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벵골만의 그림자 인도편 #001] 벵골만의 매터(Meter) – 1화: 첫 번째 계약서

1화: 첫 번째 계약서

아침 7시 14분. 반드라 웨스트의 17층 펜트하우스 거실은 고요했다. 아라비아해에서 불어오는 습한 바람이 발코니 유리문 틈새로 스며들고 있었다. 프리야 샤르마는 거실 중앙에 서서 지난밤 파티에서 입었던 사리를 조심스럽게 접고 있었다. 캔지바람 실크. 남편 라지브가 결혼 10주년에 선물한 것이다. 1.2라크 루피. 그녀는 손가락으로 사리의 금자수 끝단을 한 번 쓸었다. 손끝에 걸리는 올 풀림이 없었다. 아직 완벽했다.

냉장고 모터가 낮게 윙윙거렸다. 어제보다 소리가 컸다. 프리야는 고개를 들어 거실을 둘러보았다. 45인치 텔레비전이 있던 자리에는 벽지가 더 밝은 직사각형 흔적만 남아 있었다. 그녀는 사리를 옷장에 넣고, 빈 자리를 응시했다. 사흘 전까지만 해도 거기에 소니 브라비아가 있었다. 지금은 반드라 커브 로드의 중고 가전상 진열장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35,000루피. 그 돈은 4일 후면 다시 필요한 돈의 3분의 1에 불과했다.

그녀는 부엌으로 걸어갔다. 대리석 조리대 위에는 봉투 하나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남편이 출근하며 남긴 것이었다. 봉투 안에는 2,000루피 지폐 두 장. 이번 주 장보기 비용이었다. 프리야는 봉투를 들고 3초간 움직이지 않았다. 냉장고 모터가 다시 울렸다. 4,000루피. 고팔 아저씨에게 오늘 갚아야 할 이자보다 14,000루피 모자랐다.

그녀는 벽에 걸린 달력을 바라보았다. 6월 19일. 정확히 2주 전이었다. 처음으로 마하라슈트라 부동산 개발 사무소의 문을 연 날.

오전 9시. 프리야는 침실 화장대 앞에 앉아 있었다. 거울 속 여성은 아직 흠잡을 데 없는 외모를 유지하고 있었다. 카르발라 비누로 씻은 피부, 미세한 주름조차 우아해 보이는 34세의 얼굴, 결혼반지의 다이아몬드가 화장대 조명에 반사되어 천장에 작은 무지개를 만들었다.

그녀는 서랍을 열었다. 보석함이 무게를 잃은 채 놓여 있었다.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골드 세트는 지난주에 사라졌다. 할머니의 쿤단 목걸이는 5일 전. 티파니 팔찌는 3일 전. 그녀는 보석함 뚜껑을 열었다. 남은 것은 진주 귀걸이 한 쌍과 라지브가 첫 월급으로 사준 작은 다이아몬드 펜던트뿐이었다.

프리야는 진주 귀걸이를 집어 들었다. 작은 진주들이 귓불에 닿을 때 차가운 감촉이 전해졌다. 그녀는 거울 속 자신을 보며 고개를 약간 기울였다. 여전히 반드라 레이디스 클럽의 프리야 샤르마였다. 우아한 미소, 완벽한 자태. 어제 저녁 소호 하우스 뭄바이의 와인 파티에서도 그녀는 누구보다 빛났다. 사리자르카리 비하인드에서 빌린 드레스가 아니라는 듯이.

거실로 나오자 전화벨이 울렸다. 유선전화. 그녀는 수화기를 들었다.

“샤르마 저택입니다.”

“프리야 베타, 나야.”

고팔의 목소리였다. 그는 항상 ‘베타'(딸)이라고 불렀다. 60대의 노인이 34세 여성을 부르는 호칭. 다정함 뒤에 습기가 느껴지는 목소리. 프리야의 손가락이 수화기를 더 세게 움켜잡았다.

“고팔 아저씨, 안녕하세요.”

“오늘 저녁 6시에 사무실로 와야겠어. 중요한 서류 준비했으니까.” 목소리는 여전히 부드러웠다. “그리고 베타, 너무 걱정하지 마. 내가 해결해 줄 테니까.”

전화가 끊겼다. 프리야는 수화기를 내려놓으며 자신의 심장박동이 빨라진 것을 감지했다. 시계를 보았다. 오전 9시 27분. 그녀는 소파에 앉았다가, 소파 밑에 깔린 러그가 사라진 것을 깨달았다. 어제 남편 출근 후에 인도인이 와서 가져갔다. 그녀가 직접 불러서 판 것이다. 8,000루피. 페르시안 러그. 지금은 반드라 이스트의 중고 가구점에 있을 것이다.

거실 바닥은 이제 대리석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차갑고 단단한 표면. 그녀는 맨발로 대리석 위에 섰다. 한기가 발바닥을 통해 올라왔다. 그녀는 창가로 걸어갔다.

베란다 유리문 너머로 뭄바이의 아침이 펼쳐져 있었다. 반드라-월리 씨링크가 저 멀리 보이고, 값비싼 차량들이 미끄러지듯 움직였다. 그녀는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고급 아파트 단지의 담장 바로 너머에는 판자촌 지붕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다라비에서 흘러나온 빈민들의 임시 거주지였다. 그곳에서는 이미 수백 명의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1리터에 12루피 하는 물을 받기 위해 줄을 서는 여자들, 길바닥에 앉아 차이를 파는 노인, 맨발로 뛰어다니는 아이들.

프리야는 그 광경을 30초간 바라보았다. 그녀는 자신이 앉을 소파조차 없어졌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그리고 저 아래 판자촌의 여자들도 아마 빚을 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의 빚은 500루피, 1,000루피일 것이다. 그녀의 빚은 달랐다. 하루 이자가 2%씩 불어나는 빚. 14일 전만 해도 존재하지 않았던, 이제는 그녀의 모든 일상을 좌우하는 숫자였다.

14일 전. 6월 5일.

프리야는 반드라 이스트의 상가 건물 3층에 서 있었다. 마하라슈트라 부동산 개발이라는 이름의 사무실이었다. 복도에는 형광등이 깜빡이고 있었고, 벽에는 곰팡이 핀 자국이 얼룩져 있었다. 그녀는 이 건물에 들어서면서 한 번 망설였다. 반드라 레이디스 클럽의 그 누구도 이런 곳에 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메헤르가 말했다. “고팔 아저씨는 믿을 수 있어. 상류층 전문이야. 비밀 보장은 기본이고.”

사무실 문은 열려 있었다. 내부는 예상과 달랐다. 벽에는 마하라슈트라 전역의 부동산 개발 계획도가 걸려 있었고, 책상은 묵직한 티크목이었다. 벽에는 가네샤 신의 황동상과 갓 놓은 듯한 금잔화 화환이 걸려 있었다. 향초 냄새가 배어 있었다. 백단향과 약간의 곰팡내.

고팔은 책상 뒤에 앉아 있었다. 60대 초반, 통통한 체구, 하얀 쿠르타 파자마 차림에 이마에는 찬단 틸락이 발라져 있었다. 그는 프리야가 들어서자 천천히 일어나며 손을 맞잡았다.

“나마스테, 프리야 베타. 메헤르가 말하더군요. 아주 똑똑한 친구가 있다고.”

그가 의자를 권했다. 프리야는 앉았다. 가죽 의자는 눅눅했다. 에어컨이 낡아서인지 실내 공기는 습하고 무거웠다. 고팔은 책상 위에 종이 한 장을 밀어 놓았다.

“복잡한 건 없어요. 간단한 약정서예요. 우리는 신뢰로 하는 사업이니까.”

프리야는 종이를 바라보았다. 영어와 마라티어가 혼용된 계약서였다. 그녀의 눈은 숫자 몇 개를 훑었다. 대출 원금: 200,000루피. 상환 조건: 일일 이자율 2%. 담보: 개인 보석류 및 신용.

고팔의 손가락이 종이 위를 짚었다. 손톱은 깨끗했고, 약지에는 커다란 루비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아주 간단하죠? 20만 루피. 내일 갚으면 이자는 4,000루피예요. 파티 드레스 하나 값이에요. 하지만 베타, 당신 같은 분이 그런 작은 돈에 신경 쓰겠어요?”

프리야는 20만 루피를 생각했다. 남편의 사업 파트너가 바라트 다이아몬드 컴퍼니로부터 받지 못한 미지급금. 그 돈이 들어오기 전까지 2주만 버티면 되었다. 파티 비용, 운전기사 월급, 사교계 모임의 분담금. 20만 루피면 충분했다. 남편 몰래 처리할 수 있는 규모였다. 아무도 알 필요가 없었다. 메헤르도, 파티 동료들도, 라지브도.

그녀는 펜을 잡았다. 몽블랑 볼펜이었다. 결혼기념일에 라지브가 선물한 것. 그녀는 서명란에 자기 이름을 썼다. 프리야 샤르마. 글씨는 평소처럼 우아했다. 고팔은 그녀가 쓰는 동안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은 프리야의 손목에 걸린 골드 뱅글에 잠시 머물렀다가, 다시 계약서로 돌아갔다.

“현명한 선택이에요.”

고팔이 종이를 접어 책상 서랍에 넣었다. 그는 열쇠로 서랍을 잠갔다. 철제 서랍이 닫히는 소리가 사무실에 울렸다.

“그리고 한 가지만 더 말씀드리죠. 우리 사업은 ‘오늘 빌리면 오늘 갚는다’는 원칙이에요. 이자는 자정을 기준으로 올라가요. 하루라도 늦으면 어떻게 되는지 아시죠?”

프리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이미 일어서고 있었다. 가방 안에는 20만 루피가 든 봉투가 들어 있었다. 그녀는 사무실을 나서며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았다. 복도의 형광등은 여전히 깜빡였다. 그녀는 건물을 나와 반드라의 햇살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6월의 뭄바이는 덥고 습했다. 그녀는 택시를 잡았다. 차 안에서 핸드백을 열고 봉투를 만져보았다. 지폐 묶음의 두께가 손끝에 전해졌다. 일시적인 안도감이 목 뒤로 스며들었다.

그녀는 몰랐다. 2주 후면 같은 사무실에 다시 앉아 있을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이번에는 계약서 한 장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6월 12일. 7일째.

프리야는 침대에 누워 천장을 응시했다. 옆에서는 라지브가 숨을 고르며 자고 있었다. 그는 아직 아무것도 몰랐다. 그녀는 오늘 아침 중고 가구상에 전화를 걸어 다이닝 테이블을 팔았다. 6인용 티크목 테이블. 이탈리아 수입품. 가격은 45,000루피. 이틀 치 이자와 원금 일부를 겨우 메꿀 수 있는 액수였다.

그녀가 처음 빌린 20만 루피. 파티 비용으로 45,000루피를 썼다. 운전기사에게 12,000루피. 클럽 분담금 35,000루피. 나머지는 생활비. 남편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평소보다 더 많은 식료품을 사고, 아들의 학원비로 25,000루피를 보탰다. 3일 만에 20만 루피는 사라졌다.

그리고 4일째 되던 날, 그녀는 깨달았다. 갚을 돈이 없다는 것을.

고팔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아주 친절했다.

“걱정 마세요, 베타. 추가 대출을 해 드리죠. 이자만 좀 더 붙을 뿐이에요.”

추가로 100,000루피. 이자를 갚기 위해 빌린 돈이었다. 5일째에는 보석을 팔았다. 6일째에는 텔레비전을 팔았다. 매일매일 집 안에서 무언가가 사라졌다. 그녀는 이제 손님이 집에 오는 것을 두려워했다. 러그가 없는 거실, 비어 있는 다이닝 공간, 책장에서 사라진 장식품들. 모든 것이 잠식당하고 있었다.

침대 옆 탁자 위에는 작은 수첩이 놓여 있었다. 그녀는 라지브가 깨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수첩을 펼쳤다. 손전등 앱의 희미한 불빛 아래 숫자들이 늘어서 있었다.

원금: 320,000루피.
오늘 이자: 6,400루피.
내일 갚아야 할 금액: 326,400루피.

하루가 지날 때마다 6,400루피가 새로 생겨났다. 그녀가 사교계 친구들과 마시는 와인 한 병 값이 8,000루피였다. 저녁 파티 드레스를 한 번 빌리는 데 5,000루피. 이자 6,400루피는 그 중간쯤 되는 돈이었다. 하지만 이 돈은 매일매일 다시 태어났다. 시간이 지날수록 원금에 붙고, 다음 날의 이자는 더 큰 숫자 위에 계산되었다.

그녀는 수첩을 덮고 천장을 다시 바라보았다. 에어컨이 낡아서 냉매가 부족한지 실내 온도가 계속 올라가고 있었다. 그녀는 이마에 맺힌 땀을 느꼈다. 뭄바이의 6월 밤은 원래 덥지만, 올해는 유독 더웠다. 아니, 올해부터 더워진 것은 날씨뿐만이 아니었다.

6월 19일. 오후 5시 47분.

프리야는 반드라 이스트의 상가 건물 앞에 서 있었다. 2주 전과 똑같은 건물이었다. 복도 천장의 형광등은 여전히 깜빡이고 있었고, 벽에는 곰팡이가 조금 더 번진 듯했다. 그녀는 몸에 두른 코튼 살와르 까미즈의 주름을 한 번 매만졌다. 이 옷은 가방에서 꺼낸 평상복이었다. 파티용 사리나 고가의 드레스가 아니라, 그녀가 집에서 입는 가장 편안한 옷.

계단을 오르는 동안 그녀는 오늘 아침 통장 잔고를 떠올렸다. 3,420루피. 남은 보석이라고는 귀에 걸고 있는 진주 귀걸이뿐이었다. 집 안에는 팔 가구가 거의 없었다. 남편에게는 친정 부모님이 잠시 보관을 부탁했다고 둘러댔다. 그 거짓말이 언제까지 통할지 알 수 없었다.

3층. 마하라슈트라 부동산 개발.

문은 오늘도 열려 있었다. 그녀는 문앞에 서서 숨을 한 번 들이마셨다. 백단향 냄새가 여전했다. 그러나 오늘은 그 아래로 다른 냄새가 섞여 있었다. 오래된 종이, 먼지, 그리고 무언가 쇠붙이가 녹슬어가는 듯한 미세한 금속 냄새.

고팔은 책상에 앉아 있었다. 그는 그녀를 보자마자 미소 지었다. 오늘은 조금 더 넓은 미소였다. 이마의 찬단 틸락도 새로 발랐는지 더 진했다.

“프리야 베타, 어서 와요.”

그의 손이 맞은편 의자를 가리켰다. 같은 눅눅한 가죽 의자였다. 그녀는 앉았다. 오늘따라 의자의 습기가 허벅지 안쪽까지 느껴졌다.

“이제 2주가 되었군요.”

고팔은 말하며 책상 위의 장부를 펼쳤다. 손가락이 종이 위를 천천히 움직이며 항목들을 짚었다. 프리야는 그 손가락의 움직임을 눈으로 좇았다. 손톱 밑은 깨끗했고, 루비 반지가 형광등 아래서 검붉게 빛났다.

“320,000루피에 오늘 이자 6,400루피. 합해서 326,400루피군요. 그리고 오늘까지 연체된 부분은…”

그는 장부에서 시선을 들어 프리야를 바라보았다. 눈은 여전히 웃고 있었지만, 동공은 다른 것을 계산하고 있었다.

“당신, 오늘 갚을 수 있어요?”

프리야는 가방을 열었다. 안에는 지폐 한 묶음이 있었다. 50,000루피. 오늘 아침 은행에서 마지막 신용카드로 현금서비스를 받은 돈이었다. 그녀는 봉투를 책상 위에 밀어 놓았다.

“일단 이것만… 나머지는…”

고팔은 봉투를 열지도 않고, 봉투 위에 손을 얹었다. 그의 손가락이 지폐 두께를 확인하듯 살짝 눌렀다.

“50,000루피? 이자조차 다 못 갚는 금액이네요, 베타.”

프리야는 침묵했다. 사무실 구석에서 선풍기가 고장 난 소음을 내며 돌아가고 있었다. 날개가 무언가에 걸리는 듯한 리듬감 없는 소리.

고팔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창가로 걸어갔다. 창밖으로는 반드라의 번잡한 거리와 함께, 멀리 다라비의 양철 지붕들이 보였다.

“내가 당신을 도와주고 싶어요. 정말이에요.”

그는 창밖을 보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말이죠, 베타. 이제는 좀 다른 방식의 거래를 해야겠어요. 돈으로 갚는 건 여기까지인 것 같으니까.”

그가 돌아서서 프리야를 바라보았다. 그의 표정은 여전히 미소를 띠고 있었지만, 눈가는 전혀 웃지 않았다.

“내일 모레 반드라 레이디스 클럽에서 큰 파티가 있다고 들었어요. 아, 아니에요. 당신은 가지 못할 수도 있겠네요. 입고 갈 드레스도 없을 테니까.”

프리야의 손이 가방 끈을 움켜잡았다.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변했다. 고팔은 그녀의 손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실망하지 마요. 내가 드레스도 구해줄 수 있어요. 대신…”

그는 책상으로 걸어와, 장부 밑에서 다른 종이 한 장을 꺼냈다. 계약서 같았지만, 전에 본 것과는 다른 종이였다. 더 두껍고, 레터헤드가 없었다.

“여기 서명만 하면 당신의 빚은 일단 멈춰요. 그리고 필요한 비용도 다시 빌려줄 수 있고요.”

그가 종이를 프리야 앞으로 밀었다. 그녀는 종이를 내려다보았다. 마라티어로 빽빽이 적힌 글씨들 사이로 단어 몇 개가 눈에 들어왔다. “정보 제공.” “인적 사항.” “기업 비밀.”

그녀는 펜을 집어 들었다. 같은 몽블랑 볼펜.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고팔은 그녀가 펜을 쥔 손을 바라보며 천천히 말했다.

“서명하세요, 베타. 당신 같은 품격 있는 여성이 이런 더러운 골목까지 와서 구두를 버릴 필요는 없잖아요?”

프리야의 손이 종이 위로 내려갔다. 펜촉이 종이에 닿았다. 첫 획을 긋는 순간, 고팔의 입가가 천천히 올라갔다. 건물 밖에서는 뭄바이의 저녁 아잔 소리가 희미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그 소리는 반드라의 고층 아파트 단지와, 그 아래 판자촌의 양철 지붕을 동시에 덮으며 스며들었다. 프리야 샤르마는 두 번째 계약서에 자기 이름을 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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