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아니아의 그림자 파푸아뉴기니 편 #001] 녹슨 정글의 포식자 – 2화: 강철 덫

2화: 강철 덫

알베르트는 그날 밤 잠들지 못했다.

물류창고 뒤편의 낡은 컨테이너 숙소. 벽면에는 곰팡이가 핀 단열재가 너덜너덜 매달려 있었고, 천장의 형광등은 깜빡이며 윙윙거리는 소리를 냈다. 캠프의 디젤 발전기가 돌아가는 둔탁한 진동이 바닥을 통해 그의 침대 프레임까지 전해져 왔다.

그는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주머니 속 USB 메모리의 딱딱한 플라스틱 모서리를 손가락으로 만지작거렸다. 작은 금속 부품 하나가 그의 허벅지를 눌렀다. 그는 생각했다. 이것은 단순한 저장 장치가 아니다. 이것은 내 목숨과 가족의 안전을 맞바꾼 도박의 증표다.

그의 머릿속에서는 계속해서 숫자들이 맴돌았다. 120kg의 오차. TS-7B 코드. 여권 사진 속 열다섯 명의 젊은 여성들. 3주 후 모바일 스쿼드에 지급될 M16 소총 40정. 그리고 모든 서류에 찍힌 자신의 서명. 그는 이 모든 연결고리들의 중심에 자신이 서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새벽 3시. 열대야의 습한 공기가 컨테이너 벽을 타고 흘러내리며 작은 물방울을 만들었다. 밖에서는 우기가 잠시 숨을 고르는 동안, 정글의 곤충들이 귀를 찌르는 소리로 울어대고 있었다. 알베르트는 일어나 책상 앞으로 걸어갔다. USB를 노트북에 꽂자, 화면이 푸르스름하게 빛나며 파일 목록을 띄웠다.

그는 ‘TS-7B_LEDGER_Q2.xlsx’ 파일을 열었다. 스프레드시트에는 날짜, 이름, 나이, 출신지, 그리고 ‘처분 상태’라는 열이 있었다. 대부분의 행에는 ‘제3캠프 배치 완료’라고 적혀 있었다. 그러나 스크롤을 아래로 내리자, 다른 문구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반항 – 폐기’. ‘질병 – 폐기’. ‘도주 – 회수 후 폐기’.

알베르트의 손가락이 트랙패드 위에서 멈추었다. ‘폐기’라는 단어가 의미하는 바를 그는 알고 있었다. 그는 파일을 닫고, USB를 뽑아 주머니에 다시 넣었다. 그리고 어둠 속에 앉아, 동이 트기를 기다렸다.

아침 7시, 알베르트는 평소와 똑같은 표정으로 물류창고 사무실에 출근했다.

그의 책상에는 새로운 서류들이 쌓여 있었다. 이번 주 말까지 처리해야 할 선적 목록, 세관 신고서, 그리고 컨테이너 #HML-2049의 최종 수취 확인증 사본—맥과이어가 어제 그에게 서명하게 한 바로 그 서류의 복사본이었다.

그는 서류들을 하나씩 정리하며, 머릿속으로 다른 계산을 하고 있었다. 캠프의 경비 배치. 모바일 스쿼드의 순찰 주기. 플라이 강의 수위 변동. 모세스의 바지선 연료 잔량. 모든 변수들을 염두에 두며, 그는 가능한 모든 탈출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하고 있었다.

오전 10시, 맥과이어가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는 오늘따라 더 밝은 표정이었다. 그의 손에는 커피 머그잔이 들려 있었고, 셔츠 주머니에는 값비싼 만년필이 꽂혀 있었다.

“알베르트, 좋은 아침이야. 어제 서류 정말 깔끔하게 처리했더군. 역시 믿음직스러워.”

“감사합니다, 맥과이어 씨.”

“오늘은 특별히 부탁할 일이 있어. 다음 주에 호주에서 새로운 투자자들이 와. 그들에게 보여줄 물류 현황 보고서를 작성해 줘. 물론, 실제 숫자 말고… 우리가 보여주고 싶은 숫자로.”

알베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어떤 숫자가 필요하신가요.”

“생산량은 15% 올리고, 운영 비용은 10% 낮추고. 나머지는 네가 알아서 맞춰.”

맥과이어는 윙크를 하고 사무실을 나갔다. 그의 구두 소리가 복도를 따라 멀어져 갔다. 알베르트는 그가 남기고 간 커피 머그잔을 바라보았다. 머그잔에는 ‘WORLD’S BEST BOSS’라는 문구가 금색으로 인쇄되어 있었다. 잔 가장자리에는 맥과이어의 침이 말라붙은 흔적이 남아 있었다.

알베르트는 컴퓨터를 켜고, 투자자용 가짜 보고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그는 USB에 저장된 진짜 데이터와 가짜 보고서의 숫자들을 조용히 대조했다. 그 차이들이 또 다른 증거가 될 것이었다.

오후 5시, 알베르트는 강가의 선착장으로 내려갔다. 모세스는 바지선의 디젤 엔진을 정비하고 있었다. 그의 손은 기름에 절어 검었고, 작업복에서는 연료 냄새가 진하게 풍겼다.

“삼촌, 잠깐 얘기 좀 해요.”

모세스는 렌치를 내려놓고, 기름 묻은 손수건으로 손을 닦으며 고개를 들었다. 그의 얼굴에는 걱정이 서려 있었다.

“어제 밤에 말이야. 캠프에서 라스콜들이 들렀었어.”

알베르트의 눈이 가늘어졌다.

“어떤 라스콜이요.”

“포구 힐에서 올라온 녀석들이야. 맥과이어가 불렀어.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그들이 캠프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걸 봤어. 그리고 그중 한 명이 너에 대해 묻더군. ‘Albert Karo? Em i wanem kain man? 어떤 놈이냐’고.”

알베르트의 입술이 바짝 말랐다. 라스콜은 포트모르즈비의 슬럼가 출신 갱단이었다. 그들 중 일부는 그와 같은 구역에서 자란 옛 친구들이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그들은 기업의 돈을 받고 움직이는 용병이 되어 있었다.

“맥과이어가 나를 감시하라고 시킨 건가.”

“아마도. 아니면 더 나쁜 일일 수도 있어. 라스콜들은 돈만 받으면 아무 일이나 하는 놈들이야. 가족을 건드리는 일도 마다하지 않아.”

모세스는 잠시 말을 멈추고, 강물을 바라보았다. 강은 우기로 인해 평소보다 두 배로 불어나 있었다. 탁한 갈색 물줄기가 떠내려온 나무 둥치들을 집어삼키며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알베르트, 한 가지 약속해 줘.”

“뭐죠.”

“우린 같은 언어를 쓰는 완톡(Wantok)이야. 플라이 강의 법은 백인들의 법보다 오래되었어. 네가 무슨 짓을 했든 내 배에 탄 이상 널 넘기진 않는다. 하지만 정신 차려. 이건 총알이 날아다니는 판이야.”

알베르트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삼촌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고, 선착장을 떠나 캠프로 돌아왔다. 그의 주머니 속 USB는 여전히 그를 짓누르고 있었다.

밤 9시, 알베르트는 사무실에 혼자 남아 있었다. 그는 컴퓨터 모니터에 띄운 파일을 응시하고 있었다. ‘MOBILE_SQUAD_ARMORY_REQUEST_Q4.xlsx’. 모바일 스쿼드에 지급될 무기 목록이었다.

그는 파일을 다시 한 번 열었다. 이번에는 숫자들을 더 자세히 살폈다. M16 소총 40정. 5.56mm 탄약 12,000발. 수류탄 200발. 야간 투시경 20개. 지급일자는 정확히 3주 후, 12월 15일이었다. 수취 부대는 ‘모바일 스쿼드 제7타격대’였고, 배송지는 ‘키리나 광산 북쪽 검문소’로 되어 있었다.

그는 또 다른 파일을 열었다. 지난 3개월 동안의 현지 신문 기사들을 스크랩한 PDF였다. 키리나 광산 북쪽의 미등록 금맥을 둘러싸고, 현지 원주민 부족들과 광산 기업 사이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었다. 부족들은 그 땅이 조상 대대로 내려온 성지라고 주장하며 시위를 벌였고, 기업은 그들을 ‘불법 광부’로 규정하며 철거를 요구했다. 그리고 그 철거의 집행을 맡은 것이 바로 모바일 스쿼드였다.

알베르트는 깨달았다. 3주 후, 자신이 서명한 서류를 통해 유입된 총기들이 그 시위대를 향해 발사될 것이다. 자신의 손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대량 학살의 방아쇠를 당기고 있었다.

그는 모니터를 끄고, 의자에 깊숙이 앉았다. 사무실의 형광등이 깜빡이며 윙윙거렸다. 컨테이너 지붕 위로 빗방울이 다시 떨어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한두 방울, 그러다가 점점 빨라졌다. 우기가 다시 시작되고 있었다.

모니터의 푸르스름한 광증이 사라진 어둠 속, 책상 구석에 놓인 작은 기념품이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 호주 퀸즐랜드 대학교의 파란색 학위 수여식 기념 배지였다. ‘University of Queensland – Class of 2016’이라는 은색 글자가 빗소리에 흔들리는 형광등 불빛 아래서 깜빡였다. 대도시의 문명이 자신과 가족을 구원해 줄 동아줄이라 믿으며 밤새 외웠던 경제학 공식들이, 지금 이 정글의 핏빛 장부 앞에서는 고작 맥과이어의 방패막이 서명으로 쓰일 뿐이었다.

알베르트는 배지를 집어 들었다. 손바닥 위에 올려진 작은 금속 핀. 그는 잠시 그것을 응시하다가, 서랍을 열고 배지를 깊숙이 밀어 넣었다. 그리고 서랍을 닫았다.

그의 손은 떨리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가슴속에서는 무언가가 천천히 무너지고 있었다.

새벽 2시, 알베르트는 컨테이너 숙소의 작은 창문을 통해 밖을 내다보았다.

비는 억수같이 쏟아지고 있었다. 캠프의 보안등 불빛이 빗줄기에 부딪혀 흐릿하게 번졌다. 저 멀리, 경비원들의 그림자가 망루 아래를 서성이고 있었다. 평소보다 두 배로 늘어난 인원이었다.

그의 눈이 하역장 쪽으로 향했다. 컨테이너 #HML-2049는 여전히 그곳에 있었다. 내일 아침이면 트럭에 실려 북쪽 검문소로 운송될 예정이었다. 그 안에는 M16 소총과 금괴와 여권들이 여전히 들어 있었다. 그리고 그 위에는 알베르트의 서명이 찍힌 서류가 함께 실려 있을 것이었다.

그는 침대에 앉아, USB를 손에 쥐고 생각했다.

이 USB에는 모든 증거가 담겨 있었다. 불법 무기 밀수. 미등록 금괴. TS-7B 인신매매. 그리고 맥과이어가 투자자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작성하라고 지시한 가짜 재무제표. 이 증거를 호주 연방경찰이나 국제앰네스티에 제출한다면, 하이랜드 마이닝의 모든 불법 행위가 세상에 드러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동시에, 그의 가족에게는 죽음의 선고나 다름없었다. 맥과이어는 이미 한네타 바라크 구역의 주소를 알고 있었다. 라스콜들이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알베르트는 USB를 주머니에 넣고,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 그의 귀에는 빗소리와 함께, 멀리서 들려오는 모바일 스쿼드의 트럭 엔진 소리가 섞여 들려왔다. 그들은 이미 내일의 작전을 위해 캠프로 집결하고 있었다.

그는 깨달았다. 이 덫은 이미 닫혀 있었다. 그가 할 수 있는 선택은 단 하나, 이 덫 안에서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 뿐이었다.

그의 손이 베개 밑으로 미끄러졌다. 베개 밑에는 모세스가 건넨 낡은 나이프가 숨겨져 있었다. 녹슨 칼날이었지만, 그래도 쇠붙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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