빚 공제는요.”

“1,500달러입니다. 단둘이니까 더 많이 깎아드리는 거예요. 이번까지 하면 총 2,500달러 공제니까, 남은 빚은 5,300달러.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요.”

순조롭게. 그 단어를 들으며 마리암은 서류 가방 속에서 보았던 ‘두바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타티아의 목적지. 그리고 자신의 목적지는 아직 적혀 있지 않았다. 아직 ‘배정’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단지 서류를 보지 못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다비드가 자리를 비운 사이, 마리암은 타티아에게 다가갔다. 두 사람은 부엌 구석에서 목소리를 낮추었다. 거실에서는 살로메가 메이크업 도구를 정리하고 있었고, 기오르기는 현관문 밖에서 전화 통화를 하고 있었다. 그의 러시아어는 거칠고 빠르며, 가끔 조지아어 단어가 섞여 나왔다.

“내가 오늘 알아낸 게 더 있어.”

타티아가 말했다.

“기오르기가 통화할 때마다, 보통 두 가지 주제가 나와. 하나는 ‘배송’에 관한 거고, 다른 하나는 ‘등급 조정’이야.”

“등급 조정이 뭐예요?”

“네가 받는 접대의 종류와 횟수에 따라 등급이 바뀌는 것 같아. A등급은 고급, B등급은 중간, C등급은… 잘 모르겠지만 좋은 의미는 아닐 거야. 그리고 이 등급이 목적지를 결정하는 것 같아. A는 터키나 유럽 쪽으로 가고, B는 두바이나 그런 쪽. C는… 거기까지는 못 들었어.”

마리암은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그녀의 등급은 아직 모른다. 그러나 접대를 거듭할수록, 그녀의 등급은 점점 더 높아질지도 모른다. 그리고 높은 등급이 반드시 좋은 목적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닐지도 몰랐다. 어쩌면 그 등급은 그저 가격표에 불과한 것일 수도 있었다.

“언니, 내일이면 떠난다고 했죠.”

“내일 저녁 비행기래. 두바이행.”

타티아의 목소리는 건조했다. 그녀는 이미 울음을 다 쏟아냈거나, 아니면 울음이 나오지 않는 지경에 이른 사람 같았다. 그녀는 마리암의 손에 작은 종이 조각을 쥐여주었다.

“내 동생 전화번호야. 그리고 제일 밑에는 트빌리시 여성지원단체 전화번호. 내가 예전에 신문에서 보고 적어둔 거야. 이 번호들을 어떻게든 쓸 수 있는 상황이 온다면, 망설이지 마.”

마리암은 종이 조각을 받아 주머니 깊숙이 밀어 넣었다. 종이는 땀에 젖어 약간 눅눅했다. 그녀는 이 작은 종잇조각이 지금 자신이 가진 유일한 외부와의 연결 고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마리암.”

타티아가 그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저 종이를 쓰기 전에, 네가 먼저 결정해야 하는 게 있어. 오늘 밤 접대에 응할 거야, 말 거야? 다비드는 분명히 말했지. 오늘은 단둘이라고.”

마리암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의 머릿속에서는 두려움과 분노, 그리고 전략적 계산이 뒤엉켜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그들에게 굴복하면, 빚은 줄어들지만 다음 단계로 넘어가게 돼. 그런데 반항하면, 어머니한테 위협이 갈 수도 있고, 여기서 더 심한 대우를 받을 수도 있어. 내가 겪어봐서 알아. 그들은 반항하는 사람을 반드시 길들이는 방식을 갖고 있어.”

마리암은 부엌 선반에 놓인 통조림 캔들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위장 속에서는 빈속의 허기가 울리고 있었지만, 그녀가 진짜로 원하는 것은 음식이 아니었다. 그녀가 원하는 것은 이 상황을 끝낼 출구였다.

“만약 내가 오늘 밤을 거부하면, 언니 생각엔 어떻게 될까요.”

타티아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다비드는 화를 내지 않을 거야. 대신 더 강한 압박을 가져오겠지. 어머니에 대한 구체적인 위협, 혹은 네 빚에 새로운 항목을 추가하거나, 아니면 감시를 더 강화하거나. 어쨌든 너를 심리적으로 무너뜨릴 방법을 찾을 거야.”

“하지만 거부하지 않으면, 나는 오늘 밤 단둘이 있는 자리에 앉게 되고, 그다음에는 또 다른 선을 넘게 될 거예요. 그리고 그 선을 한 번 넘으면, 되돌릴 수 없게 되는 거죠.”

“그래서 네가 결정해야 하는 거야. 지금이 그 경계선이니까.”

거실에서 기오르기가 전화를 끝내고 돌아왔다. 그의 발소리가 복도에서 가까워졌다. 타티아는 마리암에게서 한 걸음 물러서며 부엌 선반에서 물컵을 꺼내는 시늉을 했다. 두 사람은 더 이상 대화할 수 없었다.

기오르기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의 얼굴에는 평소와 다름없는 무표정이 자리 잡고 있었지만, 전화 통화 후의 잔여 긴장 같은 것이 목 근육에 남아 있었다. 그는 마리암을 훑어보듯 쳐다보고는 거실 의자에 걸터앉았다.

“6시 45분이다. 슬슬 준비해.”

마리암은 거실 한가운데 서서, 다비드가 두고 간 검은 원피스를 바라보았다. 옷감은 침대 시트처럼 얇았고, 어깨 끈은 손가락 하나로도 쉽게 밀려날 것처럼 가늘었다. 그녀가 이 옷을 입는다는 것은 단순히 옷을 갈아입는 행위가 아니었다. 그건 다비드의 시스템에 한 걸음 더 발을 들이는 일이었고, 그 시스템이 요구하는 역할을 받아들이는 일이었다.

그러나 거부한다면. 그녀의 머릿속에는 어머니 나나의 얼굴이 떠올랐다. 쿠타이시의 낡은 아파트에 누워 있을 어머니. 다비드의 서류에는 이미 어머니의 이름과 주소가 적혀 있을 것이다. 그가 말했듯, 어머니 앞으로 법원 서류가 배달되는 것은 시간문제일지도 모른다.

그녀의 손바닥에는 아직도 어젯밤 은발 남자의 향수 냄새가 남아 있었다. 그녀는 손바닥을 코에 갖다 대었다. 그 냄새는 이제 역겨움 그 자체였다. 그녀는 자신의 손에서 그 냄새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얼마나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지 생각했다.

타티아가 소파에서 일어나 마리암에게 다가왔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그녀의 손이 마리암의 어깨에 잠시 닿았다. 그것은 격려일 수도, 작별 인사일 수도 있었다. 타티아는 내일이면 두바이로 떠난다. 그녀는 이곳에서 3주를 버텼고, 그 대가는 예정된 목적지였다. 그녀의 저항은 결국 시스템을 바꾸지 못했다. 그러나 그녀는 마리암에게 정보를 남겼다. 다비드의 서류 가방, 기오르기의 통화 패턴, 등급의 의미. 그 정보들은 마리암의 손에 쥐여 있었다.

살로메가 메이크업 박스를 닫으며 말했다.

“다 됐어요. 옷만 갈아입으면 바로 출발할 수 있어요.”

기오르기가 차 키를 집어 들며 의자에서 일어났다.

“내려가자.”

마리암은 검은 원피스를 손에 쥐었다. 그녀는 거실에서 현관문으로 이어지는 짧은 복도를 바라보았다. 그 문 너머에는 계단이 있고, 계단 아래에는 은색 세단이 주차되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차는 그녀를 오늘 밤의 ‘프라이빗 다이닝 룸’으로 데려갈 것이다. 거기에는 그녀를 기다리는 단 한 명의 남자가 있을 것이다.

그녀는 선택해야 했다. 다비드의 요구에 굴복하여 이 밤을 통과할 것인가, 아니면 이 선에서 거부하고 그 결과를 감당할 것인가. 전자는 빚을 줄여주고 당장의 위험을 피하게 해줄지 몰랐다. 그러나 그것은 동시에 다음 단계, 더 깊은 굴복으로 이어질 것이었다. 후자는 지금 당장 갈등을 불러오고, 어머니에 대한 위협을 초래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그녀가 아직 주권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선언이 될 터였다.

타티아의 목소리가 그녀의 뇌리를 스쳤다. ‘네가 먼저 결정해야 하는 게 있어.’

마리암은 손에 쥔 원피스를 천천히 내려놓았다. 혹은, 내려놓지 않았다. 그녀는 숨을 한 번 깊게 들이마셨다. 그녀의 손은 더 이상 떨리지 않았다.

🧭 당신의 선택은? (1차 분기점)

마리암의 운명을 결정할 선택의 순간입니다. 그녀는 지금까지의 관찰과 정보, 그리고 자신과 어머니의 안전을 저울질하며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이 선택에 따라 이야기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됩니다.

👉 [선택 1] 마리암은 검은 원피스를 입고 기오르기의 차에 오른다. 어머니의 안전과 당장의 생존을 우선시하며, 빚을 줄이고 시간을 버는 전략을 선택한다.

👉 [선택 2] 마리암은 원피스를 내려놓고 다비드에게 거부 의사를 밝힌다. 타티아가 남긴 정보와 자신의 판단을 믿고, 조직의 압박에 맞서 다른 출구를 모색하기 시작한다. (무료)

(※ 선택하신 분기점의 다음 화를 결제하시면 마리암의 잔혹한 운명이 이어집니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